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0/12/05 19:41:39
Name Love&Hate
Subject [일반] 고스트 바둑왕. 사이와 토우야명인의 마지막 대국 (수정됨)
2.jpg


이제 막 바둑을 배우고 있는 친구에게서 메일이 하나 왔습니다. 이 장면은 어떤 장면이냐고요. 제가 카이지를 보려고 마작을 배웠었는데, 이 친구는 고스트 바둑왕을 보려고 바둑을 배우게 되나 봅니다. 간략히 모르는 분들을 위해 줄거리를 설명하자면 고스트바둑왕은 주인공 히카루가 오래된 바둑판을 발견하고, 그 바둑판에 씌여 있던 바둑귀신 사이가 히카루에게 빙의합니다. 그 사이가 히카루에게 빙의되서 바둑초보인 히카루를 통해 바둑을 두는 (바둑두고 싶어서 성불못하고 있던 애였기때문에) 로망을 실천하고, 주인공 히카루는 사이를 통해 바둑을 배우게 되고 뭐 그런 이야기입니다. 빙의물 전문인 데스노트 작가가 그린 데스노트 이전 작품이죠. 저도 어렸을때 재밌게 봤었던 작품입니다.




본 장면은 사이가 일본 바둑계의 최고수인 토우야 명인과 인터넷 바둑을 두는 장면입니다. 사이는 히카루를 통해 당시 일본 최고수와 후회없는 승부를 인터넷으로 펼치게 됩니다. 그리고 그후 성불하게되기때문에 본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대국이라고 할수 있죠. 저도 어렴풋이 줄거리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실제 바둑장면은 보니깐 새롭더라고요. 저 대국에서 바둑장면은 크게 위 장면을 포함해 세번의 장면이 나온다고 보시면 됩니다. 첫번재 중요한 장면은 사이의 공격을 토우야 명인이 잘 방어해서 은근슬쩍 유리해지게 됩니다. 두번째 장면은 토우야의 유리한 국면을 끝내기 국면에서 사이가 한방에 무너뜨리는 장면입니다. 세번째 중요한 장면은 사이가 일본 최고의 명인과의 승부를 이기고 승리에 도취되어 있을때, 사이가 깨닫지 못했던 토우야의 실책을 히카루가 발견하고 이야기해줍니다. 이대로 토우야명인이 뒀다면 사이는 졌겠지? 라고요. 그걸 듣게된 사이는 정신이 번쩍들며 본인이 히카루라는 바둑기재를 만들었고 그것을 달성함으로 성불하게 되리라는 예감을 받게되죠.




위 그림의 저기 빛나는 백색돌이 중요한 첫번째 착수, 사이의 공격지점입니다. 그런데 그 공격이 이미 빛을 잃었다고 표현하네요. 앞서 요약으로 말씀드렷듯 사이가 회심의 공격을 했는데 토우야명인이 일련의 수순으로 잘 방어해낸 상황이겠죠. 그런데 정작 바둑판을 보니 제가 볼때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니. 왜 빛을 잃었지??' 첫번째로 든 생각은 이것이었습니다. 준빵때림이 있는걸 보니 축머리를 활용당한거같은데, 흑을 귀에 봉쇄하고 변이 비어있기때문에 준빵때림의 위력은 줄어들지 않았다! 는것이 저의 첫번째 생각이었습니다. (추후 쉽게 설명하겠습니다). 두번째로는 변이 저렇게 비어있는데 '도대체 왜 따냈지?' 였습니다.





잠시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면 저는 당시 고스트 바둑왕(이후 고바)을 보면서 바둑 기보에 대한 등장인물의 설명이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대부분은 제가 부족해서 이해못한것이고, 일부는 정말로 설명이 맞지 않았기때문입니다. 제가 부족한건 제 문제인데, 설명이 맞지 않았다는 것은 만화의 문제겠죠? 그런데 그렇지 않습니다. 설명이 맞지 않은것은 단지 고바 만화의 문제는 아닙니다. 당시 인간의 바둑이 측정능력이 부족해서 유불리를 오해한 경우가 제법 많았기때문이죠. 그걸 억지로 설명하다보니 이해가 되지 않았고, 이해가 되지 않은것은 기력의 권위로 굴복시켰던게 바둑문화이기도 합니다. 고수가 그게 좋다면 좋은걸로 알아야한단 말이죠. 제가 바둑을 그만뒀던 가장 큰 이유가 그것이었습니다. 내가 이해못하는 부분을 아무도 제대로 명쾌하게 알려주지못하면서 그저 그게 좋다니깐요. 거의 비슷한 다른 상황에선 분명히 흑이 좋댔는데 조금 달라졌다고 백이 좋다고 하는 일이 잦은데 그 이유가 명확하게 설명이 안되는겁니다. 거기에 대해 토론을 해보려 치면 배우는 입장인 저보단 잘두는 분들께 나이와 기력으로 더블눌림만 당했고요. 재미가 없어지더라고요. 제가 바둑을 다시 두게된건 명쾌하게 설명해주시는 ai의 도입 덕분입니다. 바둑 외부에서는 혹자들은 ai가 바둑계의 인기를 고사시킬거라 예상하지만, 정작 의외로 ai는 바둑팬들에게 활기를 불어넣었습니다. 어차피 고인물대전이었고 고인물들에게 좋은 해설자가 하나 나타난거고, 실력자들이 독점하던 바둑내용을 해설자를 통해 이해할수있었던 과거와는 달리 ai를 통해 혼자서도 이해할수 있게 되었기때문이죠.





여튼 저 장면은 지금봐도 만화내에서 해주는 바둑 설명이 저에게 와닿지 않는겁니다. 왜 와닿지 않는지를 지금부터 말씀드릴게요.





먼저 만화속 장면에서 나오는 정석부터 한번 검토해드릴게요.


1.jpg

참고도1

날일자 걸침(흑5)을 날일자로 받음(백6)을 했을때 흑이 날일자로 귀로 파고들면 (흑7) 일반적으로 이렇게 됩니다. 이게 예전에 가장 많이 쓰이던 정석이었습니다.



2.jpg

참고도2

그렇지만 백 8을 위처럼 33을 지키지 않고 흑을 오히려 협공할수 있었습니다. 이건 축머리가 유리할때 사용할수 있는 수였죠. 이 8의 협공이 고바에서 말하는 사이의 공격입니다. 만화속 장면에 빛나는 돌이 이 협공이죠. 이때 흑은 대응으로는 '적의 급소는 나의 급소'라고 원래 백이 뒀어야할 33의 자리에 본인이 들어가는 A로 응수할수가 있고 B로 중앙으로 뛰쳐나갈수도 있습니다. 적의 급소가 나의 급소라는 말 저도 엄청 좋아하는 말입니다. 상대가 저의 착수를 변칙적으로 받을때 변화를 잘 모를때면 무조건 원래 상대가 두었어야하는 정수의 자리에 제가 둡니다. 그게 일반적으로 득점하는 일이 잦아서요. 여기서도 A로 받은겁니다.



3.jpg

참고도3

위를 A로 받을경우 여기까지는 외길수순입니다. 흑 13은 백의 축으로 제압당하게 되는데 그게 싫어서 만약 흑 13을 젖히지 않고 백 14자리에 늘게되면 백8이 더 위력을 발휘해서 이단젖힘으로 흑을 완전 싸바릅니다. 대형사고 터지는거고 프로들 수준에선 외길이라 볼수 있습니다. 축머리가 좋아야 쓸수 있다는건 이런 이유에서였죠. 중앙의 세력을 주면서 축으로 돌까지 제압당하는 모양자체가 제 기준에선 몹시 답답합니다. 이 모양이 나왔기에 백 유리라고 읽은겁니다. 결국 애시당초 참고도2에서 A로 받은건 백이 유리한 응수라고 볼수 있습니다. 그렇기때문에 제가 만화속 저분들의 이야기를 잘 와닿지 않게 느끼는겁니다. 딱봐도 백이 훨씬 활발하잖아요. 다만 지금 보는것만큼의 득점은 아닌게 흑은 축머리를 한번 활용할수 있고 그때 백은 흑 13을 제압하여야 합니다. 축머리는 꼭 바로 쓰지 않아도되긴합니다.




4.jpg

참고도4

흑 17로 일단 아무렇게나 축머리를 활용한다는 가정을 해보았습니다. 이때 백이 흑을 제압하는건 두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따내는 A와 더블축몰이를 하는 B입니다. B의 자리에 백돌이 있으면 좌상귀에 축머리에 흑돌이 놓이더라도 B자리를 이용해 방향을 틀어서 축몰이를 할수 있습니다. A가 B에 비해서 장점이 아주 없는건 아니지만 한눈에 봐도 A보다는 B가 훨씬 확장성을 가진 좋은 자리입니다. 보통 B로 마무리를 하는것이 이 정석의 끝입니다. A로 따내는건 보통 변쪽에서 흑 13을 활용하려 들어올때 하는 행위입니다. 그런데 사이는 변이 비었는데도 A로 흑돌을 따낸겁니다. 이게 저의 두번째 의문입니다.







자 여기까지는 방금 윗장면으로 가진 제 의문입니다. 전체 기보를 봐야 궁금증을 풀어낼수 있겠네요. 제가 궁금한건 두가지를 다시 정리하자면 첫째 왜 백이 유리해보이는데 백이 곤란한것 처럼 이야기가 되느냐. 둘째 백은 왜 (축머리를 활용당했을때) 흑돌을 따냈느냐에 대한 의문은 전혀 풀리지 않습니다. 일부 기보를 보고 알수 있는것은 여기까지였던거죠.  고바는 원래 프로들의 기보를 '무단 도용'했다는것에 이슈가 있었던 작품입니다. (과연 오픈된 기보를 작품에 사용하는게 무단도용이냐 아니냐에 대한 이슈) 가장 중요한 마지막 대국도 반드시 누군가의 기보를 썼을거라 짐작했습니다. 그래서 찾아보았습니다. 역시나 쉽게 찾아지더라고요. 그리고 알게된 것은 토우야명인은 축머리를 활용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5.jpg

참고도5

제가 실제로 찾은 기보를 만화속 장면까지 진행한 것입니다. 지금부터 감히 프로의 기보를 제가 논하는것에 대해 조심스러운 마음이 절로 생기네요. 좌상귀 축머리 해당위치에 흑돌이 아주 없는건 아니지만 따낸 백돌이 46번이고 46번 이전 흑돌은 좌상귀쪽에 축을 방해하는 위치에는 없습니다. 토우야명인은 축머리를 활용하지 않았다는것이죠. 그럼 왜 사이는 백 46으로 따내게 되었을까요? 그건 축으로 흑돌을 압박한 백 36과 따내게된 백 46 사이 수순에서 답을 찾을수 있겠네요. 답은 우상귀에 있습니다.





6.jpg

참고도6

우상귀에서 벌어진 정석진행은 흑의 날일자 굳힘 (흑5) 를 이선 침투할때 (백6) 흑이 7로 응수하면 저렇게 됩니다. 이 진행은 패를 만듭니다




7.jpg

참고도7

여기까지도 역시 일련의 외길수순이라 보실수 있는데 백이 둘 차례입니다. 백 14로 A를 두면 당연히 귀의 백은 완생입니다. 두지 않으면 흑이 A로 공격했을때 단수된 돌을 백 12 위로 이어버리면 깔끔하게 죽습니다. 다만 백이 단수를 잇는다면 그렇고 흑의 공격을 패로 버틸수는 있습니다. 이 정석진행의 경우 마지막에 백이 지켜서 완생이 되는것을 금기시 합니다. 백이 우상귀를 깔끔하게 사는것보다 다른 자리를 두어서 이득이 보는 것이 더 좋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면 빡친 흑이 우상귀를 공격할때 패로 버티는거죠. 그래서 백은 손을 빼는게 관례(?)였고, 토우야 명인은 관례대로(?) 백이 패를 만들어놓고 손을 빼게 하기위해 흑 7과 같은 수로 막아버린겁니다. 실전에서는 그렇게 진행이 된거죠.




5.jpg

참고도5 다시보는 실전진행도

실전에서 흑 39로 토우야 명인(에 해당하는 프로기사)은 백이 패를 만들고 손을 빼는것을 유도했습니다. 그러자 사이는 우상귀를 패를 만들고 손을 뺐지만 백46으로 따내버린겁니다. 아마 흑 33을 따내지 않으면 패싸움에서 더 골칫거리가 생긴다고 판단한거 같습니다. 이제 굳이 따내버린 이유에 대해서 알게되었습니다. 토우야명인이 사이로 하여금 패를 만들게 했고, 그 패가 부담된 사이가 따낸것이겠네요. 제 추측입니다만 이거말고는 10수이내의 수에서 딱히 다른 이유를 찾을수가 없습니다. 근데  딱히 따내지 않는다고 패로 활용할 방법이 보이는건 아니에요. 안따내면 악수팻감이야 쏟아지겠지만요.





사실 우하의 정석진행은 최근에서는 사라진 진행입니다. 실전 진행도의 흑 27이 이제는 사라진 수가 되어서 이 진행에서 어떻게 받느냐를 프로수준에서 확인할수 없게되었습니다. 저는 토우야 명인의 흑29가 실착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도2의 A응수) 다만 그것을 사이가 패의 부담으로 인해 마찬가지로 따내는 실착을 저질렀다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실전 프로들의 수를 알수가 없으니 남은건 하나뿐. AI에게 물어보아야겠죠. AI도 마찬가지로 이야기합니다. 백 46으로 흑 33을 따낼바에는 차라리 패를 만들지 말고 우상귀를 완생으로 만드는게 낫다라고요. 물론 우변 화점이 가장 블루스팟입니다.




또한 AI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백 56까지 진행된 일련의 수순에서 만화속 주인공들은 흑의 대단함을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55대 45 혹은 6대 4로 백이 유리하다고요. 안따냈다면 더 크게 사이가 유리했겠지만요. 이후로 흑이 유리하다고 하는 장면에서도 AI는 백이 유리하다고 사이의 손을 들어줍니다. 그당시에 이미 프로의 기보를 사용하고, 직접 둔 프로는 아니지만 프로의 검수를 받은 작품이 완전히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요? AI의 발전이전에 프로들은 유불리를 착각하고 있었던걸까요? 그런 경우도 없는건 아니지만, 이번은 아닙니다. 여기에는 비밀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당시의 덤과 지금의 덤이 다른것입니다. 고바 시대의 바둑은 백이 늦게두는 댓가로 5.5집을 받았지만, 지금 바둑은 덤으로 7.5집을 받고 AI는 그것에 맞추어 세팅되어있습니다. 지금 AI는 사이가 유리하다고 판단하지만 AI도 그당시 덤 기준으로서는 토우야명인이 유리한것은 맞습니다. 2집은 그만큼 크니깐요.





이게 유명대국이라 많은 프로기사들이 검수를 했던 기보이고 프로들은 집단지성의 힘으로 이 기보에 대해 정확한 형세판단을 하고 있었습니다 미세하나 토우야(흑)가 유리하다. 프로기사들은 놀랄만큼 정확한 판단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미세한 국면에서 흑백의 유불리를 느끼고 현시점 기준으로는 백이 유리하다고 느낀 저는 그만큼 정확한 판단을 한걸까요? 당연히 그건 아닙니다. 제가 백이 유리하다고 느낀건 우하귀 정석진행이 백이 유리하단걸 이미 AI 공부를 통해 알고 있기때문입니다. 우하귀 정석이 진행되면 백이 엄청나게 유리합니다. 저건 사이처럼 따내도 유리합니다. 그래서 이 고바에 나오는 사이의 공격이 제가 자주 쓰는 공격이에요. 저 공격 진행은 진행마다의 변화도와 그렇게 진행되었을때 대략 누가 얼만큼 유리한지는 미리 알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자주 나오는 간단한 정석들도 마찬가지죠. 그러니깐 좌상귀, 좌하귀 우상귀 모두 정석 진행이 백중세인데 우하귀 정석진행이 백이 앞서니깐 백이 앞선다고 판단한겁니다.





친구에게 질문을 받은김에 고바에 나온 가장 중요한 대국을 한번 훑어보았습니다. 약간 18급도 이해할수 있게 써보려고 설명이 지나치게 많았던거 같긴하네요. 사이가 흑돌을 따낸 이유가 패의 부담때문이 아닐수도 있습니다. 그건 제 예측일뿐이고, 만약 제 예측이 틀리다면 그 이유는 저같은 아마추어는 상상도 못할 프로의 깊은 심계가 이유이거나 개인적인 일것이라고 봅니다. 고바의 마지막대국에는 세개의 바둑장면이 나오는데 그중 첫번째를 친구에게 설명해주는 김에 살을 좀 더 붙혀서 글로 만들어보았네요. 재밌게 보신분들이 많다면 두번째 세번째의 바둑장면도 한번 복기를 해보겠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닉네임을바꾸다
20/12/05 19:52
수정 아이콘
(수정됨) 5집반과 7집반의 차이라면...
흑의 유리함을 보정하기 위에 백에게 덤을 얼마나 줘야하는지도 대해서도 최근은 7집반이면 백이 낫다고 할만큼 무게가 다르긴 하죠...크크
거기에 AI발전으로 인해 백이 유리하다고도 하고...선빵의 이점이 줄었다던가 뭐라던가...어차피 초반 포석은 이미 고착화되었으니까...
류지나
20/12/05 19:54
수정 아이콘
흑 27로 미끄러지는 정석이 사라진게 가장 알기 쉽게 볼 수 있는 AI 정석의 영향일 듯 합니다.
20/12/05 20:03
수정 아이콘
제가 바둑을 배울때 참고도5 정석은 축머리활용 때문에 흑이 유리하고 따라서 백이 안 둔다고 배웠습니다.
근데 제가보기에는 축머리 감안해도 백의 빵때림이 너무 좋아보여서 납득이 안됐거든요.
어느 순간 프로 바둑에서 저게 정석으로 바뀌고 이제는 아예 날일자 달림이 사라졌네요.
깃털달린뱀
20/12/05 20:14
수정 아이콘
브리타니아식 체스 같은 얘기일줄 알았는데 아니었군요.
흑 27 정석 사라진건 진짜 충격적이네요. 바둑을 야매로 배워서 제대로 둘 줄 아는 유일한 정석이었는데...
20/12/05 20:25
수정 아이콘
알파고식 33정석을 공부하십시오 휴먼.
변형 미니중국식과 33정석이면 초반은 얼추 다됩니다 크크크
Caligula
20/12/05 20:45
수정 아이콘
수법과 바둑관은 시대에 따라 변합니다. 요즘 기준으로 옛날 기보를 보면 뭐든 촌스러워 보이고 이해가 안 갈 수밖에 없어요. 예를 들어 참고도 4에서 A, B 두 가지를 제시하셨는데, 사실은 더 넓게 지키는 수도 있습니다. 좁게 지킬수록 단단하지만 비효율적이고, 넓게 지킬수록 효율적이지만 활용이 남죠. 이 사이에서 무엇이 최적인지는 시대에 따라 변해왔습니다. 참고도 4에서 B가 일반적이라고 하신 것도 이천년대 중반에서 인공지능 시대 이전까지의 이야기죠. 예전에는 A를 많이 둔 적도 있고, 요즘 인공지능은 B보다도 더 넓게 지키는걸 선호합니다. 심지어 참고도 3에서의 말씀과는 정 반대로 인공지능은 흑 13을 14자리에 두는걸 더 좋다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Love&Hate
20/12/05 21:39
수정 아이콘
바둑이야 정확한 계측이 어려웠던 만큼이나 유행을 많이 탔던 종목이고
현대 시점에서 수를 읽는다고 당시 프로들을 폄하하려는게 아니에요.
그냥 그런 시대였던거죠.

다만 참고도 4의 B가 인공지능 이후 시대 이전 까지의 이야기라는건 좀 이해가 안되는데 관련 기보를 주실수 있을까요?
지킬때 넓게 벌리는거야 인공지능의 추세이기도 하고 점점더 많은 인공지능들이 이전 정석보다 넓게 벌리는데
축머리가 활용당했는데 넓게 벌린다는건 제가 이해를 못하겠어서 그렇습니다.
참고도 4가 축머리가 활용당하지 않은 상황에 가일수 해서 지킨다면 저도 B안둬요. 우상귀 걸치겠죠
Caligula
20/12/05 22:10
수정 아이콘
축을 안 지킨다는게 아니라, 축을 지키는 수 가운데서 넓은 수를 둔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저 장면을 카타고로 찍어보면 B의 왼쪽 두 칸 옆의 수를 둔다고 나오네요. 제가 저 정석에서 인공지능 참고도를 몇 번 본 기억이 있어서 한 말인데, 아시다시피 저 정석 자체가 인공지능 시대 이후에는 사장돼서 다르게 둔 기보를 찾기가 힘드네요... 다만 비슷한 상황에서 인공지능이 축을 넓게 지키는 기보는 많은데, 커제 대 알파고 1국 같은게 있겠네요.

저도 Love&Hate님이 프로들을 폄하하려는 의도로 글을 썼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단지 Love&Hate님이 설명하신 수법이 말씀하신 것처럼 일반적이거나 당연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시대에 따른 발전이 녹아들어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러니 옛날 기보와 옛날 바둑의 관점에서 쓰인 고스트 바둑왕의 설명을(심지어 만화적 과장도 많죠) 요즘 기준으로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하는 데에 어색함을 느끼는 거고요.
Love&Hate
20/12/05 22:29
수정 아이콘
넓게 지켰다길래 당연히 변으로 넓게 벌렸다는줄 알았고 그럴 경우 보다 먼저 급한 지점을 선점하면서 세련되게
회귀되는 경우일뿐인 경우가 많고 아니면 버리는 경우, 그래서 여쭤본건데
변이 아니라 중앙으로 벌린거였군요. 말씀하신 수는 넓게 지키는 수가 아니고 중앙으로 축을 지킨거고
카타고가 릴라보다 중앙집 계측을 더 세밀하게 하는거 같군요.
Achievement
20/12/05 21:11
수정 아이콘
히카루의 바둑은 프로기사들 기전에서 따온 기보들을 활용했죠. 본 글에 쓰인 기보같은 경우는 임해봉 vs 요다 노리모토 기보를 활용한 것이고요. 명인전 22기 리그전 중 나온 기보라고 알고 있는데, 이 때가 1997년이니 지금이랑은 개념이 많이 달랐다고 봐야할 겁니다.
20/12/05 21:14
수정 아이콘
뭔가 대단한 글과 대단한 댓글이네요... 저는 오목장기만 두던 까막눈이지만 재밌는 토론이 진행되고 있는 듯 하여 보기가 좋네요.
탈리스만
20/12/05 21:20
수정 아이콘
고스트바둑왕도 재미있게 봤고, 아버지랑 큰아버지들이 다 바둑 잘두셔서, 저도 좀 배우고 싶긴 한데 엄두가 안나네요. 크크
이 나이에 저 고인물판으로 들어가는건 아닌거 같아서요. 바둑에 로망이 있긴 한데ㅜㅜ
Phlying Dolphin
20/12/05 21:26
수정 아이콘
위력을 잃었다라는 건 워낙 일본바둑이다보니 협공스가 결과론적으로 빵따냄에 군더더기가 더해진 것처럼 보이는 게 안 좋다는 식의 접근이겠죠. 꼭 유불리를 이야기하는 건 아니라 생각합니다. 바둑은 아름답게 두는 사람이 아니라 잘 두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긴 하죠.
Love&Hate
20/12/05 21:39
수정 아이콘
사이가 처음둔수부터 축으로 잡는거까지는 정해진 수순이에요. 애시당초 그 협공이 그런 협공. 축으로 잡는데 빵때림이 될수없는건 필연
실제상황입니다
20/12/05 21:36
수정 아이콘
(수정됨) ai가 득세하는 이런 시대에 사이 다시 재강림해서 2부 연재해줬으면...
포석부터 새로 공부해서 ai 맞다이 뜨는 내용이면 꿀잼일 듯요.
현실적으로다가 상대가 안 될 것 같긴 한데 대가리 깨져가며 계속 도전하는 내용이면 재밌을 듯
안 되면 히카루랑 같이 합심해서 알파고 대가리 깨부수기 뭐 그런 내용으로다가...
볼레로
20/12/05 21:54
수정 아이콘
이세돌 9단이 자기가 사이 쉽게 이길수 있다고 해서
아무 기보나 가져다 쓴 줄 알았는데 근본있는 기보였군요.
좋아하는 만화인데 재밌게 잘 봤습니다.
Love&Hate
20/12/05 21:58
수정 아이콘
그사람이야 그당시에 아무나 다 이길수 있었던 사람.
그중 특히 당시 고전바둑 스타일의 나이든 기사들은 이세돌의 먹잇감이었죠.
닉네임을바꾸다
20/12/05 22:19
수정 아이콘
당시면...뭐...
Achievement
20/12/05 22:44
수정 아이콘
이 만화에 사용된 기보가 여러개인데, 사이가 둔 기보들 보면 당시 1990대 활약하던 일본기사들, 혹은 굉장히 옛날 혼인보 슈와,슈사쿠 기보를 썼습니다 (거진 1800년대 기보). 이세돌이 질 수가 없죠.
다시마두장
20/12/06 00:33
수정 아이콘
윗분들이 지적해주신점에 더해 요즘 기준으로 말하자면
알파고를 이겨본 사람이 뭔들 못 이길까요 크크크
TranceDJ
20/12/05 22:50
수정 아이콘
바알못이지만 바둑도 약간 스1 같다고보면되나요? 개념 발전해서 기보 발전했기떄문에 구 기보로는 이길수없는...
20/12/05 23:27
수정 아이콘
요즘 프로연우 고스트바둑왕 리뷰보고 다시 정주행중인데
끝까지 보고 제대로 봐야겠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애플리본
20/12/06 09:22
수정 아이콘
바알못입니다. AI로 바둑공부를 하신다고 하셨는데 AI도 종류가 여러가지 있는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교육용 AI가 따로 있나요? 아니면 교육 수준의 AI는 큰 차이가 없나요?
20/12/06 09:37
수정 아이콘
교육용 AI가 따로 있지는 않고 오픈소스 AI인 릴라 제로, 카타고 이런 걸로 공부할 겁니다.
애플리본
20/12/06 09:49
수정 아이콘
아하 오픈 된 애들이 있군요. 감사합니다!
20/12/06 10:05
수정 아이콘
만화의 한 장면인데 이렇게 머리속에 큰 장면을 담게 될거라 생각 못했습니드. 글 감사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9082 [일반] 카카오TV 인터넷방송인 조던HD 사망... [29] 닭강정20466 20/12/05 20466 0
89081 [일반] 고스트 바둑왕. 사이와 토우야명인의 마지막 대국 [26] Love&Hate19721 20/12/05 19721 35
89079 [일반] [컴퓨터] 라이젠 2700X+3060ti+FHD 조합 테스트 [26] 김티모10333 20/12/05 10333 2
89078 [일반] 대박급 무협웹소설신간 '제암진천경' 추천글 [26] wlsak16492 20/12/05 16492 4
89077 [일반] 좋지않은 산술적인 코로나 지표 몇 가지. [29] 벨로린15915 20/12/05 15915 6
89075 [일반] SARS-CoV-2 의 장거리 비말 감염 - 논문 초록 번역 [7] 아난8097 20/12/04 8097 4
89074 [일반] 미니 키보드 이야기 [37] 바쿠10089 20/12/04 10089 0
89072 [일반] 집회 막자 반발한 민주노총....경찰 폭행 혐의 1명 검거 [64] 판을흔들어라12996 20/12/04 12996 1
89071 [일반] 혼술의 시즌 잡다한 편맥추천.. [59] 대장햄토리10922 20/12/04 10922 4
89068 [일반] [유럽] EU-중국 친선 싱크탱크, 스파이 혐의로 영구폐쇄 [11] aurelius9955 20/12/04 9955 13
89067 [일반] 분양형 호텔의 비극 [41] kien15375 20/12/04 15375 3
89066 [정치] 신임 법무부 차관의 야심찬 첫 발걸음 [153] 이호철17742 20/12/04 17742 0
89065 [일반] 카페노예의 코로나 2단계 2주차이야기 [49] Janzisuka9971 20/12/04 9971 22
89064 [정치] 정부 부동산 정책에 맞서는 리스크 [103] 출입문옆사원13347 20/12/04 13347 0
89063 [일반] [역사] 1853년, 서방의 이중잣대에 빡친 러시아인 [16] aurelius8665 20/12/04 8665 4
89062 [일반] 5일 저녁 9시 이후 서울을 멈춥니다 - 서정협 권한대행 발표 [173] Leeka19630 20/12/04 19630 8
89061 [일반] 서울시 관내 전체 중고등학교 7일부터 2주간 원격수업으로 전환 [11] 하얀마녀9159 20/12/04 9159 0
89060 [일반] 강간상황극' 실행 남성, 1심 무죄→2심 징역 5년 [125] 맥스훼인14291 20/12/04 14291 2
89059 [정치] [단독] 文, 김현미 국토 장관 '교체' 가닥…후임에 변창흠 LH 사장 유력 [120] 죽력고13993 20/12/04 13993 0
89058 [정치] 계속되는 풍선효과? 이젠 파주차례? [7] Leeka6973 20/12/04 6973 0
89057 [일반] 천문학계의 노병(?)이 생을 마감(?)했습니다. [28] 우주전쟁10949 20/12/04 10949 35
89056 [일반] [시사] 유럽연합이 바이든에게 보내는 러브레터 [17] aurelius9542 20/12/04 9542 2
89055 [일반] 영국미국에서 백신시작하면 백신맞고 죽었다는 뉴스 엄청 나올겁니다 [74] 여기12343 20/12/04 12343 7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