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경찰 패트레이버 시리즈가 나온지도 어느덧 30년이 되었군요. 개인적으로 패트레이버 시리즈를 좋아해서 작품 얘기를 함과 동시에 유튜브에서 찾은 ost를 올려볼까합니다.
기동경찰 패트레이버는 가상의 근미래 일본에서 레이버라 불리는 로봇 범죄를 담당하는 경시청 특차2과의 활약을 담은 스토리입니다. 근미래라고는 하지만 작중 배경시점이 1998년이라 현재 기준으로 보면 한참 오버테크놀러지인 세계관이죠.
패트레이버 시리즈는 창작집단 헤드기어에서 만들었는데, 멤버를 살펴보자면 원안과 코믹스를 담당한 유우키 마사미, 메카닉 담당 이즈부치 유타카, 각본 담당 이토 카즈노리, 캐릭터 디자인, 다케다 아케미, 애니메이션 감독 오시이 마모루 등이 있습니다. 왕년에 만화 좀 보신 분들이라면 유우키 마사미의 코믹스 판과 오시이 마모루가 감독한 극장판은 익숙하리라 생각되네요. 이즈부치 유타카의 경우는 역습의 샤아 뉴건담을 디자인했고, 로도스도전기의 캐릭터 원안을 담당했습니다. 엘프 디드리트의 아버지가 바로 이사람이죠 크크크.
유우키 마사미가 최초로 떠올린 아이디어는 '사람이 죽지 않는 메카닉물'이란 컨셉으로 우주에서 광물을 채굴하는 내용이라고 합니다. 여기에 헤드기어의 멤버들이 속속 모이면서 현대 시점의 경찰 메카닉 물로 변경된 것이죠. 패트레이버 시리즈는 헐리웃 코미디 영화 폴리스 아카데미에 영향을 받았는데 괴짜들만 모인 특차2과 멤버들이 사고치는 걸 보면 폴리스 아카데미와 비슷한 구석이 있습니다.
패트레이버 시리즈는 작품이 많은데 크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유우키 마사미의 코믹스판, 오시이 마모루의 구 OVA와 극장판, 그리고 TVA와 신OVA로 저마다 세계관이 조금씩 다릅니다. TVA가 좀 가벼운 시트콤 같은 분위기라면 극장판은 무겁고 진지하죠. 코믹스 판은 TVA와 극장판의 중간지점인 듯한 느낌이 납니다. 특차2과 멤버들의 티키타카 코믹 일상물을 보고 싶으면 티비판을, 진지하고 음울한 SF애니를 보고 싶으면 극장판을 보시면 되죠. 티비판 애니메이션과 코믹스는 샤프트사 기획7과에서 만든 레이버 그리폰과의 대결을 다룬다는 스토리는 같지만 코믹스판이 더 짜임새 있게 압축한 느낌입니다. 티비판은 그리폰의 비중도 약간 줄고 스토리가 곁다리로 자주 새고 그래요 크크크.
가장 유명한 건 오시이 마모루의 극장판이겠지만 저는 티비판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캐릭터들의 개성이 가장 잘 표현된게 티비판이기 때문이죠. 스토리의 짜임새는 코믹스가 더 좋지만 유우키 마사미의 만화는 보다 보면 좀 심심하더라고요. 극장판은 1편까진 참 좋아합니다만 2편부터 오시이 마모루의 고질병인 원작 파괴병이 도져서 이걸 과연 패트레이버라고 봐야 하나 싶을 정도죠. 오시이의 전성기 때 만든 작품이라 완성도는 더할나위 없이 훌륭하긴 합니다만 특차2과가 활약하지 않는 패트레이버는 패트레이버가 아니라고 보는 입장이라 좀 아쉽습니다.
여하튼 세 편의 극장판과 신 ova를 끝으로 패트레이버 시리즈도 완결이 납니다만, 2014년에 실사판으로 부활합니다. 넥스트 제네레이션 패트레이버란 제목으로요. 오시이 마모루가 감독을 맡아서 야심차게 진행시켰지만 이 시리즈를 끝으로 패트레이버도 수명이 다하고 맙니다. 극장판을 제작할 때부터 다른 헤드기어 멤버들과 마찰을 일으켰는데, 다른 멤버들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 독단적으로 실사판을 제작하기 위해 스폰서를 모았기 때문이죠. 이후 헤드기어는 사실상 해체되었고 패트레이버 실사판도 원작 팬에겐 그럭저럭 괜찮은 반응을 얻었으나 후속작을 만들어 갈만한 원동력은 모이지 않았습니다. 난해한 작품만 만든다고 업계에서 외면받던 오시이 마모루를 구원해준게 패트레이버 시리즈인데, 트롤링으로 시리즈의 명맥을 끊어놓은 장본인도 오시이 마모루인게 좀 아이러니 하네요.
2016년에 오시이 마모루를 제외한 원 헤드기어 멤버들이 모여 패트레이버 리붓이라고 짧은 견본 에니메이션을 제작했는데 어째 새로운 소식이 들리지 않더군요. 패트레이버 시리즈가 나름 인기를 끌었긴 하지만 계속 신작을 만들기엔 2%부족한 감도 있는게 사실이긴합니다. 요즘 일본 애니 업계도 신작 가뭄이라 구작 애니들을 리메이크 하곤 하던데 패트레이버 시리즈도 부활했으면 좋겠네요.
여담으로 패트레이버 코믹스판과 애니판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는 카누카 클랜시란 캐릭터의 등장 여부입니다. 만화판에선 끝 부분에 잠깐 나와서 만화만 보셨던 분들이라면 이런 캐릭터도 있었나 싶을 정도죠. 맨날 사고치는 2호기 파일럿 오오타 이사오의 고삐를 휘어잡는 역할로 나옵니다. 외모는 냉정한 쿨뷰티 타입인데 빡치면 오오타보다 더 막나가는 폭주기관차 같은 성향이 있죠. 비슷한 시기에 방영한 zz건담의 히로인 루 루카하고 디자인이 비슷하기도 합니다. 성우가 건담의 세이라 마스죠. 카누카의 후임인 쿠마카미 타케오가 좀 심심한 캐릭터라 카누카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극장판1 오프닝 헤비 아머
헤비아머 라이브
극장판1 엔딩 햇살 속으로
패트레이버 ost Scramble
패트레이버 ost Northern Girl
패트레이버 시리즈 ost를 담당한 카와이 켄지의 음악입니다. 극장판 1편의 오프닝에 어우러진 노래가 엄청난 긴장감을 형성하네요. 중앙에 기타치는 연주자가 카와이 켄지인데 주로 지휘하거나 피아노를 치는 다른 작곡가와 달리 이분은 무대 공연시 기타 연주만 하더라고요 크크크. Northern Girl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노래인데 1분부터 들어보면 에반게리온 미사토 브금과 비슷한 느낌이 납니다. 경쾌한 멜로디가 성격이 밝은 주인공 이즈미 노아를 연상 시키네요.
구 OVA op 미래파LOVERS
TVA op2 컨디션 그린 ~긴급발진~
컨디션 그린 ~긴급발진~ 라이브
극장판1 ost 약속의 땅으로
신 OVA 이미지송 용기를 날개에 달아 라이브
Believe yourself Again
INTERFACE
About ni Melancholy
눈물의 한글인형
패트레이버 애니의 주제가는 거의 카사하라 히로코가 불렀죠. 음색이 청아한 가수라 참 좋아합니다. 컨디션 그린과 약속의 땅으로는 애니 노래글을 올리면서 몇 번 올렸던 것 같은데 패트레이버 주제가 중에 가장 유명한 곡이라 할 수 있습니다. 미래파 러버도 가오가이가로 유명한 타나카 코헤이가 작곡한 노래라 듣기 좋더라고요.
용기를 날개에 달아는 신 ova 최종화에 쓰인 엔딩곡 Wings to the Dream의 보컬 버전입니다. 최근에 찾은 노래인데 컨디션 그린 못지 않게 좋은 노래더라고요. 뒤에서 젊었을 적 카와이 켄지 옹도 흥겹게 기타 치시네요 크크크크
눈물의 한글인형은 놀랍게도 90년대 초에 나온 노래임에도 가사에 한글이 나옵니다. 노래는 카사하라 히로코가 부른 것 치곤 괴작 느낌이 나는데요. 어설픈 한글 발음으로 가사를 불러서 그런지 더 괴상하네요.
지켜주고 싶어
눈물을 찾아서
Tsumetai Kurai ga Suki
Close to You
마이 페이스
주인공 이즈미 노아의 성우인 토미나가 미나가 부른 노래들입니다. 아직 성우 아티스트 개념이 생기지도 않은 시절이고 본업이 성우인지라 가창력은 그저 그렇습니다만 패트레이버의 히로인 이즈미 노아에게 감정 이입하면 또 들어줄만 하더라고요. 이즈미 노아를 필두로 한때 보이쉬한 캐릭터들이 인기를 끌던 시기도 있었는데 요샌 이런 선머슴 같은 여캐가 인기를 끌 일은 없을테죠. 보이쉬도 나름 좋은데 말이죠.
극장판2 ost 추억의 베이브릿지
Sail Alone
밤의 벚꽃
아아, 중년의 로망이 느껴지는 노래들이군요. 추억의 베이브릿지는 극장판2편에서 아주 잠깐 개그씬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인데 이게 풀버전으로 있더군요 크크크크. 트로트라 좀 깨긴 합니다만 가사를 들여다보면 극장판 2편의 중요 스토리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패트레이버 본편에선 1소대장 나구모 시노부와 2소대장 고토 키이치 커플을 밀어주는 모양새였는데 극장판 2편에서 고토는 완전 차이게 되죠. 옛 남친을 잊지 못해서 썸씽이 있는 현 남친을 차버린다는 상황이 건담 0083의 니나 퍼플턴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뭐, 나구모 시노부는 니나에게 비교하는게 미안할 정도로 좋은 여자긴 하지만요.
요루노 사쿠라는 고토 대장이 부르는 트롯트입니다만, 나구모 시노부에게 차이고 쓸쓸하게 부른다고 생각하니 더욱 안타까워지네요 ㅜㅜ
고토 키이치는 패트레이버 등장인물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입니다. 얼핏 보면 무능한 상사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영리하고 게으른 상사 타입에 딱 어울리는 인물이죠. 패트레이버 본작에선 출세길이 막힌 특차2과의 대장이나 하고 있지만 왕년엔 잘나가던 '면도날' 형사였단 설정이 있습니다. 패트레이버 소설판에선 이 면도날 고토 에피소드를 더 자세하게 풀어주는데, 그 사연을 요약하자면 공안에서 출세가도를 달리던 유능한 경찰이었으나 경찰 내부 비리를 수사하던 중 너무 수사에 몰두했던 나머지 부인을 병으로 사별하게 되고, 경찰 조직에 회의를 품은 나머지 출세할 뜻을 접고 특차2과로 밀려낫다는 것이죠. 패트레이버는 레이버 액션도 좋지만 캐릭터들의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를 보는 재미가 쏠쏠했던 것 같습니다.
구 OVA ed IDLING for you
TVA op1 그대로의 너로 있어 줘
TVA ed MIDNIGHT BLUE
신 OVA op YOU ARE THE ONE
100 캐럿의 미래
극장판2 CM송 사랑을 잠들게 하지마
TVA ed2 파라다이스의 확률
Itagaru Hodo ni Dakishimetai
Seigi ga Koibito
PATLABOR '99
Never so Sweet
Silent.....
패트레이버 주제가는 컨디션 그린, 그대로의 너로 있어줘, 약속의 땅으로, 미래파 러버만 주로 들었는데 이번에 노래를 찾으면서 다른 주제가도 다 들어 보게 됐네요. 노래들이 괜찮으니 한 번 들어보세요. 추천곡은 사랑을 잠들게 하지마입니다.
사랑을 잠들게 하지마 영상을 보다보니 패트레이버의 메인 빌런인 우츠미 과장 이야기를 안하고 넘어갔군요. 우츠미 과장은 참 독특한 악당입니다. 만화나 게임을 보더라도 최종 보스가 인상 좋게 생긴 중년 샐러리맨인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죠. 주인공의 최대 숙적으로 내세우기엔 많이 부족한 캐릭터인데 본편 스토리를 따라가다보면 우츠미 과장의 은근한 악당 포스에 푹빠지게 됩니다.
일단 우츠미 과장은 코믹스와 애니메이션 판의 캐릭터 해석이 조금 다릅니다. 코믹스 판에선 자기가 갖고 싶은 장난감을 위해선 무슨 범죄던 서슴치 않는 혼돈악형 인물이지만 애니에선 그래도 회사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고 일정선을 지키줄 아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그래서인지 최후도 다르죠. 애니판에선 악역 포스와 비중이 약간 줄어든 대신 살아남았으니 우츠미 과장 개인으로썬 해피엔딩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주인공 이즈미 노아와 특차2과의 주적은 검은 레이버 그리폰이지만 패트레이버 세계 속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설계한 장본인은 우츠미 과장입니다. 서글서글하게 웃는 인상 속에 온갖 흉계가 오가는 걸 보면 구밀복검의 고사가 떠오르더군요. 유들유들해 보이는 인물이 더 무섭다는 걸 알려준 빌런이라 개인적으로 인상 깊게 남았습니다. 소설판에는 우츠미 과장이 리처드 웡으로 활동하던 시절 쿠마카미 타케오와 연애하는 스토리도 있는데, 어째 패트레이버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남자 운이 사납군요. 시노부도 쿠마카미도 나쁜 남자에게 빠져 고생을 하니 모범생일 수록 엇나가기 쉬운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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