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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7/11/29 00:49:55
Name 김연우
Subject 가속하는 플저전, 쾌검 난무
1.08패치 논쟁 중 한 마디

'사이오닉 스톰 데미지 128로 올리면, 저그가 토스 못이길거다.'

당시 토스가 저그에게 압살당하던 상황. 그래서 위 멘트는 무시당했다.


하지만 토스유저로서, 나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토스에게 스캔이 있다면, 저그에게 절대 지지 않을것이다'
즉, 저그가 뭘 하는지만 알고 거기에 보폭만 맞출 수 있다면 '순수 정면 싸움'에서 절대 안질거라는 자신감. 그만큼 사이오닉 스톰은 강한 것 이었으니까.



그리고 현재,
프로토스는 저그의 속도를 거의 따라잡았다.

프로토스의 가장 빠른 유닛인 커세어, 이 커세어의 활용도 상승은 커세어가 나오건 말건 저그가 토스를 '농락'하지 못하게 했지. 과거처럼 이리저리 찔러보고, 그러고도 '뒤'를 볼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니까.

속도를 따라잡은 토스에게 저그는 무엇을 대응할까, 정말 궁금했다.





...

겜덕후... 랄까, 친구인 푸른탄환, 녀석이 아머드 코어라는 게임을 하고 있는걸 보고 물었다.

'저기서 속도가 제일 빠른 놈이 누구야?'
'뭐뭐뭐가 빠르긴 한데 별 차이없어'
'왜 차이가 없어? 그거 특성 아냐?'
'속도가 빠르면 장갑이 두껍건 화력이 좋건 뭘 하던 못이겨'



아무리 강펀치를 지녔어도, 날렵하게 피해내는 상대에게는 무력하다.

저그는 그렇게 프로토스를 농락했다. 펀치력에서는 차이가 나도, 속도에서 엄청난 차이가 나기 때문에, 프로토스의 장점은 몽땅 무효가 되었다. 질럿이 강하면 뭘하나, 저글링은 도망다니며 프로브만 잡는데. 아콘이 강하면 뭐하나, 뮤탈이 피하며 프로브만 잡는데.


그런데, 프로토스가 그 '속도'를 따라잡았다.





저그는 어떻게 할까, 정말 궁금했다.
난 보폭을 따라잡은 토스를 인정하고, 빠른 속도 대신 펀치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정 반대. 저그도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과거와는 상상하지 못할정도로 판이 급격히 변화한다. 해설자의 입이 쫓아가지 못할 정도로 상황은 계속해서 뒤집힌다. 전장은 이리저리 움직이고 조합과 테크는 춤을춘다.

프로토스가 속도를 내자, 저그는 더더욱 속도에 매달렸다. 초음속의 사투 속에서 아직 페이스를 잃지 않은 것은 마재윤 뿐이다. 다른 저그들은 모두 프로토스에게 속도를 따라잡혀 그의 손에 내동댕이 치고 처참한.... 짓밟고 터저버리는 상황 속이다.


블루 스톰 전진 해처리는, '기동성'이란 측면에서 정말 '마재윤' 다운 선택이다. 토스가 미처 저그를 정찰하고 반응하기전 그의 공격이 작렬한다. 전진 해처리는 토스의 발목을 잡는 장애물이다. 마재윤은 스스로 빨라지는 것을 넘어서, 토스를 느려지게 만들었다.




프로토스의 더러운 손에 아름다운 자신의 드레스가 닿질 원치 않는 그녀가 신경질을 부린다. 빨라지고, 빨라지고, 더 빨라진다.
테저전,플테전 등등 다른 싸움들이 모두 갑옷을 굳게 갖추고, '막힐지 아는 공격'을 서로 행하고, 서로 막는 철벽의 병사들이 '예의상'공격하는 이때에
플저전은 서로 모든 갑옷을 벗고, 낭창낭창한 레이피어 하나 들고 자신의 검끝과 서로의 검끝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실날 같은 긴장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승부는 단 한합.






...





2007 EVER 스타리그  8강
마재윤 대 김택용




누가 되었건, 단 한번의 실수에 목이 끊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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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1/29 00:56
수정 아이콘
요즘들어보면, 저프전이 가장 재미있는것 같습니다.
김연우
07/11/29 01:01
수정 아이콘
수정하였습니다
스타2나와랏
07/11/29 01:08
수정 아이콘
프로토스의 더러운 손에 아름다운 자신의 드레스가 닿질 원치 않는 그녀가 신경질을 부린다 <- 저그가 여자인가요?^^;
글은 잘 읽었습니다
07/11/29 01:09
수정 아이콘
야밤에 글.. 감사합니다~
서지훈'카리스
07/11/29 01:15
수정 아이콘
다 읽고 나서 글쓴이 확인해 보니 역시나~
영웅토스
07/11/29 01:54
수정 아이콘
참 글 잘쓰시네요...!!
새벽에 갑자기 필받아서 누릅니다..!!
추게로 꺼져버려!
명왕성
07/11/29 01:56
수정 아이콘
"프로토스의 더러운 손에 아름다운 자신의 드레스가 닿질 원치 않는 그녀가 신경질을 부린다"

순간 마재윤선수가 드레스를 입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버렸....
노맵핵노랜덤
07/11/29 02:02
수정 아이콘
멋있습니다.
피안화
07/11/29 02:15
수정 아이콘
이번주경기 정말 기대되네요~
07/11/29 03:05
수정 아이콘
멋진 글이네요. 그러다 보니 마지막 오타가 너무 안타깝습니다. '누가 되었건'..

ps. 아머드 코어 팬으로 말하자면... 경장이 인기가 많긴 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경장이 최강인건 아닙니다;;; ㅜㅜ
도라지
07/11/29 03:06
수정 아이콘
캐리건을 말하는듯...
그런데 캐리건이 드레스를 입었었나요?
ArtOfToss
07/11/29 03:23
수정 아이콘
So1 때가 테란대 토스전이 정말로 많이 발전했던 시기였다면 지금은 토스대 저그가 급속도로 발전하는 시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일 있을 김택용 vs 마재윤의 매치가 정말로 기대되는거고요.
마술사
07/11/29 03:30
수정 아이콘
에게로!
엘케인
07/11/29 07:55
수정 아이콘
멋진 글! 잘 읽었습니다!!
라구요
07/11/29 08:45
수정 아이콘
표현이 멋지네요........
진짜 누가 지건 간에............ 패자는......... 또 몇달을 구설수와 입방아에 오를듯 싶네요..
풀잎사랑
07/11/29 08:56
수정 아이콘
근데 연우님 맞으시나요? 글쓰는 스타일이 많이 달라지신듯 한데..아닌가;
마치 pain님 스타일을 따라가시는듯한;;
예전 이공계 연우님만의 미칠듯한 분석글을 좋아하는 저로써는 이런 모에스러운
표현은 상당히 생소하다능;;;
그리고 멋진글 잘 읽고 갑니다...
Pride-fc N0-1
07/11/29 09:13
수정 아이콘
너무 보고싶어졌습니다 어서 빨리 금요일이 오기를... 무조건 3경기까지만 갔으면...
역대 최강 저그와 역대 최강 플토와의 매치!!
Go_TheMarine
07/11/29 09:27
수정 아이콘
이번 만큼은 역대저그 최강자가 이겨줬으면 합니다. 올 한해..너무 부진(?)했죠...
연합한국
07/11/29 10:02
수정 아이콘
이야... 제가 스타를 다시 시작한 이유도 연우님의 더블넥덕분 이었죠.. 항상 테란전 죽쑤다가 연우식더블넥을
마스터 한후 테란전이 가장 쉬워요... 라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아무튼 좋은글 감사하고 피지알로 컴백 정말 감사드립니다.
07/11/29 10:39
수정 아이콘
이야, 최근 읽은 중 가장 멋진 글이네요. :D
그 저플전의 핵심에 서있는 선수가 다름아닌 마재윤과 김택용이라 앞으로의 전개가 더욱 기대됩니다.
07/11/29 11:37
수정 아이콘
최고수들에 대결 정말 기대됩니다
요새 토스 유저들에 실력이 정말 상승된거 같습니다 힘과 동시에 유연성까지
ClassicalRare
07/11/29 11:40
수정 아이콘
기다리고있었습니다 이런글~!!
07/11/29 12:13
수정 아이콘
멋진글입니다. 이런글이 조금 게임전에 난무해야.. 기대감을 가지고 게임을 볼텐데.. 이런게 없는 pgr은 앙꼬없는 찐빵?
오소리감투
07/11/29 12:40
수정 아이콘
에게로~!!!
근래 토스 대 저그전은 무조건 챙겨봅니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강민이나 박지호 정도만이 저그 상대로 그래도 해볼만한 싸움을 펼쳤다면,
요즘은 그야말로 대부분의 토스들이 개안(?)을 했는지 저그와 비등하게 맞서 싸우더군요.
오히려 토스 대 테란이 더 기운듯한 느낌마저 들더군요...
섬맵 외에는 토스에겐 답이 없던 시기도 있었는데, 요새는 참 격세지감이랄까요~
나두미키
07/11/29 15:46
수정 아이콘
아.....연우님..
07/11/29 16:33
수정 아이콘
글 정말 멋지네요...ㄷㄷㄷ
마음의손잡이
07/11/29 17:52
수정 아이콘
하고 싶은 얘기를 멋진 문체로 표현
새벽오빠
07/11/30 00:44
수정 아이콘
멋진 글, 에게로.
라울리스타
07/11/30 01:07
수정 아이콘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스타의 꽃은 역시 저테전으로 여겨졌습니다. 스피디한 진행과 한끝발차이의 진검승부. 그리고 소외된 프로토스...

2006년 신한 시즌 1 조용호 vs 한동욱, 두 스타일리스트들의 경기를 마지막으로 전부가 더블커맨드 vs 3해처리로 패턴화, 고착화 되고, 전부 베슬과 디파일러 이후를 바라보는 플레이들을 선호하다보니 현재는 가장 루즈한 타종족전이 되었지요.

반면, 원사이드한 경기가 많았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토스가 저그에 대해 눈을 뜸에 따라 마재윤을 제외한 모든 저그들과의 계속된 난투. 싸우고, 자원먹고, 싸우고, 자원먹고 저글링-질럿으로 시작해서 울트라-아콘까지 계속되는 전투....

그리고 마재윤을 과연 누가 극복할 것인가?

저그와 프로토스...요즘 정말 흥미로운 전쟁중이지요.
이카르트
07/11/30 12:39
수정 아이콘
웬만하면 댓글에 손이 잘 안 가지만, 이 말은 안 할 수가 없군요. 멋집니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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