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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1/31 21:41:37
Name Dalek
Subject [일반] '너의 이름은' 을 봤습니다(스포)
설 연휴 얼결에 '너의 이름은'을 봤습니다.
초속 5센티미터와 언어의 정원 합본을 극장에서 보고 난 이후 다신 극장에선 안보겠다고 했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을요.
이 감독은 저와는 참 맞지 않는 감독입니다. 저는 디테일하고 현실적인 작화의 화려함은 언제나 실체를 담아낸 핸드폰 영상보다 못한다고 주장하고 애니메이션의 덕목은 현실에서 구현할 수 없는 것을 그려주는데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애니메이션은 오히려 일반 실사 영화보다 더욱 탄탄한 장면 구성을 가져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저는 영화에 흐르는 일본어 가사로 된 애니OP나 ED스타일의 음악들을 들으면 모든 몰입이 깨져버리는 타입이라.. 정말 상극 중에서도 상극인 감독입니다. 개인적인 불호의 표현은 여기까지..

영화에 관해서 이야기 하자면..
영화는 큰 무리없는 흐름으로 진행되어갑니다. 둘이 몸이 바뀌고 꿈인줄 알았다가 꿈이 아닌걸 알게 되고...근데 그 전체의 흐름을 위해 모든 디테일을 스킵해버립니다. 으잉? 하는 의문이 자동으로 들만큼요.

이 영화에서 의문이 생겼던 것들은 크게 몇가지 있습니다.

첫째. 둘의 사랑?

이건 오히려 엔딩쯤의 사랑은 이해가 갑니다. 그러나 처음 여자주인공이 울던걸 이해할 수가 없어요.
주제가 사랑에 관하여 이야기하는데 이 둘은 사랑에 빠졌다! 라고 할 도입부의 중요성은 당연하거든요. 영화든 어느 매체든 사랑에 빠지는건 일정한 구조가 있습니다.
1. 이미 사랑하는 사이에서 시작하거나
2. 첫 눈에 반하거나
3. 티격태격하다 사건이 생기고 사랑하거나
4. 처음부터 험난한 고난을 겪으며 엔딩에 사랑하거나
거의 이 4가지의 폭에서 사랑의 방식이 결정되죠.
그렇다면 남주와 여주의 처음 사랑은 3과 4 사이에 있어야 할겁니다.
그러나 1번과 3번 4번이 합쳐져 마지막 엔딩이 된 것과는 달리 이 둘이 사랑하게 된 계기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우선 1번은 절대 아니고, 둘 다 서로의 몸에 있을 때 서로의 외모에 혹하는 장면이 없었으니 2번은 아니고, 3번은 티격태격하고 있는 중에 사건이 터지는게 없어요. 그나마 이 구조를 위해서 투입된게 선배이긴 한데 "사실 생각해봤더니 내가 걜 좋아했어" 라고 하기엔 그 감정이 생기는 게 나와야 맞을 장면들이 음악과 함께 그냥 넘어가 버리니 그저 영화에선 "응 이 둘은 원래 사랑할 운명이야" 라고 주장할 뿐 근거가 없게 됩니다. 그 후에 겪게 되는 일들은 이미 "내가 이 사람을 좋아하는구나"에서 시작되야 하니까요. 뭐 현실의 사랑도 이런 경우가 있다. 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어느 영화든 오로지 우연만으로 사건을 해결해버리면 개연성이 없지만 현실에선 오로지 우연만으로 해결되는 경우는 있잖아요? 최소한 그 사랑이 영화의 큰 줄기라면 이렇게 얼렁뚱땅 넘기는 건 아니죠.

둘째. 너희 왜 그렇게 쉽게 납득해?

여주의 친구인 여자와 남자가 있습니다. 뭐 남자야 원래 오컬트 신봉자고 이런 사건을 즐기는 타입이니 타입상 납득했다고 치죠. 문제는 이 남자의 이런 공상에 여주와 함께 태클을 걸던 그 친구 여자가, 너무 쉽게 믿어버립니다. 영화에선 여주몸에 들어간 남주가 제대로 설득하지도 않아요. 심지어 남의 몸에 들어가있다는 것도 제대로 설득안하는데 그게 미래에서 온 인간이고 우리 마을은 운석으로 터져...라는 말도 안되는 주장을 너무 쉽게 따라줍니다. 아 친구라서 믿어줄 수도 있죠. 그리고 그 기간동안 얘가 이상했던걸 생각해보면 그럴듯 할 수도 있어요. 근데 문제는 이 여자애가 하는 행위가 너무 어마무시한 짓인데도 불구하고 설득도 제대로 안했는데 저질러버린다는 겁니다. 영화에서 저 무식한 짓을 달랑 정신분열인지 진짜인지 확신도 못하는 친구가 한말때문에 저지른다고?! 라는 생각이 바로 들 수 밖에요.

마지막. 당신... 갈등 요소 중 하나 아니었어?

사실 저 여자친구보다 더 말도 안되는 사람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여주 아버지요.
여주 아버지는 영화 초반부터 둘이 별로 사이가 안좋음이라는 설정을 시간써가며 보여주고 지나갑니다. 즉 여주와 아버지의 대립은 이 영화에 있어서 또 다른 큰 줄기가 될 것처럼 설정되어 있다는 거죠. 그런데 이 여주 아버지는 막상 저 운석이 떨어진다는 상황에 큰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그냥 수긍해버립니다. 대체 이 대립은 왜 만든겁니까? 그리고 냉철하고 현실적인것처럼 보인 아버지는 단지 딸의 저 말에 그렇게 쉽게 협조하는건가요?
영화에 "응 갈등 봉합이야"라고 하기엔 그냥 이 남주의 영혼이 데우스엑스 마키나급이라고 밖에 할말이 없습니다. 평소 오컬트 좋아하는 친구/그 친구 뭐라하는 친구/현실적이고 선거가 얼마 안남아 이런 해프닝이 전혀 반갑지 않은 사이가 좋지 않은 아버지. 이 모두가 별다른 설득의 과정도 없이 OK해버리는건, 정말 남자 주인공의 영혼이 치트키인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 영화가 일본에서 흥행했고, 한국에서 흥행하는지는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영화는 상처를 핥아주는데 그 의미가 있어요. 자연재해로 상처를 받았던 일본의 국민들과 인재로 상처를 받았던 한국의 국민들..
"만약 지금의 내가 그 상황으로 갈 수 있었더라면 그렇게 많은 이가 세상을 떠나지 않도록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배를 못타게 할 수는 없어도, 선장의 지시를 무시하고 바깥으로 나와 구조요청을 하도록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이러한 생각들... 많이들 해보셨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이 영화는 이 if를 위해 억지로 그 상황을 "서로 몸이 바뀌면서 사랑하게 된 남녀"라는 도구를 통해 만들어낸 것에 가깝습니다. 그 상황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할 이유. 그 상황을 겪게 되는 이유. 이 두가지를 위해 여주와 남주를 배치한 것이고 그들에게 그런 감정을 주는 것이고, 그렇기에 저런 스토리의 서사는 아마 감독도 크게 중요하지 않게 생각했을 거라고 느꼈습니다. 즉 위에 들었던 의문은 이 이야기의 그럴듯함에는 분명 합당한 의문이긴 하지만 이 영화가 하고자하는 이야기에는 별 의미가 없는... 그런 의문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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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1/31 21:55
수정 아이콘
저는 예쁘게 꾸민 사랑이야기의 왕도라고 느꼈습니다. 재난에 대한 치유의 감정과 그로 인한 호소력을 노렸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영화 내내 보여준 건 두 주인공의 감정이었고, 사람들이 거기에 설득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서사가 부족하긴 한데, 사람 좋아하는 데 별 이유 없다는 게 중론이기도 하구요.
17/01/31 22:00
수정 아이콘
사실 저는 둘의 사랑이야기로 보면 정말 완전한 졸작이라고 생각해요.
사랑을 이야기하는데 있어 어느 작품이든 그 사랑에 도입부와 엔딩이 제일 중요한데 도입부가 홀랑 날아간듯한 구성이거든요.
영화가 애초에 스킵하는 구간들이 다 사랑영화라면 중요한 부분들이라고 생각해서.. 소위 우연히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영화에서 한눈에 반하는 걸로 대체하기 마련인데 이 영화에서 둘이 첫눈에 반했느냐 그러면 아무도 아니라고 할거거든요.
그래서 생각해봤는데 전작 2개에서는 엔딩이 문제였지 저 도입부에는 충실했던 감독이거든요. 근데 이번작은 아예 맘먹고 날린것처럼 유야무야넘겨서 오히려 그냥 이 둘의 관계는 저 마지막 행위를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고 느꼈어요.
유스티스
17/01/31 21:57
수정 아이콘
사랑의 계기에 대한 얘기가 이 영화관련해서는 많은데 몸이 바뀌는데 그만큼 특별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사랑이란게 뭐 그리 대단한 무언가가 필요한지 모르겠고 미츠하가 행한거처럼 궁금해, 실제로 보고싶다, 보러가야지 정도면 이미 우리들의 썸은 트리거가 걸린 상태이고요.
17/01/31 22:05
수정 아이콘
주제가 사랑이려면 이 영화는 둘이 사랑하는데 근거가 있어야되죠. 왜냐하면 그 사랑에 빠지기까지 영화의 시간을 꽤나 잡아먹거든요. 만약 현실처럼 뭐가 그리 필요한가 하는 마인드면 초반이 짧고 둘이 우연히든 뭐든 사랑하게 됐다에서부터 이야기가 길어져야하는데 이 영화는 그렇게 보기엔 초반이 너무 길어요. 심지어 그렇게 할거면 필요없어지는 선배 캐릭터도 남구요. 더군다나 서로 사랑하는걸 알았다부터는 이 영화는 저 엔딩을 향해 초점을 맞추고 달려버리기 시작하면서 둘의 연애감정은 행위의 근거로만 남지 영화내에서 큰 에피소드를 만들지 못하구요.
유스티스
17/01/31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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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바뀌면서 서로의 생활, 삶을 공유하는데 그 이상의 근거가 필요한가 싶습니다. 그걸로 부족하다면, 부족하다는 분들이 계시다면 서사가 보편타당성을 못갖는것이긴하겠으나 충분하다고는 생각합니다.
17/01/31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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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그런 느낌은 영화에서 무인도에 남녀 둘이 떨어졌는데 둘이 그저 생존만 열심히 하면서 딱히 뭔가 감정선이 안나왔는데도 구조되고 나서 서로 이미 엄청 사랑하는 사이야! 하는 느낌이랄까요. 상황은 이상하지 않은데 감정의 묘사라고는 없어서 보다보면 "으잉?"하는 그런 느낌이에요. 이런 것들을 익숙하게 넘기시는 분들은 대개 일본 애니메이션에 익숙하신 분들이 많으신거 같아요. 뭔가 제가 잘 모르는 익스큐즈되는 지점이 따로 있는 느낌?
유스티스
17/01/31 22:24
수정 아이콘
오히려 일본 애니메이션에 익숙한 분들이 팩폭맞은 부분이 이 사랑에 대한 부분 아닌가요. 과도한 개연성을 강조하고 중요시하는, 명시적으로 설명이 다 되어야만 납득하는 분들이요. 이 영화가지고 오프라인에서 얘기를 나눈 사람이 여자친구인데 여자친구도 사랑감정선에 대해서는 그냥 서로 넘어갔던게 생각나구요. 무인도 비유는 과도한 비약같구요. 이 너의이름은에서 비유하신대로 둘의 삶에 아무관심없이 살았나요. 남자는 여자의 삶에 대해 그 술 가져다 주면서 깊이 생각도 하고, 여자는 남자의 연애에 남자보다 더 몰입하구요. 둘의 관심, 호기심, 애정, 사랑으로의 진보 및 변주는 충분히 영화에서 드러나는것만으로 납득하고 넘어갈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7/01/31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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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요. 환경이 주어지면 감정선 묘사가 없어도 그냥 개연성이 있다라고 받아들이는 부분이라고 해야되려나요? A랑 B는 오래된 소꿉친구인 이성이야. 라는 상황만 주어져 있어도 개연성이 있다고 받아들여주는.. 그런 느낌이에요.
무인도에서도 둘이 뭐 서로 밥먹는거 같이 보고 서로 필요한거 만들어주고 이랬겠죠. 근데 그런 그냥 일상적인 생활만이 나오다가 구조된 후에 뜬금없이 우린 너무 사랑해서 꼭 만나야겠어! 라고 하면 얼마나 이상한가요. 상황상은 남녀 단 둘이/무인도에서/서로 협조해가며 살아왔다. 면 사랑에 빠져도 이상하지 않지만, 그 둘이 사랑하는 영화라면 둘 사이에 감정이 진행된다는게 영화상에 감정선 묘사가 진행되어야 하듯이 둘 다 서로의 몸에 들어가 서로 생활하고 서로가 지켜야 할 점들만 나오고 코믹영화처럼 진행될 뿐 서로가 어떠한 감정을 가진다는 장면은 한씬도 나오지 않아요. 그러다가 뜬금없이 여선배로 이어지죠. 그러면서 갑자기 사랑한다는 걸로 바뀌어 버리구요. 뭔가 상황은 그럴싸한데 장면동안 나온 게 없어요.
백번 양보해서 아 둘이 서로에게 관심이 생기겠구나.. 하는 점까지 갔다고 쳐도 그 후에 감정은 거의 로미오와 줄리엣 하이라이트급으로 달리기 시작하는데, 그 지점과의 간극이 너무 크죠
유스티스
17/01/31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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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간극이 다른 서사의 전개를 위해 생겨났고 설명이 부족하다고 보는걸 이해하기는 하겠는데 이 영화의 사랑에 설명이 부족하다는 주장이 이 영화의 사랑의 비약보다 더 비약같습니다. 감정을 가진다는게 한 씬도 안나오는건 아니죠. 여주가 궁금해서 남주를 찾아가기까지 하고, 그 씬이 영화 시작부터 나오는데요.
17/01/31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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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그 둘이 투닥거리는 장면은 정말 빠르게 숏으로 넘어가고(여기가 제가 말했던 [그 감정이 생기는 게 나와야 맞을 장면들이] 입니다.)이 장면에 대해 익스큐즈가 되어 있지 않으면 그저 남자애가 궁금해서 찾아간건지 아니면 사랑하게 된건지 모를일이거든요. 둘이 좋아하게 되고 이런 감정의 흐름이 나온 게 아니라 상황에서 상황으로 이야기를 해결해버려요. 둘이 몸이 바뀌고 서로 규칙해서 생활함- 찾아가봄- 시간대가 달라 날 모름- 아 내가 얠 좋아했구나. 라는 상황으로 보면 그럴듯한데 영화에서는 저 울음을 보고 "엥 사랑에 빠진거였어?" 하는 당혹함이 생긴다는거죠
유스티스
17/01/31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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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에서 상황, 그게 뭐가 부족하고 당혹스러운지 모르겠습니다. 관심있어, 좋아해, 사랑해, 라고 대사든 뭐든 메시지가 있어야 하나, 라는 생각이 계속 맴돕니다. 이미 행동과 씬의 묘사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여주가 동생에게 얼버부리며 도쿄가는 그 씬만으로 관심있네 얘, 하고 보기 충분하지 않나 싶구요. 그게 관심이든 호기심이든 애정이든 사랑이든 뭐든 특별한 감정 그걸로 충분한데, 뭔가 사랑이라는 관념을 고정시켜놓으신게 아닌가 싶네요. 글에서도 구조를 고착화시켜놓으신것도 그렇게 느껴지구요.
17/01/31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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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스티스 님// 행동과 씬의 묘사가 없다는거죠.
그냥 찾아가는게 사랑하는건지 아닌지 어떻게 압니까. 내가 누구랑 몸이 계속 바뀌어요. 그럼 그 사람 한번 찾아가보고 싶어지는게 어떻게 사랑이라고 바로 해석이 됩니까. 제가 모르는 부산사는 남자랑 몸이 계속 바뀐다고 해도 한번쯤 찾아가보고 싶어질테고, 저라면 찾아가볼텐데요. 누가 왜 부산가냐고 물어보면 이 상황을 설명할까요 얼렁뚱땅 넘길까요. 제가 하는 선택이 사랑이라고 해석하시겠어요?
저 장면에서 이렇게 해석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정도로 둘의 감정적인 교류가 부족한데, 상황에서 상황으로 해결하는 걸로 설득력을 가진다는게 이상하다구요. 둘이 몸이 바뀌는 상황- 그래서 여자가 바뀌던 남자를 찾아가본 상황 이 두가지 상황으로 사랑의 묘사가 퉁쳐진다는게 관객이 상황 고려해서 이해해주는거지 어떻게 사랑에 대한 묘사가 되나요. 둘 사이의 특별한 감정이 있다 정도로 해석하고 넘어가는거면 그냥 제가 이해한 방향이나 다를바가 없고, 둘의 사랑으로 해석하려면 이상해진다는거죠. 감정씬이 묘사가 된게 단 하나도 없다가 여주가 울어요. 거기서부터 서로 이성으로 감정이 있다고 시작되는건데 그 전까지 흐름에서 그 둘 사이에 무슨 감정적 교류가 묘사된 게 있나요. 그냥 상황상 그럴만하니까 "원래 사랑은 뜬금없다"느니 "상황상 이상하지 않다"라는 말이 나오는거고 관객들이 이해하고 넘어가는거지 영화에서 묘사는 제대로 한게 없어요.
유스티스
17/01/31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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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lek 님// 도쿄까지 찾아가는 그 궁금함이 특별함으로 보이고 그게 연애감정으로 볼수 있다는거죠. 그 특별함이 왜 연애감정, 사랑과 분리되는지, 설명이 부족한지 모르겠습니다. 그 이후 행동들, 몇년 뒤에 뭔가 잊은게 있는거같다, 보고싶은 사람이 있다, 싶은 감정으로 여운이 남는게 어색하지 않다는거죠. 그리고 여주가 우는 시점은 남주를 보고와서 자고 일어나서 우는거 아닌가요. 연락안되고 보고왔는데 시간도 어긋나있고 아직 자기를 모른다는 생각 그런 복합적인 특수한 상황에서의 감정을 눈물로 표현할 수 있다고 이해가 됩니다. 그런 부분들이 이해가 되는걸 강요할 마음이 없으나 애정선 묘사로 인지한 부분들이 있는데 그게 제대로 안됐다고 주장하는건 조금 이상합니다. 결국 정도의 차이라는건데 그 둘의 감정을 어느 부분에선가 정도 이상으로 인지하시고 쓰신게 아닌가 싶습니다.
17/01/31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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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스티스 님// 도쿄까지 찾아가는 궁금함은 그냥 누구든 저런 상황이 되면 궁금해질 수 있는 상황인데 거기에 연애감정이라는 해석을 해준다는 것이 애초에 상황만으로 영화의 부족한 감정묘사를 대체하고 있다는 거라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상황상 연애감정으로 볼 수 있죠. 근데 상황상 연애감정이 아닐 수도 있어요. 이 둘 중에 연애감정으로 감독이 의도했다면 당연히 그 전에 장치가 하나 더 있어서 감정적인 교류가 있었다면 확실하게 전자가 되겠죠. 그런 면에서 터무니없이 부족하다구요. 그냥 찾아가봤고 몰라봤고 그걸 깨닫고 속상해서 울었다고 해도 상황해석에 무리가 없는데, 이 둘의 사랑이야기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면 정말 심각하게 못만든 이야기가 되는거죠. 그렇기에 이게 사랑영화야? 라는 의문이 들었던 거고 끝까지 보고 나선 중요한건 이 둘의 이야기가 아니었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는게 본문글인데요.
유스티스
17/01/31 23:39
수정 아이콘
Dalek 님// 그런 행위를 연애감정, 호감으로 안보면 그 행동에 대한 설명은 뭐가 남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 마일드한, 소프트한 감정선들을 가진 영화들이 몇몇 생각나는데 사랑영화의 범주가 다른건가 싶네요.
17/01/31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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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스티스 님// 그 행위에 대한 설명은 여러가지가 가능하죠. 제가 말씀드렸듯이 제가 누구랑 몸이 바뀌거나 하면 그 사람에게 이성적인 감정이 없어도 그냥 찾아가는게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궁금하니까요. 이 사람이 누군지. 근데 이렇게 찾아간 사람이 아직 나를 아는 사람이 아니라는걸 알면 속상할수도 있습니다. 기대하고 갔는데 실망했으니까요. 이렇게 해석해도 아무런 무리가 없습니다.
단지 연애감정으로 바꾸려면 단순히 여주가 여선배의 머리모양처럼 묶었다가 아니야..하고 풀어버린다던가 여선배의 사투리가 아닌 말투를 따라해보다가 뭐하는 짓이야 하고 체념한다던가 하면서 이게 좋은가 중얼거리는 한 컷, 남주가 여선배가 아닌 여주가 꿰메준 여선배의 옷을 보고 피식 미소짓는다거나 선배에 관한 일기를 쓰다가 여주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더 많이 쓰는 자신을 발견하고 왜 이러냐 한다던가 하는 10초 내외의 컷 몇개면 저 상황을 다르게 해석할 수가 없어지죠. 이건 상황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감정을 보여주는 컷이니까요.
비슷한 소재인 말할 수 없는 비밀에서 잘나오는데, 여주는 남주가 피아노칠때 다른 여자아이랑 마주쳤을때 낙담하는 표정을 잠깐 보여줍니다. 후에 맨 처음 본 사람만 볼 수 있다는 사실과 결부되어 아 여주가 남주를 보기 위해 이 미래로 왔구나 라는 걸 알 수 있는 떡밥이 되고, 여주가 눈을 감고 길을 외우는 장면을 통해 확인사살 시켜버리죠. 일반적인 사랑 영화에서 아무리 소프트하다 하더라도 상황에서 상황으로만 해석하려는 장면은 안나옵니다. 둘 사이에 감정이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컷이 들어가죠.
17/01/31 22:26
수정 아이콘
보통 실제로도 그러지 않나요?
정말 뜬금없이 사귀고 결혼하는 케이스가 현실에서도 희귀 케이스는 아니라서...
틀림과 다름
17/01/31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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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영화는 보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글 쓰신분이 궁금해 여기는것에 대해 제 나름대로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게 뭐가 중요해?"
이야기를 이어 나가는데 있어 중요한 요소, 감독이나 시나리오 작성한 사람은 그것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은거죠
그런 하나 하나 디테일하게 이끌어 나간다면 감독이나 시나리오 작성자가 할려는 애기가 줄어질테니깐요

우리는 트랜스포머1을 볼때 시나리오보다는 변신장면에 더 몰입했잖습니까
그걸 더 중요하게 만들었으니깐요
17/01/31 22:02
수정 아이콘
문제는 그렇게 따지자면 저 아버지와의 대립에 초반에 나왔던 장면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제 생각에 이 영화는 분명 써놓은 이야기를 시간에 맞게 잘라버리면서 그 과정의 이야기가 다 잘려나간 영화라고 봐요.
아마 감독 머리속에는 저런 설정이 다 잡혀있고 본인은 설득력있는 구조를 만들었을텐데, 영화내에선 나오지 않는?
틀림과 다름
17/01/31 23:00
수정 아이콘
밑에 카발리에로님이나 호리 미오나님이 댓글로 잘 설명해주셨네요
그외 다른분들도 다셨고요
17/01/31 23:15
수정 아이콘
네 영화에선 절대 알 수 없었던 부분이라 이제야 좀 이해가 갑니다.
카발리에로
17/01/31 22:08
수정 아이콘
아버지의 속내나 그런 부분의 경우 소설로 판매되는 외전에서 좀 상세히 다뤄주더군요. 물론 영화만 보자면 좀 애매해 보인다는데 저 역시 동감합니다.
17/01/31 22:10
수정 아이콘
역시 영화내에서 안나온 설정들이 있나보군요..
호리 미오나
17/01/31 22:16
수정 아이콘
말씀하시는 디테일한 부분에 대한 연출이 이 감독은 항상 부족합니다.
그래서 거의 매번 자기 영화를 낼 때마다 직접 쓴 외전급 이야기를 곁들인 책을 냅니다;;
Faker Senpai
17/01/31 22:12
수정 아이콘
저도 기대만큼은 아니였지만 재미있게 봤습니다.

의문1. 저는 개인적으론 2번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서로를 만난적은 없고 상대방이 되어보고나서 거울이나 만져서 탐사를 하게되면서 정작 좋아한다는걸 잘몰랐다고 생각되요 미츠하가 타키와 여선배의 데이트를 잡고나서 깬 직후 우는자신에게 놀라는 모습은 미처 몰랐던 마음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리곤 바로 타키를 만나러 도쿄로 올라가서 자신을 못알아보는 타키에게 상심, 머리를 자른거로 생각됩니다.

의문2. 저도 친구들이 너무 쉽게 밑어주네? 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일단 미츠하의 배경(신을 모시는 가문), 의식을 하면서 술을 만드는장면에서 대사를 보면 미신이라 생각하지 않고 신의 존재자체를 믿고있다는점 마지막으로 미츠하가 그간 보였던 신중한 성격 때문에 믿어주는거 아닐까 생각을...

의문3. 영화에선 설명이 부족했는데 만화에선 설득하러 아버지앞에 선순간 미츠하뒤에 미츠하의 어머니의 모습이 보입니다. 또 미츠하, 미츠하의 어머니, 할머니가 신기한 꿈을 꾸는 경험을 해봤다는점에서 또 처음 미츠하가 설득하러 갔을때 아버지가 미츠하가 아닌걸 눈치채고 넌 누구냐고 물어봤던걸 감안했을때 아버지와 미츠하 어머니역시 몸이 바뀌는 경험을 했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17/01/31 22:19
수정 아이콘
1번은 첫눈에 반했다...고 하긴 조금 미약하고 나도 모르는새에 좋아하게 되었다. 정도라고 보는데 뭐랄까요. 힌트없는 추리소설같은 느낌이랄까요. 상황상 이해는 가는데 연출된 감정선이라고는 없는 느낌이죠.
2번은 그냥 믿어준다쳐도 한 일이 너무 거..대해서 얜 나중에 정수기랑 옥장판 집에 10개씩은 있겠다 싶던데요
3번이 제일 의문이었는데 역시 설정이 더 있긴 하군요.
cluefake
17/01/31 22:20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아버지부분은 거슬리지 않았어요. 아아, 저거 들어주겠구나 그런 생각이 계속 들어서. 서사가 부족하기는 한데 크게 거슬리지는 않더군요. 일부러 생략한 느낌이라.
17/01/31 22:25
수정 아이콘
솔직히 너의 이름은에 나오는 두 남녀주인공의 만남이 사랑이라고까지는 생각이 들지는 않습니다. 그저 동경 그리움? 그리고 청소년들이 서로 이성에게 끌리는 좋아함정도?

둘이 만나서 서로 껴앉거나 키스를 했다면 저도 어색하게 생각했을듯 하지만 둘은 그런 신체적 접촉없이 서로 만나서 감격해서 눈물만 흘렸을 뿐입니다.

그정도까지 감정이 가기에는 충분한 사건이 있지않나요? 고등학생 남녀가 서로 몸이 바뀌고 그러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그러다 갑자기 만나지 못하다가 힘겹게 다시 만났는데 그정도의 감정의 교류는 충분히 개연성이 있다고 생각되는데요. 그냥 첫눈에 반해 좋아한다고 고백할수있는게 그 나이대의 학생들의 모습일텐데요.

서로 사랑하지 않더라도 그동안 자주 만나다가 갑자기 연락이 끊겨 못만나다 힘겹게 다시 만나면 감격해서 눈물도 나고 그럴수 있지 않나요

그리고 딱히 둘이 서로를 위하는 장면이 없었던것도 아닌게 미츠하는 타키의 첫사랑을 위해 데이트 노하우를 일일이 검색해서 알려주고 타키는 미츠하를 위해 미츠하를 괴롭히는 3인방을 혼내주고 카페를 좋아하는 미츠하를 위해 나무로 카페를 만들어줍니다.

그런상황에서 서로 좋아하는 감정이 든다는게 그렇게 개연성이 없다고는 생각이 되지않습니다.

둘사이의 감정이 정말 찐한 사랑이라기 보다는 그냥 중고등학생들의 풋풋한 동경 좋아함정도라고 보였기에...
17/01/31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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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쪽은 좀 그런 느낌이 드는데, 남자쪽에선 거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찍기 시작해서 그 괴리가 좀 심하게 느껴졌던거 같아요.
오히려 이런 소재로 둘이 사랑하는걸 그렸던 시월애나 어렸을때 봤던 체인지라는 영화에선 그 둘이 투닥거리고 도와주는거에서 점점 연애감정으로 발전하는걸 관객 모두가 알 수 있었는데 얘네는 상황은 그럴듯하고 현실에서도 뜬금없이 동경해본적있는 걸로 퉁치고 넘어간달까..
말할 수 없는 비밀도 매우 비슷한데 이 둘의 감정선은 영화처음부터 끝까지 가져가면서 둘이 사랑하고 그래서 남자가 그런 선택을 하고, 여자는 이 남자에게 보이기 위해 길을 외우고.. 풋풋한 고교시절 사랑이라고 해도 뜬금없음이랑은 조금 다르게 넘어가거든요.
17/01/31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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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쪽도 뭐 특별한걸 한건 없지않나요? 바로 전까지 잘만 서로 이야기 주고받고 몸이 바뀌고 하던 여자애가 갑자기 연락이 두절되어서 찾으러 여행을 가고

그러다 여자애가 이미 죽을 운명이라는걸 알게되고 그 운명을 바꾸기위해 찾아간건데 여기서 뭐 열렬히 사랑한다라는 묘사는 나오지 않았던거 같습니다.

타키의 미츠하에 대한 감정은 손바닥에 써준 그대로 딱 좋아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고 곧 죽을지 모르는 사람을 구해주려고 하는건 이전에 나온 묘사대로 정의감이 투철해 불의를 보면 다칠정도로 싸우는 타키를 생각한다면 당연한 행동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타키가 갑자기 미츠하를 끌어앉고 사랑해라고 한다던지 키스를 한다던지 했으면 좀 오버였겠지만 영화에서 나온 행동만 봤을땐 그정도는 아니었거든요. 그렇게 로미오와 줄리엣 식 열렬한 사랑의 모습까지는 보여주지 않은 것 같아요. 미츠하를 살릴려고 애쓴것도 꼭 미츠하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죽을 위기에 처한 사람을 꼭 살려야한다는 타키의 정의감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타키가 처음에 상처를 입은것도 정의를 위해서 질걸 알면서도 싸우다 그렇게 상처를 입은거거든요. 미츠하가 아니고 다른 남자애였어도 타키는 목숨을 살리기 위해 그렇게 애썼을 겁니다.

그외는 타키가 특별히 지나칠정도로 갑자기 미츠하를 열렬히 사랑한다는 묘사나 연출은 없었던거 같습니다. 타키가 미츠하를 기억하며 외친것도 잊어선 안된 사람이었지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은 아니었죠.
17/01/31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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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학교를 빼먹고 모든 자료를 공부하고 사람들을 제쳐두고 박살난 마을을 헤집고 들어가 여주가 만든 술을 마시는 장면의 절실함을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설득력을 부여하고 있다고 봐요. 애초에 맨처음부터 여주가 죽은걸 안 상황도 아니고 남주가 생사 여부 모를때부터 여주를 찾기위해 하는 각고의 노력부터가 갑자기 혼자만의 감정을 증폭시키는걸로 보여서..
17/02/01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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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빼먹었다라고는 나오지 않았습니다만... 츠카사까지 같이 따라간걸보면 그냥 주말에 시간내서 간거라고 보이는데요. 작중에서 타키가 미츠하를 찾기위해 보낸 시간도 딱 1박2일이고요.

그리고 여주가 남긴 술을 마시는게 곧 열렬한 사랑으로 연걸될만한 무리수로는 생각되지는 않은데요. 그리워하고 동경하는 사람을 만나기위한 연출정도지 막 열렬히 사랑하고 사모하는 님을 만나기 위한 연출로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나이때는 뭐 하나에 꽂히면 거기에 열성을 다하는 나이고 그게 꼭 사랑을 의미한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원래 그 나이때는 그냥 게임하나라도 꽂히면 막 파고드는 나이잖아요. 하물며 몸이 갑자기 바뀌는 이상현상을 여러번 겪었고 그러다 갑자기 몸이 안 바뀌고 더이상 여자애와 연락이 안되는 상황이되면 다시 연결이 되기 위해 빠져드는게 그 나이때라면 딱히 이상하게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Jace T MndSclptr
17/01/31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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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 정말 내가 쟤를 좋아하나 하는 마음이 하나도 없이 친구로만 느껴지던 여자 혜영이(가명)를, 남자들끼리 한놈 집에 모여서 진실게임하던 도중 절친이 '야 그 혜영이 괜찮지 않냐? 난 혜영이가 좋아' 라고 말 하는 순간 갑자기 속으로부터 분노와 속상함이 확 올라오고 이유없이 등짝을 한대 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 내가 얘를 좋아하는구나' 하고 꺠달아본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가 이 영화에서도 이해가 되더라구요. 현실에서도 좋아하는데 특별한 계기같은건 필요없는 경우가 많죠. 그냥 같이 지내다보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이 드는거지. 오히려 '사랑에 빠지는 계기' 가 아니라 '사랑에 빠진것을 깨닫는 계기'가 더 중요한데, 그 계기에 대해서는 영화에 잘 나와있구요.

다만 저런 비판이 지속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서 보인다는것은 결국 사랑 이야기 플롯으로서는 좀 부족했다는것이겠죠. 원래 현실을 그대로 담는것이 능사는 아니니까요.
17/01/31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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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우연으로 연속될지라도 매체에서 모든걸 우연으로 처리해버리면 안되듯이 사랑 이야기라면 가져야 될 이야기의 구조에서 여러 부분에서 빠진 느낌이죠. 현실은 원나잇을 한 여자에게도 사랑을 느낄 수 있고 뜬금없이 잘 알던 여자에게도 두근거리기도 하지만 아무런 묘사가 없이 영화에서 그렇게 넘어가버리면 사랑영화로는 결격이죠
Jace T MndSclptr
17/01/31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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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러닝 타임이 한정되어 있는 극장 상영작이고 주제가 마냥 꽁냥꽁냥하는 사랑 이야기는 아니기 때문에 그런 장면에 사력을 다해 목숨을 거는것은 좀 힘들었겠지만, 목숨을 걸지 않아도 그것을 느낄 수 있도록 잘 만드는것이 말씀하신 사소한 디테일이긴 하죠.

이 딜레마를 가장 오래 겪어왔을 미국의 극장 애니메이션계의 두 거산인 디즈니와 드림웍스를 생각해보면

알라딘에서 자스민과 알라딘이 함께 나눈 시간은 정말 한정적입니다만, 둘이 양탄자를 타고 사막의 밤을 여행하며 'A whole new world' 를 부르는 환상적인 장면 이후 사실 '왜 둘이 사랑에 빠짐? 얼마나 봤다고?' 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죠.

마찬가지로 드림웍스의 슈렉에서 피오나와 슈렉이 공감을 나누는 작중 시간이나 실제 방영 시간은 너의 이름은의 타키와 미츠하보다 훨씬 더 짧은데도 불구하고, 슈렉에서 피오나가 아 몰랑 슈렉이랑 살거임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에서 '감정선이 이상하다' 라는 비판은 잘 나오지 않습니다.

결국 이 문제를 제 나름대로 정리해보면 제작진 입장에서는 이 영화를 단순한 '타키와 미츠하 둘의 사랑 이야기' 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하고, 마냥 유치하거나 의미없이 소품으로만 작용하는 러브신을 배제하고 작품을 구성하였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결과물이 나온것인데

정작지 지금처럼 대단히 흥행하고 이슈가 된것은 결국 '사랑 이야기' 로서 그렇게 된것에 가깝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마니아들의 반응과 작품의 지향점에 차이가 생겼고, 그래서 한발짝 물러서 있는 사람들에겐 그것이 이상하게 보이는것이 아닌가 싶어요.

* 사실 원래 '인물간의 사랑에 대한 심리 묘사가 얼마나 뛰어나냐'가 사랑 영화의 흥행 요소에서 그렇게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것은 아니기도 하구요. 크크크.
유스티스
17/01/31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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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뭔가 아른아른 안잡히던게 이 영화가 사랑이야기가 아니라는 부분이네요.
17/01/31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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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황혼씬조차 없었다는 이야기도 있더라고요.
17/01/31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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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이 감독의 작품을 3편이나 보면서 저런 감정잡는데 굉장히 익숙한 감독이 저렇게 엉성하게 만든걸 보니 이 둘의 감정은 도구에 불과하구나 라고 느꼈고 그래서 마지막에 저런 의문은 결국 그럴듯한거랑은 별개로 사소한 의문에 불과하게 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둘의 감정은 그저 그 이야기의 설득력을 위한 장치같아요
Jace T MndSclptr
17/01/31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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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맞아요. 하지만 결국 독자 입장에서 이렇게 봐주나 저렇게 봐주나 결국 이 영화의 플롯 자체는 잘 쳐줘야 Good 이지 'Great' 라는 점수를 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타키와 미츠하 이 둘의 감정을 주라고 본다면야 사실 작품내에 좀 애매한 부분이 많지만, 만약 그것이 단순한 장치라고 보면 또 너무 많은 분량을 잡아먹고 있는게 사실이니까요. 천재지변으로 고통받은 사람들을 치유한다~ 라고 볼때 이 작품의 플롯은 사실 치유보다는 자위에 가까운 플롯이기도 하고

결국 소설을 거르고 영화만 보면 너의 이름은의 스토리의 경우 저는 이렇게 평하고 싶네요. '두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는 생각에 양쪽 다 애매하게 전력 배치를 해서 작전이 망하게 생겼는데 한쪽 분대에 있던 병사들이 갑자기 의문의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서 토끼를 제압해버렸다'
네가있던풍경
17/01/31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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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는 아무 문제 없다고 생각하는데 의외로 지적하는 분들이 많네요. 그렇게 많은 나날을 서로 몸을 바꿔가면서 이런저런 일들을 겪은 선남선녀가 서로 호감을 안 가지는게 오히려 이상하지 않나요. 여주의 눈물은 흔히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아 내가 얘를 좋아했었구나..' 하고 늦게 깨닫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애니에서 제일 재밌었던 부분이 둘이 폰 일기로 티격태격 하면서 바뀐 몸으로 일상을 보내는 장면이었는데 그 부분이 너무 짧은게 조금 아쉽긴 해요. TV 시리즈로 나오면 그 부분에서 상당히 재미날 에피소드가 많이 나올 것 같습니다. 둘째, 셋째는 저도 문제가 좀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인데 소설에 나오는 내용으로 어느 정도 납득이 갑니다만 왜 그렇게 퉁쳐버렸는지 의문이에요. 아버지와의 에피소드(+ 죽은 어머니)는 좀 더상세히 다룰 필요가 있었다고 보이는데...
17/01/31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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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언제나 커플들이 생기면 너네 왜 사귀냐 물어보죠.

그런 거 아닐까 싶어요.
키스도사
17/01/31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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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과 3번은 외전과 소설에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걸 왜 영화에 안다뤘는지 잘 모르겠더군요. 제작비 문제라는 말도 있긴 합니다만 좀 아쉬운 부분.

- 여주인공인 미츠하는 굉장한 짠순이 입니다. 아이스크림 하나에도 벌벌 떨면서 돈을 쓸 정도죠. 물론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신사에서 생활하기에 돈이 모자란 게 그 이유이겠지만.(영화에서도 언급되기를 도쿄의 팬케익 가격보고 한달 생활비라고 하죠. 물론 꿈이라며 펑펑 써댑니다만 크크.) 그런데 미츠하의 몸에 들어간 타키가 처음에 "혜성이 이토모리에 충돌하니까 우리가 막아야해!"라고 하자 둘 다 당연히 안 믿습니다. 이때 타키는 미츠하가 짠순이란 사실을 이용해 "내(미츠하) 지갑에 있는 돈 다 줄테니까 먹을거 사올래?"라고 이야기 합니다. 사야는 이걸 보고 저 짠돌이가 돈을 쓰는 것을 보고 미츠하가 굉장히 진지한 이야기를 하는 구나라고 여깁니다. 참고로 나중에 방송할때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고민을 하다가 결국 미츠하와 텟시보고 한턱 쏘라는 말을 하고 방송을 시작합니다.

- 텟시사와라는 일본의 오컬트잡지를 즐겨보는 오컬트 매니아입니다. 또한 마을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반면, 자신이 좋아하는 이 마을에 자기 아버지를 포함한 부정과 부패가 만연한 것에 무척이나 불만을 품고 있고, "이 마을의 뿌리깊은 부패를 없애기 위해서는 마을을 폭탄으로 터트려버려 리셋시키는게 빠를 꺼같다."라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물론 그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도 알고 있죠. 그러던 중 타키가 미츠하의 몸에 들어갔을때 이 마을에 대해서 참 좋은 동네라고 이야기하며 텟시가 하는 말에 대해 진지하게 들어줍니다. 이를 보고 텟시는 소꿉친구이긴 하지만 거리감이 있던 미츠하를 확실히 믿을만한 사람이라고 여기게 됩니다. 그리고 미츠하의 작전대로 폭발물을 들고 발전소로 향하죠.

그리고 3번은...외전의 4편을 보면 어느정도 이해가 됩니다. 여기에 다 쓰기엔 여백이 부족해 나무위키 링크를 겁니다. 헤헤.
https://namu.wiki/w/%EB%84%88%EC%9D%98%20%EC%9D%B4%EB%A6%84%EC%9D%80./%EB%93%B1%EC%9E%A5%EC%9D%B8%EB%AC%BC#s-3.5
17/01/31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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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보니 확실히 그럴듯하게 되네요. 설정덕후인가...
독수리가아니라닭
17/01/31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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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 나올 때마다 첫번째 지적은 정말 이해가 안 갑니다.
한창 혈기 넘치고 감수성 예민한 이팔청춘 남녀가 볼 거 다 보고 생활을 공유하다 보면 철천지 원수끼리도 정분이 나는 법인데 뭘 더 어떤 계기가 필요한 건지 모르겠어요. 극단적으로 얘기해서 로미오와 줄리엣보단 훨씬 개연성이 있다고 봅니다.
17/01/31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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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오와 줄리엣은 아예 첫눈에 반했다로 시작해서 이미 사랑하는 사이인채로 극을 진행합니다. 처음에 사랑에 빠지는 구간을 굉장히 짧게 잡고 극을 진행시키죠.
발적화
17/01/31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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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할때 노량진 단과반에서 겨우 9월단과에서 처음보고 주3일 1시간 20분 12번수업 같은장소 인것 만으로 인연이되서 수능 끝나고 연락되서 2년정도 사귀어봤던

입장에선 저정도 동기면 충분히 차고도 넘친다고 봅니다...........................................
김첼시
17/02/0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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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츠하같은 여고생과 몸이바뀐다면 저는 바로 사랑에 빠질거 같지만 반대가 과연 성립할지는...
17/02/01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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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론 둘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야 뭐 그럴수 있지 하고 넘어갔지만 두 명 모두 몸이 바뀐 상태로 생활하는 동안 3년의 시간차를 눈치채지 못했다는 부분은 꽤나 거슬렸습니다. 해명도 봤지만 눈가리고 아웅하는 수준이라 전혀 납득이 안되더군요... 뭐 개연성이 미흡하긴 해도 전체적으로 만족스럽긴 했네요. 특히 초속5cm나 언어의 정원을 노잼으로 봐서 그런가 전작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날
17/02/01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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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그게 매우 거슬렸네요. 당장 각자의 아이폰만 해도 세대가 다를 거고 -_- 여주인공이 남주인공 몸에 있을 때는 일기도 써주고 했는데 연도를 못 볼 리가...
17/02/01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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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츠하의 아버지에 대해 미츠하가 더 설득하는 과정없이 딱 거기서 끊은 건 전 오히려 더 괜찮은 연출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세부내용에 대해선 소설외전에 자세히 나와있기는 한데 이걸 영화에 넣으려면 분량도 엄청 늘어나고 너무 곁다리 내용이라 영화가 산으로 가는 느낌일 겁니다. 12편의 tva라면 들어갔을지 모르나 2시간 분량의 영화에서는 이야기의 통일성을 위해서라면 차라리 안넣는게 좋다고 봅니다.

만약 거기서 미츠하가 아버지를 열심히 설득하는 모습을 낳었다면 아무리 잘 묘사한다고 해도 어색하게만 느껴졌을겁니다. 어떤 말을 해서 설득하는 과정을 그린다고 하더라도 되게 오글거리고 어색하게만 느껴젔을 거에요. 설득하는 분량에 많은 시간을 줄수는 없고 그렇다고 짧게 묘사하기에는 솔직히 납득되게 설득하는 과정을 묘사하기는 불가능하거든요.

그래서 아예 차라리 설득하는 과정 자체를 생략해버린게 더 나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으로서 미츠하가 이장실에 들어오고 바로 운석이 마을로 떨어질때 관객들에게 혹시 잘못된게 아닌가 하는 긴장감을 주고 나중에 전원 다 구조되었다고 나올때 안도감을 줄수있었으니까요.
17/02/01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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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개인적으로 가장 거슬리던건 텟시가 미츠하를 도와준건 다 좋은데 도와주는 방법이 너무 과격했다는게 걸리더군요. 아예 폭탄으로 변전소 자체를 날려버렸는데 지나치게 오버스러운 연출이었습니다. 정전을 일으키려면 변전소 선을 끊는다던지 더 다른 방법도 있었을거 같은데 변전소 자체를 폭파시킨다라니...

그것도 친구 여학생의 망상과 같은 이아기 때문에 말이죠.

저러다 만약 운석 안떨어지고 끝나면 텟시는 바로 감방행입니다. 변전소 폭파는 중범죄니까요.. 그낭 영화에서 뭐라도 화려한 액션신을 보여주기 위해서 신카이마코토가 무리를 한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덕분에 텟시는 팬덤사이에서 텟러리스트로 불리고 있습니다.
17/02/0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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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부분을 설득하는 장면을 뺄거면 아예 아버지라는 캐릭터와의 갈등을 보여주는 씬은 빼버리는게 나았을 것 같고(그냥 이장인 아버지가 있다 정도로 잠깐 스쳐지나가면서 나와도 될법한), 친구가 하는 짓이 너무 중범죄인데 영화에선 설득하는 것도 부실한데 단지 친구가 원한다고 저런 큰 범죄를 저지르나 싶었죠..
다람쥐룰루
17/02/01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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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둘의 사랑....
둘이 서로에 대해서 좋아하는 감정을 가지게 된건 서로가 만나려고 했을때에요
만날수가 없고 그 만날수 없다는 사실이 감정으로 다가오게 된겁니다.
블루씨마
17/02/01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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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선이 아름다운 영화같은데 문제는 감정선이 별로 와닿지가 않더군요. 감수성이 부족한건가..
17/02/01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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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이 우연한 만남으로도 서로 사랑에 빠질수 있고,
단 1g의 감정도 없다가 어느날 사라락 머리카락 넘기는 모습 하나에도 심박수가 상승하고 반해버리는게 사랑인데...

사랑에 빠진다는것에 대한 개연성을 얼마나 보여줘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뭔가 사랑에 빠질려면 이러이러한 장치들이 필요하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계신게 아닌가요?
17/02/01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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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영화든 상황만으로 사랑한다라는 감정을 읽으라는건 이상한거죠. 둘이 사랑하게 될만한 상황인건 맞는데 둘이 좋아하게 된다라는 그 어떠한 감정적인 씬이 나오지도 않은 채 갑자기 응 얘네는 지금 서로 좋아해! 해버리는걸요.
위에도 몇번 말했지만 현실에서는 우연에 우연만으로도 일이 풀려버리기도 하고 오랫동안 알던 친구에게 아무런 계기없이 갑자기 두근거리기도 하지만, 영화에서 이렇게 만들면 개연성이 없다고 까여야죠. 특히 그게 시작부가 아닌 초반이 이미 지난후에 발생하는 사건이 되버리면 더더욱이요.
제 의견은 위에 유스티스님과 나눈 댓글타래에 자세히 적었습니다.
마스터충달
17/02/0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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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남녀가 찌찌랑 꼬추를 보았는데 가슴이 콩닥거리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할거라 생각합니다.

뭐 이런 걸 떠나 사랑에 빠지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 자체가 촌스럽고, 비현실적이라 생각하지만요. 사랑은 이유없이 찾아올수록 그럴듯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들 여친이나 부인이 "왜 날 사랑해?"라고 물어보면 "이뻐서 반했어."라고 대답하잖아요? (하지만 이런 경험이 없다면? .... ㅜㅜ)
17/02/01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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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말하는 건 상황이 아니라 감정의 변화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는겁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뭔가 감정이 변한 장면이 안나오는데 갑자기 울고 난 얘 좋아했어! 라고 해봐야.. 상황이야 서로 좋아하게 되기 이보다 적합한게 없죠. 근데 상황만 덜렁 주어지고 해당 캐릭터의 감정이 하나도 묘사되지 않다가 갑자기 뜬금없이 울어버리면 안되죠.
마치 추리소설인데 범인이 소설 내에서 한번도 언급조차 안되던 주변인 A인 걸 보는 느낌인거죠. 상황상 주변인 A라도 범인인게 이상한건 아닌데, 추리소설이라면 독자에게 용의자로서 제시해줬어야 할 그 어느것도 제시해주지 않으니 독자입장에선 황당한거죠. 생각해보면 범인이 아닐 이유는 없는데 추리소설이라면 이 사람이 범인이라는 추리라도 가능한 뭘 줘야하듯이 둘의 관계의 발전을 주 소재로 다루는 거라면 이 둘의 감정이 변하는 장면을 줘야 보는 입장에서도 수긍하고 넘어가게 되는거죠. 상황상 둘이 좋아하는게 이상하지 않지만 둘이 좋아서 뭘 한다면 그런 감정의 변화가 작품내에서 나타나질 않다가 뜬금없이 찾아가고 울어재끼고 머리를 자르고 하는데 보는 사람이 알아서 저 상황에선 좋아해질만하지, 하고 해석해주는게 오히려 이상한거같은데요.
마스터충달
17/02/0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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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둘이 몸만 바뀔뿐 만날 수가 없어서 말이죠. 그래서 직접적으로 사랑의 감정을 드러내는 장면이 나올 수가 없었어요. 위에 예를 든 <알라딘>의 양탄자 신 같은 거 말이죠.

대신 알바 선배를 통해 간접적으로 감정의 변화를 보여줬죠. 타키와 선배 사이의 관계가 가까워질수록 오히려 타키와 미츠하 사이가 돈독해졌달까요? 이게 썩 직관적인 서사는 아니긴 하지만, 둘의 감정 변화에 대해 작품에서 설명을 내다버린 수준은 아닌 셈이죠. (도대체 이 선배 왜 나왔냐는 말을 어디선가 봤었는데 이거 진짜 작품을 안 본 수준의 발언입니...)

제가 <너의 이름은.>에 대해 "형식적 개연성"을 갖춘 작품이라 했는데, 사랑에 대한 제공도 비슷합니다. 형식적으로 감정 변화에 관한 플롯은 제공하지만, 이게 확 와닿지는 않거든요. 그렇다고 "그런 게 전혀 없어."라고 할 수도 없죠.

하지만 그런 거 없어도 사춘기 남녀가 몸이 바뀌고 사랑에 빠지는 건 클리셰 수준인지라 굳이 이유를 대고, 과정을 묘사할 필요가 있을까도 싶습니다. 그냥 좋아졌나보다 하고 생각해도 별 무리는 없어보여요. 말씀드렸다시피 사랑을 설명하는 건 촌스럽거든요. 중요한 건 사랑에 빠진 이후에 삶이 어떻게 바뀌느냐에 있으니까요.
17/02/01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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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말했듯 둘이 서로를 의식하기 시작하는 장면은 굳이 둘이 만나지 않아도 됩니다. 그저 원래의 몸에 돌아왔을 때 괜히 남주가 좋아하는 여선배의 특징을 흉내내보다 포기한다거나, 남주가 꾸준히 쓰던 일기에서 내용이 여주 관련 내용이 점점 많아진다던가 하는 식으로 서로를 의식하기 시작했다라는 어필은 굳이 둘이 만나서 무언가를 표현하지 않아도 이 둘이 서로를 의식하기 시작했구나라고 알 수 있죠. 이러한 장면이 극의 흐름을 망치는 것도 아니고 러닝타임상 오래걸릴 것도 아니라(극 중 결국 설명이 나오지 않아 불필요하게 된 집에서 일어난 술자리에 투덜거리는 남사친씬이나 여주와 아버지의 갈등씬이 오히려 없어지고 이런 장면을 삽입했다면 극에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 대폭 줄어들죠)서요. 단지 저 몇컷만 넣으면 관객이 극의 진행과정에서 의아함을 느끼지 않아도 될 정도로 짧지만 효과가 있을 수 있는데요.
그냥 좋아졌나 보다라고 관객이 알아서 해석해주는거지 영화에서 이 둘이 사랑하게 되었다라는건 그냥 상황이 이러니 니들이 이해해라 수준으로 만들어먹은건데 이게 사랑영화라면 초반 그 오랜시간동안 크게 관계 진전이 없는 둘을 다루는데 있어 정말 크나큰 낭비죠. 도입부를 생략하고 시작하는 영화라기엔 도입부 시작이 너무 길었고, 사랑의 도입부로는 너무나도 형편없이 만들어진건데요.
이 부분에 의아함을 안느끼시는 분들은 다 "상황이 그러니 이해할만 하다"라고 하시지만, 실제 영화에서는 정말 상황만 주고 저런 씬 하나가 없어요. 어느 영화의 주요 줄기를 말하는데 "원래 그런게 맥락이 없다" 나 "상황상 그럴 수 있다"라는 발언이 나오는 영화가 제대로 된 전개를 한 작품이라고 말 할 수 있겠습니까? 만약 정말 이 영화에서 이 둘의 연애가 가장 중요했다면 저는 주저없이 엄청난 졸작이라고 평할겁니다.
마스터충달
17/02/0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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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원래 영화는 중심이 되는 주제가 아니라면 맥락상 유추하는 정도만 보여줍니다. 대신 컷을 절약하죠. 2시간에 서사를 압축해야 하는 장르거든요. 정말 훌륭한 영화는 깊이 있는 이야기도 단 한 컷 혹은 소품 하나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이해할만 한 정도만 보여준다면 할만큼 한 셈이죠. 상세한 서술은 영화라는 장르와는 어울리지 않는 방식입니다. 이런건 소설에 어울리죠.

만일 이 작품이 남녀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영화였다면 저도 "뭐 중심 플롯이 이렇게 엉성해?"라고 평했을 겁니다. 하지만 <너의 이름은.>의 주제는 사랑이 아닙니다. "단절을 뛰어넘는 연결의 기적"이 주제이지요. 사랑은 연결을 뜻하는 여러 상징 중 하나일 뿐입니다. 그렇기에 사랑은 "사랑에 빠졌다."라는 결과만 보여주는 것으로 족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 사랑의 결과로 단절을 뛰어넘는 연결을 이뤄내는 데 있습니다.
17/02/01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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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에 말씀하신 부분은 이 영화와는 맞지 않습니다. 이 영화는 컷을 전혀 절약하지 않았습니다. 전혀 해결이 안되는 갈등구조를 들어내지 않고 그대로 넣어둔 부분이나 설정에서나 알 수 있는 친구들의 특성들이 보여지는 씬 등 영화에 큰 줄기를 이루지도 않으면서 해결부분은 생략해버린 요소들이 그대로 작중에 남아있는데 컷을 줄이기 위해서, 소품을 활용한다? 전혀 아니라고 봅니다. 오히려 소품이라도 활용해서 그 둘의 관계를 이해시키려면 초반에 둘이 차고 있는 인연팔찌에 대한 포커스가 한번이라도 들어가서 해결했어야되는 부분인데 전혀 없죠. 이 영화는 해결만 들어내버리고 시작은 남겨놓은게 여러개인 영화입니다. 컷을 절약하려면 이런 해결부분이 없는 부분을 간소화하거나 들어내버리는게 우선이었겠죠. 상세한 설명이 영화에 어울리지 않는다 하셨는데, 오히려 시간을 압축해서 보여줘야 하는 영상매체일수록 그런 짧은 컷신으로 여러가지 길게 서술될 묘사들을 축약해야하는 것이죠. 이건 상세한 설명이 아니라 축약된 설명조차 없는 수준인데요.
뒤에 말씀하신 그 부분에 의해서 저도 마지막에 결국 이런 의문은 이게 사랑영화일때나 의미가 있지 이 영화는 사랑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별 필요없는 의문이 되었다고 적어뒀습니다만.. 이 감독이 사랑이야기를 못시작하는 감독도 아니고 이렇게 엉성하게 만든건 사랑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사랑은 영화의 결론을 향한 도구에 불과하지 이 영화의 주제가 아니다라고 내렸는걸요.
마스터충달
17/02/01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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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과 비교해도 그렇고, 특히나 뮤직비디오 식으로 넘어간 서사를 생각하면 이 작품도 상당히 이야기를 압축한 편입니다.

소품의 예는 전반적인 영화를 말한 것이지 <너의 이름은.>을 지칭한 건 아닙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이 영화는 그런 세부적인 부분에서 부족함이 드러나는 작품이죠.

하지만 이런 설명이 전무하다는 평은 부당합니다. Dalek님 말씀대로 관객이 이해해주길 바라는 정도는 보여주었기 때문이죠. 제가 말씀드린 선배와의 시퀀스가 (컷 수준이 아니라 꽤 많은 장면을 할애했죠) 감정선을 간접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런 장면이 전무하진 않아요.

감독은 사랑에 관해 "이 정도 보여주면 충분할 거라 생각했다."라고 인터뷰했죠. 즉, 설명이 미흡했을 뿐 아예 없었던 게 아닙니다.

<너의 이름은.>을 비판하는 글을 보면 "개연성이 전무하다.", "사랑에 대한 서술이 전무하다."는 식으로 극단적으로 이야기 하는 분들이 많은데, 절대 전무하진 않습니다. 형식적인 완성도 속에 있어야할 디테일의 부족을 짚어낸다면 인정하겠습니다만, 사랑에 대한 서술 자체가 전무하다는 평은 역시나 부당한 평가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서사에서 갖추어야 할 것들이 전부 있긴 있어요. 그게 썩 훌륭하고, 탄탄하지 않아서 그렇죠;;; 그 부족함을 짚어내는 것과 전무하다 취급하는 것은 분명히 다릅니다.
17/02/01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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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과의 비교는 결국 영화에서 수습못한거 소설로 수습하겠다.. 라는 느낌이라 저는 상당히 마음에 안듭니다. 심지어 그런 압축의 과정에서 아예 스토리라인에서 배제한것도 아니고 오픈만 해놓은 채 왜 이랬는지는 소설봐야 안다... 라는건 영화를 즐기러 온 관객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원작이 소설인걸 영화화한 작품도 아니고 말이죠.
이 영화에서 설명이 미흡하다는데에 방점이 찍힌다는 것은 위에도 몇번이나 말했지만, 감정에 대한 묘사는 한 컷도 나오지 않다가 상황에서 상황으로 넘어가면서 "이미 생긴 감정"인 채로 극을 진행한다는거죠. 이미 여선배가 나오면서 서로의 감정에 대한 씬이 나오는 부분에선 "아 서로 좋아해!" 라는 결론이 난 상태거든요. 그 전에 여선배를 만나고 꿰메주고 여선배가 너 오늘 특이하다고 하는 장면은 타인이 보는 이 둘의 차이점 중 남자 쪽의 반응 중 하나고(여주쪽은 가족&친구&학교가 보여주죠) 결국 감정과 관련된 씬은 이미 "이 둘은 서로 좋아한다!" 라는 결론을 내리는 장면인데, 여기까지 가는 동안 이들의 감정은 전혀 나오지 않고 오로지 상황으로 이어지죠. 몸이 바뀜- 찾아가봄 인데 이 두 장면에서 아 좋아해서 저런다. 라는 확고한 결과를 끌어내기엔 부족합니다. 위에도 말했지만 제가 부산 사는 40대 남자와 몸이 바뀌는 경험을 한다면 저라도 찾아가봅니다. 부산까지 가는 이유를 주변에서 물으면 얼버무릴겁니다. 만약 갔는데 제가 더 미래의 그 사람과 몸이 바뀌는거라 절 몰라본다면 전 상당히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그 40대 남자분을 사랑한다고 하실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냥 덜렁 상황의 연속만을 보여주면서 "이정도면 개연성 있지?" 로 넘어가는거에 당연히 "아니 둘이 좋아한단 말 하나도 없다가 뜬금없이?" 라고 느끼는건 당연한거죠. 이 사이에 어떤 감정적인 묘사가 있습니까. 처음으로 나오는 감정적인 묘사가 울기 시작하는건데요. 단지 저 상황이라면 너희라면 안좋아하겠냐? 내가 딱히 말 안해도 당연히 좋아하겠지? 라는 수준으로 조악하게 감독이 관객에게 동의하라고 윽박지르는 수준입니다.
저 영화에서 대체 언제 이 둘이 서로를 좋아하게 되었는지 말씀하실 수 있으십니까? 처음 몸이 바뀌었을 때일까요? 아니면 알바비로 케이크 다 사먹었을때? 뒷담화하는 친구랑 대신 싸웠을때? 어느 씬에도 이 둘이 감정이 변한다라는 묘사가 없습니다. 그저 결론으로 나와버리죠. 아 나 얘 좋아했다! 라구요.서로의 감정이 변한다는 어떠한 묘사도 없고, 정이 들었다는 어떠한 힌트도 없습니다. 그냥 몸바뀌었고 서로 생활했고 좋아하게 되었다. 라는 상황만이 있는거죠.
계속 말하지만 상황이 서로 좋아하는게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당연함을 감독이 당연시하면 안되죠. 감독 입장에서야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영화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을테니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할만하죠. 저 역시도 이 영화 결론에서 굳이 사랑에 빠지는게 필요한가라는 것에 필요없었다라고 몇번이나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 부분이 그래서 잘만들어진거냐 충분했느냐 라고 물어보면 당연히 아니죠. 단지 결론에서 크게 필요없는 부분이니 대충 만들었다. 정도의 결론이 나야지 이런 개연성을 충분히 해놨나, 적절하게 분배했느냐, 사랑이야기로서 완성도가 있느냐 이런 질문에 대해서는 당연히 더럽게 안돼있는거죠.
마스터충달
17/02/01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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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과의 비교는 소설에 비해 영화가 압축되었다는 말이지, 영화에서 부족한 것을 소설봐야 안다는 말은 아닙니다. 정말 그런 식으로 만든 작품이면 욕먹어야 마땅하죠. 이건 마치 DLC 장사 같군요;;; <너의 이름은.>이 그런 작품은 아니죠. 소설 안 봐도 별로 문제될 게 없는 작품이죠. 말씀하신대로 주제는 명확히 전달하고 있으니까요.



여선배와의 시퀀스가 결론이 난 상황이라고 말씀하시는데... 솔직히 사랑이라는 게 그렇습니다. 위에도 "사랑인 줄 몰랐는데 어쩌다 사랑인 줄 알게 되었더라."하는 경험을 말씀하신 분도 있지요? 타키는 여선배와의 데이트를 통해 간접적으로 사랑의 감정을 확인합니다. 이는 둘이 직접 만나서 "우리 사랑해요~"라고 노래하는 디즈니식 연출과는 사뭇 다르지만, 서로 만날 수 없다는 영화의 설정을 생각하면 우회적으로나마 비슷한 기능을 선사한 연출이었습니다. 제한적 상황을 고려하면 되레 칭찬해야할 부분입니다.

여기서 둘이 어쩌다 좋아하게 되었는가를 한 컷이라도 보여줘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은 결국, 왜 사랑에 빠졌는지 설명하라는 요구와 같습니다. 그게 아니라는 식으로 말씀하셔서 다른 무언가를 말씀하시는 줄 알았는데 결국 사랑의 이유를 설명하라는 말씀에 불과해요.

물론 이는 지적하신대로 사랑에 빠졌다는 결론만 말한 것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말씀드렸다시피 왜, 어떻게 좋아하게 되었느냐는 연애에서 중요하지 않아요. Dalek님이 원하는 것은 '왜'가 아니라 '어떻게'라고 보여집니다만, 둘다 의미없기는 매한가지입니다. 현실에서는 정말 정말 무의미하고, 최근 영화에서는 이를 서술하는 것을 기피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작년 최고의 영화였던 <캐롤>에서는 노골적으로 이러한 사상을 대사처리 했죠. [그 사람에게 끌리거나 끌리지 않는 이유는 알 방법이 없다. 우리가 아는 건 그 사람에게 끌리느냐 아니냐 뿐이다.] 왜, 어떻게 사랑에 빠지느냐에 집중하는 것은 정말 유머게시판에 올라오는대로 사랑이 뭔지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했거나, 지나치게 개연성에 집착한 결과일 뿐입니다. 사랑에서 중요한 것은 사랑에 빠져드는 과정이 아닙니다. 사랑에 빠진 뒤에 그 사랑이 인물과 세계를 어떻게 변화시키는 지가 중요합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언급하셨길래 한 말씀 더 드려봅니다. 사실 사랑에 관한 원초적인 개념은 <로미오와 줄리엣> 같았어요. 그냥 남녀가 눈맞으면 땡!인 식이었죠. 이런 관념을 뒤바꾼게 18~19세기 통속 소설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사랑이라는 개념에 기독교 신앙을 접목했어요. "오로지 너만을 영원히 사랑해." 이 말에서 "너"를 "하나님"으로만 바꾸면 그대로 기도문이 됩니다. 이러한 절대성, 영원성을 강조하기 위해 "운명적 사랑"이라는 개념이 탄생합니다. 절대적이고 영원하려면 그에 걸맞는 당위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안타깝게도 이게 큰 히트를 쳐버렸고, 지금까지 이어져오게 됩니다. (이걸 중간에 받아먹은 게 다이아몬드 회사 드비어스....) 하지만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뒤틀린 관념이에요.

조금만 성숙해지면 누구나 깨닫습니다. 사랑은 영원하지도 않고, 그 대상이 유일하지도 않다는 사실을 말이죠. 통속극에서는 여전히 사랑의 당위성을 부르짖습니다. 이렇게나 운명적이니깐 사랑해야 돼. 그리고 절대적이고 영원하다고 이야기해요. 하지만 현실은 절대 그렇지 않거니와, 고전부터 내려오는 사랑의 관념도 이와는 달랐어요.

이 내용은 학창시절 김주환 교수님 강의에서 들었던 내용입니다. 교수님은 이런 역사적 맥락을 말씀하시며 학생들에게 사랑에 목 매지 말라고 조언하셨죠. 절대적인 것도, 영원한 것도 없다. 너희들의 만남에 운명적인 당위를 부여하지 마라. 쉽게 사랑하고, 쉽게 헤어지고, 다시 쉽게 사랑해라. 그래야 사랑에서 스트레스 받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사랑에 묘사와 설명과 당위를 요구하는 것은 그래서 틀렸습니다. 사랑은 그런 것도 아니고, 그렇게 묘사해서도 안 됩니다. 최근 영화들은 이러한 진실을 깨닫고 작품에 적극적으로 투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작년 사랑영화 투 탑 <캐롤>과 <라라랜드>를 봐도 그렇죠. 사랑에 빠진 이유나 과정에 대해서는 명백한 처리가 전혀 없습니다. 대신 사랑에 빠진 이후에 얼마나 아름답게 피어나는 가를 그려낼 뿐이었죠. 사랑의 당위를 설명하는 작품은 <사운드 오브 뮤직> 시절에나 어울릴 따름입니다. 이게 유행 같은 거라면 돌고 돌겠지만, <캐롤>의 대사는 유행이 아니라 사랑의 진실이었죠. 아마 다시 18~19세기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17/02/01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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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야기하자면 소설이 없으면 아버지씬이라던가 친구가 꿍얼거리는 씬이라던가 뜬금없이 여자인 친구가 편의점에서 장봐오는 씬은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합니다. 대체 왜저래? 라는 질문을 영화가 아닌 소설에서만 찾을 수 있다면 이러한 장면은 차라리 없는게 낫지 않나요? 영화 초반부의 아버지와의 대립을 보고 영화 후반에 아버지를 찾아갈때 "아 이제 저 갈등이 봉합되겠군. 어떻게 봉합될까?" 하는 시점에서 데우스엑스마키나처럼 끝나버리는걸 보고나서의 황당함은 소설판의 내용없이 해석이 불가능한 떡밥인데요. 위에 말했듯 영화를 온전히 영화로 보기위해 압축했다면 오히려 이런 소설의 설명이 필요한 부분을 빼내고 둘 사이의 관계에 그 시간을 투자했겠죠.

제가 로미오와 줄리엣을 이야기했던건 해당 이야기가 철저하게 사랑에 빠진 후를 다루기 때문입니다. 그냥 '한눈에 반했다'라고 그 사랑의 도입부를 넘겨버리고 이후 사랑하게 된 연인이 겪게되는 비극적인 스토리에 포커스가 있는 작품을 두고 우리는 "해당 작품의 사랑에 개연성이 없다" 라고 하지 않는다는 거죠. 첫눈에 사랑에 빠졌다라는 것으로 이 사랑이 시작된 것을 모두가 부정하지는 않으니까요. 본글에 적혀있듯이 아예 사랑하는 채로 시작하거나 첫눈에 반했다라는 건 사람들에게 용인되는 도입부라는거죠.

제가 문제삼는 부분은 이 둘이 상황적인 조건외에 어느 부분에서 이 둘이 좋아하게 됐음을 작품에서 보여주냐는 겁니다. 그냥 대책없이 사랑에 빠질 수도 있어요. 현실도 그렇거니와 작품에서 그래도 되죠 당연히. 근데 그 대책없이 사랑에 빠졌다 라는 항목에 대한 묘사가 없이 뜬금없이 둘의 연애가 절정을 향해가는 작품을 보신적이 있습니까?
위에도 몇번이나 말했듯 현실의 사랑은 원나잇하다가도 생기고 그냥 알고 지내던 사람에게 두근거리기도 합니다. 무슨 사랑의 묘사와 설명과 당위를 요구하는게 틀린게 현실 사랑이 그렇다, 현 작품에 어떻게 지나가느냐를 말씀하시면서 이야기하시는데 오히려 캐롤은(라라랜드는 못봤습니다) 더욱 그러한 부분에서 제 의견에 맞는 작품인데요. 사랑에 이유따윈 없습니다. 그런데 영화에서 사랑하기 시작한 점에 대해서 영화에 나오지 않던가요? 그냥 둘이 밥만먹고 일상생활 하다가 갑자기 둘이 떨어지면 죽을듯이 구나요? 아니던데요. 오히려 캐롤은 사랑에 빠지는 과정도 보여주고(매장에서 아무 이유없이 눈을 오래 맞추고 있다 잠시 놓치고 바로 그 사람을 찾아보는 시선이라던가 운전하는 손을 따라가는 시선이라던가 사진을 찍어둔다던가)이 사람이 흔들리는 감정, 자신의 감정에 대한 혼란 모든게 나옵니다. 이러한 감정을 묘사하는 씬들이 오히려 이 영화의 가장 백미 아니던가요? 그냥 알고 지내다가 갑자기 뜬금없이 우리 둘은 너무 사랑해서 죽고 못살아! 하는 장면이 안나오거든요. 이건 심지어 전형적인 쉽게 사랑에 빠지고 시작하는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도 둘이 서로를 찬미하면서 우린 서로 반했어요!!! 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캐롤이든 사운드 오브 뮤직이든 한국 B급 로코물이든 아니, 에로영화를 가져와도 둘이 감정이 생김을 표현하지 않는 작품이 몇개나 있습니까?

지금 왜 저한테 사랑은 영원하지도 않고 유일하지도 않고 절대적이고 영원~ 같은 사랑에 대한 일반론을 가지고 오시는지 전혀 모르겠는데, 제가 지금 "이 둘의 사랑은 근거가 없으니 이상하다"라고 말하는게 아니라 [둘이 사랑에 빠질 수도 있는 상황만을 제시하는 것과 둘이 좋아하게 된다는 묘사가 있는 것은 다르다]고 이야기 하는겁니다. 뭐 지금 제가 [모든 사람의 감정에는 기승전결이 있고 그러한 틀을 벗어난 감정의 묘사는 잘못되었다]라고 주장하는 걸로 보이십니까? 전혀 아닌데요.
제가 원하는건 남주가 이러이러해서 이런 점에서 사랑에 빠졌다! 라는 당위성을 말하는게 아닙니다. 상황이 주어졌으면서도 해당 상황에 이 캐릭터가 어떠한 감정인지를 단 한 장면도 묘사하지 않았다는 점이죠. 누구와 누구가 사랑에 빠지는데 이유가 필요한가? 아니라니까요. 근데 사랑에 빠졌다는걸 보여줘야된다구요. 그냥 둘이 어렸을때부터 옆집사는 15년 지기 소꿉친구야. 라는 상황만 주고 나서 이 둘이 서로 사랑하는게 당연하지 않겠니? 라고 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는거죠. 사랑에 빠졌다는 걸 극에서 보여주고 싶으면 남자애가 여자애를 쳐다보는 시선을 담는 씬에서 조금이나마 슬로우가 걸리던가 하는 기본적인 묘사가 필요하다는거죠.
'너의 이름은'은 이러한 장면이 나오는 영화가 아닙니다. 이 둘이 한눈에 반했느냐? 아니죠. 사랑에 빠지는 묘사가 있나? 전혀 없죠. 제가 지적하는 부분은 이겁니다. "둘의 사랑에 빠질 당위성이 없다" 가 아니구요. "둘이 사랑하는지 안하는지 관객에게 안보여준 상태에서 상황만으로 추측하게 한 것"이 문제라는거요. [저는 "어쩌다" 사랑에 빠졌는가를 궁금해하지 않습니다. "영화에서 저 둘이 사랑에 빠졌었나"가 궁금했던거죠]. 그 어떠한 묘사도 없이 오로지 상황만 덩그러니 던져주고 관객보고 이 상황이면 사랑해야겠지? 하는게 영화적으로 중요한 의의가 있는 스타일도 아니고 뭐가 남습니까? 위에도 말했지만 둘이 사랑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요. 사랑에 빠져드는 과정에 대한 묘사에 짜증을 내는건 그 장면이 조악해서가 아니라 아예 거세된 영화이기 때문이죠.
마스터충달
17/02/01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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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깐 일반론적인 사랑의 관념을 따져보았을 때 사랑에 빠지는 것을 묘사하는 것은 불필요하고, 부당하고, 촌스럽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걸 문제 삼는 게 아니라고 말씀하시는 군요...

그런데 [사랑에 빠졌었나? 빠진 게 맞나? 하는 걸 알려주는 게 바로 선배와의 시퀀스입니다.] <<< 선배와의 시퀀스로 제시되었다니깐요? 거세된 게 아니에요. 이게 다른 여타 사랑영화들에 비해 덜 직관적인게 문제라면 문제입니다. 이 덜 직관적인 것도 연출력의 부족이라기 보다는 둘이 직접 만날 수 없다는 영화의 근간이 되는 시나리오 설정의 제약 때문이지요.

즉, 거세되었다, 전무하다 등의 평가는 부당하다는 겁니다. 제시는 되었어요. 단, 그게 직관적이지 않다거나, 다소 표현이 약하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겠죠. 둘이 사랑에 빠졌다는 점은 분명하게 제시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거세되었다, 전무하다는 평은 확실히 부당합니다. 있긴 있잖아요. 없는 게 아니에요. 별로 좋지 않아서 그렇지... (그래서 형식적 개연성이란 말이 나온 겁니다. 형식적으로나마 갖추긴 갖췄다는 말이죠)

둘이 정말로 사랑하는 건지 불명확하다는 점을 문제 삼으신다면서, 왜 [이미 여선배가 나오면서 서로의 감정에 대한 씬이 나오는 부분에선 "아 서로 좋아해!" 라는 결론이 난 상태거든요.]라고 말씀하셨는지 좀 의아하네요. 본인이 여선배 부분에서 서로 좋아한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말씀하신 셈 아닌가요?? 말이 중간에 좀 바뀌시는 것 같습니다;;;;
17/02/01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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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제가 말하는건 그 둘이 사랑이 빠졌다는 걸 깨닫는 장면에서 관객도 뜬금없이 "아 서로 좋아하는거야?" 라고 결론이 난 상태가 된다는겁니다. 그 둘이 어떠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는지 아무것도 모르다가 저 장면부터 "우리 좋아함!" 하고 달리잖아요. 지금 이 부분에 대해서 다른 분들은 상황상 사랑할만 하잖아. 라고 묵인해주시는거고, 저는 영화상에 상황제시외에는 어떠한 묘사도 없었는데 뜬금없이 둘이 좋아하는걸로 두 캐릭터가 감정을 깨닫는 씬에서 관객도 같이 깨달아야하는것에 대한 불합리를 이야기하는거구요. 위에 말씀드렸듯이 이미 선배와의 시퀸스에선 이 둘이 자신의 감정을 깨닫지않나요? 그리고 그 순간 관객들도 얘들이 좋아하는구나 하게 되는 그 지점이 이상하다는겁니다.
캐롤이든 무슨 영화를 보던가 관객은 그 둘의 감정이 생기고 무르익음을 알게됩니다. 그래서 위에 말씀드린게 힌트없는 추리소설이에요. 뜬금없는 주변인A가 범인인게 상황상 잘못된건 아니지만 소설 내내 주변인A에 대한 무엇도 없다가 이 사람이 범인이다! 하는 걸 봤다면 뭐라고 평하시겠습니까? 관객은 이 둘의 감정을 둘이 깨닫지 못한다 하더라도 어느정도 눈치챌 수 있어야된다는거죠. 근데 상황상 감정이 생기는게 그럴듯하니까 넘어가긴 하는데 이 둘이 좋아하는게 영화내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적이 있어? 라는 거죠.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말하는건 이부분이구요. 이 둘이 그냥 서로 좋아할 수도 있어요. 근데 그 뜬금없음은 그 둘에게 뜬금없음이지 관객이 이 둘이 깨닫는 순간 동시에 느껴야되는게 아니라구요. 도구로서 쓰이는 감정이니까 이해하고 넘어가지만, 만약 이게 연애물이었다면 이런 상황만 주어지는 이야기가 어떻게 평가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말이죠.
마스터충달
17/02/01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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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뜬금없이도 다가오는 게 사랑이기에 사랑의 일반론적 관점에서 문제가 없습니다. A가 범인인 것에는 당위(그렇게 보여져야 하는 서사)가 필요하지만 둘이 사랑에 빠지는 건 당위가 필요 없어요. 당위가 필요한 상황을 예로 드셔봤자 소용이 없습니다. 범죄와 사랑은 서술하는 방식이 백만광년정도 떨어져 있는 셈이니까요. 사랑의 본질이 '뜬금없음=이유 없음'인데 뜬금 없다고 깔 수는 없죠. 여기서도 보시면 아시겠지만, 뜬금 없다는 말은 이유 없다는 말과 상통합니다. 저는 Dalek님이 말을 바꾸어 표현하신 것일 뿐 결과적으로 사랑에 빠지는 이유와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근데 뭐 아니라고 하시니 아니라고 치죠. 그래도 부당한 점은 존재하니까요.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제시하는 게 뜬금 없다는 건 표현이 썩 효과적이지 않다는 말이겠죠. 이 부분에는 동의해요. 물론 연출력의 부재라기 보다는 작중 설정의 제약이 문제라는 입장이지만, 결과적으로 모자란 점이 있다는 건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모자라다고 아예 없는 건 아니거든요. [계속 말씀드리다시피 여선배와의 데이트를 통해 노골적으로 "타키는 미츠하를 좋아한데요. 얼레리 꼴레리."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유독 <너의 이름은.>에 대한 평을 보면 전무하다, 거세되었다 등 극단적 표현들이 보입니다. 하지만 없는 게 아니잖아요. 존재하잖아요. 그래서 표현의 정도가 부당하다는 겁니다.

여 선배와의 데이트가 절정 즈음에 등장하는 연애물이었다면 이 뜬금없음이 좀 치명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어요. 그런데 사랑을 깨닫는 순간은 전개-위기의 분기점입니다. 이 작품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아요.
발단 - 몸이 바뀜(을 깨달음)
전개 - 좋아하는 마음이 싹틈
위기 - 근데 연락이 안 됨. 알고보니 다 죽음.
절정 - 그런데 기적적으로 만남(연결됨)
결말 - happily ever after.
사랑이 제시되는 부분이 전개에 해당하죠. 실상 극을 끌고가기 위해 설정처럼 주어진 것이기도 해요. 본문 말씀대로 주제가 사랑이 아니기에 이 뜬금없음이 그다지 치명적이지 않습니다. 더구나 뜬금없이 느끼는 관객만 있는 것도 아니고요. 저처럼 당연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어요. 다시 반복드리는 말입니다만, "나에게는 뜬금없이 다가왔다. 좀 더 섬세한 묘사가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면 '사람마다 감상은 다 다르니깐...'하고 인정할 수 있는데, "전무하다. 거세되었다." 이래 버리면 '이봐요... 거세는 아니잖아요. 작지만 있긴 있어요.' 라고 말할 수밖에요.

<캐롤>은 위기-절정에서 캐롤과 테레즈의 러브신이 나옵니다. 동시에 양육권 문제도 절정을 맞죠. 둘의 사랑을 확인하는 게 극의 목적인 만큼 작중내내 사랑을 예열하고 절정에서 갈등과 함께 터뜨리는 거죠. 문제는 이 모든 과정을 다 보아도 당췌 둘이 언제부터 사랑에 빠졌는지 알 도리가 없습니다.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은 이미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과 그 사랑을 해도 되냐는 갈등이지 사랑이라는 감정이 제로에서부터 무르익어가는 것은 나오지 않아요.

솔직히 초반의 백화점 신에서 "사랑에 빠졌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결판이 났다고 봅니다. 캐롤이 테레즈를 노골적으로 유혹했고 (장갑을 두고가는 영악함 보소) 거기서 게임 끝났죠. 영화 시작하자마자 "응. 둘이 사랑할거야."라고 말합니다. 심지어 멜로영화인데! 그 뒤에는 섣불리 사랑할 수 없는, 사회적, 상황적 금기로 인한 갈등이 나올 뿐입니다. 이 영화는 "우리가 사랑하는 건가?"를 물어본 적이 없습니다. "우리가 사랑해도 되나?"를 물어보는 영화죠. 따지고 보면 둘이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은 선언조차 없이 어물쩡 넘어간 작품입니다. 님이 <너의 이름은.>에서 문제삼는 지점이 <캐롤>도 전혀 다르지 않게 등장해요.
17/02/01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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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은 우리는 무엇이 되었든 사랑하게 되었다는 지점에서 사랑에 빠지는 점에 대한 묘사가 있습니다. 이걸 너의이름은처럼 바꾸면 처음에 테레즈는 캐롤을 쳐다보지 않고 캐롤은 계산만 하고 나갑니다. 그런데 갑자기 다음부터 둘이 사랑한다고 나오는거죠. 이렇게 되면 우리가 사랑해도 되나만을 묻기 위해 이 둘의 사랑은 도구로서 기능하겠죠. 그러나 캐롤은 둘의 첫 시작에서부터 두 사람의 감정 교류를 명확히 담고 있습니다. 너의 이름은 이 생략한 씬들을 충실히 가진 영화죠. 전 아무리 봐도 캐롤은 제가 너의 이름은 에서 지적하는 점을 가장 잘 담은 작품이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죠.
꾸준히 말씀드리지만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의 무맥락성은 긍정합니다. 그러나 영화로서 그 사랑을 다룬다면 아예 시작점에 무맥락으로 사랑이 시작되었습니다부터 달리던가 해야죠. 이 영화는 거기까지 가는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요.
그 오랜시간 동안 이 둘의 관계를 그리면서 그 사이의 그 감정을 깨닫는데 있어 무맥락이라는게 문제라는 겁니다. 이 둘이 뭘 하든 분명 감정적인 교류가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해야되는 관계인데 그러한 감정적 교류가 있을 씬은 음악과 함께 증발해버렸고 그래서 이 둘은 서로 사랑을 깨닫게 되고... 라는 부분이 여선배와의 씬인데 여기와서 "감정묘사가 있잖아" 라는건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네요. 여기까지 아무런 맥락없이 상황만으로 둘이 감정이 생겨났고 둘은 감정을 모르다가 깨달았다는 순간 우리도 깨달아야 되는 영화상의 이유도, 스토리상의 이유도, 연출 상의 이유도 딱히 없거든요? 즉 상황만을 주다가 둘이 좋아해요! 라고 무맥락적으로 제시받은 입장에선 우리가 언제 얘네가 사랑하는지 본거지? 라는 의문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여주가 울기 시작할때 [아 좋아했는데 이제야 깨달았구나... 맞아 저땐 저렇지] 가 아니라 [앙? 좋아하는거였어? 아 하긴 그때는 그렇지...] 하고 넘어가는 것의 차이죠. 그렇기 때문에 생각보다 많은 관객들이 너의 이름은의 개연성에 상당히 비판적인 것이구요.
이 점이 저랑 다르신 부분인거 같은데 [특별한 이유가 없는 이상 무맥락적인 사랑을 할거면 극초반에 시작해서 그 의문점을 날려버리고 그 관계에 집중해야하고, 초반에 터뜨릴게 아니라면 그 둘은 뜬금없더라도 관객은 그 둘의 감정을 미리 눈치챌 수 있어야 되는것]이 제 생각입니다. 전자의 대표적인 예가 로미오와 줄리엣이고 후자는 수 없는 로코물이겠네요. 근데 너의 이름은은 초반에 터뜨리지도 않으면서 맥락은 가지지 않은 채 가는데다가 심지어 그래야할 영화적인 이유도 없구요.
전 사랑의 무맥락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는게 아니라 영화의 흐름상 중반부에 터져나오는 둘의 감정이 무맥락이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거구요. 당장 전자를 다루고 있는 캐롤을 두고 제가 비판적인 입장이 아니지 않습니까
마스터충달
17/02/02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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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은 눈빛 교환으로 그 모든 서사를 함축했다고 보시면서 <너의 이름은.>은 그 앞에 나왔던 교환 일기 같은 요소들은 그냥 간과해버리시는 것 같네요. 사춘기 시절에 알몸보고 일기 교환하고... 사랑에 빠질만한 요소는 다 있는데요? 존재하지 않는 것은 사랑하기로 했다는 선언 뿐인데... 이건 <캐롤>도 없어요. 눈빛 교환으로 선언되었다고 치면 이건 <캐롤>에만 너무 관대한 거죠;;;;

무맥락적인 사랑을 할 거면 극초반에 시작해서 의문점을 날려버리고 관계에 집중하라고 하셨는데, <너의 이름은.>의 사랑은 발단-전개 부분에서 드러납니다. 완전 오프닝은 아니지만, 따지고 보면 분명 초반이에요. 깔고가는 요소인가 키워가는 요소인가 구분하자면 깔고가는 요소입니다. 본문에서 말씀하셨다시피 이 영화의 주제는 '사랑'이 아니었으니까요.

그리고 이 모든걸 차치해도 문제 될 것은 없습니다. 사랑은 그런 거니까요. 무맥락이 사랑의 본질이에요. 여기서도 또 말바꾸기가 나오네요. 맥락이라는 건 플롯간 유기성을 의미하고, 이는 당연히 당위로 이어집니다. 계속 말만 바꾸는 셈인데 따지고 보면 사랑의 당위를 요구하는 것을 다른 단어들로 말씀하시는 것 뿐입니다. 그리고 대답은 또 똑같죠. 단어만 바뀔 뿐이지. 사랑은 맥락을 요구하지 않고, 요구해서도 안 된다고요. 그게 사랑의 본질입니다. 무맥락은 문제가 안 됩니다. 이유는 당위성이 문제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이 관념적 부분은 뭐라 하셔도 결국 돌고 도는 문제이고 사랑의 묘사에 대한 님의 가치판단 문제이니 굳이 서로 더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사랑의 본질에 관한 제 입장은 역사적 맥락을 근거로 두고 있다는 점만 말씀드리겠습니다. [관객은 그 둘의 감정을 미리 눈치챌 수 있어야 되는 것]이라는 기준에 무언가 근거가 더해진다면 보다 수긍이 갈 것 같습니다.



결국 논의 가능한 쟁점은 [선배와의 데이트가 타키와 미츠하가 좋아하게 됐음을 보여주는 사건인가 아닌가]겠네요.

타키의 입장에선 노골적이죠. 흠모하던, 아니 이를 넘어서 동경하던 선배와 데이트를 하게 되었는데 선배와 교감하기 보다는 미츠하의 어드바이스에 목매는 상황이었죠. 여기서 애정하는 대상이 선배로부터 미츠하로 옮겨가는 느낌적인 느낌이 전해지죠. 눈치 빠른 관객이라면 충분히 눈치챌 만한 플롯이었어요.

바로 뒤에는 이보다 노골적으로 보여주죠. 미츠하를 상실하고 나서 슬퍼하는 타키를 보여주니까요. 이런 경우 정말 흔하잖아요? 긴지 아닌지 몰랐지만, 잃어버리고 나서야 깨닫는 전개는 완전 클리셰 수준이죠. 이렇게 타키가 미츠하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뻔질나게 보여주는 걸요.

미츠하는 도쿄에 찾아오는 게 전부이긴 하지만, 미츠하의 실종 이후 극의 전개는 타키 중심으로 돌아가니까요. 연결해야 할 주체가 타키가 되었고, 꿈속의 마을을 찾아헤매는 이야기가 나오죠. 타키의 감성만 부각한 점은 이런 전개의 측면과 어느 정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1. 무맥락, 뜬금없음 등등은 실상 당위와 다름 없는 말이며, 사랑이란 본질이 뜬금없는 무맥락, 무당위이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말씀드립니다.
2. '둘이 사랑에 빠졌었나?'에 대해서는 데이트에서 타키의 행동과 태도 그리고 미츠하와 연락이 끊긴 후 타키의 모습 등으로 충분히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17/02/02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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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당황스러운데 캐롤에선 그 둘이 끊임없이 서로를 의식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너의 이름은엔 없습니다. 단순히 서로를 의식하면서 눈빛을 교환하며 영화에서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과 상호간의 라이프를 지키기 위해 뭐뭐하지 말아라 뭐 해라 라는 식의 내용외엔 딱히 나오지 않는 교환일기가 동일시 되는가에 대한 의문이 드네요. 저는 위에서도 꾸준히 말씀드렸습니다. 상황과 상황만으로 이루어진 채 감정에 대한 묘사가 없는건 우리가 그런 상황에서 그럴만하지하고 넘어가주는거지 이게 그렇다 아니다라고 할 수 있는 요소가 아니라구요. 캐롤의 눈빛교환씬은 감정의 교환을 의도적으로 보여주는 씬입니다. 둘이 처음부터 무언가가 통했구나 라는 선언을 하는 씬이죠. 너의 이름은 처럼한다면 그냥 둘이 거기서 처음 만난걸로 넘어가고 저 시선을 교환하는 컷이 없는거나 마찬가지인겁니다. 이 점에 대해 맨 처음부터 상황에서 상황으로 넘어가면서 감독은 우리에게 암묵적인 동의를 요구하고 있다고, 저는 그점에 대해서 다른 방향으로 볼 수 있는 상황만을 주는것으로 어떻게 이 둘의 감정이 관객에게 인정받느냐라고 말하고 있는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이 둘의 차이가 무엇이냐고 물으시는건가요.
무맥락적인 사랑이라고 들고 오신 캐롤에 대해서 저는 사랑의 무맥락적인 속성을 다루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제가 말하는 요소들을 담고 있다고 말씀드렸고 그래서 사랑의 무맥락성은 긍정하나 현재 영화에서 사랑의 무맥락성을 다룰 것이라면 초반에 관객들에게 먼저 던져놓고 그 후의 일에 집중하는 것이 맞다고 했습니다. 자꾸 사랑이 무맥락적이다와 영화에서 중반까지의 러닝타임동안 뭣도 없다가 터지는 무맥락적인 감정의 표출을 동치시키시는데 저는 전자의 감정에 대해서는 캐롤에서처럼 다루는 방식이 맞으며 무맥락적인 사랑이 주제가 아닌 일반적인 영화라면 관객에게 그 느낌을 제시하는 것을 기본적인 영화가 다루는 사랑의 맥락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이러한 지점에서 사람들이 해당 영화에 대한 개연성을 지적하는 것이라고 말씀드렸구요. 근데 자꾸 사랑에 대한 일반적 무맥락성을 가져오시면서 사랑은 어떤것이며 저것도 사랑의 본질이다 라는 식의 말씀을 하시는 것은 저 둘을 끊임없이 구분해서 쓰고 설명하고 있는 제 입장에서는 상당히 당혹스러울 뿐입니다. 이건 심지어 본문에도 현실은 우연이 연속될 수 있지만 영화에서 그렇게 만든다면 개연성이 없다고 까이는 것이라고 적어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기본적인 영화의 개연성 입장에서 대체 저 둘이 언제부터 좋아했다고? 라는 의문이 생기는 지점과 왜 그 의문이 생기는지, 그런 의문을 만들었다면 그 의문이 이 영화에서 중요한 작용을 하는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 모두 말씀드린거 같은데 자꾸 사랑은 무맥락적이니 괜찮다라고 하시면 외려 제가 묻겠습니다. 영화가 시작부터 끝까지 사건들이 우연에 우연에 우연으로 해결되는 영화(심지어 그 우연이 중요한 영화상의 테마나 의도와 관련이 있는 것도 아닌)라면 그 영화에 대하여 어떻게 평하시겠습니까?
단지 그것이 사랑이라는 감정의 속성이라서 이해되는 부분이 아니라는 겁니다. 무맥락적인 사랑을 다루는 영화들도 그런 사랑이 교감되는 장면에 대한 묘사가 없는 영화는 없습니다. 이 영화에서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이러한 무맥락을 만드는 겁니까? 혹시 라라랜드는 서로 만나자마자 아무것도 아닌채 있다가 어느순간 맥락없이 사랑에 넘치는 연인이라도 나오나요?(정말 몰라서 묻는겁니다)

뭐..이런 점에도 불구하고 저는 영화상 주제가 사랑이 아니라고 느꼈으니 괜찮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후에 말씀하신 이야기에 대해 말하자면 이미 저장면까지 가면 여주의 감정 폭발로 관객들은 이미 이 둘이 연정이 있음을 깨닫게 된 후입니다. 그래서 제가 말한거죠. "어 이 둘이 그런 거였어? 아 하긴 그 때는 그렇지.."하고 넘어간 이후라구요. "이미 감정이 있다고 치고 달려가기 시작한 시점"이잖아요. 이후부턴 오로지 서로 달려나가기만 하는 영화인데요.
제가 말하는건 영화에서 저럴 이유가 없다는거죠. 여주고 남주고 본인들이 본인들의 감정을 모르는건 클리셰적일 수준이에요. 근데 관객이 그 주인공들과 동시에 감정을 깨닫는다는건 이 영화에서 무슨 개연성이 있냐는 말이 안나올 수 있겠습니까? 이 점에 대해서는 사랑은 무맥락이다라고 하셔놓고 그런 개연성이 없다는 말에 대해선 긍정하지 않으시잖아요 오히려. 말씀하신대로면 개연성은 하나도 없지만 원래 사랑이라는게 그런거야에 가까우신거 같은데 또 개연성이 없다고 하는거에 반대하셔서 지금 말씀하시는 거잖아요. 도대체 어느쪽으로 말씀하시는건지 제가 오히려 난감한데요.
전 영화로서 그런 중반에 표출되는 맥락없는 감정은 개연성이 당연히 없고, 이 영화의 메인 주제가 맥락없는 사랑이 아닌 이상 소설을 보지 않는 이상 해결되지 않는 몇 씬 대신 이러한 감정에 개연성을 부여하는게 영화의 완성도가 훨씬 나아졌을거라는 말이죠.
마스터충달
17/02/02 01:57
수정 아이콘
그런데 <너의 이름은.>의 경우 둘이 마주칠 수 없다는 제약이 있으니까요. <너의 이름은.> 교환일기는 이러한 제약을 감안하면 <캐롤>의 눈빛교환과 같은 겁니다. 이게 결정적으로 드러난 게 데이트 시퀀스고요. 계속 말씀드렸다시피 직관적이지 않다 뿐이지 같은 기능을 하는 장치에요. 그렇기에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은 인정해도, 전무하다는 말은 부당하다는 거죠.

중반까지 러닝타임동안 뭣도 없다가 터져나온다고 하기에는 <너의 이름은.>은 형식적인 장치들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게 과연 좋은 장치였는가, 확 와닿는 장치인가, 이에 대해서는 비판점을 인정합니다. 근데 전무한 정도는 아니라는 거죠. 왜 있는 걸 없는 것 취급하냐는 겁니다.

제가 <너의 이름은.> 비평을 쓰면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우선은 작품이 무슨 말을 하는지부터 들어줘야 한다." 감독이 상황을 통해 사랑을 제시했다면 그걸 받아들이면서 작품을 읽어나가야 옳습니다. 이후에 감독의 제안이 부족하다고 비평하는 것이야 문제될 소지는 없어요. 그런데 감독의 제안이 아예 없었다고 하는 건 아니죠. 암묵적인 동의를 끌어낸 전개와 연출 자체는 존재하지 않습니까? 저는 이걸 "형식적 개연성"이라고 부른 겁니다. 형식은 갖췄으니까요. 문제는 딱히 팍팍 와닿지 않는다는 점이죠. 그래서 이렇게 열변을 토하는 겁니다. 작아도 달려 있는데 왜 거세되었다고 고자취급을 하냐는 말이죠. 이건 부당합니다. 크지 못해서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하면 됩니다. 멀쩡히 달린 걸 잘린 것 취급하진 말자는 거죠.

"<캐롤>은 잘했고, <너의 이름은.>은 못했다."라고 하면 문제 없어요.
"<캐롤>은 있고, <너의 이름은.>은 없다."고 말하면 부당하다는 말입니다.
님께서 주장하신 비판점의 큰 틀은 온당해요. 다만 전무하다는 말이 명백하게 부당하다는 겁니다. 작품은 그에 관한 요소를 담고 있으니까요.



주인공과 동시에 깨닫는 게 왜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그걸 따질 필요 없이 미리 눈치챌 수 있는 장면이 존재합니다. 계속 말씀드리는 데이트 장면이요. 여기서 연심이 선배에서 미츠하로 넘어간다는 냄새를 폴폴 풍기는데 왜 이건 인정을 안 해주시나요?



제가 계속 말할 때 "차치하고"라고 했죠? 설령 저 모두를 인정하지 않아도 사랑은 개연성이 필요없으니 결국 괜찮다고 말하는 겁니다. <너의 이름은.>이 사랑에 관한 개연성이 전무한 게 아니라, 사랑은 개연성이 필요치 않으니 작품에서 사랑의 개연성을 찾는 게 무의미하다는 말이에요. 그리고 이제서야 바로 말씀하시는 군요. 결국 님께서 줄곧 요구하셨던 건 사랑의 개연성=당위입니다. 사랑에서 개연성이 필요없는 이유는 많이 말씀드렸으니 굳이 덧붙이진 않을게요.

작품이 우연으로 점철되면 욕 먹어야죠. 근데 사랑만 예외에요. 저는 사랑이 우연적이라고 비판하는 건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게 아니라 틀린 거예요) 사랑을 모르거나, 개연성에 집착하는 짓일 뿐입니다.

우연한 사랑이 욕먹어야 하는 케이스는 엔딩에서 남녀 주인공의 뜬금없는 키스로 마무리하는 것 뿐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사랑은 우연히 시작되어도 괜찮아요. 그 이후에 사랑으로 인해 인물, 사건, 세계가 어떻게 변해가는 지를 그려내면 됩니다. 엔딩 키스신이 욕먹어야 하는 이유는 사랑 이후를 그려낼 수 없기 때문이죠.

작품 중반에 사랑이 등장하여 반전을 보여주는 경우는 흔합니다. 주인공을 남몰래 흠모하던 사람이 "실은 걔를 좋아했었어."라며 자신을 희생하는 이야기는 많이 나오잖아요? <해리 포터>의 스네이프 교수가 대표적이죠. 그나마 이건 장편이다 보니 짜맞추는 개연성은 있어요. <신 용문객잔>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여기에 푸줏간지기라는 인물이 있습니다. 여주인공을 남몰래 흠모하는 사람이죠. 그가 영화 말미에 연심을 보여주며 여주를 구하기 위해 최강의 적에게 도전합니다. 영화 최고의 장면이었죠. 거의 끝물에 등장하지만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왜냐면 그의 사랑이 등장한 이후로 사건의 전개가 달라졌거든요.

사랑은 우연이고, 오류입니다. 하늘에서 떨어진 존재같은 거예요. 그로인해 전개가 어떻게 변했는가를 보여준다면 어느 시점에 얼마나 뚱딴지 같이 등장하는지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여기서 개연성을 요구하는 건 정말 럽알못이고 개연성 집착에 불과합니다.
gallon water
17/02/01 12:25
수정 아이콘
사랑의 동기는 충분하다고 생각되는데 아마 영화에서 불친절하게 묘사해서 그럴겁니다
미츠하와 타키의 상대방에 대한 속마음이라던지 티격태격 하고 나서도 혼자 앓는 모습이 나오질 않고
오쿠데라 선배가 타키에게 넌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고 말한게 전부죠. 좀더 친절하게 사랑에 빠지는 모습을 묘사해도 좋았을거라고 봐요
17/02/01 16:52
수정 아이콘
영화가 감정의 발전을 전혀 보여주지 않은 채 안좋아하던 상황에서 좋아하는 상황으로 그냥 넘겨버렸죠. 뭔가 많은 씬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한두개 10초정도의 컷만 넣어줘도 충분할텐데 안넣은건 그냥 필요없다고 생각했을거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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