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도심 속 음악 축제'를 표방하며 열리는 음악 페스티벌을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그런 축제들의 시작은, 매년 가을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리는 그랜드민트페스티벌(이하 GMF)이 아닌가 싶습니다. 처음 테니스장에서 시작할 때는 장소 섭외도 힘들었고, 주변 아파트에서 시끄럽다고 클레임도 많이 들었다던 페스티벌이 지금은 너무나 거대해져 '도심 속 음악 축제'들 가운데서도 독보적인 위치에 서게 되었습니다.
GMF에 가보신 분들이라면 다들 너무나 잘 아시겠지만, 그리고 락페가 다 그렇겠습니다만, GMF는 GMF만의 묘한 매력적인 분위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매력들이 사람들을 GMF에 다시 또 다시 가게 합니다. 특유의 파스텔톤 분위기, 다양한 장르와 스테이지 구성 때문에 골라 듣는 재미도 있고, 친절한 민트플레이어(자원봉사자)들, 페스티벌을 대표하는 레이디or가이 선정(이번엔 모델 주우재씨였습니다), 친환경 캠페인 등등... + 커플로 넘쳐나는 분위기까지... 정말 갈 때마다 다음번엔 여자친구 만들어서 와야지! 하고 절로 외치게 됩니다 ㅠㅠ + 통계에 의하면 관객 비율이 여:남=7:3입니다. 그런데 이틀 동안 저에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2016년의 GMF는 10월 22일부터 23일까지, 올림픽공원에서 열렸습니다. 그리고 10주년을 맞아서 더욱 색다르고 재미있는 페스티벌이 꾸며졌습니다. 화려한 라인업은 물론이고, 주최처인 민트페이퍼에서는 GMF 10년의 역사를 깔끔하게 정리해서 전광판을 통해 관객들에게 틈틈이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 벅스에서 만드는 음악전문 매거진 '스트림' 창간호가 GMF 10주년 특집이었습니다. GMF 자주 가시는 분들은 꼭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재미있어요!
2013년에 처음 GMF갔다가 GMF 팬이 되어버린 저는 재작년 연말부터 16년 GMF를 기대하고 있다가, 라인업도 아직 안 떴을 때 블라인드 티켓 2일권을 끊어서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GMF가 끝나자마자 후기를 올리려고 했는데... 페스티벌 끝나고 며칠 지나서 최순실-박근혜 게이트가 터지는 바람에 쓸 타이밍을 놓쳐버렸습니다. ㅠ...
물론 아직도 TV에서는 답답한 뉴스가 계속해서 들려옵니다. 그렇지만 GMF에 가셨던 분들도, 또 아쉽게 가지 못했던 분들도 좋은 노래와 기억을 공유하면서 다함께 힐링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지금에나마 후기 올려봅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GMF 2016에서 좋았던 무대 6개를 꼽아봤습니다.
6. 안녕하신가영 - 인공위성 (단편집 '인공위성')
(유튜브 김경이님 영상)
GMF 2016에는 네 개의 스테이지가 있습니다.
그 중 올림픽공원 88호수 수변무대에 있는 스테이지가 Loving Forest Garden인데,
스테이지 이름처럼 주로 감성적, 서정적이고 조금은 달달하기도 한 뮤지션들이 주로 이 곳에서 무대를 펼칩니다.
러빙 포레스트 가든의 첫 번째 주자는, 바로 '안녕하신가영' 님이었습니다.
스테이지에 꼭 맞는, 그리고 GMF의 시작을 알리는 무대가 이보다 더 적절할 수 있을까요?
후렴구에서 눈 감고 bye~ bye~를 같이 반복할 때는 모두 아련한 분위기에 빠져들었습니다.
아 그리고 안녕하신가영님, 싸인 받을 때 가까이에서 봤는데 실물여신입니다. 너무 예쁘시더라구요.
5. 어반 자카파 - 그날에 우리 (1집 '01')
(GMF 2016 공식홈페이지 사진)
이번 GMF는 민트페이퍼의 여러가지 준비가 돋보인 GMF였습니다.
GOREE라는 LED 손목밴드를 관객들에게 지급했는데요,
사진처럼 다양한 색의 불빛이 들어오고, 색깔이나 점멸 여부를 개인이 혹은 중앙에서 컨트롤할 수 있는 도구였습니다.
어반자카파의 준비된 모든 무대가 끝나고 나서,
조현아님이 "여러분 팔목에 차고 있는 건 뭐죠? 저희도 차고 있는데, 다들 들어볼까요" 라고 말하자
Mint Breeze Stage가 설치된 88잔디마당에 일제히 수많은 별빛이 생겨났고,
동시에 권순일님이 '그날에 우리' 첫소절을 부르며 앵콜무대가 시작되었습니다. Baby My Love~
그때 그 기분을 글로는 전달할 수가 없네요. ㅠㅠ GMF 이틀 동안, 가장 짜릿했던 순간들 가운데 하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