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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식 키보드의 대중화가 본격화되면서 많은 분들이 각자의 취향에 맞는 제품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들 기성품들은 가격이 좀 나가는 제품의 경우 스테빌 등 소음이 특히 심한 곳에 적게나마 윤활이 되서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제품은 윤활이나 별도의 후처리가 없는 날것 그대로 출시되지요.
(일부를 제외하고)기성품을 사용하는 분들은 백스페이스, 엔터 등의 1x1 이상의 크기를 가진 긴 키 타건시 '철컹철컹'하는 쇳소리를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 소리를 마음에 들어하는 분들도 있지만 거슬려하는 분들도 많은데요, 이 글에서는 그런 분들을 위한 초간단 윤활법을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스테빌만 윤활하기 때문에 보강용 스위치 특유의 내부 슬라이더+스프링 소리는 잡지 못합니다. 슬라이더와 스프링의 소음을 잡으려면 디솔더링이 필요하기 때문에 납땜에 자신있는 분들만 시도하시는게 좋습니다. 당연하지만 커스텀을 쓰시는 분들에게는 이 글이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1. 준비물
윤활할 키보드, 윤활제, 이쑤시개 or 면봉을 준비합니다. 보통 커스텀 키보드의 윤활에는 크라이톡스 등 1g에 몇천원하는 비싼 녀석들이 투입되곤 하지만, 여기선 기성품의 스테빌 윤활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그런 비싼 것들은 필요없습니다. 물론 비싼게 좋긴 하지만요..^^;;
[필코 마제스터치2 핑크 에디션과 슈퍼 루브]
자동차나 자전거 등 체인이 들어가는 기계를 정비해보신 분들은 '테프론 그리스'를 들어보셨을 겁니다. 저희는 이걸 쓸겁니다. 옥x이나 쥐장터 등 인터넷에서 배송비포함 5천~만원선에 (키보드에만 쓴다면) 평생 써도 다 못 쓸 양을 구할 수 있습니다. 스프레이나 액체형말고 튜브형으로 된걸 쓰시는게 좋습니다. 저는 오늘 도착한 마제2 핑크 에디션을 예제로 써보겠습니다.
이쑤시개 or 면봉의 용도는 아래에서..
2. 윤활 포인트
스테빌이 들어가는 긴 키 타건시 나는 쇳소리는 타건시 스테빌이 보강판에 맞닿으면서 나는 소리입니다. 가끔 찌걱거리는 소리가 나는 경우도 있는데 이건 스테빌을 보강판에 고정하는 부위의 마찰이 심해서 나는 소리구요.
[윤활 포인트]
따라서, 위 그림에서 동그라미로 표시된 부분을 윤활해주시면 됩니다. 마제2의 경우 소위 '마제식'으로 불리는 특유의 스테빌을 가진 탓에 저렇게 생겼는데, 체리표준형 스테빌이 장착된 키보드의 경우 위 그림의 포인트와 매칭되는 부분을 확인해 거기에 윤활해주시면 됩니다.
3. 따라해보세요
사진을 따라가면서 윤활하시면 됩니다. 스테빌에 묻히는 윤활제의 양이 너무 적으면 하나마나한 효과가 나고, 반대로 너무 많으면 키감이 먹먹해지니 본인의 취향에 맞게 윤활제의 양을 조절하셔야 합니다.
[키캡 분리]
우선 키캡을 분리해줍니다. 대부분의 기계식 키보드는 구매시 키캡 분리할 때 쓰라고 리무버를 같이 주는데, 이걸 사용하시면 됩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같은 경우 작업할 부분 주변의 키캡을 전부 들어내는게 편하더라구요. 마제식 스테빌의 경우 키캡을 들어낸 후에 보조 축을 추가로 들어내시면 됩니다.
[윤활제 투하]
1.에서 언급한 이쑤시개 or 면봉은 윤활제를 스테빌에 발라주는데에 사용됩니다. 어떤걸 사용하는지는 상관없고, 양만 적당하게 조절하시면 됩니다. 저는 사진처럼 이쑤시개는 윤활제를 바르는 용도로, 면봉은 너무 많이 바른 윤활제를 덜어내는 용도 + 고르게 도포하는 용도로 사용합니다.
[보강판 결합부]
보강판 결합부는 저런 식으로 발라주시는게 편합니다. 다 바르셨으면 분해의 역순으로 조립하시면 되는데, 마제식 스테빌의 경우 보조 축을 기준으로 좀 더 긴 쪽이 키보드 위쪽으로 향하게 방향에 유의해서 조립하셔야 합니다.
4. 효과는?
[윤활 전]
[윤활 후]
비교를 위해 윤활 전과 후의 소음을 촬영해봤습니다. 윤활 전에는 철컹철컹에 더해 약간 찌걱거리는 소리까지 났었는데, 윤활 후에는 갈축 특유의 정갈한 소리가 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5. 기타 팁
1) 기계식을 포함한 대부분의 키보드의 스테빌은 다들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때문에 금속제 스테빌을 쓰는 키보드라면 위와 같은 방법으로 윤활이 가능합니다(멤브레인도 됩니다!). 단, 리얼포스같은 러버돔 적용 키보드는 윤활제가 러버돔에 닿을 경우 심각한 변형을 초래하기 때문에 진짜 컨트롤에 자신있는 분들이 아니면 시도하지 않으시는게 좋습니다.
2) 키캡 분리는 절대 손으로 무작정 잡아 뜯으시면 안 됩니다. 리무버를 이용해 수직으로 들어올리는 느낌으로 분리하시는게 가장 좋고, 혹여 리무버가 없다면 인터넷에서 3천원~5천원정도에 구하실 수 있습니다.
3) 윤활제는 소모품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다시 철컹철컹..합니다. 스테빌 소리가 거슬릴 때마다 한 번씩 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저는 반년~1년에 한 번씩 해줍니다.
4) 기성품도 하우징 분해, 디솔더링 등을 통해 커스텀 못지 않은 튜닝이 가능하지만, 보증기간이 남은 키보드에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추천하지 않습니다. 하우징 고정 나사가 보통 미끄럼 방지 패드나 스티커 뒤에 숨어 있는데, 이게 훼손되면 고장나도 사설 수리밖에 답이 없어집니다.
5) 윤활제를 도포하신 후 키캡 체결 전에 스테빌을 두세번정도 움직여주시면 윤활제가 좀 더 고르게 도포됩니다.
6) 기성품 구매 후 바로 사용하지 마시고 1x1키는 한 번씩 꾹꾹 눌러준 후에 사용하시는게 좋습니다. 날 것 그대로의 기성품은 키캡 체결 상태가 제각각이어서 높이도 제각각이라 키감이 100% 살지 않습니다.
기계식 키보드에서 발생하는 소음의 거슬리는 정도는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본인의 취향에 맞게 윤활하시면 됩니다. 꼭 제가 한 방법만이 아니라 그 외의 더 좋은 방법이나 취향에 맞는 방법도 있을테니, 이 글은 참고용으로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궁금한 점은 질문주시면 아는 한도내에서 답변드리겠습니다.
※ 체리식 스테빌을 채용한 키보드의 경우 사진이 없어서 도저히 윤활 포인트를 모르겠다! 하시면 제가 확인하는대로 추가 사진을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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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저같은 귀차니즘 한테는 엄청난 중노동이겠어요.
전 그냥 회사에서 쓰기위해 조용해야되서 기계식 말고 정전식 키보드로 샀는데 잘산거 같네요
그건 애초에 서걱서걱 거리는 키보드라서 칫솔로 먼지청소 하는 것 외에는 딱히 관리 안해도 되는게 장점..
만약 키보드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면 그냥 리얼포스 하나 사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