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90년대 애니 노래를 부른 여성가수들을 주제로 글을 쓰려고 했는데, 모리카와 미호의 노래를 모으다 보니 단독으로 올리는게 낫겠다 싶어서 따로 글을 써봅니다. 모리카와 미호를 시작으로 사카이 노리코, 하야시바라 메구미, 카사하라 히로코, 요네쿠라 치히로 같은 가수들과 마지막으로 zard까지 시리즈로 글을 올려 보고 싶네요.
모리카와 미호란 이름은 들어보지 못하셨어도 가이낙스가 제작한 애니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와 주제가 블루워터를 아시는 분은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시원스럽게 부르는 밝고 희망찬 노래 이미지가 나디아와 딱 들어맞는 명곡이었죠. 블루워터는 모리카와 미호의 대표곡이라 할 수 있는데 이때문인지 대중들은 애니송만 부르는 가수라고 오해를 하기도 합니다. 실제론 80 ~ 90 년대에 활동했던 아이돌 가수로 많은 노래들을 남겼죠. 이번 글에서 모리카와 미호에 대한 설명글과 그녀가 불렀던 노래들을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모리카와 미호는 가수 이선희처럼 나이를 먹어도 변하지 않는 cd음원 라이브로도 유명합니다. 그럼 우선 설명하기 앞서 가장 유명한 블루워터 라이브 영상 부터 보도록 하실까요.
블루워터 20대 라이브
22살 때 찍었던 라이브 무대 영상입니다. 모리카와 미호가 가장 빛나던 시절이 이때가 아닐까 싶네요.
블루워터 30대
전설의 레전드로 남은 영상입니다. 나디아가 방영되고 나서 16년이 지난 후에 부르는 라이브 무대였는데 방금 녹음한 앨범을 틀은 것처럼 똑같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네요.
블루워터 40대 초반
블루워터 40대 후반
블루워터를 마지막으로 무대에서 열창한게 아래 영상인데 cd음질 가창력은 여전합니다.
아델 Rolling in the Deep 라이브
영상을 업로드한 날짜가 2020년 11월 19일이니 가장 최근의 근황이겠네요. 올해로 52세가 되서 세월의 흐름을 피해가지 못한 것이 여실이 느껴집니다. 젊은 시절의 미모와 비교하니 서글퍼지네요. 50대에 접어들어서 자랑하던 가창력도 예전같지 못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이게 웬 걸 아델 노래 Rolling in the Deep를 시원스럽게 부르는 미호 누님의 걸크러시 포스를 보고나니 클라스는 영원하다란 말을 새삼 떠올리게 되네요. 모리카와 미호가 영어로 부르는 건 처음 들어보는데 이게 은퇴한 지 30년이 되가는 전직 아이돌 가수의 실력이 맞는지 살짝 전율이 일 정도더군요. 다른 영상은 몰라도 이건 필히 감상해보시는 걸 적극 추천합니다.
그럼 이어서 모리카와 미호의 프로필을 설명해 보겠습니다. 정보의 출처는 일본 위키피디아입니다.
모리카와 미호는 1968년 오사카 출생으로 일본의 아이돌, 배우, 대학교수입니다. 중학생 때 부터 가수를 지망하고 부단한 연습 끝에 1983년 야마하 보컬 대회에서 그랑프리 수상을 하게 되죠. 열다섯 살이란 어린나이 부터 가창력을 입증 받은 셈입니다. 이후 1985년에 싱글 앨범 교실을 발표하여 가수로 데뷔하였고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까지 아이돌 가수 활동을 하게 됩니다. 90년에는 가이낙스의 애니메이션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의 오프닝곡 블루워터와 엔딩곡 예스아이윌을 부릅니다. 모리카와 미호의 첫 애니메이션 노래이면서 그녀를 세계에 알린 대표곡이 되었죠. 10대 후반, 20대 초반엔 약간 통통했던 살이 빠지면서 20대 중반에 이르러 미모도 가창력도 전성기에 이르렀죠. 하지만 미모와 가창력 모두 겸비한 것과 달리 가수로서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았습니다.
zard 같은 싱어송 라이터와 다르게 모리카와 미호가 선택한 길은 아이돌 가수였고, 20대가 지나고 30대에 접어들면서 나이를 먹음에 따라 자연스럽게 은퇴를 할 수 밖에 없었지요. 은퇴 후 결혼하고 오사카예술대학에 준 교수로 재직하면서 후진 양성을 하는 나날을 보냈다고 합니다. 그녀의 가창력이 50대에 이르러서도 전성기 때와 변함 없다는 사실은 꾸준히 제자들을 보컬 트레이닝으로 지도하면서 본인도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는 점에 있겠네요. 2010년 이후 블루워터 라이브 영상 같은 그녀가 노래 부르는 모습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다시 활동을 재개하는 모습입니다.
모리카와 미호는 2007년 잡지 인터뷰에서 자신은 블루워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그 이유는 당시엔 흘러가는대로 일이라고 생각하여 노래를 불렀고, 본업을 애니 노래 가수라기 보단 무대에 서는 가수라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후 세월이 흘러 잊혀져 가는 가수가 되어도 블루워터는 많은 사람들의 기억속에 남아있었고, 본인도 애니메이션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는 지 블루워터를 부른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인터뷰를 마쳤습니다.
여담으로 재밌는 일화가 있는데 모리카와 미호는 피어스 브로스넌이 주연했던 영화 007` 언리미티드에 출연한 적이 있습니다. 모리카와 미호의 팬이었던 감독이 영화에 출연하지 않겠냐고 캐스팅 제의를 해온 것이죠. 일본에선 본드걸 배역을 받지 않을까 기대를 모았는데, 그녀가 영어를 전혀 못한다는게 문제였습니다. 결국 비중있는 배역을 받지 못하고 카지노 손님1 이라는 단역으로 등장하고 말았죠. 이는 감독이 모리카와 미호가 영어로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고 당연히 영어도 잘할거라 오해해서 벌어진 해프닝이었습니다. 위에 링크한 아델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보면 저 같아도 영어를 능숙하게 할 거라고 착각 할 만도 하겠더라고요 크크크.
아래 사진은 007 언리미티드에 모리카와 미호가 나오는 장면입니다. 가운데 단발 여성이 미호네요. 영화를 보면서 찾아보라고하면 못찾을 것 같습니다 크크.
글을 쓰기전에 제가 들어봤었던 모리카와 미호의 노래는 블루워터, Yes, I Will, Be free 정도였는데 노래를 찾아보니 정말 많이 불렀더군요. 15세에 데뷔해서 30대 초에 은퇴라 아이돌 가수로 활동했던 기간이 길었던 만큼 남긴 음반도 다양했습니다. 노래를 들으면서 블루워터 한 곡으로 기억되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 의미에서 모리카와의 노래를 시대별로 몇곡 선별해봤습니다.
1985 교실 教室
모리카와 미호의 데뷔곡 교실입니다. 위에 최근 근황 영상 3분대를 보면 52세의 나이에 첫 데뷔곡 교실을 부르는 모습이 나옵니다. 35년이 흘러서 비록 외모는 변했지만, 목소리는 변하지 않았네요.
`87 여자가 되어라 おんなになあれ
80년대에 활동할 때 미호가 부른 노래 중에서 가장 히트한 곡이라고 하더군요. 1분 부터 시작되는 부분이 듣기 좋습니다. 모리카와 미호가 부르는 노래는 항상 힘차고 밝은 분위기였는데 슬픈듯한 감정이 담긴 애수 가득한 창법이어서 신선하더군요.
87 PRIDE
1987 크리스마스는 어떻게 할 거야? クリスマスはどうするの?
노래를 찾다보니 캐롤송도 불렀더라고요. 좀 있음 크리스마스 시즌도 다가오고 하니 추가해봤습니다.
`88 Be Free
이 분은 평상시엔 예쁜가 싶은 알쏭달쏭한 외모인데 노래를 부르면 가창력 버프 때문인가 참 곱게 보이더군요. 옛날 녹화 영상이라 화질이 안좋은게 안타깝습니다.
1989 chance
1990 블루워터 ブルーウォーター
대망의 블루워터입니다. 90년을 기점으로 창법이 좀 달라지더라고요. 80년대까진 옛날 일본 아이돌 가수 특유의 좀 어린?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는데 블루워터를 부르고 나서부턴 더 성숙된 보이스로 가창력이 완성된 느낌입니다.
1991 Positive
란마1/2 엔딩으로 쓰인 곡 포지티브입니다. 란마 노래는 안좋기로 유명한데 포지티브 만큼은 좋은 노래였단 평가가 일반적이었죠. 저도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다시 들어도 흥겹고 좋네요.
1992 날개를 대신해 翼にかえて
확실히 80년대에 노래 불렀던 스타일과 달라진게 느껴집니다. 목소리는 더 파워풀해지고 몸매는 더 슬림해졌네요. 댓글에 아무로 나미에가 메이저로 데뷔하기 전에 모리카와 미호의 창법을 따라했단 내용도 보이던데 사실인지 뇌피셜인지 모르겠네요. 일본 위키 보면 그런 내용은 없던데 말이죠. 댓글 때문인가 듣다 보니 아무로 나미에가 부르는 거랑 비슷하게 들리기도 하고 그럽니다.
여기까지 모리카와 미호의 노래들을 소개해 봤습니다. 어렸을 땐 단지 재밌게 봤던 애니 주제가로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나이를 먹고나서 그래 그때 블루워터란 노래가 있었지 하고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 노래를 찾고, 가수를 찾다보니 저보다 10년 이상 전에 태어나 활동했던 가수의 흔적을 쫓고 있네요. 지금은 나이 들어버린 전직 아이돌 가수의 노래 영상을 보면서 매력적이구나란 생각과 너무 일찍 데뷔했다란 아쉬움이 교차하니 복잡 심정이었습니다. 성우가 준 연예인급 대접을 받는 요즘 시대에 태어나서 저 외모와 가창력으로 활동을 했다면 더 크게 성공했을지도 몰랐겠단 부질 없는 망상을 해보네요. 만약 그랬다면 블루워터 같은 명곡은 태어나지 않았겠죠. 저의 덕후질 용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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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첫문단에 소개하신 여성 가수들... 다 아는 사람들이군요. 마지막 자드의 사카이 이즈미 관련 글은 눈물없이는 못볼거 같고...
블루 워터가 워낙 전설의 레전드 곡이라 인지도가 밀리지만 한국 나디아가 자체 제작한 푸른 꿈을 함께(https://youtu.be/20N4D3vzRPc)도 참 명곡인거 같아요.
여기서 모리카와 미호의 글이 나오다니! 올려주신 글 잘 읽었습니다. 한때 미호의 노래에 꽃혀서 5집인 oh witch 부터 10집인 hallow 까지 일본에 갈 때마다 또는 지인에게 부탁해서 모았었는데 11집 부터는 한동안 일본 갈 일이 없어 타이밍을 놓친 후 뒤늦게 파는 곳을 찾지 못해서 좌절했었습니다. 도시바 EMI 시절 싱글 모음인 허 베스트 1, 2는 90년대 발매당시에는 구하기 쉬웠는데 지금은 북오프에라도 남아있으려나 모르겠네요. 추천 앨범은 Vocalization, Pop the top과 미니앨범인 a holyday, 베스트 앨범인 Her Best 1집 입니다. 요새도 종종 mp3 떠 놓은 걸 듣는데 여전히 촌스럽지 않고 좋습니다.
각설하고 애니송 쪽에서는 사상 최강의 제자 켄이치 2기 오프닝 (Diva x Diva 명의) 로 불렀던 곡과, 올려주신 Positive, 나디아 두 곡이 전부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30년 넘게 가수를 하며 오리콘 10위안에 든 것도 나디아 수록곡이 들어간 vocalization 과 어쿠스틱 미니앨범인 a holiday 정도였어서 주위에 JPOP을 듣는 사람이나 일본 지인에게 말해줘도 누군지 모르겠다는 분이 대부분 ㅠㅠ ... 이었는데 이렇게 미호 글을 보니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와우 댓글을 읽고 유튜브에서 검색해보니 진찌 켄이치 오프닝을 불렀군요. 뜻하지 않게 보물을 발견한 느낌이라 신나네요 크크. 추천해주신 앨범들은 들어보겠습니다. 모리카와 미호는 가창력 만큼은 탑티어라고 생각하지만 이상하게 뜨질 못했죠. 일본인이라도 젊은 세대면 모르는 것도 이해는 갑니다. 활동한 시기가 더 늦고 좋은 프로듀서를 만났다면 훨씬 성공했을 재능인데 안타깝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