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국무장관 토니 블링컨이 과거 2019년 프랑스의 권위있는 시사토론 방송 C dans L'Air에 출연해서 한 인터뷰입니다.
여기서 그는 아주 유창한 프랑스어 실력으로 (제가 듣기에는 거의 네이티브입니다) 본인의 정견을 막힘 없이 설명하는데, 인터뷰하는 사회자가 아주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네요. 아무튼...
그 내용을 들리는대로 한번 간략하게 번역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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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자: 안토니 블링컨 씨 안녕하세요
블링컨: 안녕하세요
사회자: 과거 미국행정부, 그러니까 오바마 정부가 중국을 과소평가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혹시 당시의 정책으로 인해 중국의 부상이 가속화된 건 아닌지요?
블링컨: 과소평가했다기보다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입니다. 우리는 중국의 부상을 목격했고, 상호주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이 점점 드러나고 있었고, 언젠가 충돌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주지하다시피 지난 20~25년간 워싱턴에 일종의 컨센서스가 있었는데 그것은 중국의 경제적 자유화가 진전될수록 정치적 자유도 따라올 것이라는 믿음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죠.
사회자: 그럼 그러한 정치적 자유화는 일어나지 않았고, 미래에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말씀이신가요?
블링컨: 매우 중요한 질문입니다. 과거 헨리 키신저가 닉슨 대통령과 함께 중국의 문호를 열었을 때 등소평을 포함해 여러 중국지도자를 만나 긴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때 키신저는 등소평에게 이러한 질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프랑스 혁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등소평은 이에 대해 평가하기에 아직 이르다고 답했습니다. 중국의 긴 역사를 미루어보았을 때 중국의 정치적 자유화가 가능할지 어떨지 모르겠으나 현재로 말씀드리자면 긍정적이진 않습니다.
사회자: 트럼프 행정부에 들어와서 무역적자가 큰 문제로 부상했습니다. 과거에도 그런 문제가 있었나요?
블링컨: 무역적자는 과거에도 계속 있었던 문제였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문제는 무역적자가 국가간 관계에 있어 유일한 기준이라는 점입니다. 그에게는 그것이 전부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진짜 문제는 아니죠.
사회자: 그럼 진짜 문제는 무엇인가요?
블링컨: 진짜 문제는 훨씬 더 구조적입니다. 지적재산권 문제라든가, 중국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국인들이 프랑스나 기타 국가에서 대우받는 것처럼 대우받을 권리에 대한 것이죠.
사회자: 상호주의가 없다는 문제 말씀이시죠. 헨리 키신저는 미중 관계의 악화가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것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나요?
블링컨: 예 물론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 과제인 것이죠. 중국은 자국의 부상에 대해 스스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생각해야 합니다. 그들이 너무 멀리간다면, 대립은 불가피해질 것입니다.
사회자: 그들이 너무 멀리간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요? 너무 빨리 부상한다든가, 혹은 팽창주의를 목표로 한단든가를 의미하는건가요?
블링컨: 무역, 기술, 군사 분야 모두를 의미합니다. 지난 75년간 미국은 세계의 규범과 제도 등 게임의 규칙을 설정하는 데 리더십을 발휘했습니다. 오늘날 미국은 그러한 책임을 방기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러한 역할을 수행하지 않는다면 결과는 둘 중 하나입니다. 다른 이가 그 역할을 대신하는 상황, 예컨대 중국이 그러한 역할을 할 것이고 또는 아무도 그런 역할을 하지 않게 되어 정글의 법칙이 적용되는 세상이 올 것입니다. 만약 중국이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되어 게임의 규칙을 만들고 규범을 만든다면 21세기 기술은 중국적 가치관에 의해 설정될 거입니다.
사회자: 민주주의의 후퇴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죠?
블링컨: 그것이 우려되는 점입니다.
사회자: 무역 분쟁 뒤에는 사실 미국 입장에서는 존재론적 문제가 될 수 있는데, 더 이상 세계1위의 강대국이 아니게 될 수 있다는 그런 문제의식이 있는거죠?
블링컨: 맞습니다. 충격적인 것은 최근의 국제 여론조사에 의하면 미국 리더십의 이미지가 중국의 이미지보다 낮아졌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처음 있는 일이에요. 우리가 그 지위를 다시 찾지 못한다면, 국제사회에서 리더십 역할을 맡는 역할, 그러니까 규범과 제도 그리고 규칙을 선도하는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면, 그 역할은 중국에 의해 대체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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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이지만 사실 토니 블링컨은 유럽인들 입장에서는 정말 최고의 국무장관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의 양아버지는 홀로코스트 생존자이고 과거 케네디 대통령과 프랑스 대통령 사이를 중재하던 보좌관 출신입니다. 어머니 또한 러시아의 유대인 학살을 피해 망명온 유대인입니다. 그의 누이 또한 유럽에서 오랜 기간 활동했고 프랑스에도 집이 있으며 프랑스에 기반을 두고 있는 비영리 NGO의 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한편 어렸을 적부터 토니 블링컨의 절친으로 알려진 토니 가드너도 유럽통으로 그 또한 유럽에서 자랐고 오바마 정부 당시 주유럽연합 대사를 지내기도 했습니다. 사실 두 토니의 부친 모두 직업 외교관으로 토니 블링컨의 친부는 주헝가리 대사였고, 토니 가드너 부친은 주스페인 대사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토니 블링컨의 삼촌은 주벨기에 대사를 지냈다고 하네요.
본인 포함 형제 친척 모두 유럽통이어서 유럽에서는 아주 기대가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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