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0/11/18 01:10:35
Name 초아
Subject [일반] '오빠'로서의 역할 (수정됨)
나는 쌍둥이 여동생이 있다. 이란성 쌍둥이라 너무나 다르게 생긴 여동생들이다.
우리 집은 맞벌이 집안이었다. 외환위기 이후 많은 가정이 힘들어졌지만 우리 집도 피해갈 수 없었다.
늦은 시간까지 우리 3명이 같이 놀았고 티비를 보거나 그림을 그렸다.

내가 초등학교 1학년때였다.
몇 시 였는지 정확히는 기억이 안난다. 그치만 엄청 어두웠다.
대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당연히 부모님이나 할머니, 할아버지인 줄 알았다.
우리는 계속 그림을 그렸다. 엄청 즐거웠던 거 같다. 곧 방문이 열리면 가족의 얼굴을 볼 수 있다.
거실문을 열고 거실을 지나서 우리가 놀고 있던 방을 열었던 건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
그 사람도 우리 3명도 모두 행동을 멈췄고 정적이 흘렀다.

나는 생각했다.
도대체 누구인가... 저 사람은 아는사람이 아니다. 왜 한쪽 손에 망치를 들고있는가...
우리가 위험하다. 내가 어떻게 해야 동생들을 지키는가.
방법이 없다. 내가 오빠니까 내가 남자니까 지켜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망치를 뺏어야겠다.

이 생각들을 10 초안에 했던 거 같다. 하지만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너무 무서웠다. 무서워서 움직일 수가 없다.
그 사람이 돌아서 간다. 신발도 안 벗고 들어왔구나. 거실이 더러워졌겠다.

이후에 부모님과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말했다. 할머니가 우셨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지만,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오빠다운 생각을 했었던 1학년 꼬맹이였다.

아! 그리고...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_^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0/11/18 01:18
수정 아이콘
얼마전에 미국에서 동생을 맹견에게서 지키고 90바늘을 꿰맨 어린 오빠가 영웅이 된 일이 있었죠. 가족이라고 다 그렇게 용감한 것도 아닌데, 좋은 일(은 아니고 생각이려나요?) 하셨습니다!
20/11/18 01:32
수정 아이콘
미국의 어린 오빠는 대단하군요... 저는 아무일도 안했지만... 감사합니다!
한량기질
20/11/18 01:29
수정 아이콘
나쁜 마음으로 침입했다가 어린 아이 셋을 보고 마음을 바꾼 것일까요..? 아무튼 다행입니다.
20/11/18 01:33
수정 아이콘
저희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강도... 였던거 같습니다
20/11/18 02:21
수정 아이콘
망치를 들고왔다는건 성인이었으면 칠 생각이었겠죠? 오히려 아이들만 있었던게 전화위복이 된거군요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뜨와에므와
20/11/18 02:31
수정 아이콘
미친놈이면 뭘해도 해꼬지를 할 것이니 어차피 무의미하고
완전히 정신나간 인간이 아니면 꼬마애들은 안건드릴테니
저런 경우에 아이들에게 괜히 덤비지 말고 그냥 가만히 있으라고 교육하는게 맞겠죠

요즘 애들은 모르는 이승복같은 경우도
세뇌에 가까운 반공교육이 만들어낸 참상이라고 볼 수 있는...
아이가 어른을 상대할때는 무조건 몸 사려야합니다
20/11/18 11:44
수정 아이콘
콩사탕이 싫다고 말했을 뿐인데...
신류진
20/11/18 09:18
수정 아이콘
천만다행이었습니다 ㅠㅠ
20/11/18 10:35
수정 아이콘
당장 성인이 된 지금생각해더ㅠ오금이 저리는 상황인데 대단하십니다..
설탕가루인형
20/11/18 10:41
수정 아이콘
결과적으로는 동생분들을 잘 지켜내셨으니 다행이네요!
라디오스타
20/11/18 11:31
수정 아이콘
정말 다행이네요.
20/11/18 12:09
수정 아이콘
정말 다행이네요...
20/11/18 12:46
수정 아이콘
초등학교 1학년이 감당하기엔 너무 무서운 일이네요.. 결과적으로 너무 다행인 상황이라 생각됩니다.
망치를 들고 왔던 그 남자는, 그 당시 일을 기억하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문득 궁금해지네요..
노둣돌
20/11/18 16:04
수정 아이콘
전 차압딱지 붙이러 온 사람인 줄 알았는데...
지니팅커벨여행
20/11/18 19:48
수정 아이콘
어휴 제가 다 떨리네요. 오싹합니다 아주...
그리고 멋지네요. 지금도 계속 여동생들 잘 지켜주고 계시죠?
구동매
20/11/18 20:50
수정 아이콘
참말로 다행이네요 휴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9051 [일반] ???: 아빠가 내 이름으로 장난친 썰 푼다. [88] 이교도약제사13755 20/12/04 13755 8
89050 [정치] 점점 몰락하고 있는 그들...(Feat. 뇌피셜) [62] 염천교의_시선16244 20/12/04 16244 0
89049 [일반] 알파고의 후예 알파폴드와 인류과학의 진화 [28] 숨결11491 20/12/04 11491 18
89048 [일반] 미용실 아가씨에게 신기한거 받은 썰.sir [53] 위버멘쉬17212 20/12/03 17212 8
89047 [정치] (옵티머스 사태)이낙연 대표실 부실장 숨진 채 발견 [118] 오클랜드에이스19289 20/12/03 19289 0
89046 [일반] 우리 동네 홍수위험 확인하세요! 홍수위험지도 공개.kbs [5] VictoryFood8300 20/12/03 8300 8
89045 [정치] 퇴근하고 써보는 공무원에 대한 생각 [85] 분란유도자11526 20/12/03 11526 0
89044 [일반] 3060TI 국내 가격 근황 [44] SAS Tony Parker 10790 20/12/03 10790 0
89043 [일반] 코로나 백신 제약사들이 모든 국가에 면책 요구를 했네요. [63] 양말발효학석사15242 20/12/03 15242 3
89041 [일반] [시사] 제이크 설리번(신임 NSC)은 중국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6] aurelius9317 20/12/03 9317 13
89040 [일반] American gun fetish 미국민들의 총기 물신 [11] 아난8182 20/12/03 8182 1
89039 [일반] 펌) 일본 GDP만큼 세계를 나눈 지도 [55] 엑시움13440 20/12/03 13440 8
89038 [일반] 정은경 본부장님이 어깨 골절로 입원 하셨다는군요. [43] 공기청정기11753 20/12/03 11753 7
89037 [일반] COVID-19 백신 접종 정책에 대한 이해 및 의견 [126] 여왕의심복21024 20/12/03 21024 177
89036 [정치] 백신계약이 체결되었다는군요. [86] 해방군13883 20/12/03 13883 0
89035 [정치] 전세대출 역대 최고치 돌파 + 월세 상승률 역대 최고치 기록 [45] Leeka11192 20/12/03 11192 0
89034 [일반] "14층 걸어서 배달 요구" 거짓 주장, 택배기사 사과문 게재 [34] 죽력고10500 20/12/03 10500 4
89033 [정치] 추미애"검찰당 된 檢에 공포 느껴" feat 노무현, 문재인 지지율 역대최저 등. [201] 노르웨이고등어16895 20/12/03 16895 0
89032 [일반] 영국은 다음 주부터 화이자 백신 접종을 시작할 모양이네요. [76] 우주전쟁14122 20/12/02 14122 3
89031 [일반] [영화] 놀랍고 놀라운 한국영화 엔딩, 영화음악들 [23] 시나브로11630 20/12/02 11630 4
89029 [일반] 전쟁영화 같지 않았던 지옥의 묵시록 파이널컷(ATMOS) 리뷰 [13] 판을흔들어라8536 20/12/02 8536 2
89028 [일반] 실제 버스 노선에서 레벨3 수준 자율주행차량 시연을 했답니다. [39] VictoryFood10362 20/12/02 10362 1
89027 [정치] 검찰총장과 추미애(문재인)의 속도전 [89] 맥스훼인12924 20/12/02 12924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