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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 01:56
인간이 수리적 계산능력이 대단하다고 해도, 계산기에 비비기 조차 힘들겠죠. 그렇다고 계산기에 위협을 느끼나요?
엑셀을 쓰면 편하고 할 수 있는 영역이 늘어납니다. 다른 차원의 일이 필요해지는 거죠.
20/12/04 02:03
말씀하신 전체 취지에는 동감합니다. 다만, 딥러닝을 이용한 단백질 구조 예측은 계산기와 조금 결이 다릅니다. 인간의 계산능력이 계산기보다 못하지만, 인간은 어떤 원리로 계산기가 작동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인간이 문제해결방법과 절차를 모두 미리 설계해둔 것이죠. 이와 달리 딥러닝의 경우에는 인간은 기계가 왜 그 일을 잘 하는지 알지 못합니다. 이 부분이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20/12/04 03:01
계산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본인은 모르시잖아요. 마찬가지로 알파고가 등장하기 이전에도 99% 이상의 인간은 인공지능 바둑에 졌습니다. 현대 기술이란게 전문가만 정확히 알고 이용자는 모르는 상황이고요. 이용자 입장에서는 굳이 알필요가 없기도 하고요.
지금은 딥러닝의 결과가 중요하니까 투자가 적지만 아마 우리가 정말 이해하고 싶다면 해석기관이 또 출현하겠지요. 무엇보다도 인간이 잘할수 있는 것 하고 싶은 방향을 설정하는게 중요해지는 상황이죠.
20/12/04 07:45
계산기의 프로그램을 제가 만들지 않았지만 사칙연산의 원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제가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기술이 매우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라, 딥러닝의 경우 근본적인 수준에서 인간이 그 기술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저기 강의에도 나오지만 알고리즘을 사용한 프로그래밍과 인공신경망을 사용한 프로그래밍은 근본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일반적인 프로그래밍의 경우 인간이 문제해결절차와 방법을 직접 설계한 것이지만, 딥러닝은 학습을 통해 그 해결방법을 스스로 찾는 과정이고, 기계적으로는 각 노드와 연결부분의 가중치와 값을 바꾸는 과정이기 때문에 그것만 봐서는 인간이 의미를 알 수 없습니다.
미래에는 말씀하신 것처럼 딥러닝 인공지능에 대한 "별도의" 해석기관을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자체가 저 소설에서 나오는 것처럼 인간이 기계에 비해 지식의 발전속도에서 뒤쳐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겠죠.
20/12/04 02:45
테드창 소설 저거 저도 읽은 기억이 나는데 과알못으로서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어쩌면 과학뿐만 아니라 예술도 그렇게 되는 거 아닐까? 미학적 차원에서 현생 인류를 완전히 압도하는 메타 인류 예술가들이 창작 활동을 하는 세상이 온다면? 근데 그 지경까지 가면 창작뿐만 아니라 창작에 대한 비평마저도 메타 인류 평론가들이 죄다 압도할 것 같긴 하네요. 현생 인류는 그냥 그렇구나 그렇구나 하면서 지내게 될지도...
20/12/04 03:20
그때가 되면 대중적인 평론도 대중의 기호를 메타 인류 평론가들이 거의 완벽하게 분석해서 비평을 할 지도 모르죠. 그러면서도 진지하고 하드한 비평을 또 그 기호에 맞게 내놓을 수도 있겠구요. 온갖 장르와 온갖 기호에 대한 온갖 평론들이 메타 인류에 의해 주도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생 인류는 거의 대부분 소비만 하고 미학사 전반을 메타 인류가 이끌어가게 되는 거죠.
20/12/04 03:03
테드 창이라는 사람이 정말로 있군요..
괜히 반가운 느낌이 드네요. 인공 지능이 인류의 미래를 어떻게 만들지 참으로 궁금하네요.
20/12/04 08:59
오정세가 연기한 테드창도 있지만, 미국에서 이런 저런 SF 상들을 모두 휩쓸었던 유명한 SF 작가인 테드창도 있습니다. 단편집이 2권 나와있는데, 둘 다 재미있으니 기회가 되면 읽어보시긴 권유드립니다!!
20/12/04 03:12
결국 미래 인류의 과학은 다시 종교의 영역으로 돌아가는 게 아닐까요?
과거에는 신이 내려주는 신탁을 사제들이 해석해서 민중에게 나눠주는 거였다면 미래의 과학은 AI가 내려준 신탁을 과학자들이 해석해서 민중에게 나눠주는 모양새로 바뀌는거죠.
20/12/04 04:47
단백질은 하드웨어로 해석하면 공장의 도구 혹은 기계라고 할수 있죠.
소프트웨어로 해석하면 모듈 이라고 볼수 있고요. 컴퓨터 코드가 바이트 스트림인것처럼 단백질도 염기 or 아미노산의 스트림이죠. 프로그램이 Display공간에서 특정한 모양을 보이며 기능을 수행하는 것처럼 단백질도 특정한 모양을 보이고 기능을 수행합니다. 인간 개발자에 비해 몇 차원 높은 개발자가 만든 것이겠죠. 단백질도 아마 외계의AI가 만들었을겠죠. 인간이 컴퓨터를 발명한것이 100년도 안되었습니다. 80년정도입니다. 놀랍습니다. 불과 80년만에 인공지능을 만들어서 여러 분야에서 인간을 아득히 추월하는 능력을 보여줍니다. 노드와 네트워크를 만들고 그들이 동작하는 메카니즘을 만들어주니 그것이 곧 지능이다..
20/12/04 09:29
개인적으론 특이점이 코앞에 온 것은 확정적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이러한 기술발전의 흐름을 사회가 전혀 못 따라가고 있다고 보구요. 유토피아가 열릴거라 생각하지만 먼저 대혼란으로 사람들의 비명이 울려퍼진 뒤가 아닐지...
20/12/04 10:19
저도 요즘 AI들 보면서 특이점과 테드 창의 저 단편 생각이 많이 났는데 여기서 보니 반갑네요.
막을 수 없는 시대의 변화라고 생각하지만, 저 단편에서처럼 지켜만 봐야 하는 입장이 된다면 기분이 참 착잡하겠다 하는 생각도 듭니다.
20/12/04 10:33
음... 그런데 광우병 같은 경우는 같은 아미노산 배열을 가지지만 모양이 서로 다르게 나와서 문제인데요...
이런 문제는 어떤식으로 푼거죠?? 아니면 이건 아직 논외인가?
20/12/04 10:48
제가 전공자가 아니라서 광우병을 유발하는 프리온의 단백질 구조는 잘 모르지만, 제가 읽거나 본 책과 영상에서는 모두 1개의 아미노산 배열은 1개의 3D 구조와 일대일 대응관계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광우병 관련 검색을 살짝 해봤는데, 광우병을 유발하는 단백질을 "변형 프리온"이라고 부르면서 아미노산의 돌연변이로 발생한다는 것으로 보아, 아미노산 서열이 변형되고 이에 따라 해당 단백질의 3D 구조가 달라진 것이 아닐까 추측됩니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그냥 무지렁이의 추측입니다.
http://lg-sl.net/product/scilab/sciencestorylist/ALL/readSciencestoryList.mvc?sciencestoryListId=IQEX2008060004
20/12/04 14:19
저도 사실 정확히는 모릅니다;; 학부때 겉핥기로다가;;
근데 글을 읽어봐도 정확히 모르겠네요.. 돌연변이가 성분이 바꼈다는건지 3차원 모양이 구조적으로 바꼈다는건지.. 읽어도 모르겠네요;; 암튼 답변 감사합니다!
20/12/04 12:55
AI의 문제해결 과정을 '모른다'라고 표현한 것은 사람이 그것을 하나하나 미세튜닝하지 않았다는 뜻이지, 진짜로 그게 왜 그렇게 되는지 모른다는 뜻은 아닙니다. 인공신경망이란, 상황에 적응하는 구조를 가진 알고리즘일 뿐이고, 기존의 "함수" 방식의 프로그래밍의 개념을 깨고, 스스로 자신을 프로그래밍 하게 할 수 있는 능력을 만들어 준다는 뜻이죠. (제가 써놓고도 어렵;;)
어쨌거나, 많은 분들이 생각하듯이 AI라는 것 자체가 어떤 신비로운 미지의 것...은 아닙니다. 그대신 그 신경망을 구성한 데이터가 워낙 방대하고 복잡해서 인간이 일일히 살펴보기엔 너무 빡셀(?) 뿐이죠. 인간도 마찬가지지 않습니까? 제가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제가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서 키보드를 보지도 않고 이렇게 타이핑을 할 수 있는건지 모르니까요.
20/12/04 13:17
일반적인 프로그래밍과 인공신경망 프로그램은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고 보시나요? 실제 프로그래머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일반 프로그램이나 인공신경망이나 결국은 수학적 체계를 이용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문제의 해결순서를 미리 결정한 후 이를 프로그래밍 언어로 구현하는 것과, 문제해결방법을 스스로 찾도록 하는 프로그램은 많이 다르다고 생각했거든요.
위에 링크한 강연에서 강연자는 본인도 대규모의 프로그램을 짜봤지만, 딥러닝을 접하고는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그 이유는 엄청난 규모의 프로그램도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자연어 번역이나 음성인식)을 진짜 단순한 체계가 해결하고 있다는 것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질적인 측면에서도 알파폴드는 인간이 오랫동안 풀고싶어 했던 숙제를 효과적으로 푸는 것처럼 보이고, 그렇다면 인간이 모르는 지식영역을 인공지능이 개척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겠고요. 인공신경망에 눈길이 가는 것은, 말씀하신 [이 글을 쓰면서도 제가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서 키보드를 보지도 않고 이렇게 타이핑을 할 수 있는건지 모르는] 것은 인간 혹은 생명체의 특성이었지 컴퓨터의 특성은 아니었는데, 컴퓨터가 인간의 뉴런을 모방한 시스템을 가지고 그런 특성을 갖는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건 다 무식한 일반인의 썰일 뿐이고, 알고보면 기존의 프로그래밍에서도 인공신경망과 비슷한 아이디어를 사용하고 있었다거나, 인공신경망이 아니더라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시스템을 구현하고 있었다거나 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20/12/04 13:35
음... 딥러닝하고 1:1로 매칭되는 내용은 아니지만, 예를들어 계수가 100000개쯤 되는 초 고차원 비선형 미분방정식이 있다고 칩시다. 그리고 그 계수가 어떻게 변할지도 몰라요. 그 상황에서 인간이 이 방정식의 일반해를 구하는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평생을 걸려도 불가능할겁니다.
일단은 이 방정식이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일거라 가정하고 계수를 미세조정 해가면서 실제 데이터들을 대입해가다 보니까, 실제 현상에서 나타나는 데이터를 입력해서 계산을 해봤더니 실험값과 유사한 결과가 나왔어요. 그걸 반복하다보면 그 방정식에 들어가야 할 계수(상수)들을 구할 수 있을거라 보고 접근하는게 딥러닝의 개념이라 보시면 돼요. 조금 더 쉽게 설명해보면, 수없이 많은 다이얼이 달려있는 신디사이저가 있다고 쳐보죠. 어떤 다이얼은 '아'소리의 농도를 조절하고, 어떤 다이얼은 '오'소리의 농도를 조절하고... 이런게 수백개가 있는데, 그걸 잘 배합해서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흉내내는 세팅을 만들고자 한다면 결국 고양이 울음소리와 비슷한 파동을 발생시킬때까지 계속 돌려보는 수 밖에 없겠죠. 기존의 프로그래밍이 고양이 울음소리의 파동을 분해해서 그 파동을 만들어낼 수 있는 조합을 계산해내는 방식이었다면, 딥러닝은 지속적인 실험과 보간을 통해서 그 값을 찾아내는 방식입니다. 접근 방법이 서로 반대방향이라고 보시면 조금 비슷하려나요? 물론 제가 설명한대로 무식하게 맨땅에 헤딩하는 방식으로 하지는 않고, 그 값을 최대한 빠르고 효율적으로 찾아가는 방법론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 중이에요. 그리고 컴퓨팅 파워도 엄청나게 올라가서 예전에 비해서 훨씬 빠르게 답을 찾아내는 중이죠.
20/12/04 13:42
감사합니다. 좀 더 생각을 해봐야겠네요!! 그리고, 사실 제가 일하는 분야와 관련된 기사같은게 나오면 "사실 별 것 아닌데, 많이 오바한다."거나 "정말 중요한 부분인데 지나치고 넘어가네.." 같은 생각이 드는데, 딥러닝에 대한 최근의 여론반응은 "오바"에 가깝다고 생각하시는거죠?
20/12/04 13:47
https://developers.google.com/machine-learning/crash-course?hl=ko
조금 어려울수도 있겠지만, 구글에서 좋은 학습과정을 만들어놨습니다. 세세하게 이해하려고 하진 마시고, 전반적으로 훑어보시면 머신러닝이라는게 무엇이고,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절차를 거치는 지 알게 되실 겁니다. 그리고, 딥러닝을 이용한 AI가 "굉장한" 기술이라는 점은 확실하지만, "신비로운 무엇"인 것 처럼 포장하는 기사들을 보면, 오버라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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