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 전 기대]
내가 부산행을 기대한 건 감독이 연상호였기 때문이다.
돼지의 왕, 사이비는 매니아들 사이에서 좋은 작품이라는 입소문이 탔고, 실제로 상을 받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상호 감독 입장에서 이번 영화를 준비할 때 그간 제작했던 `좋은 작품'이라는 부분에서 마음에 많이 걸렸을 수도 있다.
최초 실사 영화라니, 그리고 애니메이션 제작 여건과는 다른 제작비 100억이 투입된 영화...
아시다시피 애니메이션 제작업계는 많이 열악하다...작품이 아무리 좋아봐야 훙행, 즉 돈을 못 벌면 '좋은 작품'을 만드는 회사도 문을 닫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감독은 `좋은 작품'이라는 비중을 다소 내렸다...확실히 욕심을 냈다..
또한 배급사 역시 욕심을 냈다. 영화 개봉 전주 금,토,일이라는, 말이 유료 시사회지 사실상 변칙개봉을 한 것이다.
당연하다. 소자본이 아니라 대규모 자본이 투입됐고, 실사 영화로서는 입봉 작품인데, 입봉 작품이 흥행하면 좋은 거 아닌가?
이 부분은 스토리에 대해서 얘기를 할 때 설명을 하도록 하겠다.
[상영 후, 좀비라는 컨텐츠를 한국적으로 접목시키다]
스토리는 나쁘지 않았다. 이 영화는 한국 최초 좀비 블록버스터물이다.
우리나라에 있을 법한 캐릭터들로 구성되었고, 그들 모두 각자 입체성이 드러났다.
별거 중이며, 이혼을 하더라도 딸의 양육권을 원하는 남자, 엄마를 보러 가겠다고 졸라대는 딸.
마동석, 정유미 커플은 미녀와 야수 커플로 실제로 은근히 자주 보인다...(여자들이 은근히 마동석을 좋아하는건 다 이유가 있다)
그리고 고교 야구부 사람들. 나중에 좀비가 된 친구를 상대해야 할 때, 계속 갈등하며 머뭇거리는 장면은 누구나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불과 몇 시간 전 사랑했고, 함께했던 사람들을 상대해야하는...아직 미성년자한테는 이성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공유와 마동석이 이전에 '정신차려!'라고 윽박을 질렀지만, 그 순간 만큼은 오히려 앞장을 서서 상대를 해준다.
또한 좀비 영화 치고 덜 잔인하다. 달리 말하면 고어한 장면이 없다는 것인데, 흥행을 위해, 15세 등급으로 맞춰놓고 애시당초 촬영하지 않았을까 싶다. 내장을 물어뜯거나 이런 장면을 절대 없다. 다만 좀비가 빨라서 보는 입장에서는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뭐든 좀비영화가 그렇듯 좀비도 약점이 있다. 예고편대로 좀비는 빠르고, 잘 안 죽는다. 마동석이 좀비를 때려잡는다고 생각하지만, 마동석은 그냥 좀비를 주먹으로 상대하지, 죽이지 않는다, 아니 좀비가 안 죽는다...
그냥 1칸 지나서 문 막고 다음 칸 상대해서 지나가면 앞 문 막고 이런 식이다....많은 좀비를 상대할 때 우연찮게 약점을 알아내고 그 약점을 이용해서 생존자 칸을 향해 간다.
좀비 영화들의 특징이 항상 '니갱망'을 하는 초이기적인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역시나 등장한다.
영화 초반에 '그런 말 하면 나쁜 사람이라고 했어요' 했던 그 말이 스노우볼이 되어 전개를 좌지우지하는 인물이다. 잘 새겨들으시길...
이 사람들 때문에 정말 많이 죽었다. 사이다 같은 장면이 중간에 있지만 다시 언짢아질 것이다.
디테일하게 짜임새를 낸 연상호 감독이 대단하다.
[아쉬움은 아쉽다고 하지만, 너무 프로불편러가 되지 말자]
솔직히 좀비 자체가 약점이 없고 우월하면, 차라리 좀비가 되는게 인류의 진화에 번영하는거다...좀비가 세계를 정복하겠지....
그것도 '자칭좀비물전문가'라는 사람들은 그런 얘기를 하면 안 된다. 좀비가 멍청하네, 약점이 이런거네,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아마 그 사람들은 느린 좀비가 나왔으면 로메로 감독 얘기를 했을 것이고, 똑똑한 좀비가 나왔으면 랜드 오브 데드를 꺼냈을 것이며,
이번 영화는 빠른 좀비가 나오니까 28일 후나 새벽의 저주를 가지고 비교하겠지...(그리고 월드 워 Z도....)
심지어 고어 장면이 없다고 워킹데드를 들먹거린다 (...)
이 영화는 상업영화다. '좀비'라는 컨텐츠로 흥행을 해야되는데, 제작비가 약 100억이 들어갔다...
제작비로 욕할게 아닌게 새벽의 저주는 헐리우드 저예산 영화지만 제작비가 당시 2800만 달러였다...
영화를 보고 제작비를 들었을 때 나름 싸게 찍었다고 본다. 그리고 스토리를 봤을 때 흥행을 위해 타협을 했는데 나름 다행이다.
그 이전 연상호 감독 특유의 찝찝한 결말로 맺었다면, 호불호가 명확히 엇갈려 손익분기점도 못 찍고 내렸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큰 돈인 만큼 흥행이라는 요소를 위해 나름 신파 장면이 나오긴 한다.
그러나 막 쥐어짜는건 아니고, 재난영화에서 흔히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이라 언급하지 않는다. 하지만, 회상 장면은 좀 그랬다..;;
[연상호 감독의 판짜기는 이제 시작이다]
참고로 이 영화는 사람들이 2부작의 프로젝트라는 사실을 잘 모른다. 나같이 따로 관심을 가진 사람들을 빼고는...
이 영화의 개봉 이후 약 1달 뒤 '서울역'이라는 본 영화의 프리퀄 애니메이션이 개봉할 예정이다.
거기서 여주인공 목소리 역이 심은경이고, 이번 영화에서 나온 가출소녀도 심은경이다...
사실상 서울역 여주인공이 좀비가 되서 배드엔딩이네라고 하겠지만, 연상호 감독 애니메이션은 늘 배드엔딩이었다.
그리고 좀비가 되는게 배드엔딩이라기 보다는 다른 요소로 배드엔딩이 되리라 본다...
돼지의 왕, 사이비에서도 예상과는 다른 의미로 배드엔딩을 줘서 굉장히 찝찝했다.
그래서 그 과정을 잘 풀어내어 맺는 결말이 늘 좋은 작품이라는 칭찬에도 불구하고, 크게 흥행이 되지 못 했다..
근데, 프리퀄인 프리퀄인만큼 부산행에서 얘기 못 한게 나오지 않을까 싶다.
사실 독립 애니메이션은 10만 정도 나와도 흥행인데, 부산행을 통해 흥행이 되고 그 사람들이 이 애니메이션을 보러 온다면?
그렇다. 연상호 감독은 실사 영화, 애니메이션 감독으로서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고 하는 것이다.
이 감독의 큰 그림은 성공할 것인가? 실패할 것인가?
영화를 보고 만족한만큼 성공하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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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처음 감염된채로 열차 입실했던 그 소녀가 심은경이었습니다. 화장실가서 압박스타킹으로 환부가 번지는걸 막으려고 시도하다가 나중에 승무원을 공격했던 여자입니다. 사실상 열차를 감염자들로 만들어버린 원흉이지요. 아이러니하게 감염자가 없이 탔다면 천안아산역에서 헬게이트가 열렸을수도 있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