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행복한 사람이란, 인생을 살다가 뜻하지 않은 일로 빙 돌아가야 할 일이 생겼을 때, 그 우회로에 있는 풍경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다."]어딘가에서 우연히 보게 된 글귀인데, 그 의미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적어두게 되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 글귀를 마주한 나 또한 인생의 우회로 속에 있었다. 그리고 내가 우회로를 돌아가보지 않았다면, 이 글을 마주했다고 한들 그 뜻을 온전히 공감하지 못했을 것이다.
좋은 것들과의 만남은 우연이지만, 그 우연을 필연으로 만드는 것은 그 우연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아닐까 싶다. 나의 오답으로 뜻하지 않은 길을 걷는 중일지라도, 그로 인해 마주치는 우연으로 더 기뻐하고 그 자체를 즐길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우연은 자주 있지 않지만, 그것의 근사함을 깨닫고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우리에게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리고 애초에 그 것은 오답이 아닐지도 모르는 일이다.
오래 전, 여행중의 하루였다. 평소라면 당연히 숙면중이였을 나는 일출을 보러 새벽부터 해변가에 나섰다. 구름이 가득 낀 바다하늘을 보고서, 그날의 일출은 구름 너머 희미하게 비치는 태양이 실루엣만을 그리는 것에 그치겠구나 싶었다.
["에이, 날을 잘못 잡았네..."]구름아 떠나가라 라고 투정부릴 겨를도 없이 그날의 일출은 시작되었고, 난 아직도 그날 보았던 풍경을 잊지 못한다. 분명 그날의 구름은 최악이였다. 하지만 그 최악 너머에 예비된 풍경은 아마 평생 다시 찍기 힘든 단 한장의 사진이 되어 남았고, 그날의 풍경은 나에게 사진 이상의 것들을 알려주었다. 내 앞길을 가로막는다고 생각했던 것들은 오히려 더 나은 것들을 나에게 선물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자신감은, 분명 이 사진 한장만으로 내게 주어진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가끔 어려운 일과 마주할때, 사소하고 보잘것없던 이 추억은 나에게 또 하나의 멋진 그림을 기대하라고 말하고 있다.
지난 삶에서 단 하나도 고치고 싶지 않다면, 그건 분명 자존심이 내게 시키는 거짓말일 것이다. 삶은 실수의 연속이고, 그 실수들은 좋든 싫든 나의 삶을 채워나간다. 때로는 정답이 지나보니 오답이 되기도 하고, 또 때로는 오답의 나비효과가 미래의 나를 구하는 한줄기 빛이 되기도 한다.
나름 긍정적으로 말해 보았지만, 분명 살다 보면 좋은 일만 생기는것은 아니다. 우연하게 좋은 풍경을 보게 되는 것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도, 내 의지만으로 장담할수 있는 부분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인생이라는 발버둥 속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며 최선의 길을 찾아 앞으로 나아간다. 그 에피소드의 결말이 비극으로 예견되어 있든, 아니면 앞으로 나아가기에는 너무나도 무거운 걸음이든, 반드시 마무리 짓고 싶은 이유는, 분명 나의 미래에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소중한 요소들이 담겨있을 것이기 때문이 아닐까.
얼마전, 장기간 불안요소로만 남아있던 문제 하나가 일단락 되었다. 해피엔딩이였으면 좋겠지만, 딱히 해피엔딩은 아니였다, 오히려 배드엔딩에 가까웠다. 더 힘들었던 점은, 일단락 되기 전부터 난 그 결말이 비극일 것이라는 것을 예견할수 있었다. 그리고 그 엔딩까지 걸어가야 하는 과정이 내게 남겨졌다. 그 뒤로 수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여러가지 방법으로 내 생각을 긍정적으로 만들어 보았지만, 꼬여버린 내 마음속 실타래는 풀리기를 거부하며 나를 더욱 힘들게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자리에 멈출수는 없었다. 왜냐면 한가지 일에서 좌절했다고 내가 더이상 걷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다. Life goes on - 삶은 그래도 계속된다. 성공의 높이보다는, 실패한 일을 책임지고 마무리짓는 일이야말로 한 사람의 강함을 결정짓는 척도라는 것을 그동안 수많은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난 강하지 않지만, 그래도 강해지고 싶었다. 그리고 그 과정속에서 바닥을 보지 않고 더 많은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고 싶었다.
결말이 뻔한 이야기도,
넘기기 무거웠던 페이지도,
차마 닫지 못했던 책의 커버도,
수고하고 용기내어 끝내 넘겨주었던,
조금은 무리도 했었던 내 자신에게,
정말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다음 책을 언제 펼칠지는 모르겠지만,
그 전까지는 책장의 한 구석을 채우며,
좋은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남아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지금 이순간도 어려운 발걸음 속에서 포기하지 않는 모든 이들을 응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