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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06/01 16:40:45
Name 펠쨩~(염통)
File #1 본좌.jpg (0 Byte), Download : 72
Subject Zergology 11-2. - Before the days of Maestro.



http://sininus.egloos.com/4383023
포모스 '꾸에에' 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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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마재윤이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CYON MSL에서 최연성과 가진 5연전을 전승으로 마무리한 이후이나, 몇몇 이들은 이전부터 마재윤을 점찍고 그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었다. 오래 전부터 리플레이를 통해 IPX Zerg를 확인한 이들에게나 팀리그에서 KTF 올킬을 기록한 낯선 이름을 발견한 이들,  더 늦게는 삼신전 시절 막바지에 앞마당 먹은 이윤열을 일방적으로 밀어버린 그 힘에 깜짝 놀란 이들에게까지 마재윤은 최연성을 격파할 새로운 저그로 기대받는 이였다. 새로운 저그로 마재윤을 바라보게 한 중심에 있는 것은 3해처리였는데, 이것은 Cyon MSL에서 마에스트로로 비상할 때의 마재윤을 설명해주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이전에도 3해처리라는 체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마재윤을 통해서 이것은 당시의 테란들을 압살하는 병기로 거듭났고 많은 저그들이 자신의 경기를 3해처리 중심으로 돌리도록 했다.

서장에서 이미 밝힌 것처럼 세계는 하나이나 그것을 파악하는 관점에 따라 수많은 해석이 존재할 수 있다. 소위 이 바닥을 바라보는 관점 역시 사람들마다 다양할 것인데, 그 여러 관점 중 하나로 제시할 수 있는 것이 '로스트템플의 그림자'이다. 물론 이 부정적인 어감이 1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로스트템플 기초의 맵만 찍어내고 있는 맵제작들에게 성토를 하기 위함은 아니다. 그들이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얼마나 다양한 시도를 했으며 그래서 얼마나 많은 비난에 봉착했는지 알고 있기에, 그들이 비판받아야 한다면 그 맵과 관련된 방송사와 기업, 선수들, 그리고 팬들까지 그것을 피할 수 없으리라. 그럼에도 이번 장에서 로스트템플의 그림자라는 이야기를 굳이 꺼내는 것은 거기에 고정되어버린 저그들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로스트템플 12시라고 하면 저그로서는 가장 피하고 싶은 지역인데 바로 3해처리를 강제당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앞마당 멀티기지의 해처리를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중간지점에 해처리를 하나 더 건설할 수밖에 없고, 2배럭아카데미의 병력들을 막아내기 위한 방어선의 기초공사까지 끝내고 나면 테란의 테크트리를 도저히 따라갈 수 없게 된다. 이것이 가장 극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언덕탱크드랍인데, 테란이 맘먹고 언덕을 노리게 되면 3해처리의 레어타이밍에서는 무탈리스크가 뜨는 순간 앞마당 해처리가 파괴된다. 조금이라도 빨리 파악한다면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지도 모르나 그를 위해 자신의 경기 자체가 꼬여버리는 것을 피할 수 없으며, 이 지경에 와서는 최상급의 라바관리능력을 가진 저그가 아니고서는 이를 다시 제어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기도 어렵다. 무아지경에 빠져 SD를 연타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잘했다고 칭찬해야 할까. 다시 말해, 앞마당 멀티기지 뒷편의 언덕 때문에 이를 갈았던 것은 프로토스만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래서 3해처리는 12시에서 시작하는 경우에 한해 제발 언덕탱크드랍은 오지 말기를 바라며 울며 겨자먹기로 사용하는 체제였다. 결국, 앞마당 해처리의 발견 이후에는 2해처리에서 레어를 올리는 것이 저그의 정석이 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로스트템플의 아픈 부분이 모두 사라진 루나가 등장했고, 테란은 최연성 이후 더블커맨드에 중독된 것처럼 경기했다. 그렇지만 저그는 여전히 로스트템플 12시의 트라우마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저그는 여러 경험을 통해 얻어진 다양한 패턴을 이용하여 변수를 제어하는 종족이고 너무도 오랫동안 그것을 해왔기에 이제 와서 다른 것을 고려하기에는 너무도 위험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은 지금 당장 하는 대결에서 무력하게 패배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무엇보다 로스트템플 시절에 생긴 3해처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끊임없이 발목을 잡고 있었다.


11.5.

로스트템플에서 압도적인 실력차이를 보이며 아마추어 고수들 사이에서 먼저 인정받은 마재윤이기는 하나, 그는 로스트템플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확립한 다른 저그들과는 뚜렷하게 구분되는 경기를 하고 있었다. 수많은 맵들 중 하나, 여러 전장 중 하나 정도로 로스트템플을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의 마음가짐은 이전의 저그들과 기본부터가 달랐다는 이야기다. 억압받은 적이 없기에 생각은 자유로워지고 대담해진다. 어쩔 수 없이 타협하고 왜곡하지 않아도 되기에 더욱 기본에 충실해질 수 있다. 글쓴이가 보기에 이것이야말로 3해처리의 등장할 수 있었던 근원이다.

해처리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왜냐하면 많은 해처리는 곧 많은 병력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많은 해처리는 저그다운 물량을 의미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저그 고유의 맞춰가기를 위한 유연성과 맞닿아있다. 저그는 해처리를 통해서 대부분의 변수를 제어하는 종족이다. 자원채취를 위한 드론을 포함한 모든 유닛이 해처리에서 생산되고 인구수 확보를 위한 오버로드까지도 해처리에서 나온다. 심지어 건물조차 드론이 변태하여 만들어지는 것을 고려할 때 저그의 핵심은 한정된 라바를 어떻게 자원과 병력, 인구수와 건물 확보에 나눌 것인가를 조율하는 능력이다. 더하여, 그것조차 상대방이 무엇을 하고 있는가에 따라서 시시각각 달라지기에 어느 순간에 가서 라바관리란 거의 직관에 의존해야 하는 것이 된다. 이것을 압축하여 보통 운영이라 부르고 굳이 저그를 평가하며 감각에 가중치를 더 두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시 유연성 이야기로 돌아와, 당연히 가용라바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부담은 줄어들면서 확실하게 맞춰갈 수 있다. 외줄타기하는 모양으로 아슬아슬하던 라바조율이 상대적이나마 훨씬 여유로운 것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이전보다 많은 드론을 통해 더욱 많은 자원을 확보할 수 있고 저그는 그만큼 더 가벼워진다. 프로토스에게 더블넥서스의 발견은 삼원테크를 모두 활용할 수 있는 여지를 주었고 그를 통해 그 무거운 몸을 들었다 놓는 부담이 훨씬 줄어든 것과 같은 이치다. 이는 동시에 많은 병력을 의미한다. 이길 수 있는 타이밍의 범위 자체가 예전에 비해 아주 넓어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2해처리에서 3해처리로의 전환은 저그라는 종족 전체에 있어서 앞마당 해처리의 발견과 맞먹을 정도의 의미를 갖는다. 앞마당 해처리를 통해 물량의 저그가 등장하며 타 종족을 압도할 수 있었던 것처럼 3해처리를 통해서 저그는 다시 한 번 앞서나갈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11.6.

그러나 3해처리가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오래 전부터 저그가 던질 수 있는 하나의 카드로 존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모든 것은 맥락 아래서 파악되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니 마재윤이 제시한 3해처리는 이전의 것과는 다른 것이다. 오래 전의 3해처리는 기본적으로 2배럭스아카데미에 대응하는 체제였다. 이는 언제라도 다수 성큰콜로니 방어선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초공사를 완료할 것을 요구하며 그래서 레어로 전환하는 타이밍 자체가 느려진다. 자신의 시간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다. 그래서 3해처리는 로스트템플 12시가 아니라면 충분히 러시거리가 확보되는 맵에서나 등장하는 것이었다. 러시거리를 통해 드러나는 시간과 그동안 채취한 자원으로 드러나는 테크확보가 정확하게 상쇄되는 경우에 한해서 유효한 체제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연성 이후로 테란은 더블커맨드 일변도로 빠졌고, 「가까우면 벙커링, 멀면 더블」까지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후반의 어마어마한 물량이나 그를 위해 테란은 예전에 비해 초라하게까지 보일 정도의 1차 진출병력을 확보하는 데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다시 말해 이 병력은 조금만 빈틈이 보이면 성큰방어선까지도 밀어버릴 수 있는 2배럭스아카데미나 3배럭스불꽃에 비해 성큰방어선 앞에서 압박하는 것이 한계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재윤은 이 병력의 몰살을 기도했으며, 이것은 성큰콜로니를 줄여버리고 예전에 비해 조금 더 많은 저글링을 확보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성큰콜로니는 건설을 위해 희생해야 하는 드론과 지어지기 이전까지 채취했을 미네랄량까지 고려하면 조금 과장하여 해처리에 육박하는 가격의 건물이다. 그래서 테란을 상대하는 저그의 능력으로 가장 쉽게 관찰할 수 있는 것이 성큰콜로니와 저글링의 비율을 조절하는 기술이다. 마재윤은 예전만큼 많은 성큰콜로니를 지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 자원을 저글링으로 돌렸다. 3해처리 덕분에, 라바숫자가 부족해서 다수 저글링과 오버로드를 확보하기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성큰콜로니를 건설하는 제약도 없었다. 다수 저글링을 확보했음에도 이전의 3해처리와 비교할 때 레어확보 타이밍은 훨씬 빨랐고, 무엇보다 이들 저글링 부대로 어정쩡한 테란의 1차 진출병력을 전멸시키고 중앙을 장악할 수 있었다. 이후 테란의 2차병력이 진출할 때는 레어테크의 유닛까지 합세하여 다시 한 번 강도경의 쌈싸먹기를 시도할 수 있었고 이 힘으로 추가멀티를 가져가고 더욱 많은 병력으로 중앙을 완전장악했다. 안정적으로 하이브를 확보하고 테란이 한방병력을 구축하여 진출하는 타이밍에는 디파일러가 합세된 병력으로 다시 한 번 본진으로 테란을 밀어넣을 수 있다.

이 당시부터 마재윤은 저그의 마에스트로라고 불렸지만 실상은 레어의 마에스트로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정확하다. 마재윤의 강함이란 레어단계에서 이미 승부를 결정지어버리는 무자비한 물량이었으며, 그것을 뒷받침하는 것은 3해처리가 주는 혜택을 극대화한 판짜기였다. 마재윤 이전의 저그들과 최연성의 싸움이 총을 든 상대에게 저그가 칼을 들고 돌격하는 것이었다면, 마재윤과 최연성의 싸움은 기관총으로 저그를 학살하던 상대에게 탱크를 타고 돌진하는 격이었다. UZOO에서 앞마당 먹은 이윤열을 짓밟고 CYON에서 최연성을 압살한 마재윤의 정체가 바로 이것이다. 흔히 이야기하는 빌드빨인데, 예전의 3해처리만을 고려하고 마재윤에게 대항한 테란들은 완전히 다른 이 저그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마재윤이 한순간 주목을 받은만큼 그의 3해처리를 고려한 저그들도 많아졌다. 초기에는 부작용이 있었다. 이전의 3해처리식 운영을 기초로 하다보니 생각보다 물량과 테크 확보에 무력했고 감을 잡기 어려운 드론펌프타이밍 때문에 자멸하는 일도 잦았다. 그러나 3해처리는 테란의 타이밍을 잡아서 물고늘어지기보다 초반부터 빌드우위를 통해서 앞서나가는 체제이기에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통해서 많은 저그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어렵지 않게 3해처리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음을 깨달았다. 대 마재윤의 칼날이 대 저그로 바뀌고, 그것은 동시에 대 3해처리의 전쟁으로 드러났다. 타이밍과 빌드를 모두 바꿔라. 테란은 1차병력진출타이밍을 늦춰가며 교전 자체를 회피했다. 앞마당 멀티기지에 대한 압박도 포기했다. 그러나 모든 것을 포기할 수는 없으니, 처음부터 저그의 추가멀티확보 하나만을 막는 걸 목표로 한 병력운용을 시작한다. 임요환과 최연성이 고안한 4배럭스 슈퍼마린 빌드는 여기에 힘을 실어줬다. 그리고 그 시기에 이 바닥에서 호흡했던 저그라면 치를 떨었을 마지막 한 점이 여기에 더해진다. 롱기누스와 리버스템플, 이미 제어할 수 없는 저그의 3해처리를 용인한 대신 더블커맨드의 위력을 극대화시킨 맵의 등장은 리그의 저그 대다수를 숙청시키며 저그말살은 성공직전까지 간다. 마지막 저그로 남은 마재윤, 예전에는 넘볼 엄두조차 낼 수 없었던 최강자 마재윤은 이미 갈기갈기 찢어져 처형대 위로 올라갔다.

위기의 시간, 그러나 그의 이야기를 하는 이들은 대개 여기서부터 그를 떠올리기 시작할 것이다. 영원히 잊지 못할 순간, Days of Maes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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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재로 마재윤 선수는 엠겜에서 더 일찍 데뷔를 했습니다.
그리고 그 근간에는 바로 루나라는 맵이 있었습니다.
3해처리는 본문에서도 나와 있듯 로템 12시가 있던 시절부터 존재하던 오래된 전략이었습니다.
그리고 박경락이라는 걸출한 테란전 3해처리 마스터또한 존재했구요.
그럼에도 우리가 마재윤의 3해처리라 부를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저글링의 활용 덕분입니다.
성큰에 드는 비용은 저글링9기+드론이 자원채취하는 @입니다.
이 비용대신 저글링을 쓰는 것은 소위 말하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었고
이것으로 저그는 부유함과 주도권을 동시에 가져올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곧 저그 빌드에 안정감을 가져다 주는 요소이기도 했습니다.
풍족한 자원과 풍족한 라바는 더이상 드론과 병력의 줄타기를 하는 초인적인 감각을 필요로 하지 않았고
소위 말하는 감각적 부분보다는 기본기에 의지하는 '양산형 저그'를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실재로 마재윤 이후에 등장한 테란전이 뛰어난 저그들을 여타 저그와 구분짓는 요소는
바로 이 기본기의 차이였습니다.
일례로 박명수 선수도 전략적인 저그이고 서경종 선수도 전략적인 저그였지만 두 선수의 기본기 차이가
이후 테저전에서의 승률의 차이로 나타나게 됩니다.

어쨌던 마재윤 선수를 지금의 위치로 만든 저 Days of Maestro를 어떻게 풀어나갈지는 저또한 무척 기대가
되는 부분입니다. 원래 큰 사건에는 여러가지 해석이 존재하는 법이고 이런 해석의 차이를 읽는 것 또한
나름 그 역사를 즐기는 법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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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08/06/01 21:03
수정 아이콘
매번 보면서 느끼지만 정말 글 재밌게 잘 쓰시네요..
오래전부터 저그유저라서 더욱 와닿기 때문일수도 있겠지만,
마치 배고플때 맛있게 차려진 음식을 먹는듯한 기분이 드는군요
앞으로의 얘기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펠쨩~(염통)
08/06/01 21:39
수정 아이콘
I have returned님// 처음에 보면 나와 있지만 펌글입니다. 링크에 원문이 있는데 거기에다 리플을 달아주시면 글쓴이가 더 열심히 다음편을 쓰지 않을까 합니다.
08/06/01 21:53
수정 아이콘
본문에 나와있는 마재윤선수 이전의 3해처리 테란킬러 박경락선수에 대한 글도 보고싶네요.
낭만토스
08/06/02 05:06
수정 아이콘
KilleR님// 그러네요. 짧았으나 강력했던, 박경락선수에 관한 글도 보고 싶네요.
손진만
08/06/02 09:12
수정 아이콘
Days of Maestro.. 너무 기대됩니다.
08/06/02 22:21
수정 아이콘
정말 테란유저라면 기억할 수 밖에 없는 사건입니다. 3해처리
고딩어참치
08/06/02 23:20
수정 아이콘
마지막 문장이 너무 와닿네요.. 정말 잊지 못할 순간이었습니다. Days of Maes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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