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상 예사말을 사용하겠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프로리그와 팀배틀을 놓고 포모스도 피쟐도 스갤도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본인이 어떤 방식을 지지하는지는 논외로 하고, 팀배틀로 전환시 "상당수 프로게이머의
밥줄이 우려된다."라는 반박을 자주 보다보니 어느날 갑자기 떠올려본 것임.
'모든 게임단 소속 프로게이머'에게 기본적으로 안정감을 제공하자라는 취지.
생각의 기초는 한국프로야구(KBO)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 3가지 기본개념에 대한 설명
기본개념 1 - 보류선수
KBO의 규정 중엔 '보류선수'라는 게 있다. 간단히 설명하면 "군복무 선수"와 "신인",
"신고선수(연습생)"를 제외한 한시즌에 각 팀이 가질 수 있는 정식 선수의 수를 말함.
1, 2군을 합쳐 한 시즌에 팀당 61명의 선수를 보유할 수 있는데 보통 3자리에서 많게는
7-8자리까지는 비워두는 게 보통. 시즌중 제대하는 선수나 타팀과의 1:2 혹은 2:3 같은 선수
수가 맞지 않는 트레이드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하는 것이며, 신고선수의 시즌 중 정식선수
승격(매년 7월1일 이후 가능)을 위한 자리이기도 하다. 매 시즌 종료 때마다 각 팀은 보류
선수 명단을 KBO에 제출하며, 이 선수들은 다시 말해 구단으로부터 일정액의 연봉을 받는
'정식선수'. 연말 보류선수 명단에 없는 선수는 팀에서 방출, 자유롭게 다른 팀과 계약이
가능하다. 경우에 따라 정식 선수가 신고 선수로 떨어지기도 한다.
기본개념 2. 신인 드래프트
KBO는 1년에 한차례 신인 드래프트를 실시한다. 이를 2차지명이라 하는데, 1차 지명은
구단별로 자신의 연고지에서 미리 1명씩을 지명하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1차에서 지명되지
못한 모든 지명대상자가 2차지명에 나오게 된다. KBO는 먼저 드래프트 신청을 받고,
각 구단은 총 9라운드까지 돌아가며 선수를 지명할 수 있다. 지명방식은 'ㄹ'자 형으로,
전년도 8위팀은 1,16,17...번 지명권 / 1위팀은 8,9,24...번 지명권을 갖게 되는 식이다.
기본개념 3 - 룰5 드래프트
자기 팀의 쟁쟁한 로스터에 묻혀 출전하지 못하고 있는 선수를 일정한 규정에 따라 다른
팀이 지명하여 이적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
아직 KBO에는 도입되지 않은 MLB만의 개념인데, 여기서는 일부만 차용하였음.
묻힌 선수 타 팀으로 옮겨서 빛볼수 있게 해주기, 정도로 이해해주면 됨.
MLB 룰5 드래프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다음을 참고.
http://blog.naver.com/bhbaseball?Redirect=Log&logNo=90008741062
야구개념 설명 보느라 모두 수고하셨음(_ _)
* 현 스타계의 Fact
현재 각 게임단은 무한대로 선수를 보유할 수 있다.
팀을 옮기는 데에 복잡한 절차가 존재하고, 옮기지 못하게 팀이 강제하는 것도 가능하다.
대부분 2군까지 운영중이며, 몇몇 팀은 3군도 있고, 다수의 온라인연습생도 존재한다.
프로리그 로스터는 매월 12명으로 제한되어있다.
프로리그 한 경기에 나오는 선수는 개인전 3명 + 팀플 2명 해서 총 5명으로 고정되어있다.
프로리그는 전/후기 각 22경기씩 치른다.
현 Kespa 드래프트는 사실상 자기 팀 연습생에게 프로인증을 달아주는 제도에 불과하다.
* 위 3가지 개념을 스타계의 현실에 적용해보자.
이적 시장은 연 2회, 전/후기리그가 각각 끝날 때마다 열리는 것으로 가정했다.
1. 보류선수
정확한지는 모르겠으나, 현재 각 게임단별로 적게는 14명에서 많게는 24명의 선수가 있다.
http://www.progamer.or.kr/teams/team.kea?m_code=team_14
위메이드에 심소명이, T1에 박용욱과 김성제가 표기되어있는 것으로 보건대 이 숫자는
1,2군과 관계없이 '프로 인증 보유자'의 수인 듯 하다.
각 게임단에게 반 시즌이 끝날 때마다 총 20명의 보류선수를 정하게 한다.
1군 선수가 26명인 KBO가 총 61인임을 감안했을 때 스타게임단의 1군을 10명으로 보고
총 20명이면 적은 수는 아니라고 생각됨.
각 게임단은 반 시즌마다(전기/후기 리그가 끝난 후의 매년 2번 찾아오는 스토브리그에)
20명의 정식선수 명단을 제출하게 되고 이 명단에 없는 선수는 자동방출처리되는데,
원 소속팀의 허락을 필요로 하는 등 한국 스타계의 기묘한 '웨이버공시' 규정과는 달리
말 그대로 자유로운 소속(바꿔 말하면 백수가 될 가능성도 함께 존재한다)이 된다.
이들은 다른 팀(혹은 원래 팀으로 돌아와도 된다)과 정식 선수 계약 혹은 신고 선수 계약을
맺을 수 있다. 팀별 정식선수 20명은 최저연봉제(금액은 얼마로 하는 게 좋을지 잘 모르겠음)
와 FA제도(현 스타계는 5년)의 적용을 받는다.
2. 룰5 드래프트
이름과 취지는 MLB의 그것과 같으나 방식은 좀 다름. 일부 개념만 차용.
매 시즌 팀별 정식 선수 20명 가운데 개인리그 상위리그(챌린지 제외)에 진출하지 못한
선수들 중, 반 시즌 동안 5경기 미만(팀플 포함)으로 출전한 모든 선수는 스토브리그 때
타 팀에 지명될 경우(영입선수를 팀당 1-2명으로 제한하는 한편 역시 각 지명 별로 1번씩
타팀의 룰5 지명을 거부할 권한을 주는 게 좋을듯) 이적하게 된다.
반 시즌이 총 22경기, 최소 72경기는 넘어갈 것으로 생각되므로 출전경기가 5경기 미만 이면
그 팀의 중심축과는 어느 정도 떨어져있는 선수로 볼 수 있으며, 팀당 1-2명으로 제한함
으로써 타팀의 유망주(?)를 마구 빼갈 수 없게 하는 한편으로 팀별로 1번씩의 거부권을
줌으로써 팀의 정신적 지주에 대한 지명이나 작정하고 키우는 최고 유망주(가 평균 72경기
중에 5경기도 못나올 수 있나...)에 대한 지명을 방어할 수 있다.
ex) Hero가 KTF의 이병민을 지명할 경우 KTF는 거부할 수 있다. 대신 한번 거부당한
Hero가 조용호를 지명할 경우 거부할 수 없다.
ex 2) 룰5 지명거부권은 각 지명마다 한번씩 존재한다. 가령 모든 팀이 T1 선수들에게
달려들더라도 각 팀에게 한번씩은 얘는 안돼!를 외칠 수 있다는 뜻이다.
각 팀은 룰5드래프트를 통해 데려간 선수를 그 다음시즌(즉 반 시즌) 동안은 무조건 12인
로스터에 올려두어야하며, 12인 로스터에서 빠지게 되면 그 선수는 원래 자신의 팀으로
강제복귀된다. 무작정 데려와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룰5 영입 때 정해진 금액(역시
얼마로 정하는 게 좋을지 잘 모르겠음)의 이적료를 지불하도록 한다.
데려왔던 선수의 원 소속팀 복귀시 이적료의 절반만 돌려받을 수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타 팀에서 데려오는 선수의 경우 연봉을 비롯한 그 선수와 원소속팀이
맺었던 계약은 모두 보장된다.
3. 신인 드래프트
고교야구라는 확실한 신인공급처가 있는 야구와는 달리 정해진 신인pool이 없고, 각 팀별로
키우는 연습생이 신인의 대부분인 스타리그계의 특성을 감안하여
팀별 연습생을 '1차지명'의 개념으로 둔다.
'1차지명'은 각 팀당 반시즌에 2명으로 제한(현 게임단 추천 프로인증 취득자-1년에 2명).
모든 팀은 반시즌마다 2명까지 자 팀 연습생 중에 지명하여 정식 선수로 승격시킬 수 있다.
이때 1차지명된 각 팀 연습생은 그 반시즌에 한하여 보류선수와 무관하다. 다만 신인으로
취급되는 반시즌 동안 보류선수로 남을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나머지 준프로 연습생들은 자동으로 2차지명대상자가 되어 2차지명에서 소속팀과 관계없이
자유롭게 지명된다.
총 5라운드의 지명이 벌어지며 순서는 전 시즌 프로리그 순위의 역순으로 시작, 'ㄹ'자
형태의 드래프트로 진행된다. 2차지명에는 각 게임단의 연습생 외에도 무소속인 준프로들도
참여할 수 있다. 다만 지명받지 못한 연습생들이 각자 자기 팀으로 돌아가는 것과는 달리
무소속 준프로는 지명평가전 과정에서 눈에 띄지 않는 한 무소속일 뿐이다.
*의의
1. 서두에서 "모든 게임단 소속 프로게이머에게 안정감을 제공한다"라고 했는데, 이는
바꿔말하면 게임단 소속이 아닌 게이머들은 한없이 불안해진다는 것과 같음.
프로의 세계에서 이러한 모습은 어쩔 수 없다고 봤고, 그 대신 '선택된 게이머들'에 대한
기본권 보장 및 최저연봉제와 같은 확실한 법적 보장 부여가 가능해진다.
지금 시점에선 아무리 최저연봉제 없냐고 떠들어도 실현 불가능하다. 각 팀별 프로게이머
수도 다르고 1군 2군 나뉘는 기준도 다르고 프로 인증만 갖고 있지 선수생활 안하는 선수도
많아서 소위 '프로게이머'의 기준을 정하기가 애매하지만
이렇게 확고하게 범위를 정해버리면 그때부터 기본권보장을 위한 규칙 제정이 가능해진다.
2. 글을 읽는 과정에서 충분히 알 수 있었겠지만 이는 우리 선수인데 쓰자니 다른 카드에 좀
밀리는 감이 있고 다른 팀 보내자니 부메랑이 두려운, 그런 선수들에 대한 효과적인
구원책이 될 수 있다. 또한 기량은 인정받지만 감독에게 찍혀 묻히는 불상사가 발생할 시에도
구원받을 여지가 있다(그러나 어느 스포츠나 마찬가지지만 인성에 문제가 있다 라고
한번 낙인찍히면 기량이 나쁘지 않아도 다른 팀에서 안받아주는 경우도 종종 있다).
3. 보다 자유로운 이적을 통해 팀간 전력 평준화를 꾀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전력 평준화를
꾀하는 방법으로 샐러리캡을 꼽는 사람이 많은데 고액연봉선수가 꼭 팀내 MVP와 일치하지
않는 스타계의 특성상 샐러리캡은 적당한 대안이 될 수 없다. 선수와 팀(혹은 감독)간의
궁합이 안맞아 성적이 안나오는 선수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고, 소속팀 감독의 눈에 띄지
않는 장점이 타 팀 감독의 눈에 띌 수도 있고...
썰렁하기만 한 스토브리그에 한껏 재미를 더해줄 수도 있다. 당장 한국프로야구의 스토브와 MLB의 스토브를 비교해보면...
4. 올드게이머 아작나겠다... 라고 뜨악해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올드라면 팀플이건 정신적 지주건 나이와 상관없는 기량이건 팀에 남아있는 20인이 되어야할
이유를 보일 필요가 있다. 1번의 거부권을 쓸 가치를 보이란 말이다.
개인적으로 올드게이머라고 해도 계속적으로 박차를 가하게끔 강요하는 부분도 있고
(지금과 같은 무조건적인 신분보장이 아니니까) 먹튀가 되기 전에 타 팀에서 데려갈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이러한 제도가 확립된 후의 올드게이머는 지금처럼 기량저하선수와
비슷한 의미는 아니게 되길 바란다. 현재 같은 상태에서의 대부분의 올드게이머는
이러한 시스템이 적용되는 즉시 방출신세를 면하기 힘들어보이는 건 사실.
Top플레이어가 아닌 이상 대부분의 연봉계약은 반시즌 단위로 이뤄질 것 같으므로
먹튀 발생가능성은 좀 줄어들지 않을까 싶음.
* 후기
1. 전체 기준을 반시즌이 아니라 1시즌으로 잡을 수도 있고, 보류 선수 수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을 수 있고, 룰5 대상 선수의 기준을 한 10경기 정도로 잡아야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고... 각종 금액은 잘 모르겠는 부분이라 정하지도 않았음;;
2. KBL처럼 지나치게 잦은 선수이동으로 팀에 대한 애정이 희석될 가능성이 있는데,
농구와는 달리 스타리그는 팀팬보다는 역시 선수팬 중심이므로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봄.
3. 정규리그에 '공군'이 참여한다는 것. 이건 정말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쓰고 보니 진짜 길군요; 부족함이 많습니다.
여기까지 읽으시느라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지적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