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애니메이션: 1-3월 방영작>
이세계 피크닉
우리가 사는 지구와는 다른 초자연적인 현상이 벌어지는 ‘우라세카이裏世界’라는 곳을 드나드는 주인공들의 에피소드를 그린 작품. 오컬트나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흥미롭게 볼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넉넉한 예산을 업고 화려한 작화를 자랑하는 그런 작품은 아니지만 소재, 특히 지구와는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다른 우라세카이라는 공간이 달리의 작품처럼 신비롭게 묘사된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내용면에서 원작과 순서를 다소 변경한 것이 지적이 된 모양인데 개인적으로는 그렇게까지 큰 결함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타이틀의 주목도에 비해서는 캐스팅 면에서는 상당히 화려했다고 생각하는데, 올해는 다소 경쟁에는 밀렸으나 다수의 히로인 역을 맡았던 카야노 아이, 그리고 허스키 보이스를 중심으로 폭넓은 연기를 보여주는 하나모리 유미리가 공동 주연을 맡았고, 은혼의 주제가 프라이드 혁명으로 유명한 Chico with Honeyworks가 오프닝 곡을 맡아서 나름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노래 가사가 정말 괜찮습니다.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시즌 2
동명의 게임의 릴리스와 맞물려 방영되어 꽤나 화제를 모았습니다. 미디어믹스라는 면에서 본다면 아주 이상적인 타이밍으로 상당히 주목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우마무스메 게임을 하지 않는 입장에서 봐도 작품 자체로서 잘 성립했다고 생각합니다. 모델이 된 경주마 토우카이테이오의 드라마틱한 역정을 스토리로 잘 녹여냈고, 이것을 기존에는 성우활동보다 가수나 이벤트 등장이 더 많았던 성우 마치코가 잘 살려냈다고 생각합니다. 주인공이 순조롭게 왕좌에 오르는 과정을 묘사한 시즌 1과는 달리 주인공이 좌절하고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을 흡인력 있게 그려서 보면서도 끝까지 긴장감을 잃지 않고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원로성우 사카키바라 요시코(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의 크샤나, 기동경찰 패트레이버의 나구모 시노부, 제타건담과 더블제타의 하만 칸 역)의 깜짝 출연이 반가운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역시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원더 에그 프라이어리티
작화면에서는 극장판에 가까운 어마어마한 퀄리티였지만 스토리 면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작품. 당초의 전개대로 이지메 문제를 다루는 데 집중했더라면 차라리 괜찮았을 텐데 판을 너무 키우고 그걸 수습하지 못한 느낌입니다. 한가지 더 덧붙이자면 결국 애니메이션에는 직관적인 설정과 묘사가 중요한데, 작품 내의 설정묘사 그리고 결정적으로 주인공들이 사용하는 무기가 직관적이지 않은 점이 아쉽습니다. 서브컬쳐 문화가 발전하면서 점점 복잡한 묘사가 늘어나는데 이게 12화 길어도 24화 안에서 평가를 하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그리 좋지 않은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는 후술할 다른 작품에도 더 관련이 있습니다.
리제로 2기
리제로 1기는 참 재미있게 봤고, 국내외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자랑하는 작품이고, 주연인 코바야시 유스케와 타카하시 리에는 정말 좋아하는 성우지만 2기 후반부에 대해서는 좋은 평가를 내리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원작을 잘 모르는 저로서는 굳이 ‘성역’에서의 사건을 이렇게까지 장황하게 묘사할 필요가 있었는가? 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물론 원작을 고려해서 한 것이겠지만 원작을 보지 않았고 그 세계관을 더 파고들 생각이 없는 저로서는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작품보다 에밀리아 성우인 타카하시 리에가 진행하는 리제로 라디오를 더 재미있게 들었던 것 같습니다. 라디오에서는 에밀리아가 아니라 메구밍이 되는 재미를 선사한 타카하시 리에와 게스트의 탈을 쓰고 거의 개근하는 스바루 역 코바야시 유스케 성우분들에게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유루캠 시즌 2
한마디로 요약하면 고등학교 캠프 동아리. 솔직히 분할 2쿨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시즌 1과 완전히 동일했습니다. 모든 면에서. 그래서 전편을 재밌게 본 사람은 만족했을 것이고, 전편이 재미없었던 사람은 그렇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캠프 브이로그 보는 기분으로 재밌게 봤습니다.
주술회전
최근 주술회전 극장판이 역대 일본 극장 애니메이션 흥행 랭킹 2위를 먹었다는데 정말 그럴 만한 작품입니다. 요괴 퇴치라는 아주 직관적이고도 잘 먹힐 그런 소재를 역동적인 작화로 잘 살려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너무 고어한 묘사 때문에 부담스러워서 완주하진 못했는데, 이건 취향차이이라 작품 자체에 대해서 별점을 깎을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엔딩 애니메이션의 실험성이 재미있었습니다. 후술할 좀비랜드 사가 오프닝과 더불어 MAPPA가 실험적인 영상에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반요 야샤히메
저는 이누야샤를 전혀 보지 않아서 이누야샤 세계관에 대한 사전지식이나 추억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보았습니다. 설정이나 스토리 면에서는 흥미로웠지만 작화 면에서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좀 더 역동적인 액션을 그려냈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봄 애니메이션: 4-7월 방영>
슈퍼 커브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짜장면 배달 오토바이로 알려진 혼다사의 ‘커브’라는 오토바이를 소재로 한 작품입니다. 주인공이 여자 고등학생들이라고 케이온이나 유루캠 같은 분위기는 아니고, 상당히 오토바이라는 소재 자체에 집중하는 작품입니다. 인물묘사보다 배경묘사에 더 공을 들은 작품으로 미술을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오토바이나 아웃도어에 관심이 많은 사람, 이외에도 새로운 것을 배우는데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추천입니다.
좀비 랜드 사가 리벤지
미묘한 평가를 하게 되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에피소드 중 일부는 전작을 뛰어넘는다는 평가를 할 만큼 재미있었는데 몇몇 에피소드는 놀랄 만큼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시리즈 자체의 설명을 하자면 죽은 사람들을 좀비로 부활시켜 지방에서 활동하는 아이돌로 데뷔시킨다는 놀라운 설정의 작품인데 전작이 예상외의 빅 히트를 치면서 후속작이 나온 작품입니다. 색다른 소재, 쉴새없는 개그, 의외로 열혈인 스토리까지 더해 서브컬쳐 자체에 대한 반감만 없다면 정말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아무튼 시즌 2를 놓고 보면 확실히 전편보다 나아진 작화 및 투자를 볼 수 있었는데, 특히 CG가 2D작화와 거의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세련되게 변했습니다. 일본 아이돌물의 전통인 마지막 화의 라이브 장면은 전작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굳이 따지자면 후술할 러브라이브 슈퍼스타에 견줄 정도의 뛰어난 퀄리티였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각 에피소드 별로 재미의 편차가 크고 굳이 전개상 이 부분은 없었어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부분이 있어서 전체적인 평가를 낮추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쿠키는 정말 MCU 뺨싸대기를 때릴 정도로 역대급인데… 시즌 3에서 어떻게 살릴 것인가.
오프닝이 픽토그램을 움직이게 만드는 창의적인 발상으로 대단히 실험적이고 역동적인 영상을 보여주는데 정말 한번 볼 가치가 있는 것 같고, 역시 MAPPA가 그림은 정말 잘 그린다는 점을 새삼 느끼게 합니다.
Vivy – Fluorite Eye’s Song
노래를 부르는 로봇인 ‘비비(작중 이명이 있음)’가 인간을 멸망시키려는 AI에 맞서 과거로 타임리프를 해서 역사상의 중요한 사건에 개입한다는 정통 SF물입니다. 2번 강조합니다만 그야말로 정통 SF인데 문제는 이게 너무 반복되어 온 소재라는 점. 특히 기계의 반란이라는 점은 터미네이터 시리즈와 같은 다양한 작품에서 이미 보았던 주제여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작품 자체로만 보면 역동적인 액션 작화에 매끄러운 스토리까지 흠잡을 부분이 없는데, 이 작품만의 개성을 살려줄 2%가 부족했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안정적으로 연기를 하는 타네자키 아츠미는 그야말로 이제는 주연급이라고 해야 될 것 같은데 연기 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귀멸의 칼날 마키오 연기도 기대합니다. 조력자 AI를 맡은 후쿠야마 준의 속사포 연기도 좋았고요.
전투원, 파견합니다 (추가하였습니다.)
<이 멋진 세계에 축복을(코노스바)>의 원작자가 쓴 또 다른 작품. 과학의 힘으로 히어로들을 물리치고 지구정복을 목전에 둔 악의 조직 키사라기가 우주의 다른 행성도 정복하기 위해 ‘전투원 6호’와 그 조수인 ‘인간형 미소녀 안드로이드’ 앨리스를 보낸다는 내용. 사실 주인공이 악당이라는 설정은 다른 작품에서도 종종 보이던 것이지만, 이 작품은 코노스바 원작자의 필력을 살려 그런 설정을 더 골때리고 기발하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빌런도 아닌 이름도 없는 전투원 6호에다 이들이 상대하는 적은 중세 레벨의 문명을 가진 (이세계나 다름없는) 다른 행성의 마족들과 인간들. 보급을 받기 위해서는 나쁜 짓을 하여 ‘악행 포인트’를 쌓아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주인공 일행은 임무 달성이라는 미명하에 갖은 치졸하고 골때리는 악행들을 계속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은 악당의 입장이 되어 악행을 저지르는 대리만족을 주는 색다른 재미를 주고 있습니다. 또 기존 마법으로 가득한 기존 이세계물과 달리 지구의 첨단 과학장치를 이용해 마족들을 토벌한다는 변화구적인 설정도 재미있고요. (그래서 어느 정도는 주인공이 먼치킨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작가의 전작은 코노스바처럼 매력적인 히로인들을 뽑아낸 작품이 아니라 빅 타이틀로 성장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재미라는 한가지 점만 놓고 본다면 굉장히 만족스러운 작품이었습니다. 화려한 작화는 없었지만 J. C. STAFF가 안정적으로 작화의 퀄리티를 유지했고요. 그리고 작품과 동시에 진행되는 유튜브 이벤트도 단순한 작품 소개를 넘어서 웬만한 예능만큼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히로인을 맡은 토미타 미유는 <가르쳐줘 갸루코짱>, <이세계 리뷰어즈>와 같이 젊은 여성 성우가 출연하기에는 상당히 빡센(?) 작품에 연달아 출연하며 작품을 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앞으로도 다양한 작품에서 보기를 기대합니다.
<여름 애니메이션: 7-10월 방영>
코바야시네 메이드래곤 S
시즌 1 방영 당시에도 칸나 카무이 등등 상당한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고, 2년 전 안타까운 쿄애니 화재사건으로 스태프의 상당수가 목숨을 잃는 등 비극으로 인해 제작이 연기된 작품입니다. 오랜 기다림 만큼의 좋은 작품으로 돌아왔다는 생각입니다. 작화와 연출, 연기 면에서는 전혀 부족한 점이 없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을 1가지 들자면 원작의 팬이 아닌 저로서는 전작의 매력이 짧게짧게 치고 들어오는 가벼운 개그라고 생각하는데, 시즌 2에서는 스토리에 더 중점을 둔 것 같아서 작품 자체의 중독성(?)은 조금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반대로 원작과 캐릭터에 대한 이해라는 점에서 본다면 깊이가 더 생겼다고 볼 수도 있겠죠.
흥미로운 지점은 쿄토 애니메이션이 애니송과 타이업에 상당히 힘을 기울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보통 일본 애니메이션 OST 곡이 캐릭터 송이나 오리지널 곡 등을 제외하면 기존 아티스트의 곡을 그대로 받아다 써서 작품과의 화학적 결합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데, 이 작품의 경우 작품 내에 오프닝 곡을 부른 파나의 댄스장면을 집어넣는다던지, 자사가 주최하는 애니송 페스티벌에 본작의 노래를 대대적으로 홍보한다던지, 출연 성우진들이 시즌 1의 오프닝 곡을 부르는 뮤직비디오를 별도로 출시하는 등등 노래와의 타이업을 상당히 강조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확실히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애니송을 강하게 의식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얀 모래의 아쿠아톱
시로바코, 사쿠라 퀘스트에 이은 P.A.Works의 일하는 여자 시리즈의 신작입니다. 수족관에서 일하는 두 여자 주인공을 그리는 작품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토리 빼고 다 좋았습니다. (엄청난 혹평인가..) 작화, 연기, 연출 등 모든 면에서 부족한 점이 없었는데, 스토리 면에서 긴장감이 너무 떨어지는 점이 정말 아쉬웠습니다. 시로바코가 이례적으로 호평을 받았던 이유는 직장에서 주인공이 끝없이 고통을 받으면서 그걸 하나하나 이겨나가는 인간승리의 스토리에 있었는데, 본작에서는 주인공이 겪는 고통과 긴장이라는 부분이 너무 루즈하고 단조롭게 표현되어 시청자가 몰입하기가 어려웠다는 점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음식으로 따지면 매운맛 부족?) 이런 부분은 시리즈의 전작은 사쿠라 퀘스트도 유사한데, 이런 점에서 본다면 일하는 여자라는 소재 자체에 대해 생각해볼 때가 되지 않았나 합니다. 물론 최근 일본의 서브컬쳐 자체가 대학과 직장이라는 성인들의 공간을 점점 더 소재로 편입하고 있고 이런 점에서 직장은 참 좋은 소재이긴 합니다만, 미화를 하지 않으면서도 판타지를 담아내는 것이 생각보다는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 더 참신한 시도를 보기를 기대합니다.
우리들의 리메이크
게임업계에 야심차게 들어갔지만 실패를 거듭하는 주인공이 대학시절로 돌아가 자신의 인생을 수정하기 위해 2번째 인생을 살게 된다는 스토리의 작품입니다. 원작이 있는 작품이고 거기에 맞춰서 진행이 됩니다. 일단 타임리프라는 소재 자체가 어느정도 꿀잼보장이 되는 것이다보니 그것 자체로도 재미가 있는 작품입니다. 또 다양한 매력을 가진 히로인들과 주인공이 만드는 러브라인을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다만 주인공 보정을 좀 받아서 그런지 스토리의 긴장감은 다소 떨어지는 것 같기도? 그렇지만 기본적으로는 청춘 멜로이니 그런 부분은 조금 접어두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캐스팅의 경우가 눈길이 좀 가는데 남자 주인공의 경우 성우 경력이 다소 짧은 신인급의 성우인데, 히로인들이 스타급 성우들로 라인업이 짜였습니다. 특히 눈에 좀 띄는 부분이 성우 토야마 나오의 2021년의 싹쓸이 캐스팅입니다. 성우업계의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개런티가 올라간 베테랑 성우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목소리를 듣기가 어려워지는데 토야마 나오의 경우 올해 과장 좀 보태서 틀면 목소리를 들었다 싶을 정도로 주조연급을 많이 쓸어간 것 같습니다. 배역에 자신을 맞추기보다 자신에게 배역을 맞추는 타입이라 나쁘게 보면 원패턴일 수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만큼 안정적으로 폭넓게 연기를 하는 성우도 드물 것 같습니다. 원래 목소리가 좋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성우보다는 아이돌마스터와 뱅드림, D4DJ등의 프랜차이즈에서 아티스트 활동이 더 많았던 아이미가 히로인으로 나와 안정적이고 좋은 연기를 보여준 점도 좋았습니다.
가극 소녀
원작이 있는 작품이고, 아마도 일본의 여성 가극단인 ‘타카라즈카 가극단’의 양성학교를 모델로 한 것으로 보이는 작품입니다. 음악물이긴 하지만 오히려 스포츠물과 유사하게 주인공들이 성장해나가는 그런 스토리 라인입니다. 이런 스토리라인은 굉장히 정석적인데 또 그런 만큼 안정적인 재미가 있었습니다. 음악물로서 본다면 주인공 성우들이 돌아가면서 엔딩곡의 같은 노래를 불렀는데 상당히 잘부르더군요. 서브컬쳐 커뮤니티에서는 하나모리 유미리의 허스키 톤 연기가 불호라는 목소리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앞에서도 말했듯 굉장히 폭넓고 감정을 잘 살린 좋은 연기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주연급으로는 모습을 잘 드러내지 못했던 센본기 사야카의 공동 주연 사라사의 천진난만한 연기도 굉장히 좋았습니다.
러브라이브! 슈퍼스타!!
올해 최고의 TV 애니메이션 작품으로 저는 이 작품을 들고 싶습니다. 지금 서브컬쳐 판을 주도하는 아이돌 관련 IP의 양대산맥으로 아이돌마스터, 러브라이브를 들 수 있겠는데, 이번 러브라이브 슈퍼스타는 이 프랜차이즈들이 지금까지 제작한 애니메이션 중 최고의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돌 애니메이션은 양날의 칼인게, 프랜차이즈를 등에 업고 있어서 안정적인 인기와 관심이 보장되는 한편 미디어믹스의 세계관과 캐릭터를 한정된 시간 내 효과적으로 소개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습니다. 솔직히 지금까지의 아이돌 프랜차이즈 계 작품들을 보면 IP 자체를 위해 작품이 희생된 경우가 없지 않았고 그런 부분이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참 아쉬웠습니다. (특히 저처럼 모바일 게임보다는 애니메이션 시청 자체가 더 취미인 입장에선 더더욱)
그런 면에서 러브라이브 슈퍼스타는 작품으로서의 성립과 IP의 소개라는 2마리 토끼를 성공적으로 잡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12화라는 분량 내에서 주인공들의 성장과 기-승-전-결의 스토리라인이 흠잡을 데 없이 매끄럽게 잘 표현되었습니다. 기존 아이돌 프랜차이즈 작품들이 캐릭터 소개에 그쳐 그 자체로서의 스토리적인 흥미가 부족한 경우가 있었다면 슈퍼스타는 러브라이브는 1도 몰라도 작품 자체로 충분히 재미있었습니다.
또 타이틀 주인공인 시부야 카논의 캐릭터성에 있어서도 기존 아이돌, 음악 관련 IP의 타이틀 주인공이 대개 정형화된 캐릭터성(천재적 재능은 없지만 따뜻한 마음씨와 음악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주위 사람들과 화합해 나가는…)에서 벗어나 열등감, 분노, 공격성, 카리스마와 같은 매운맛(?)을 갖춘, 그러면서도 거부감을 주지 않고 다른 요소들과 어우러진 입체적인 캐릭터성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말이 좀 어렵긴 한데, 작품 속에서 울고 웃고 화내는 희로애락을 통해 굉장히 입체적이면서도 다채로운 전개를 많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저는 아이돌마스터쪽을 더 좋아하는 편이었는데 그 큰 이유 중 하나가 러브라이브 애니메이션 시리즈 특유의 캐릭터 디자인(특히 아쿠아) 때문이었습니다. 최근 니지가사키 학원과 슈퍼스타는 그런 특유의 느낌을 버리고 평균적으로 잘 먹히는 미형의 디자인을 했다고 보고, 그런 면에서 팬층을 더 넓힐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또 이 작품은 주인공 성우 전원을 공개 오디션 및 신인급으로 채웠고, 캐릭터 디자인과 설정 역시도 최대한 성우들과 매치가 되게끔 해서 캐릭터와 성우의 싱크로율이 상당히 높은 작품입니다. 실제 성우들 보면 캐릭터와 비슷하게 생기기도 했습니다. 또 갈수록 애니메이션-게임-오프라인 이벤트의 벽이 사라져가는 추세에 발맞춰 성우들 역시도 라이브 영상을 보면 일반적인 아이돌 그룹에 그렇게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도 이 작품은 성우들을 전면에 내세워 유튜브 라이브 방송과 라디오를 진행하고 지금 일본 전역에서 투어를 하고 있는데, 세계관 자체를 소비한다는 점에서는 상당히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많습니다. 저야 뭐 투어는 가지 못하지만 러브라이브 공식 유튜브 라디오를 잘 듣고 있습니다. 어째 점점 성우가 작품에 출연하는 시간보다 이벤트와 유튜브에 등장하는 시간이 많아지는 것 같은데, 성우의 활동폭이 그만큼 넓어진다는 이야기겠지요.
<가을 애니메이션: 10-12월 방영>
택트 오퍼스 데스티니(takt.op.Destiny)
이런 말 해서 정말 죄송하지만 MAPPA는 이제 음악과 액션을 섞는 기획은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전에도 MAPPA는 리스너즈라는 작품으로 음악과 액션을 퓨전한 세계관을 시도했다가 대차게 폭망한 전적이 있는데(심지어 쿠기미야 리에와 타카하시 리에라는 대 성우들을 데리고…), 본 작품은 전작보다는 나았지만 그럼에도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위에도 말했지만 12화로 결판을 내는 분량 속성상 직관적이지 않은 설정은 그 자체로 결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악과 액션을 결부시키는 것은 그런 면에서 반드시 나쁘다고는 못하겠지만 결코 쉬운 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다 마크로스 처럼 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작화에서는 말이 많은데 액션만 놓고 본다면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또 엔딩곡에서 오랜만에 나카시마 미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고, 주연 성우들의 연기도 좋았습니다. 주인공 타쿠토 역의 우치야마 코우키는 동 분기 ‘달과 라이카와 흡혈공주’의 주인공도 맡았는데, 원패턴이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또 그 원패턴이 좋은 성우라서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다른 주조연도 다들 괜찮았는데 개인적으로는 악역을 맡은 우에다 레이나의 광기 연기를 제대로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본인도 어둠의 성우라고 자조할 만큼 광기, 음모, 어둠이 있는 캐릭터를 잘 연기하는 편인데 이번에 작두를 제대로 탄 것 같습니다. 건담 시리즈 섬광의 하사웨이에서도 히로인으로 상당히 호평을 받았던 것으로 아는데 앞으로 오래오래 보길 기대합니다. (유튜브의 개인방송 <아틀리에 우에다>도 잘 보고 있습니다.)
다이쇼 소녀 전래동화
원작이 있는 작품이고, 다이쇼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부모에 의해 얼굴도 모르고 약혼하게 된 두 남녀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입니다. 남자 주인공 타마히코는 부잣집 아들이지만 사고로 한쪽 팔과 손을 못 쓰게 되었고, 여자 주인공 유즈는 부모의 빚을 갚기 위해 타마히코의 수발을 드는 하녀 겸 약혼자가 되었습니다. 보통 멜로드라마가 주인공들의 ‘선택’을 다루는데 비해, 이 작품은 선택 이라는 과정을 배제하고 서로가 맞춰나가는 과정을 잘 그린 것 같아서 색다른 재미가 있었습니다. 특히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두 남녀가 서로를 보듬어가면서 회복해나가는 과정이 굉장히 힐링되었습니다.
리제로 스바루를 연기한 코바야시 유스케의 폐인이 골방 인텔리 연기와(사실 이런 캐릭터는 한, 일의 근대문학에 많이 등장하죠. 이상의 작품이라던가..) 그야말로 현모양처 캐릭터를 연기한 신인 아이자와 사야가 합을 잘 맞추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자와 사야의 경우 스트라이크 더 블러드 시즌 4의 카스가야 역으로 대중에 이름을 알렸는데 당시 연기에 상당히 실망했는데 본 작품에서는 매끄럽게 잘 캐릭터를 살려 연기해서 평가가 바뀌게 되었습니다. 위 스더블 시리즈의 연기도 뒤로 갈수록 좋아지는게 눈에 보이더군요. 주연 성우들이 진행하는 유튜브 라디오도 재미있게 들었습니다.
<총평>
전체적으로 점점 더 다양한 소재와 캐릭터가 등장하는 골라보는 재미가 있는 한해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일본 애니메이션은 쇠퇴가 아니라 점차 다채롭고 풍요로워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점은 나중에 한번 기회가 나면 별도의 글을 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원작이 있는 작품들이 많아서 그런지 후반부의 긴장이 떨어지는 작품들도 많아 애니메이션 중심으로 시청하는 저로서는 아쉬운 지점도 많았습니다. 또 애니메이션 제작능력의 한계 탓에 보다 더 다양한 작품을 보지 못하는 아쉬움도 있고요. 외적으로는 애니메이션의 산업화가 점차 고도화되면서 음악과의 타이업, 그리고 유튜브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한 이벤트 전개, 게임과의 미디어믹스 등 팬들이 즐길 수 있는 컨텐츠의 폭이 더 넓어지는 것도 실감하게 된 한 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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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소재지는 한국입니다. 임금님 랭킹 이야기는 캐릭터 디자인 면에서 취향이 아니라 아직 보지는 않았습니다. 관련 이야기를 어딘가의 성우 라디오에서 들은 적이 있긴 한데 그정도로 화제였는지는 몰랐네요. 제가 세간의 리뷰에 너무 휩쓸리지 않으려고 일부로 서브컬쳐 커뮤니티는 멀리하는 편이라 다른 시청자들의 평가나 트렌드 같은 부분에서는 조금 늦는 것 같습니다. 정보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올해 완주한게 리제로 2기랑 Vivy 딱 두개밖에 없네요...
개인적으로 루프물 좋아하는데 Vivy는 딱 깔끔하게 끝냈다고 봅니다. 루프물 특징이 기승전 까진 와아아 하다가 결에서 와장창 되는 경우가 꽤 많은데 이정도면 충분히 만족 하겠더라구요. 쩌는 작화와 액션신, 좋은 OST로 눈과 귀과 호강했던건 덤이었습니다.
리뷰 쭉 봤는데, 추가적으로 볼 만한게 전투원, 파견합니다 정도인거 같은데 혹시 추천해 주실 만한 작품이 또 있을까요?
방송 시작하고 닉네임도 이렇게 바꿀정도로 PA의 팬이지만 아쿠아토프는 완전히 표류하고 있는 최근 PA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의 문제점을 전부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사쿠라 퀘스트도 드라마적 매력이 떨어졌을지언정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높은 평가를 줄 수 있는 작품이었는데 이번 작품은 2쿨부터 방향을 잃고 완전히 표류해버렸죠. 일하는 여자아이 시리즈 앞선 세 작품은 각각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마지막에 분명했는데 무슨 말을 전달하고 싶은지 모를 일상물로 전락해버렸습니다.
아쿠아리움으로 접하는 바다생물의 소중함이나 환경에 대한 메시지 혹은 후카나 쿠쿠루가 좀더 심한 역경에서 성장하는 성장드라마 둘 중 하나에 집중했어야 했었는데 이도저도 아닌게 되어버렸습니다.
시로바코는 자신들의 업의 이야기라 잘 담아낸 거 같은데 이로하와 사쿠라 퀘스트, 아쿠아토프를 비교하면 오카다 마리처럼 인간관계 서술에 좀더 강점이 있는 각본가가 필요해 보여요.
(수정됨) 사실 직장이라는 소재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기에는 참 난감한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너무 리얼하게 만들면 사회고발물이 되어버리고, 그렇다고 말랑말랑하게 만들자니 현실과 너무 멀어져서 욕먹기 딱 좋죠.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순수 일상물이거나 판타지와 가상세계 일색인 서브컬쳐 신에서 다양성을 주는 신선한 소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최근 피에이웍스의 안타까운 타율은 직장이라는 소재가 가진 어려움을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시로바코에서는 성공했는데 그 이후에는 영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네요. 말씀하신 것처럼 시로바코의 경우는 감독이나 각본가나 모두 자기 일이라 좀 더 밀도있게 담아내는 데 성공했다면, 사쿠라 퀘스트와 아쿠아톱은 조사한 정보를 유기적으로 각본에 녹여내지 못하지 않았나 하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소재가 되는 직장을 잘 이해하면서도 스토리도 잘 짜는 그런 작가가 있으면 좋을텐데 아쉽습니다.
한편으로는 조금 더 단순히 말한다면 최근 일상물들이 가진 단점 중 하나인 매운맛(자극적인 부분)이 부족하다는 점도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매운맛이 너무 강하면 스릴러나 범죄 드라마처럼 보는 사람이 피곤해지는 데 비해, 매운맛이 너무 없으면 단조로워진다는 단점이 있죠. 아쿠아톱도 그런 면에서 경영, 직장인의 고난 등에 관련된 매운맛을 더 첨가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면에서 본문에 언급한 우리들의 리메이크는 오피스물에 대한 나름의 답을 보여준게 아닌가 합니다. 게임업계와 미술대학이라는 리얼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멜로와 적절하게 섞어 보는 재미도 유지하는 괜찮은 전개를 한 것 같습니다. 다만 주인공 보정을 좀 씨게 받아서 오그라드는 부분이 있긴 했지만 순한맛과 매운맛을 섞어 독자들이 게임업계를 간접체험하면서도 스토리상의 재미도 느끼는 효과적인 전술을 쓴 것 같습니다.
피에이웍스가 최근 시로바코 극장판과 우마무스메 시즌 1에서는 선방하고, 신이 된 날과 아쿠아톱에서는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 것 같습니다. 솔직히 성우 라디오가 본편보다 더 재미있다는 혹평까지 들은 신이 된 날을 생각하면 아쿠아톱은 상당히 선방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작화 자체가 워낙 미려한데다 리얼한 소재를 잘 다룬다는 장점이 있는 만큼 계속 기대해 보려고 합니다.
이세계 피크닉은 단순히 순서를 바꾼게 문제가 아니라 순서를 바꾸면서 배경 설정과 복선들이 차례대로 제시되면서 깔려야되는데 그게 통채로 다 날아간 게 문제입니다. 이건 정발된 원작소설을 보시면 무슨 얘기인지 이해하실 수 있으실 것 같고요. 애니만 보아서는 그 정도로 심각한가 싶으실 수도 있지만 원작과 비교하면 정말 뜬금없는 진행의 연속이거든요. 차라리 후배쪽 에피소드를 잘라내는 게 더 나았다고 봅니다.
반대로 슈퍼커브같은 경우는 원작의 에피소드를 꽤나 잘라내고 내용의 분위기도 꽤나 바뀌었지만, 오히려 적절하게 축약되면서 액기스를 잘 남겨서 애니메이션의 완성도가 높아진 경우고요.
비비는 다른건 다 좋은데 뻔한게 문제가 아니라 후반부 완성도가 점점 떨어지더라고요. 어차피 연출이나 작화적인 부분은 좋으니 뻔하더라도 완성도 있게 갔으면 좋았을텐데 오필리아 에피소드는 3화나 딴소리 하는 느낌이었고 후반부는 용두사미 느낌이 들더라고요. 1쿨 애니메이션은 세계관의 규모나 사건의 크기를 분량에 맞게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좀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저자분이 써주신 것처럼 일본 애니메이션은 시장도 성장하고 있고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요새는 애니메이션 자체의 완결성(하나의 작품이라는 느낌)보다는 거대한 PV나 미디어믹스의 조각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아쉽더라고요. 물론 거대한 세계관을 다양한 매체로 즐기는 것은 나름의 재미가 있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