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주 프랑스 중국대사관이 프랑스의 학자 한 명을 실명으로 거론하면서 "못난 망나니"라고 욕설을 날린 적이 있습니다.
Antoine Bondaz라는 프랑스의 동아시아 전문가인데, 그는 프랑스전략문제연구소(Fondation pour la Recherche Strategique) 소속 연구원입니다. 그리고 지난주 Antoine Bondaz 씨와 와 프랑스전략문제연구소 부소장 Bruno Tertrais 씨가 공동으로 기고문을 올렸는데, 이를 번역해서 소개해드립니다.
https://www.worldpoliticsreview.com/articles/29515/europe-can-help-prevent-a-taiwan-w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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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rope Can Play a Role in a Conflict over Taiwan. Will it?
지난 2월 초 프랑스는 자국의 핵잠수함이 남중국해에서의 임무를 완수했다고 공개했다. 사실 프랑스 군함 방드미에르(Vendemiare) 또한 2년 전 대만해협을 지난 적이 있었다. 이는 여러모로 민감한 지역인 이곳에 프랑스, 나아가 유럽이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유럽이 인도태평양에도 전략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는 것이 점점 드러나고 있다. 유엔상임이사국이며 핵무장 국가이자 또 전통적으로 해외에 힘을 투사하는 전통을 갖고 있는 프랑스와 영국 입장에서도 최근 몇년 간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프랑스가 그러한 변화의 필두에 섰다. 사실 프랑스는 태평양에 여러 영토를 보유하고 있으다. 그리고 이곳은 2백만여명의 프랑스 시민들이 거주하는 고향이다. 또 프랑스 영해의 80%를 차지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프랑스는 호주와 인도와도 상당한 수준의 무기거래를 하고 있으며, 또 인도태평양의 양자, 삼자, 그리고 다자 파트너십의 멤버이기도 하다. 지난 2008년에 발간된 국방백서는 이 지역의 중요성을 처음으로 언급했고, 프랑스 뿐만 아니라 유럽 입장에서도 그러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로부터 프랑스의 국방부는 정기적으로 아시아-태평양 전략 백서를 발간했고, 2019년에는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발전했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 또한 이 지역에 대한 관심을 다시 표명하고 있다. 지난 3월 16일 발간된 전략백서에서 영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 해군을 상시 주둔시키겠다고 공표했다. 특히 일본과의 양자 안보협력은 나날히 발전하고 있으며, 최근 양국은 해양안보협약을 체결했다. 아울러 항모전단을 이 지역에 전개할 예정이며 수주 후에는 일본 해상자위대와 같이 연합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다.
영국과 프랑스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특히 남중국해에서 해양의 자유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동시에 미국에 의해 이끌려온 것이 아니고 또 중국을 봉쇄하기 위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리고 독일과 네덜란드 또한 최근 각자 인도태평양 전략 백서를 발간하였으며, 이는 이와 같은 트렌드가 점점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유럽연합 또한 연합차원에서의 인도태평양 전략 발간을 앞두고 있으며, 서플라이 체인 다변화와 더불어 기술, 안보 그리고 국방 협력 등의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하지만 이에 비해 유럽이 실제로 자신이 어떤 역할을 수행할지 또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가 부족하다. 특히 위기 시나리오, 특히 대만해협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기상황에 대해서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유럽은 자국의 이해관계를 수호하기 위해서라도 이 문제를 시급히 인지할 필요가 있으며 또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이는 현재 대만해협에서 고조되고 있는 긴장상태를 고려하면 더욱 중대한 문제이다. 2016년 차이잉웬 총통이 당선된 이래, 중국의 군사적/외교적/경제적 압력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2021년 1월 한 달동안 80대의 중국 전투기가 대만의 방공식별구역을 침입하였으며, 이는 11월 41대, 12월 32대에 비하면 굉장히 높아진 숫자이다. 한편 대만은 세계에 모범이 되는 국가이다. 코로나19에 성공적으로 대처했을 뿐만 아니라 경제를 성장시켰고 또 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하면서 신기술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대만해협에서의 위기는 중국의 대대적인 침공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동샤군도의 점령, 대만 영공의 침범, 또는 대만에 대한 봉쇄작전 등 모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유럽인들은 이러한 무력을 동원하여 "사태를 격변시킬 수 있는 일방적인 행동"(unilateral change of the status quo)을 하는 것이 대만 뿐만 아니라 유럽에도 중대한 위협이 된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대만과 중국 간의 위기는 이들 양국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차원의 갈등으로 순식간에 번질 수 있다. 최소 미국이 개입하는 것을 예상할 수 있고, 또 일본의 개입도 유력하다. 그리고 미국과 양자 동맹조약을 체결한 다른 국가들의 연루도 예상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유럽의 중요한 경제 및 안보 파트너이다. 그리고 비록 NATO가 인도태평양 지역을 범위로 삼지 않지만, 중국이 미국 본토를 위협하게 된다면 유럽도 이에 무관심할 수 없게 된다.
대만에서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면 대만에 거주하고 있는 15,000 여명에 달하는 유럽 시민들의 생명이 위험에 처해진다. 또한 반도체를 포함한 글로벌 밸류체인에 심각한 균열이 생기게 된다. 그리고 유럽은 반도체 공급의 대부분을 대만에 의존하고 있다. 아울러 대만에 투자된 유럽자본은 대만의 가장 큰 해외자본임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중국의 공격적인 행동은 다른 권위주의 정권들이 비슷하게 행동하는 것을 부추길 것이며, 이는 유럽 주변 뿐만 아니라 인도태평양에 위치한 유럽국가들의 영토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유럽이 이에 대처하지 못한다면 민주주의 국가간의 연대가 의심받을 것이다.
만약 그러한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면 유럽은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이 있으며 또 수단도 있다. 유럽은 유엔안보리를 소집하는 등 동맹국들을 동원할 수 있으며, 또 미국 대신 중동이나 NATO에 군대를 전개하여 미국의 군사전개를 도울 수 있다. 유럽국가들과 유럽연합은 중국에 정치적/경제적 제재를 가할 수 있으며, 또는 기술분야에 대한 엠바고 내지 협력 중단 등을 선언 할 수 있다.
물론 유럽이 그렇게 한다면 중국은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보복할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보복은 허풍에 불과할 것이다. 중국은 전면전을 벌이면서 동시에 나머지 세계와 정치적/경제적 관계를 중단할 수 없다. 아울러 중국에게도 중요한 무역상대인 미국 및 일본과의 관계가 급격히 악화된다면 유럽과의 관계는 더욱 중요해질 것이고 유럽은 전례없는 레버리지를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중국이 무모하게도 미사일 타격으로 유럽을 위협할 경우 (실제로 이런 시나리오를 상정하는 중국측 전문가들이 있다) 영국과 프랑스의 핵 억지력이 그 진가를 발휘할 것이다.
그러나 유럽 정책결정자들이 이러한 시나리오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준비하기 이전에, 애초에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함을 깨달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유럽은 관망자가 아닌 적극적인 이해관계자로서 참여해야 한다. 인도태평양의 파트너들과 긴밀하게 조율하면서, 유럽국가들과 유럽연합은 중국에게 그 어떤 현상변경도 허용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하고 단호한 전략을 통해 보여줘야 한다.
이와 같은 전략은 여러 단기간의 다차원적 이니셔티브를 통해 구현될 수 있다.
(1) 유럽은 선언적 외교를 강화하여 중국에게 유럽의 결의를 강력히 보여줘야 한다. 중국을 자극할까봐 유럽이 대만을 "투명국가" 취급하는 현행 정책은 비판받아아 마땅하다. 이는 대만에서 유사사태가 발생할 경우 유럽이 어떤 자세를 취할지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양측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유럽은 무력을 동원하여 대만해협에서의 현상변경을 시도하는 그 어떤 행위에도 반대한다는 목소를 분명히 내야하며 그러한 시도가 있을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
(2) 유럽은 중국의 외교적 압력에 맞서야 하며 그들의 서사(Narrative)를 강제하는 것에 강력히 맞서야 한다. 최근 중국 대사관이 프랑스의 국회의원들이 대만 관계자들과 접촉하는 것을 막으려고 했는데, 유럽 국회의원들은 대만 의원들과의 교류를 계속할 뿐만 아니라 더욱 확대시켜야 한다. 유럽 개별 국가들의 의원과 유럽연합의 의원들, 그리고 영국의 의원들 모두 대만과의 교류를 확대해야 한다. 이는 우리의 단결과 결의를 보여주는 행위이며 또 우리 유럽시민들에게 대만 관련 이슈의 중요성을 상기시킬 것이다. 아울러 유럽의 "하나의 중국 정책"이 중화인민공화국이 주장하는 "하나의 중국 정책"과 다르다는 것을 인지시킬 필요가 있으며, 유럽은 단 한 번도 대만이 중화인민공화국의 고유영토임을 인정한 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3) 유럽은 또한 유사사태에 대비한 계획을 지금 당장 마련해야 한다. 이와 같은 협력은 인도태평양에 위치한 우리의 파트너국가들 뿐만 아니라 유럽과 대만의 민간단체 차원에서도 교류를 심화시켜야 한다. 싱크탱크는 대만 관료 측과 교류와 논의를 위해 핵심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유럽은 인도태평양이 유럽의 글로벌 역할을 위해 얼마나 중요한 지 뒤늦게 깨닫기 시작했다.
하지만 신뢰할만한 행위자가 되기 위해서는 대만을 둘러싼 유사사태에 대비하해야 하며,
이를 준비하는 것만이 그러한 사태가 실제로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