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때문에 다들 걱정이고, 그와중에 여기는 특정 주제 논란으로 인해 피로도도 올라가는 시점에 역시 효과적인 것은 가볍게 볼 수 있는 다른 주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뭐라도 써볼까 싶어서 생각하다보니 기생충이 오스카를 휘어잡은 감동에 취해있을 때 궁금해서 좀 조사해봤던 역대 수상 정보에 대해 가볍게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흔히 오스카의 빅 파이브를 작품-감독-남우주연-여우주연-각본/각색상이라고 말합니다. 수많은 수상 부문이 있지만 이러한 내용에 반론을 제기하실 분은 아마 거의 없을겁니다.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고 드라마는 작가의 예술, 그리고 연극은 배우의 예술이라는 이야기가 있지만 모든 장르에서 감독, 각본, 연기는 당연히 모두 중요하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작품상과 가장 연관이 큰 부문은 역시 감독상입니다.
참고로 빅 파이브를 모두 수상한 영화는 92번의 시상식 중에서 프랭크 카프라 감독의 <어느날 밤에 생긴 일>, 밀로스 포먼 감독의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조나단 드미 감독의 <양들의 침묵> 단 세 편입니다.
이 글은 지금까지 92번 진행 된 아카데미 시상식의 작품상과 감독상, 그리고 곁다리고 각본(각색)상에 대한 간단한 통계 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실 주로 감독상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평균보다는 영화를 많이 보긴 합니다만 그렇다고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것도, 고전을 많이 본 것도 아니다보니 숫자로만 보고있는 영화들도 많습니다. 뿐만아니라 틀린 정보도 있을 수 있으니 혹시라도 오류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자료들은 oscar 홈페이지를 비롯한 영화 관련 사이트들, 영문 위키피디아, 네이버 등에서 수집했습니다. 적다보니 저도 좀 헷갈린 부분이 있는데, 시삭싱 날짜를 특별히 표기한 것이 아니라면 모든 년도 표시는 실제 시상식의 대상이 되는 년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오스카가 2월에 개최되기 때문에 92회 시상식의 경우 2020년에 개최되었지만 영화는 2019년 영화들인 것 처럼요.)
작품상
작품상은 따로 떼어놓고 보면 통계적으로 별로 할 말은 없습니다. 당연히 한 작품이 다른 회차에 다시 나오진 않기 때문이죠. 제작자 명단으로 통계를 내는게 가능하긴 한데 사실 개인적으로 작품 자체가 중요하지 제작자 이름이 크게 중요하진 않다고 봐서 따로 조사도 안해봤습니다. 그러니 간단하게 몇 가지만 짚고 넘어가면,
- 대부 시리즈는 유일하게 연작 영화가 작품상을 두 번 수상한 작품입니다. (45회 대부, 47회 대부2) 3편도 후보에는 올랐어요.
- 반지의 제왕 시리즈도 3편이 3년 연속으로 모두 후보에 올랐지만 3편인 왕의 귀환만 수상했습니다.
- 영미권 영화가 아닌 영화로 작품상을 받은 첫 영화는 84회 시상식의 <아티스트> (프랑스) 입니다.
- 백인문화권...이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비코카시안계 영화로 작품상을 받은 첫 영화는 바로 92회의 <기생충> (한국) 입니다.
감독상
개인적으로 감독을 좋아해서 영화를 보는 경우가 많다보니 좋아하는 감독의 영화가 작품상과 감독상 둘 중 하나만 받을 수 있다면 감독상을 더 선호하는 편입니다. 제가 선호한다는게 뭐 중요한 것도 아니지만요;; 그리고 아무래도 좋은 감독들은 계속 좋은 영화를 만들어내니까 자료 찾아보는 과정도 좀 즐거웠습니다. 할 이야기도 가장 많네요.
- 1회 시상식에서는 코미디 부문과 드라마 부문이 나뉘어져 있었기 때문에 총 93회의 수상이 있었습니다.
- 감독상을 수상한 감독은 총 70명입니다. 이는 단 두 차례 있었던 공동감독 수상영화의 감독들을 모두 따로 카운트 한 결과입니다. (로버트 와이즈&제롬 로빈슨 감독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코엔 형제 감독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최다 수상자는 5회 후보에 올라 4회 감독상을 수상한 존 포드 이고, 프랭크 카프라와 윌리엄 와일러가 3회 수상을 했습니다.
- 2회 수상자는 가장 최근의 2회 수상자인 알폰소 쿠아론을 포함 총 18명입니다.
- 최다 후보 지명 감독은 총 12회 후보에 오른 윌리엄 와일러이고, 그 다음으로 9회의 마틴 스콜세지, 8회의 빌리 와일더가 있습니다.
- 최고령 수상자는 <밀리언 달러 베이비>로 74세 때 수상을 한 클린트 이스트우드 이고,
- 최연소 수상자는 <라라 랜드>로 32세에 수상을 한 데미언 셔젤 입니다.
- 아시아 감독은 64년 테시하가라 히로시 감독이 <모래의 여자>로 처음 후보에 오른 이후 구로사와 아키라, M. 나이트 샤말란, 이 안, 봉준호 총 5명의 감독이 7번의 후보에 올랐고 (이 안 감독 3회), 2005년 <브로크백 마운틴>, 2012년 <라이프 오브 파이>로 이 안 감독이 2회, 이번에 <기생충>으로 봉준호 감독이 1회 수상을 했습니다.
- 남미 감독은 5명의 감독이 총 8회 후보에 올라서 최근의 5번은 모두 수상을 했습니다. 그것도 2013년 알폰소 쿠아론의 <그래비티>, 2014년, 2015년 알레한드로 이냐리투 감독의 <버드맨>, <레버넌트>, 2017년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셰이프 오브 워터>, 2018년 다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가 수상을 하면서 최근 7년간 5번의 감독상을 수상했습니다.
- 비영어 영화는 31번이나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은 <로마>와 <기생충> 단 두 번이었습니다.
- 흑인 감독은 총 6차례 후보에 올랐지만 한 번도 감독상을 수상하진 못했습니다.
- 여성 감독은 총 5차례 후보에 올라 2009년 <허트로커>의 캐서린 비글로우만이 유일하게 수상했습니다.
총 92번의 시상식에서 여성/흑인 감독이 수상도 아니고 후보에 오른게 겨우 도합 11차례에 수상은 단 한 번 뿐이었으니 수치상으로는 확실히 적긴 합니다.
배우로 더 잘 알려져있지만 감독상 수상 이력이 있는 분들
- 로버트 레드포드 : 1980년 <보통 사람들> (작품,감독,각본상 모두 수상)
- 케빈 코스트너 : 1990년 <늑대와 함께 춤을> (작품,감독,각본상 모두 수상)
- 클린트 이스트우드 : 1992년 <용서받지 못한 자> (작품,감독상 수상) 2008년 <밀리언 달러 베이비> (작품,감독상 수상)
- 멜 깁슨 : 1995년 <브레이브 하트> (작품,감독상 수상)
클린트 이스트우드 옹은 배우로 더 잘 알려져있다기에는 감독으로도 너무 유명하긴 합니다.
이 중에서 연기상을 수상한 분들은 없습니다. 아카데미 역사상 연기상과 감독상을 모두 수상한 영화인은 없거든요.
다만,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이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로 남우주연상과 외국어영화상을 동시에 수상한 기록은 있습니다.
어?! 이 감독이 아카데미를 받은 적이 없어? (매우 주관적임)
- 알프레드 히치콕 : <레베카>, <구명보트>, <스펠바운드>, <이창>, <싸이코>로 총 5회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하지 못했습니다.
- 스탠리 큐브릭 :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시계태엽 오렌지>, <배리 린든>으로 총 4회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하지 못했습니다.
- 시드니 루멧 : <12명의 성난 사람들>, <뜨거운 오후>, <네트워크>, <심판>으로 총 4회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하지 못했습니다.
각본/각색상
작가에 대해서는 각본상과 각색상이 따로 분리되어있는데다 공동집필도 많아서 각본가를 따로 다 분석해보려다가 포기했습니다;;
다만 각본상으로만 후보에 16차례나 올라서 3회 수상을 한 우디 엘런만 언급하고 넘어갑니다.
사실 명확하게 알고있는 사항이 아니라서 건너뛰었는데 댓글을 보니 조금 설명을 하면 좋을 것 같아서 추가합니다.
오리지널이 왠지 말 그대로 오리지널일 것 같지만 1929년 5월에 열린 1회 시상식 부터 있었던 상은 현재 우리가 각색상이라고 부르는 Best Adapted Screenplay 였습니다. 대신 초창기에는 새로운 이야기(Story)에 주는 상인 Best Story 부문이 따로 있었습니다. 그리고 Best Story와 Best Adapted Screenplay에 함께 후보지명이 될 수도 있었고요. 원안을 새로 써도 각본은 그 원안을 바탕으로 각색되었다는 개념이었던거죠. 실제로 두 부문 모두 후보에 오른 경우들이 있으며 9회 시상식의 경우 <과학자의 길 The Story of Louis Pasteur>가 두 부문을 모두 수상했습니다. 국내 정보에 간혹 이 영화가 각본상과 각색상 모두를 받은 것으로 기술되어 있는 경우도 있는데 현재의 각본상과는 다른 부문입니다. (다만 제가 찾은 정보가 부족해서 저 Best Story 부문이 완전한 원작 이야기에만 줬던 상인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13회 시상식 (1940) 부터 현재의 각본상인 Best Original Screenplay가 신설됩니다. 당연히 이 상과 Best Story 부문은 중복지명이 가능했지만 Best Story 부문이 29회 시상식 (1956) 까지만 수상이 이루어지고 그 이후에 현재의 각본상에 다시 편입되면서 지금의 각본/각색상으로 쭉 이어져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대충 이 시기 쯤 그냥 Best Screenplay로 통합되는게 더 적절한게 아니었을까 싶긴 합니다만 이제는 오스카의 특수성으로 앞으로도 쭉 이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굳이 상을 하나 줄이는 것도 부담일테니까요.
종합 통계
- 작품상과 감독상을 함께 수상한 것은 총 66회 입니다. 71.7% 정도로 10번중에 7번 이상이 감독상을 받은 영화가 작품상도 받았습니다.
- 작품상과 감독상, 그리고 각본(혹은 각색)상까지 모두 수상한 것은 총 45회 입니다. 거의 절반의 경우 시상식에서 한 영화가 세 부문을 모두 가져갔습니다.
- 작품상을 받은 영화가 나머지 두 부문을 못 받은 경우는 총 11회, 감독상을 받은 영화가 나머지 두 부문을 못 받은 경우는 총 18회 입니다.
- 감독상과 각본(각색)상을 받았지만 작품상을 받지 못한 경우는 총 8회였는데 이 중 2번은 작품/각색과 감독/각본상이 나뉜 경우라서 실질적으로는 6번이었습니다. 사실 연출과 각본이 둘 다 좋으면 작품도 당연히 좋을테니 6번이나 있는게 더 이상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통계적으로는 기생충이 감독상을 수상한 순간 작품상도 받을 확률이 매우 높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죠.
- 사실 간단한 표나 이미지로 전체 수상 내역을 함께 올리려고 했는데 일단 시상식이 92번이나 진행되었다보니 간단하고 깔끔하게 정리하기가 너무 힘들고 귀찮아서 포기했습니다. 나머지 하고싶은 부분들도 이야기가 완료되면 그 땐 올릴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겠어요.
- 역대 수상 정보들은 부문별로 따로 봐야하긴 하지만 영문 위키피디아에 후보까지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 다음에는 역대 연기상 수상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만 그 다음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네요 크크. 생각보다 깔끔하게 제가 원하는 형식으로 정리되어있는 데이터가 없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