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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02/11 21:50:06
Name jgooon
Subject 슷학하오쓰 00
슷학하오쓰

Chap 0-0. Prologue





샤쿠러스(Shakuras), 뉴 앤티오크(New-Anti Och).

반란군은 진압되었다. 푸른색으로 불타는 아둔의 성지(Citadel of Adun) 앞에 선
제라툴(Zeratul)은 착잡함을 금할 길이 없었다. 아이어(Aiur)가 저그의 소굴이 되
어버린 것도 모자라 새 둥지를 튼 샤쿠러스는 어느새 잔혹한 동족상잔의 무대가
되어 버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함께 싸워왔던 동지들의 몸에 검을 쑤셔 넣는
일은 이미 스스로 수백 수천의 생명을 앗아간 제라툴에게도 크나큰 아픔이었다.

알다리스(Aldaris), 자네가 기어코……

페닉스(Fenix)와 레이너(Raynor)는 아직까지도 그 소식을 알 길이 없었고, 눈 앞의
적인 저그는 점점 그 세력을 불려가고 있었다. 점점 절망적으로 되어가던 와중에
우라즈(Uraj)와 칼리스(Khalis) 크리스탈을 찾아내어 그나마 희망을 되찾나 싶더니……

제라툴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죽을 만큼 괴로운 심정이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한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법. 이미 바라지 않던 최악의 상황이 벌
어진 이상, 최대한 신속하게 수습하는 것이 수많은 다크 템플러들을 이끄는 두목
이자 프로토스의 명운을 두 어깨에 지고 있는 제라툴의 최선이었다.

제라툴은 그리 높지 않은 언덕 위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템플러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 뒤를 샤쿠러스의 치안관 아르타니스(Artanis)가 따랐다. 그는 젊고
용기가 충만했으며, 믿을만한 템플러였다.

알다리스는 프로토스였다. 그 것은 당연한 얘기였지만, 알다리스를 설명할 수 있
는 가장 명료하고 정확한 단어이기도 했다. 그는 프로토스 카스트(계급) 중 최상
층에 위치한 대법관(Judicator)으로써 의회(Conclave)에 참가하여 아이어의 살림살
이를 직접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자였다. 그 지위에 오른 대부분의 이들은 지독히
도 보수적이었으며, 프로토스의 질서를 위협하는 것에 대해 가차 없는 처단을 내
리곤 했다. 그 것은 알다리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뼛속까지 프로토스 그 자체였다.

[왔는가 더러운 배신자들이여……]

제라툴과 아르타니스가 언덕에 올라서자 그 곳에 서있던 템플러=알다리스가 천
천히 입을 열었다. 아니, 입을 열었다는 표현은 맞지 않을 것이다. 프로토스의 템
플러들의 의사소통은 직접적인 소리로 언어를 전달하지 않고, 그들끼리 연결 된
정신링크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들이 접속해있는 링크를 통해 울려퍼지는 알다리스의 목소리는 일견 차분했지
만 그 속에는 헤아릴 수 없는 억겁의 분노가 소용돌이 치고 있음을 제라툴은 알
수 있었다. 그 분노는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다크템플러의 검처럼 홀연히 다가
와서 제라툴과 아르타니스의 머릿속을 아연할 정도로 예리하게 후벼팠다. 상상
이상으로 훨씬 강력한 감정의 굴곡에 제라툴은 섬짓함을 느꼈다.

그 때, 알아차렸어야 했다. 톱니바퀴 사이에 끼어있는 이물질의 존재를…..

제라툴이 이내 대답했다.

[배신자는 바로 그대다, 알다리스. 어째서지? 우라즈와 칼리스 크리스탈을 되찾는
일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조금만 더 있으면 샤쿠러스에 더러운 몸뚱아리로
둥지를 튼 저그들을 싸그리 날려버릴 수 있었다고!]


제라툴의 목소리 역시 못지 않은 분노를 담고 있었다. 그렇지만 알다리스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그 분노를 싸늘히 식히는 조소였다.

[허울 좋군.]

[뭐라고……?]

[누구의 힘으로? 누구의 힘으로 저그를 쓸어버리겠다는 건가? 자네의 그 검으로?
아니면, 케리건(Kerrigan)의 더러운 손톱으로?]


[이봐 알다리스, 그건…]

[프로토스의 미래를 위해서라는 썩어빠진 핑계는 집어치우시지 제라툴. 그대의 긍
지는 겨우 그 정도인가? 스스로의 힘에 그렇게 자신이 없었나? 저그를 이끄는 여
왕의 손을 빌리지 않으면 저그를 물리칠 엄두도 나지 않는 것인가?]


알다리스의 목소리는 점점 더 격양되어 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견의 침착함
만은 유지하고 있었던 그의 목소리는 점차 그들이 접속해 있는 정신링크가 미처
다 담아내지 못할 정도로 크게 요동치고 있었다. 그 엄청난 에너지를 담은 목소
리는 마치 위대한 템플러의 사이오닉 스톰(Psionic Storm)처럼 천지를 부르르 떨게
할 기세였다.

아르타니스가 힘겹게 말을 꺼냈다.

[대법관(Judicator) 님! 케리건은 우리를 도와주었소! 우리가 우라즈와 칼리스 크리
스탈을 찾은 것도 모두…]


[자네들은 긍지를 버렸어!]

아르타니스의 목소리는 미처 정신링크를 통해 완벽히 전달되기도 전에 알다리스
의 외침에 묻혀 사라져버렸다.

[이럴 땐 차라리 테서더(Tassadar)가 그립군! 그 역시 구제불능에 위험한 사상으로
가득 찬 자였지만 자네들처럼 긍지를 버린 개가 되지는 않았어.]


테서더… 제라툴과 아르타니스 모두, 그 이름 앞에 엄숙해졌다. 오버마인드가 뿌리
를 내려 완전히 오염되기 직전의 아이어를 구해낸 영웅. 이미 수천년의 시간 속에
서 점차 위대한 신화가 되어버린 아둔(Adun)의 이야기완 다르게, 테서더는 근 몇
년 사이에 완벽한 전설이 되어버렸다. 그 전설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제라툴과 아르타니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제라툴에게 테서더는 암흑 속에
묻혀 살아가던 중에 고향과 종족을 위해 싸울 수 있는 기회를 가져다 준 친구였고
아르타니스는 그의 전설을 들으며 수행을 쌓았던 템플러였다.

“테서더? 차(cha)행성에서 내가 두려워 꽁무니를 뺀 그 얼간이 말인가?”

언덕에 서 있던 세 명의 템플러 모두 흠칫 고개를 돌렸다. 현기증이 날 정도로
높고 날카로운 어떤 여자의 목소리는 분명히 정신링크를 통해 전달 된 것이 아
니었다. 그렇지만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사방 어디에서도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
었다.

“누구냐!”

제라툴이 크게 소리쳤다.

정신링크를 통해 들려오지 않은 생생한 육성(肉聲).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위에서
소리의 주인을 찾아 볼 수 없다는 것은 그 주인이 제라툴과 같은 은폐(clocking)
능력을 가진 자임을 의미했다.

제라툴과 아르타니스가 혼란해 하는 와중에, 알다리스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전처럼 어느 정도의 평정을 되찾은 상태였다.

[모르는 척 하는 것인가? 아니면 진짜 모르는 것인가?]

[무슨…?]

[알고도 모른 척 한다면 명백한 배신의 증거요, 진짜 모르는 것이라 해도 우리의
철천지 원수의 목소리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니 그 또한 배신이다.

“무슨 일로 찾아왔느냐, 케리건!”]


알다리스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여자=케리건의 웃음 소리가 깔깔깔-하고 울렸다.
그 웃음소리에는 차라리 천진난만하기까지 한 악의가 여과 없이 드러나고 있어,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오묘한 기분을 들게 했다.

웃음소리는 쉽게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이어졌다.

“대단한 걸 알다리스? 역시 프로토스의 위대한 대법관다워. 내 목소리를 기억해주
다니 이거 영광인데?”

“케리건! 이 무슨 짓이냐, 이건 우리 종족의 문제다.”

그녀의 말에 대답한 것은 알다리스가 아니라 제라툴이었다. 알다리스는 침묵을 유지
한 채 흔들림 없는 주황빛 눈동자로 한 곳을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었다. 마치 그 곳
에 몸을 숨긴 케리건이 서있기라도 한 것처럼. 케리건은 알다리스가 자신의 말을 무
시한 것에 대해 기분이 상한 것 같았다. 워낙에 직설적인 말투였을 뿐만 아니라 그녀
의 목소리에는 감정이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담겨있어, 마치 말을 모르는 갓난아기라도
그 속에 담긴 의도를 알아챌 수 있을 것 같을 정도였다.

“흠… 역시 도도해. 맘에 들지 않는걸? 뭐… 상관없지 곧 내가 직접 널 죽일 테니까
말이야 깔깔깔!”

“케리건!! 무례하군. 우리가 아무리 동맹을 맺었지만 우리 종족의 문제에 간섭할 권
리는 네게 없다.”

“제라툴… 이 바보 같은 다크템플러… 넌 눈에 보이지 않으려고 뇌마저도 지워버린
건가? 동맹? 내게 그런 건 얼마든지 망가뜨릴 수 있는 장난감보다도 못한 거야. 그
런 시시한 거에 얽매여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할 거라 생각해?”

“케리건!! 그게 무슨 소리지!!”

제라툴이 불길한 예감을 직감한 것은 이미 늦어버린 후였다.

“잘 가, 알다리스. 그 동안 즐거웠어.”

푸슉-.

보이지 않는 손톱이 알다리스의 목을 깊숙이 찔러 들어왔다.

[알다리스!!]

순식간에 허물어지는 알다리스를 보며 제라툴이 소리질렀다.

깔깔깔깔-! 피를 머금은 케리건의 목소리가 허공을 가득 메웠다. 그녀는 여유있
게 제라툴과 아르타니스의 당황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어디선가 다가오는 오버
로드에 유유히 승선했다.
클러킹을 풀고 수송선 아래를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은 희열에 가득 차 있
었다. 쓰러져 생명을 잃어가는 알다리스와, 망연자실한 표정의 제라툴과 아르타
니스를 지켜보는 것이 미치도록 즐거운 표정이었다.

“그럼 또 보자고, 위대한 템플러 나리들”

케리건을 태운 오버로드는 유유히 사라졌다. 이제 알다리스의 몸에서는 푸른 연기
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 것은 프로토스에게 곧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알다리
스의 몸이 완전히 연기로 화하기 전에 그는 자신의 마지막 목소리를 정신링크를
통해 남겼다. 아까완 달리 떨리고 생명력을 잃은 작은 소리였지만, 그 안에 담긴
원한과 분노는 도무지 가늠할 수조차 없을 정도여서 제라툴과 아르타니스는 망연
한 와중 다시 한번 섬짓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복수 할 것이다…… 프로토스를 배반한 너희들을…… 어디에 있든… 쫓아가서 반
드시 멸하고 말 것이다…!!]


게이트웨이(Gateway), 아둔의 성지 등 푸르게 불타는 프로토스의 건물들이 늘어선
뉴 앤티오크엔 싸늘한 바람과 원한에 찬 목소리, 귀를 찢을 듯한 웃음소리만 가득
했다.















+) 새 게시판이 생겨서 한번 써보고 싶은 마음에...

+) 본 이야기는 스타크래프트와 스타크래프트 부르드워의 스토리를 기반으로 진행해 나갈 겁니다.
    고로 (봐주실진 모르겠지만) 스타크래프트 스토리를 꿰고 계신다면 더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솜씨가 없는 편이라 어떻게 해도 재미 없을라나요 하하;;
    이번 편에 쓴 이야기는 프롤로그고, 스타크래프트 부르드워 프로토스 미션중 알다리스가 반역을
    해서 그걸 처리하는 미션을 제 나름대로 각색하여 써보았습니다.

* 항즐이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8-02-12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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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2/11 21:58
수정 아이콘
오오 재밌네요. 다음 편이 기대되네요
연합한국
08/02/11 22:24
수정 아이콘
cha->char
clocking->cloaking

문체라던지 캐리건의 성격으로 미뤄볼때 제가 광팬이 되어드릴 확률이 99.8887%정도 되시는군요. 기대하겠습니다~
08/02/11 22:39
수정 아이콘
하하 재밌는걸요 ^^;;
이걸보니 오랜만에 스타 싱글이나 다시 한번 해봐야 겠습니다.
저도 광팬이 되어드리겠습니다.
기대할게요~
Best[AJo]
08/02/12 00:53
수정 아이콘
한탄만 하고 있을 수는 있는 법->한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법 아닌가요?;;;

글 잘 읽었습니다!~!!!저 스토리가 아마 알다리스가 캐리건한테 붙었다가 암살당하는거엿나요??;
08/02/12 01:28
수정 아이콘
어익후, 이거 게시판이 이동되어 있네요. 그 게시판은 아무나 글 못쓰는 건가 보네요 ㅜㅜ 그럼 write 버튼을 만들어 놓으시질 마시지 무안하게 엉엉 ㅜㅜ

연합한국 님// 아 연합한국 님 ㅜㅜ 흑흑 쪽지로도 알려주실 수 있는데 그렇게 리플에 철자 오류를 지적하시면 제 무식이 통통 튀는 것을 사람들이 흑흑 ㅜㅜ

... 농담입니다! 지적 감사드려요^^;; 당장 수정하겠습니다(이상 리플 달리길 기다리며 열심히 F5 누르던 글쓴이가...)

Best[AJo]님//어익후 이거 자기 전에 들어와봤더니 소중한 리플한개 get이군요!
... 그렇네요 전 좀 병맛인 듯 -_-;;;; 당장 수정하겠습니다.
알다리스가 캐리건 한테 붙진 않고 라스자갈이 캐리건한테 세뇌(?)당해서 캐리건하고 동맹맺고 하다가 결국은 캐리건이 배신하고 알다리스를 죽이죠(알다리스는 캐리건하고 동맹하는걸 싫어했죠)
탱구사랑선미
08/02/12 02:11
수정 아이콘
너무 재밌게 잘읽었습니다...수고하셨어요...^^
08/02/12 10:27
수정 아이콘
jgooon님// 연재 하실 내용을 미리 운영진에게 전달하시고 조율을 하신 후 사용하시면 될듯 합니다.

오랜만에 소설 등장이네요. 기대 ^^
옆으로 조금만 더 길게 써주시면 더 보기 좋겠습니다.
08/02/12 13:28
수정 아이콘
이런글 쓰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아직 몇줄밖에 읽어보지 않았지만 흥미롭네요! 수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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