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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02/10 16:23:16
Name 회윤
Subject 난 최연성이 너무 싫었다
0.

제목, 그리고 주제와는 전혀 벗어나는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필자에게 애증으로 가득찬 - 아니 오히려 증오쪽에 가까웠던 - 이 사나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이 문장보다 더 필자의 마음을, 생각을 표현해주는 마음이 없을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홍진호의 열렬한 팬이였다.

홍진호. 이제와서는 수많은 사람들의 놀림의 대상이 되버린, 이름만 남겨진 추억속의 게이머로 되가는 듯하지만, 나는 그의 최고의 팬임을 자청했고 그에따라 그에 환호했다. 그런 그에게 너무나도 당연하듯이 낙인되버린 '2인자'라는 별명. 그런 그에게도 절대적인 기회가 왔었으니 그때가 바로 TG 삼보배였다. 당시 홍진호의 포스는 단연 '게이머중 최고' 였다고 믿는다. 대진운이나 맵운 전혀 없이, MSL-온게임넷 메이저대회에서 7연승을 달성하기도 했었고, 결승전 직전까지는 조용호-이윤열등을 누르며 우승을 둘째치고 MSL 최초 전승우승까지도 노려볼수 있는 상황이였다.

하지만 그의 오랜 숙원, 한, 목표를 한꺼번에 이룰수 있던 그 자리에서, 홍진호는 한 테란유저에게 처절히 패배하고 만다. 처절하다라는 말이 와닿을 정도로 그 상대는 압도적이였고 무지막지했다. 그의 선배, (공교롭게도) 홍진호 일생 최고 라이벌 임요환은 그 결승이 있기 일년도 채 안되기 전에 이런말을 했었다.

"세상을 놀랄만하게 할 테란이 곧 나타날것이다."

그의 말은 그대로 이루워졌고, 그 탄생에 있어서 첫 개인전 제물은 내가 제일 좋아하던 홍진호였다. 애석하게도, 3:0 패배 이후 홍진호는 곧바로 MSL-온게임넷 양대리그 탈락의 수모를 겪었고, 그 뒤로 다시 종종 메이저대회에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그의 강력함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래, 그날부로 나는 그래서 믿었다. 홍진호 일생일대의 마지막 기회를 말도안되는 무지함으로 날린 저 녀석은 괴물이다.

난 최연성이 너무 싫었다.

낭만시대

홍진호, 박정석, 이윤열, 박용욱, 임요환, 그리고 강민. 그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4강전, 혹은 결승에서 최연성에게 재물이 되어버린 선수들이다. 누군가는 손쓸 틈새 없이 압도적으로, 또 누군가는 후세에 길이남을 명승부로 팽팽하게 맞섰지만, 결과는 다 똑같았다 - 최연성의 압도적인 힘, 그것으로 인한 승리.

앞에 열거된 사람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수많은 팬들을 지닌, 자타가 공인하는 스타계를 대표하는 게이머들이였다. 대표한다는 말이 하루이틀만에 생긴 단어가 아니다. 몇 시즌, 몇년간 사람들에게 감동과 전율을 줬던 그런 게이머들을 지칭한다. 그런 '그들'을 별 감동없이, 별 감흥 없이 그냥 뚝딱 쓰러트려버린 최연성. 혹자는 최연성의 등장이 사람들에게 감동과 스토리를 줬던 '스타리그'라는 드라마를 파괴하기 시작한 절대적인 강자라고 비아냥 되기도 했다. 사람들은 굳이 정당한 이유없이 그를 모함하기 시작했고, 나는 별 부끄럼 없이, 아니 자랑스럽게 그 군중들 속에 끼어 최연성에게 돌을 던졌다. 사기 캐릭터같아보이는 최연성 그가 너무 싫었고, 나는 인터뷰가 거만하다 부터 나중에는 그를 본명이 아닌 '이중이'로 부르기 시작했다. 마찬가지로 아무런 죄책감 없이.

지금 생각해보니, 다른 게이머들이 '대갈' 혹은 '먹튀'등으로 불리우는걸 굉장히 싫어 하면서 최연성에게만 별 죄의식을 못느낀 이유가 있었던것 같다. 내가 뭐라고 지껄이든, 최연성 그는 절대 무너질것 같지 않던 난공불락의 게이머같이 보였기 때문이 아니였을까. 남들이 뭐라고 해도 전혀 상처를 받지 않을것 같은, 돌부처와도 같아보이는 그 견고한 이미지 때문에.



낭만시대 2

정확하게는 기억이 안나지만, 최연성이 팀리그 준결승에서 SUMA GO를 상대로 2:0으로 지고 있다가 4:2로 올킬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최연성이 제일 처음 상대했던 선수는 서지훈이였고(이미 2킬을 거둔 상태), 최연성은 서지훈과 순수한 벌쳐물량 싸움에서 압도하면서 서지훈을 철저하게 '밟아버렸다.' 경기가 끝난후 서지훈이 지었던, 공포와 경외가 섞여있던 그 표정은, 4년, 아니 5년이 지난 지금도 필자의 머리속에 생생히 기억난다. 마우스와 키보드로 끄적끄적거리는 단순한 게임일 뿐인데, 그 게임을 보면서 무서워서 전율을 느낀적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였다. 오죽했으면 많은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팬픽 '그들이 오다' 최종대장은 저 멀리에서 온 미지한 힘을 가진 외계인이 아닌 iloveoov, 최연성이였을까.

그 최연성이 은퇴한단다. 바위처럼 단단해 보이고 바벨탑처럼 높아만 보이던 그 최연성이 말이다. 싫어했던 최연성인데 이렇게 역사속으로 사라진다는 사실이 너무 슬프다. 최연성이 스타의 낭만시대를 종결시킨줄 알았는데, 그 파괴자가 은퇴한다니까 내 가슴속에 다른 시각으로 자리잡고 있었던 '스타리그속에서의 낭만'도 멀어져감을 느낀다.

그런데 필자가 최연성이 싫었던것보다 더 싫은건 이 미지근한 반응이다. 팬들을 욕하는것이 아니다. 스타리그 2회 우승, MSL 3회우승, 팀리그 올킬러, 프로리그 우승숫자가 세기도 힘든, 업적으로는 세손가락 안에 꼽힐 이 '위대한' 게이머가 가는 마지막 길이, 방송사, 협회, 그리고 언론이 대처하는 자세가 너무 초라해보인다. (젠장, 내가 최연성이라는 세글자 앞에 '위대한'이라는 수식어를 쓸것이라고 상상해본적도 없었다.) 적어도 온게임넷에서는 명예의 전당이라는것이 있지 않았던가? 입성기준이 뭔진 몰라도, 현역 게이머도 들어가는 전당에 역대 최강의 강력함을 가진 게이머의 입성의 소식을 지금쯤 듣고싶은건 나뿐일까?

내 마음속의 악역, 최연성은 이제 없다. 근데 이렇게 사라진다는게 너무 슬프다. 마치 마지막판에서 치트키를 쓰고 한방에 최종대장을 쓰러트린 기분이다. 너무 씁쓸하고 슬프다. 최연성은 박수를 받을 시점에서 떠났다. 그런데 우리는 그에게 제대로 박수라도 쳐주고 있는것일까?


난 최연성이 싫었다. 근데 오늘만큼 최연성의 경기를 보고싶은 적이 없다.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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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2/10 16:25
수정 아이콘
너무 강해서 싫었고, 너무 빨리 은퇴해서 싫네요
08/02/10 16:27
수정 아이콘
난 최연성이 싫었다. 근데 오늘만큼 최연성의 경기를 보고싶은 적이 없다.

정말 가슴에 와닿네요
top[of]zerg=홍Yello
08/02/10 16:32
수정 아이콘
TG삼보 MSL결승전이란 정말.....
정테란
08/02/10 16:34
수정 아이콘
이런게 미운정인가 보군요... 이런 글을 요즘 자주보니 이 바닥에서 진정한 안티는 없는 듯...
dawnatic
08/02/10 16:35
수정 아이콘
오만함이 매력적인 지배자로 각인된 선수입니다. 그리고 은퇴가 무척 아쉬운 선수이기도 하지요.

사실 꼭 이렇게 떠나거나 약해진 다음에야 뒤늦게 '아쉽고 다시 보고 싶다'고 말하는 건
어찌 보면 그 선수에겐 잔인하고 무책임한 일입니다.

임요환 선수를 이긴 이윤열 선수나 강민 선수가, 이윤열 선수를 이긴 최연성 선수가, 그리고 그 모두를 이긴 마재윤 선수가,
최근엔 마재윤 선수를 뛰어넘는 이제동 선수까지 그러한 시각 때문에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할 시점'에는 정작 시샘만 받는 경우가 많았지요. 강자의 비애이려나요.

좌우간 굉장히 아쉬운 선수입니다. 이렇게 떠나다니...
완전연소
08/02/10 16:39
수정 아이콘
홍선수의 오래된 팬으로 정말 공감합니다 ㅠ.ㅠ
점박이멍멍이
08/02/10 16:46
수정 아이콘
열혈 팬으로써 아쉽습니다......
더 무서운건 그의 몰락과 함께 방송을 시청하는 횟수가 줄었던 저로써는 이제 방송을 거의 보지 않게 될까 걱정입니다.

조용호 선수도 은퇴해서 아쉬운데..... 소위 올드라 불리우는 많은 선수들이 꼭 한번 불꽃들을 다시 피우길 바랍니다......
응원하겠습니다.....
08/02/10 16:46
수정 아이콘
이정도로 대단한 선수가 비시즌기간에 아무런 것 없이 갑작스럽게 은퇴해버리다니..

정말 너무 아쉽습니다.
08/02/10 16:53
수정 아이콘
난 최연성이 싫었다. 근데 오늘만큼 최연성의 경기를 보고싶은 적이 없다. (2)
08/02/10 17:24
수정 아이콘
최인규 선수 때부터 어제까지 G.O와 CJ팬이어서 강민 선수의 천적인 최연성 선수를 싫어했지요.
부상으로 은퇴해서 매우 안타깝습니다.
경기스타일은 게이머의 성격이 그대로 묻어나는데, 최연성 코치;;는 GG타이밍에서 뒤끝이 없는 성격이라 생각했습니다.
아쉽게 끝낸 선수의 경력에 미련 갖지 마시고 T1을 더욱 강하게 단련시키는 명코치가 되길 바랍니다.
하얀그림자
08/02/10 17:28
수정 아이콘
낭만시대...이 단어가 개인적으로 와닿네요. 지금처럼 모든 피지컬이 上이 아니라 물량은 좋으나 컨트롤은 나쁘고, 컨트롤은 좋지만 물량은 떨어지고, 둘다 떨어지면 전략으로 승부하는...이런 시대가...나름 재미있었던 시대...
정테란
08/02/10 17:33
수정 아이콘
요즘 최연성 선수 그닥 강한 선수가 아닙니다..
하지만 요즘 그 보다 잘한다는 그 어떤 테란도 최연성만이 보여줄 수 있는 그 미친듯한 방어능력과 물량의 사기스러움에는 못 미처 보이더군요.
08/02/10 17:43
수정 아이콘
최연성 선수가 승리한 후의 그 미소가 그립네요...
08/02/10 18:18
수정 아이콘
지금처럼 모든것이 완벽한 선수들보다는
자신만의 색깔이 분명했던 예전이 그리워지고있습니다
다시한번 팀리그때의 최연성을이겨라..시절의 포스를 보고싶었는데 말이죠

임최-사제지간이 다시한번 만났으면 하는 소망은 물거품으로 사라지는군요...
08/02/10 18:33
수정 아이콘
..애석할 따름입니다.
오르페우스
08/02/10 18:35
수정 아이콘
박정석선수 팬이지만 에버 2004였던가요 4강전에서의 보여준 방어력+물량이란 그야말로 대단했죠
그리고 결승전에서의 임요환선수 이기고 우승까지. 이제 그 선수로서의 모습은 볼수 없지만
코치로서 볼수 있으니 잘됐네요.
08/02/10 19:17
수정 아이콘
이제 진짜 선수로서 최연성 선수를 볼 수 없는 거군요...
모든 선수를 자기 발 밑에 두는 냥 거만한 인터뷰부터 시작해서.. 처음엔 임선수의 팬인데도 불구하고 정말 싫었는데..
점점 정이든 선수였는데...
다신 볼 수 없는 군요.. 글쓴분 말씀대로 양 방송사나 이스포츠 언론에선.. 좀 크게 다뤄줬으면 하는데... 역시 조용호 선수와
비슷하게 처리하네요.. 이런 레젠드들이 떠나갈때마다 겨우 글귀 한줄로 처리 해버린다면 계속 팬들이 떠나갈텐데...
PT트레이너
08/02/10 19:21
수정 아이콘
박정석선수와의 머큐리의 방어력은 대단했죠
캐리어/하템/드라운조합으 탱크/골리앗으로만 막는 그 방어력은 진짜 대단했는데

졋지만 게임후에 박정석선수 표정이 더 질려있었으니말이죠
그리울껍니다

안그래도 연성선수가 부진해서 스타경기를 보질않았는데
이제는 스타리그는 아예 안볼것같네요
08/02/10 19:28
수정 아이콘
팀리그 vs서지훈 in JRM... 본진 5팩 2스타.
그냥 순수하게 경악 그 자체였습니다.

엠겜 관계자분도 그 경기 후에 pgr에 가스량 분석글 올려주시기도 했었고...
PT트레이너
08/02/10 20:21
수정 아이콘
Jungdol님//
그당시 MSL해설진들 경악을 금치못했죠

1가스로 어떻게 저렇게 돌리냐면서
최연성선수가 괜히 역대최강전성기포스라고 불리우는게 아니죠

경기력하나하나가 진짜 말도 안되는 경기력을 뿜었으니말이죠
08/02/11 15:55
수정 아이콘
최연성 선수만큼 팬, 안티가 이렇게 극명히 갈렸던 선수도 없었을겁니다. 참 묘한 매력을 지닌 선수였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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