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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2/09/02 19:36:31
Name 카제미돌쇠
Subject 일상.......
            

딸각....  타 닥! 타 닥!
혼자 키보드를 두드리며 게임을 하고 있는 아들....
게임에 몰입해 있는 아들 뒤로 묵묵히 엄마는 방을 쓸고 있다.
게임에 몰입해 있는 아들과 그런 모습이 못마땅한 엄마...
" 사내놈이 이렇게 지져분 해서 엇다 써!"
엄마가 이리저리 흩어져 있는 책을 정리하며 한 소리 한다.
" 거긴 내버려 둬! 내가 있다 정리 할거야!"
엄마는 못들은 척 책을 정리한다.
" 내버려 두라니까! 내가 한다구! 엄마가 손대면 책이 어디 있는지 헷갈린단 말야!"
그제서야 엄마도 분통이 터져 소리친다.
" 허구헌날 정리 한다고 해놓고 언제 정리 한적 있어! 그리고 니 놈 나이가 몇이냐! 응?
아직도 게임 질이냐! 게임질이! 나이만 쳐먹고 게임 한다고 돈이 나와! 밥이 나와!
티비에 나오는 프로 게임 어쩌고 하는 임 머시기 처럼 너도 대회 나가 돈이나 벌어오면
말도 안한다! 허구헌날 방구석에 처박혀서 잘하지도 못하면서 하는 짓이라곤...!!"
쾅!
아들은 그저 묵묵히 앉아서, 모니터 속의 게임에 몰입해 있다.
엄마의 잔소리는 일상 그래 왔다는 듯, 게의치 않고 게임에 몰입한다.
타 닥...타 닥....
..........
아들이 실눈을 뜬다.

딸 칵...
아들의 방문이 열리고 아들이 설거지 하는 엄마에게 걸어간다.
" 엄마! 돈 좀줘!"
" 왜?"
" 밖에서 누구 잠깐 만나고 오게!"
" 누구?"
" 말해도 엄만 몰라!...빨리 줘!"
엄마가 못 미더운 듯... 실눈을 뜬다.
" 남자냐? 여자냐?"
"....."
" 여자냐?"
" 여자야!"
엄마가 그제서야 돌아본다.
" 정말이냐?"
" 아는 후배야!  후배...."
여자라는 말에 엄마가 주머니를 뒤적여서 돈을 꺼내서 준다.
만 원 짜리 한 장.......
" 더 줘!..."
엄마가 아들을 가볍게 째려 보다가 주섬주섬 주머니에서 돈을 꺼낸다.
" 앞으로 잘해라! 네 놈도 나이가 있으니...."
" ......!"
그나마 설거지 물이 묻은 돈이다.

아들이 도로 위에 서있고 누군가 아들에게 달려온다.
" 아! 선배!"
귀여운 여자가 달려온다.
" 이게 얼마 만이야! 그치 선배! 전화 받고 얼마나 놀랐다구..."
" 그래!"

커피숍...
여자 후배는 십자수를 뜨는지 열심히고 아들은 열심히 수다 중이다.
" 오랜 만에 베넷 들어갔더니 말야! 드론 버그 당했단거 아냐! 너 알지? 로템에서 말야!
초반에 섬멀티 가져가는데 대책이 없단 말야!"
" 선배도..여전하네! 헤헤...."
아들이 십자수에 열심인 미소짓는 후배를 보고
... 이렇게 웃는 모습보면 얘도 참 이쁘단 말야!....
아들이 혼자 생각 하다가...
문득 생각 난 듯 말한다.
" 그건 뭐야?"
" 아 이 십자수! 헤헤..."
" .....!"
" 내 친구 줄거야!"
" 어? 친구?
" 몰랐어? 내 남자 친구 말야! 남자 친구 생겼거든!"
" 그래?..."
여자 후배가 배시시 웃는다.

육교 위...
아들이 혼자 멍하니 난간에 기대 서있다.
"...."
하늘 한 번 쳐다보고는
............ 나만 정체 되고 있구나!................
이때 누군가 뒤에서 소리친다.
" 어이 오빠!"
... 오빠?...
아들의 뒤에 거지처럼 보이는 아저씨가 누런 이빨을 히죽이면서 다가온다.
순간 악취가 확 풍겨오자  아들의 인상이 찌푸려 진다.
" 에이~ 오빠! 나 라면 사먹게 돈 좀 줘! 응 오빠~"
"....!"
" 아이~ 나 배고파서 그래!"
" 돈 없어요!"
" 뭐? 500원도 없어! 그러지 말고 잘생긴 오빠! 나 500원만 줘! 응? 너무 배고파서 그래!"
" 아 참 없다니까요! ..."
아들이 주머닐 뒤적이다 동전이 만져 지는 것을 느끼고는..."
........!!
동전을 꺼내서 내민다.
아저씨의 얼굴이 환해지면서 동전을 빼앗으려고 손을 벌린다.
그러자 아들이 돈을 꽉 쥐면서 주먹을 닫아 버린다.
" 드려요?"
" 아 냅다 주지 않고 뭐해! 응!"
" 저도 백수지만 아저씨 생각해 드리는 거니, 술 사지 말고 이걸로 꼭 라면 사 드세요!"
말하면서 천원짜리 한 장을 포함시켜 준다.
" 쿠헤헤헤헤....백수!!  쿠헤헤헤헤헤!!"
"........"
... 이 ..아저씨가....기껏 생각해 줬더니.....
" 어이...백수 오빠! 이왕 신경 쓰는거 좀만 더 써! 응?"
....백수....오빠!!....
이마에 힘줄이 불거진다.
" 더 드려요?"
" 좋지! 어여 줘! 귀티나게 생긴 백수 오빠! 후훼헤헤헤헤헤!!"
순간 발끈 해졌다.
아들이 천원짜리 한장을 쥐고는 손으로 꾸겨 버린다.
그리고 육교 아래로 던져 버린다. 돈은 인도와 차도가 만나는 턱 아래로 떨어진다.
그러자 이번에는 아저씨가 발끈해서 소리친다.
" 이...베라머글 놈을 봤나! 기껏 돈 천원 갖고 나이먹은 사람을 놀려! 이 시퍼런 어린게..
나도 예전에 잘 나갔다 하면..잘 나간 사람이야! 어디서 늙은일 놀려!"
아들은 그 소릴 무시하고 그냥 돌아서서 걷는다.
" 내가 저런 돈 줏을 줄 알아! 카악~ 퉤!! 재수가 없으려니!!!"
그러고는 휘적 휘적 육교 아래로 내려간다.
" 내가 줏을 거 같아!  칵! 퉤!!"
아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
이때!
키이이이잌!!!!!  
털 컹!!!
"!!!!"
" 아아악!!..."
급히 소리가 난 육교 아래로 내려본다.
그 아래는 방금 내려간 거지 아저씨가 차에 치여 넘어져 있다.
.... 주...죽어..사람이 죽었다!!....
놀란 아들이 뛰어 내려간다.
....... 젠장.....
거지 아저씨 옆에는 조금전 꾸겨서 버린 돈 천원짜리가 떨어져 있다.
그리고 수근거리면서 사람들이 모여 있다.

병원....
아들이 벤치에 앉아 있다.
... 휴...악몽같은 하루구나...
..... 다행이도 ... 그 거지 아저씨는 몸에 상처하나 없었다.....
..... 잘 먹지 못해 영양실조 상태에서, 갑자기 다가온 차에 놀라서 기절 했던 거라 한다.....
병원 문으로 거지 아저씨가 휘적 휘적 걸어 나온다.
"... 퉤~ 에이~ 재수가 없으려니...원..참...근데 여긴 어디야?"
거지 아저씨가 휘적 휘적 걸어온다.
아들이 거지 앞에서 일어서자 거지가 놀란다.
" 응? 뭐야! 또 너냐? 왜 따라 다니고 그래! 나 돈 안 줏었어!! 나 그돈 안 줏었어!"
" 이걸로 차비라도 하세요!"
아들이 거지 아저씨에게 만원을 꺼내서 준다.
거지 아저씨가 못마땅한 얼굴을 하면서도, 마지못해 받는 척 하고는 걸어서 간다.
" 칵...퉤~"
아들이 비틀 거리면서 걷는 아저씨의 뒷모습을 보면서 ...아무런 상처 없이 일어선, 거지 아저씨가 그래도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
문득 엄마 얼굴이 생각난건 왜 일까?

아들이 방안에 들어와 있다.
컴터를 켜 놓고 여전히 스타크 게임을 한다.
마우스 움직이는 소리와 키보드 두드리는 음이 들린다.
엄마가 음료수를 들고 아들 방에 들어온다.
그리고는 조용히 묻는다.
" 아까 만난 여자 후배는? 그 얘는 잘 지내디?"
" 응! 잘 지내! 남자 친구 생겼대! 이제 걘 물 건너 간거지 뭐!"
"......!"
타 닥! 타 닥! 탁 탁!
엄마가 잠시 그대로 지켜 보고 있다가 조용히 말한다.
" 너 밖에 갔다 와서 할 짓이 이 따위 게임 밖에 없어? 응?"
" 금방 시작 했잖아!"
".............."
타닥...타닥.....
엄마와 아들간에 침묵이 흐른다.
아들은 표정에 변화 없이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지 않는다.
" 너 나이가 몇이니!"
".....!"
" 너 나이가 몇인데 아직 이 짓이냐! 응?"
타각...타닥.... 탁... 탁...
" 기껏 여자 만난다고 해서 돈 줬더니 넌 여자 한 명 제대로 못 사귀냐?...응!  그 나이에 아직도 한다는 짓이 이런 시덥잖은 게임이냐! 게임이! "
" 아 참! 잘 알지도 못하면서...! 걘 나와 그런 사이 아니야!"
" 내가 너만 보면 동네 부끄러워 죽겠다! 허우대는 멀쩡해서 이게 뭐니! 뭐야!"
" 아 시끄러! 알았어! 알았다고! 나가면 돼잖아! 나가면!"
" 그래! 말 한 번 잘했다! 나가라! 나가! 다신 들어오지마! 그 나이 정도 쳐먹었으니 갈땐 많겠지! 나가!"
쾅!
아들이 거칠게 문을 닫고 나온다.

길거리 벤치 위....
아들이 누워 있다.
.....가고 싶은데도 없고.... 누굴 만나기도 싫고....
PC방이나 갈까?
..............
...귀찮아!!....
벤치에서 돌아 눕는다.
바쁘게 움직이는 넥타이의 남자들과 정장 차림의 여자들....
“껍데기들!!”
멍하니 그 사람들을 바라보다가 바로 누워서 하늘을 올려다 본다.
햇살도 없는데 눈살이 자연스레 찌푸려 진다.
......

그날 밤에 난 집에 들어갔다.
물론 무릎 꿇고 빌고 또 빈건 당연한 일이다.

빠르게 가는 시간....무료한 일상..

딩디기디기딩딩~
핸드폰 벨이 울린다.
“여보세요! 어! 나야! 뭐? 그래? 알았어 기다려!”
“넌 집에서 조인 하던가? 따샤~ 백수 주제에 돈도 없잖아! ”
“짜식! 니가 있잖아! 그리고 간만에 호흡 한 번 맞춰 봐야지! 금방 나갈께!”
“ㅇㅋ!”
아들이 문을 열자 안방에서 엄마 목소리가 들린다.
“아니! 지금 시간이 몇 신데....어딜 갈려고?!!”
“금방 들어 올거야!”
문이 닫힌다.
달리는 발걸음이 가볍다.
곧 친구들이 있는 곳에 도착한다.
“야! 오랜만인데...잘 지내지?”
“푸헤헤헤! 따샤~ 연락 좀 하고 살어라!”
모여서 잠시 시끄럽게 떠들다가, 지나가는 인파에 묻혀 사라진다.

....도시의 밝은 네온사인과 북적 거리는 인파, PC방 한 켠의 어두운 조명....
....우리들의 하루는 또 소리없이 흘러간다..........


END~

... 모니터만 바라보고 사니...무료해지네요.
pgr....하루에 두...세번은 클릭 하게 되는 저를 보면서, 아직은 따스함을 그리워하는 저를 느끼네요.(처음으로 남기는 글이라서 그런지 진지해져 버리는군요~)
타인의 글에 따뜻함을 느끼는 것... 그런 따스한 글들이 많아 좋은 pgr입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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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9/02 20:29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그 주인공 나이가 몇살인가요? 무지 궁금해집니다. ^_^
토스보이
02/09/02 20:33
수정 아이콘
오옷.. 마음에 편안하게 와닿는 글이네요.. 후속편 또 올려주실꺼죠? 제가 원래 에쎄이를 좋아해서^^;
서린언니
02/09/02 20:34
수정 아이콘
후후 군대 막 제대했을때 생각나네요.
정말 막막했는데... 역시 아르바이트라도 하는것이 좋겠죠?
피팝현보
02/09/02 21:08
수정 아이콘
이런글 쓰시는분들 신기함.. -_-
어찌 글을 이리 잘쓰시는지
저는 표현력이 안조아서 글은 10줄 밖으로는 못쓰겠던데.. ㅡㅡㅋ
Shun Youn
02/09/02 21:14
수정 아이콘
-_-; 읽어보면서 많이 공감했습니다.... 저의 생활상을 200% 잘 반영...
하고 있는거 같군요... 주인공의 나이는 27 인가요? -_-;;;;
02/09/02 21:45
수정 아이콘
처음 뵙는 닉인데... 놀랍군요. ^^
(역시 pgr의 잠재력인듯... ^^)
글 잘 읽었습니다. 뭔가, 제가 젊었을 적, 그러니까 군대 막 제대하고... 막막하던 시절이 떠 오르는... 그런 글 이었습니다. ^^
전 군대 일찍 지원해서 갔는데, 그것도 계획이 있어서... 인생이 계획대로 될 줄 알고...
흐음... 빠른 첨단기술의 발전은 저의 인생계획을 싸그리 백지로 만들어 버리더군요... ㅠㅠ;;;

앞으로 반가운 글, 많이 기대하겠습니다~ ^^
정말 멋진 글이었습니다
응삼이
02/09/03 00:02
수정 아이콘
몰래 카메라가 제 방에 있는줄 알았습니다.-_-;;
돌쇠님 글에서 따뜻함이 느껴지는군요^^
...
멍하니 그 사람들을 바라보다가 바로 누워서 하늘을 올려다 본다.
햇살도 없는데 눈살이 자연스레 찌푸려 진다.
...
이 부분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네요. 제 심정 같기만 해서요... ^_^;
즐 Pg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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