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02/06/16 02:06:57 |
Name |
초보저그 |
Subject |
온게임넷 결승전 보고 |
아무래도 월드컵 때문에 예전보다는 조금 흥이 덜 나는 분위기였습니다. 관중석도 아주 조금은 빈 것 같던데. 그리고 모두들 16강 진출에 감격해서 전날 잠을 설쳤기 때문에 오시려던 분들도 못 나오시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게임 스코어는 3-1이었지만 저그 유저인 저로서는 강도경 선수입장에서 말하자면 해볼만한 아쉬운 경기였습니다. 포비든 존을 제외하고는 강도경 선수가 일방적으로 밀리는 경기는 없었습니다.
1경기 네오 사볼에서는 변길섭 선수의 더블 커맨드를 상대로 강도경 선수의 감각적인 러쉬가 돋보였습니다. 특히 마린, 메딕으로 입구 막히기 전에 히드라 2마리 빼놨다가 럴커 변태해서 테란 입구를 미리 어느 정도 뚫어 놓고 나갔던 병력을 본진에 합류 못시키게 한 것은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그다음 휘몰아치는 저글링, 럴커로 그냥 gg 받아내더군요.
2경기 네오 버티고에서도 좋은 타이밍이 2번 있었습니다. 처음 오버로드로 마린 유인하고 언덕 위로 저글링 많이 올라갔을 때 왠지 그냥 빼신 것 하고, 럴커 저글링으로 언덕 위까지 다시 올라갔는데 언덕위에 터렛 하나 더 있는 것에 디텍팅된 채 컨트롤이 안하셔서 마린에게 죽었을 때 1경기 같은 감각적인 공격과 컨트롤이 있었다면 경기를 유리하게 이끌어 갈 수 있었을텐데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변길섭 선수의 드랍쉽에 멀티 너무 쉽게 공략당한 것은 약간 이해가 안되는 부분입니다. 평소 멀티 방어 꼼꼼하게 하는 것으로 유명한데다가 위치상으로도 충분히 예상되었는데 안타깝습니다.
3경기 포비든 존은 저그의 암울 그 자체를 보여주는 경기였습니다. 제가 분석하는 포비든 존의 경우 테란은 더블커맨드 후 방어가 가장 좋고, 저그는 럴커로 드랍이든 멀티든 치명적인 피해를 못주면 그냥 지는 것 같습니다. 리그 초기 저그들의 승리는 거의 이런 식이었습니다. 다만 경기가 거듭되어 갈 수록 테란의 건물 위치라든지 방어기술이 좋아져서 저그가 점점 이기기 힘든 맵이 되어버렸죠. 엄재경 해설자께서는 강도경 선수가 한웅렬 선수 상대로 좋은 해법을 보여줬다고 했습니다만 대각선일 경우에만 가능한 것 같고, 한웅렬 선수가 병력은 충분한데도 드랍쉽을 너무 늦게 뽑아서 멀티 견제가 늦은 실수가 오히려 패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해법이라고 부르기는 모자란 것 같습니다. 토스도 테란상대로 암울하니 다음 시즌에서는 없어질 것 같은 맵 1순위.
4경기 비프로스트는 정말 근래에 보기 드문 명경기였습니다. 이곳 저곳으로 유닛들이 엇갈려 다니는 모습은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리그 초기에는 토스 죽어난다라든지 이상한 요소가 있다고 말이 많았습니다만 리그 후기에서 가장 빛나는고 재미있는 맵이라고 생각합니다. 4경기 또한 강도경 선수가 좋은 때가 많았습니다. 본진에 저글링 럴커 들어 갔을 때 저는 강도경 선수가 다 이겼다고 생각했습니다만 그 때 본진 커맨드만 부수고 버로우 되어있기 보다는 뒷마당에 도망간 scv잡던지 본진 건물에 좀더 피해를 줬어야 했는데. 특히 1경기 같은 몰아치는 러쉬가 아쉬운 경기였습니다. 뒷길로 럴커 2마리라도 더 들어가서 뒷마당을 방해했어야 했는데. 그후에도 럴커없이 가디언, 저글링으로 가다가 마린에게 가디언 잡힌 것 같은 후반 경기 운영에서도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특히 대단한 것은 변길섭 선수였습니다. 기지에 럴커 박혀있는데도 승리의 여지를 남겨두기 위해서 마린, 메딕 회군하지 않고 숨겨 두는 승부사적인 모습, 후반 없는 자원에 꾸준히 마린으로 가디언과 맞장뜨는 모습은 불꽃 테란 그 자체였습니다. 후반의 마린은 정말 강력했습니다. 컨트롤도 좋았지만 아무래도 업그래이드 차이가 많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강도경 선수는 그리 풍족하지 않은 상태에서 가디언 만들려고 가스 모으고 있는 상태라 그리 업그래이드에 신경쓰지 않은 것 같고, 변길섭 선수는 꾸준히 업그래이드한 것이 아닐까? 후반의 그 강한 마린이 컨트롤 때문만이었다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는군요. 직접 가신 분이라면 혹시 아시는 분 계시는지요?
다 보고 난 소감은 역대 결승전보다는 좀 흥행성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결승전으로서 충분히 만족할 만한 좋은 경기였다고 생각합니다. 강도경 선수의 경우는 아쉬움이 조금 남겠고, 변길섭 선수의 경우는 테란의 멋진 뚝심이라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특히 비프로스트에서 좋은 경기가 나왔다는 것도 큰 성과라 하겠습니다.
ps. 권투선수 같이 찍은 프로모션 화면은 거부감이 들더군요. 지금 스타 방송의 대중적인 인기가 약간은 잘생긴 선수들의 외모 덕도 있다고 하더라도, 몸매 안따라주는 선수들이 결승전에 올라오면 어떻게 하라고 말이죠. 프로선수의 경우 외모도 자산이니 보디빌딩이라도 해서 갈고 닦아라라고 말하면 할말 없지만 몸매의 경우 저도 소외계층이어서 아무래도 같은 소외계층 선수들과 동질감을 느낍니다.
pps. 변길섭 선수의 경우는 정말 포커페이스더군요.
제가 예전에 글 올린 대로
우승 변길섭 ( -_-)
ppps. 엄재경 해설자님은 살이 좀 빠지신 것 같던데요. 옷을 잘 입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김도형 해설자님이야 워낙 말랐지만 전용준 캐스터님과 옆에 서있어도 특별히 크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습니다. 다이어트라도 하신 걸까요?
pppps. 워크3 발표회에서 엄재경 해설자님의 프레젠테이션은 좋았습니다. 잘 설명해 주시면서도 단순히 블리자드 선전이 아닌 게임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다만 사회보는 코메디언과 워크3 게임 자체의 방송이 마음에 안들었습니다. 역시 워크3는 방송용이 아닌 것같다라는 생각을 더욱 굳혔습니다. 하기에는 정말 재미있을 것 같은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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