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02/06/10 20:11:50 |
Name |
분수 |
Subject |
PgR21에게 내가 바라는 것 |
좀전에 호미님이 올리신 글을 읽고 왔습니다.
그래서 그전까지 썼던 글을 죄다 지우고 새롭게 씁니다.
제 글이 조금 공격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
역시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라 흥분하게 되면 공격적이 되나 봅니다.
물론 이 흥분은 오늘 축구가 비긴 아쉬움에서 나왔으리라 쉽게 추측은
됩니다.
제가 이곳을 찾은지는 정말 오래된 것 같습니다.
그때는 아는 사람도 적었고 글도 자주 올라오지 않은 때였죠.
그러다 사람들이 늘어나고 이런저런 열병을 오래 앓은 후의 모습이 지
금의 PgR21입니다.
제가 원래 커뮤니티에 발붙이고 사는 놈이 못되는지라 사실 처음에는
자주 들리지는 않았죠. 그리고 매일 전적이 올라오는 것도 아닌지라 그
것만으로 만족을 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선수가 하이랭킹에 올라 있
는 것을 가끔 보는 것으로 만족을 했던 시기였죠.
그러다 차츰 댓글을 남기게 되고 글을 남기게 되었던 때는 제가 위기감
을 느꼈던 때였습니다.
그 위기감이 어떤 것이었을까요? 바로 제가 놀 수 있는 터전을 빼앗길
지도 모르는다는 그런 심각한 위기감이 나를 휘감을 때였습니다.
저는 이곳을 지켜야 했습니다. 비록 제 인생을 걸 수는 없었지만 소극
적인 저항인 침묵으로 이곳을 잃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곳의 성격이 개인 사이트라기 보다는 동호회 사이트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운영진 여러분들이 열정적인 모습을 좋아했고 저처럼 나이든
사람들이 편안하게 글 읽을 수 있는 곳을 만들려고 노력했던 모습을 사
랑했습니다.
그래서 전 그들이 이 동호회의 운영진으로서 중립적이기 보다는 스타
매니아로서 그리고 동호회의 운영진으로서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도록 비중립적이기를 바랬습니다.
전 지금에야 깨달았습니다. 제가 소극적이었기에 제가 그토록 지키고
싶어했던 이곳의 많은 소중한 부분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늘 읽으면 눈끝이 찡하던 아파테이아님의 글을 이젠 더이상 이곳에서
찾을 수 없습니다.
뜨거운 열정으로 차가운 타자를 두들기며 토해낸 항즐이님의 글을 이
젠 더이상 읽을 수 없습니다.
그렇게 열정적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에게 늘 따듯한 햇살만을 비
추던 PgR21의 그 모습은 이젠 더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여러분, 이곳을 이용하시는 많은 유저분들에게 부탁하고 싶습니다.
더이상 저에게서 그런 소중한 공간을 빼앗지 말기를 부탁드립니다.
운영진분들에게 중립적이기를 요청하기 보다 열정적이기를 요청하라
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들은 상업적인 사이트의 운영자가 아닙니다.
그들은 충분히 감정적이며 그들의 울분을 토해낼 권리가 있습니다.
여러분, 이곳을 사랑하신다면 그들, 운영진에게도 글을 쓸 권리, 그들
의 감정을 표출할 수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시기 바랍니다.
짧은 글 솜씨에 긴 글을 쓰게 되어 이곳의 모토인 알찬 글을 읽을 기회
를 빼앗게 되어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럼 모든 분들 즐거운 PgR21이 되시길 바랍니다.
P.S. - 분명 이곳은 자유스러운 곳이 아닙니다. 그러나 저에게 이 부자
유스러운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자유는 저에게 제공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자유마저 저에게서 빼앗아 가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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