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겜티비 스타리그 결승전을 보았습니다.
김창선 님이 말하시듯 제가 보기에도 3경기 모두 한웅렬 선수의 엄청난
연습량이 빛을 발한 것 같구요.
그런데 제가 주목한 것은 바로 기욤 패트리 선수의 반응입니다.
뭐, 게임 내적인 건 저 말고도 잘 아시는 분들이 많으니까.. 접어두고.
게임이 끝난 후 기욤 패트리의 반응이 궁금했습니다.
과연 승부사, 기욤은 완전히 셧아웃 된 후에 어떤 표정을 지을 것인가.
특히 결승전이나 중요한 경기에서 강력한 모습을 보였던 그가,
1경기 캐리어, 2경기 리버, 모두 읽히고 막혔을 때,
정말 답답하고 짜증나는 일이었을 것 같습니다.
저도 나름대로는 매너 게임 한다고 자부합니다만,
제일 싫어하는 테테전에서 드랍십 경로에 레이스 패트롤로 잡힌다든가,
제3 멀티 지역에 이미 상대방 병력이 견제하고 있다든가 하는,
내 수가 이미 상대에게 읽히고 있다는 기분이 들 때,
정말 게임할 맛이 떨어지게 되는데요.
특히나 결승전에서, 기욤 패트리 선수.
제 3경기 gg 치면서 씁쓸한, 그러면서도 여유있는 웃음을 지어 보이더군요.
답답하고 짜증나는 표정으로 아쉬워 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 틀려서
이런 기분이 든 것일 수도 있습니다만,
제가 보기엔 저것이 바로 승부사, 프로게이머의 모습이라고 생각이 되더군요.
그래, 나는 내 필살기를 모두 실력껏 발휘했다.
그런데 네가 너무도 잘 막았다. 너의 승리다.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한..
많은 프로게이머 들이 게임에서 지고 답답해하고, 경기 후 인터뷰에서
상대의 전략에 대한 칭찬 보다 자신의 실수를 거듭 강조하는
모습에 좀 보기 안좋았던 경우도 많았었는데 말입니다.
어느 선수가 게임에서 실수 한번 안하겠습니까..
그것이 작은 것이든, 게임의 승부를 좌우하는 큰 것이든 간에,
혹은 자신의 실력을 100% 발휘했든 50% 발휘했든 실력껏 게임을
하지 못한 것 자체도 실력이라고 볼 수 있는데 말입니다.
모든 선수가 게임에서 지고 나면 기분이 좋지 않겠지요.
자신의 실수 때문이라면 더더욱 답답한 기분에 짜증이 나겠지요.
하지만 그것이 자신에 대한 불만이라면, 다른 사람들에게 플레이를
보여주는 입장에서 얼굴 굳힐 필요가 있을지..
자신의 패배를 실수로 치부하고, 상대의 승리에 웃으며
축하할 수 없는 프로게이머 들의 모습이 오히려 이번 기욤 패트리의
미소로 대비된 것 같아 아쉽습니다.
경기에서 패배한 뒤에도 굳은 얼굴로 자신의 실수를 말하기 보단,
웃으며 상대의 전략을 칭찬할 수 있는 진정한 승부사들이 많아지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