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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 기간동안 일시적으로 사용되는 게시판입니다.
Date |
2016/03/17 06:04:57 |
Name |
그러지말자 |
Subject |
[일반] 풍화 |
광주광역시에 서식중인 17년된 친구가 있습니다.
저야 친구들을 친밀도나 사회적 지위같은걸로 등위 나누는걸 극도로 지양하지만, 그 친구는 '너한테만 하는말'을 전제로 제가 최고라고 다들 알게 떠들고 다니죠. 여튼 대략 제 말이 먹히는 놈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막역한 사이임에도 정치얘기는 거의 안하던 차였는데, 안철수 탈당 즈음해서 광주 민심이 궁금해 모처럼 정치얘기에 들어갑니다.
그 친구는 드디어 안철수가 큰 뜻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며 좋아합니다.
이 Goal bean 아이야 안철수가 무슨짓을 해왔고 할건지 알고는 있는거냐..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르지만 이내 생각을 바꿉니다.
저로서는 주변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안철수 지지자이기 때문에, 안철수의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지지자는 어떻게 이해하는지 알아볼 수 있는 기회라고 본거죠. 잘하면 전향도 도모할 수 있겠구요. 먼저 친구가 안철수를 지지하는 이유를 들어봅니다.
의사, 백신개발자, CEO, 서울대 교수, 젊은이의 멘토 등 그의 이력을 근거로 그는 이룰거 다 이뤘음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국민만을 위하는 마음으로 더러운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타고난 천재가 아니라 후천적 노력으로 일궈낸 성과인만큼 특권의식으로 얼룩진 기존 지도층과는 결이 다르다. 서민의 마음을 이해하는 참된 지도자감인거다. 그 자질에도 불구하고 대승적 관점에서 서울시장과 대통령을 양보한 대인배다. 역량도 안되는 문재인의 욕심으로 정권교체에 실패했지만 대인배답게 정권교체의 대업을 말아먹은 문재인이 있는 당과 합치는 거인의 풍모를 보여준다. 그리고 몇번의 실패를 거치며 홀로 고고해서는 결국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기성정치인들과 타협하고 연대하는 유연함까지 갖춘 결과 국민의당을 창당한 것이다.
대선, 지선, 당내 총질, 야권분열 등 굵직굵직한 안철수의 불통과 삽질, 그로인한 피해까지 대략 언급했더니 [돈과 권력만을 좇는 기성정치인들의 관점에서보면 그의 행보가 당연히 어설프고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결국 국민을 위한다는 그의 진정성을 이해할 수만 있다면 그의 모든 행보는 마땅히 이해될 수 밖에 없다]며 화를 냅니다. 요약하자면 안철수 까면 사살이라는 거였죠. 지난 대선날 같이 술마시며 개표방송 볼때는 몰랐는데 이렇게 노골적으로 문재인에 대한 적개심을 품고 있었던것도 의외였습니다.
아무튼 이대로 안철수를 계속 비판하면 역효과만 나겠다 싶어 노선을 바꿉니다.
90%를 위하는 정치를 한다면 10%에게는 욕을 먹는다. 그게 반복되다보면 그 정치인을 한번이라도 욕한 사람은 계속 늘어나겠지만 욕했다가 칭찬으로 돌아서는 경우도 많다. 그렇게 그 사람에 대한 평가는 유동적으로 변하기 마련이고 온전한 평가를 위해서는 그 사람의 말과 발을 전체적으로 봐야한다. 그런 사람들이 국회에만 300명이고 중앙정부, 지자체, 재야인사까지 치면 주요인사만해도 천명은 훌쩍 넘어간다.
그 천명이 모두 국민을 위하고 내가 정의라고 외쳐대니 이건 뭐 평가고 나발이고 누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삶과 연관이 있어 신경끄기는 힘든데,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서 도무지 판단이 힘들다. 그때 사람들의 지지성향은 교조적으로 흘러가곤 한다. 믿을만한 '한' 사람을 절대선으로 놓고 피아식별의 기준으로 삼는다. 그 믿을만한 '한' 사람이 박근혜인 국민이 35%다. 안철수인 국민은 10%다.
자기 등골 빼먹든 말든, 나라 팔아먹든 말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1번찍는 골빈 콘크리트들, 니가 그렇게 싫어하는 그 콘크리트들의 지지행태가 너와 똑같다. 그 '한' 사람이 틀렸을지도, 변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애초에 배제하고 맹목적으로 지지하는거다. 지지에는 비판적 지지도 있다. 오히려 그게 더 건강한 지지다. 니가 진정 안철수를 위한다면 건강한 지지를 해보지 않겠는가?
90%를 위하는 정치를 한다면 10%에게는 욕을 먹는다. 정치에 입문하기전 안철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때문에 욕먹을일도 없었다. 멘토시절 에는 좋은말 착한말 옳은말만 하면 '모두'가 좋아했으니까.. 정계에 입문한 이상 무얼하든, 혹은 무얼 하지 않든 욕먹는건 필연적이다. 그런데 그걸 안철수도 지지자들도 이해하고 인정하려 하지 않는것 같다.
안철수는 니 말처럼 착할지도 모른다. 독일 속담에 지옥으로 가는길은 선의로 도배되어 있다고 했다. 안철수의 선의가 우리를 지옥으로 이끈다면 마땅히 방향을 바꿔야 하지 않겠나?
...17년된 친구입니다. 당연히 말할때 뇌와 입 사이에 필터따윈 없이 대화의 7할을 욕으로 채우는 극히 막역한 사이입니다.
그럼에도 마치 폭탄해체하듯, 숨막히는 미모의 썸녀에게 카톡보내듯 조심스럽게 그의 변심을 도모했고, 그건 지금도 진행중입니다.
..쉽지는 않습니다. 이미 안철수는 친구에게 종교화되었고 그 어떤 논리도 감성도 쉬이 먹히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조금씩은 흔들리고 있음이 느껴집니다. 뭐 결국은 바뀌겠거니 하며 일일퀘스트 하듯 착실히 대화하고 있습니다.
친구와 대화할 때 나름 원칙을 세운건 '혹시 나도 콘크리트가 아닌가?' 하는 회의를 꾸준히 할것이었습니다. 결국 나도 모르는것 투성이인데 쥐톨만큼 아는걸 마치 진리인양 강요해선 곤란하니까요. 저만해도 믿었던.. 아니 믿고 싶었던 더민주의 최근행보를 보며 느끼는 허탈함이 장난이 아니니까요..
가장 힘든건.. 안철수는 착한데 주위가 더럽다며 계속 싸고도는 친구도, 제정신으로 살기 참 힘든 작금의 나라꼬라지도 아닙니다.
이런 자그마한 노력들이 모이고 모이다보면 언젠간 바뀌겠지 하는 희망을 앗아가려하는 지금의 더민주입니다.
한줄요약 : 더민주 정신차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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