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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5 20:45
사실 의도...는 항상 제 글이 그렇듯이, 사실 별거 없습니다. 그냥 "그러고보니 요즘 대량학살 같은건 작품 소재로 너무 쉽게 쓰이지 않아요? 와 이거 문제 아님? (사실 스스로도 그렇게 문제라고 생각한건 아니고, 그냥 재미있어서 써본 글...)" 정도의 가벼운 글이니까요 흐흐흐.
고단함을 풀어드리는 것에 그렇게 도움이 될 주제는 아닌데도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상대적으로 밝은 걸로 찾아뵈죠!
20/11/15 20:36
잘 읽었습니다. 그래도 그런 끔찍한 상상을 '역사'로나마 아는 것이 그나마 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기반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TV를 보는데 옥탑방에서 100명 중 4명은 싸이코패스라는 이야기를 지나가듯이 하더군요. 하지만, 이 말은 96명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다른 사람의 고통에 대해 어느정도 공감은 하는 사람이라는 뜻이기도 해요. 저는 그 96명이 역사를 배우고 끔찍함을 이해할 수 있다면 디스토피아적 사회는 안올거라 믿어봅니다. 물론 많은 창작물처럼 갑작스러운 변화가 닥친다면 알 수 없는 일이긴 하겠지만. 올바른 역사 교육이 성립한다면요. 반지의 제왕에서 영화와 소설의 발리노르 묘사 차이는 꽤 흥미로웠습니다. 영화적 발리노르는 천국을 의미하는데, 천국같은 이상향을 생각해보는 것도 꽤 의미있을거라 생각이 드는군요. 질문이 하나 있는데, 중간의 TNO는 잘 모르겠지만 방사능 유출로 전 지구가 망하는 장면인 것같은데, 이건 그냥 특정 시점이 되면 자동으로 끝나면서 배드 엔딩이 뜨는건가요?
20/11/15 20:42
대부분의 사람들은 게임에서 독재자가 되는 것과, 현실에서 수용소장이 되는 것이 다르다는 걸 알고 있을거라 저도 믿습니다! (다만 저는 자리가 주어졌을 때, 얼마나 사람들이 다르게 생각해줄지에는 조금 회의적이긴 합니다...), 적어도 그 4명의 끔찍한 사람들이 그래도 끔찍하고 망측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막을 수는 있는 미래가 오길 저도 희망합니다.
발리노르는 그리스 신화의 "엘리시움"이나 기독교적 "천국"의 이미지가 강한 것 같더라고요. 특히 영화판에서요. "장소이긴 하지만, 정상적으로는 갈 수 없는 정말 좋은 곳". 거참.. 왜 신들은 좋은 장소를 이리 숨겨둘까요 흐흐흐. 사람들은 거기 밖에서 뭘하라고... TNO는 HOI 4 기본 게임에 대한 패러디 요소가 강한 모드입니다. 원래는 다른 패러독스 (개발회사 이름입니다) 게임들이 그렇듯이, 지도에서 나라를 골라서 운영하고, 영토를 늘리고, 그런 게임인데요 (자매품으로 '하츠 오브 아이언'말고도 '크루세이더 킹즈', '유로파 유니버셜리스' 등등이 있습니다. 전부 지도에서 땅따먹기 하는 게임들입니다.) TNO에서는 세상이 이미 막장인데도, 당연히(?) 그 세계 안의 독일과 일본으로 또 플레이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래놓고도 막장이 되어버린 세계를 조금 고쳐보는게 아니라, 계속해서 파시즘의 광기가 흐르는 방향으로도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끝끝내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버리고, 지도에서 모든 국가들이 지워지고 배경음악이 죽으며 아무것도 할 수 없어집니다... 이 게임을 많이 플레이해본 플레이어들에 대한 지독한 블랙 유머죠.
20/11/15 21:58
본문에서는 TNO의 엔딩이 세계 멸망이라고 했지만, 반드시 그렇게 되는 건 아닙니다. 일본과 미국, 미국과 나치 독일 등 세계 핵무장 열강들이 3차 세계대전을 벌일 수 있는 몇 가지 가능성들이 있습니다. 플레이어가 세계 열강이라면 전쟁 위기에서 먼저 물러난다거나 할 수 있고, 그렇지 않다면 AI가 맡은 강대국들이 전쟁 위기에서 한 쪽이 양보하기를 순전히 운에 따라 빈다든지;; 해서 그걸 회피해 3차 세계대전이 벌어지지 않을 수 있거든요. 그럴 경우에는 세계가 멸망하지 않습니다. 다만, 만약 핵무기를 가진 두 국가가 끝내 전쟁을 벌이게 된다면 둘 중 어느쪽이든간에 세계 각지로 무차별적으로 핵을 쏘고, 본문처럼 망합니다.
20/11/15 21:03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영문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이라니 대단하네요. 개인적으로 이 글에서 말하고 있는 대량학살이나 디스토피아적 상상의 최고봉은 "스티븐 킹"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소설 속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세계를 멸망시키는 스티븐킹의 능력도 뛰어나고, 그런 절망적 상황을 경험하는 개인들에 대한 묘사도 정말 디테일한 것 같습니다.
20/11/15 22:19
"스티븐 킹"을 그런 입장에서 생각해 볼수도 있군요! 생각해보면 진짜 작품 하나마다 세상이 망하는 그야말로 대단한 작가군요 흐흐흐.
사실 모두의 전체이용가(?) 메이플스토리도 스토리가 있으려면 갈등이 있어야하고, 갈등이 있으려면 나무 막대기로 달팽이를 때려야하니까, 결국 어느 정도 폭력성은 세상만사가 그렇듯이 마냥 덮어놓고 안 넣을 그런 종류의 소재는 아니지요. 다만, 저는 아무래도 그 어느 인류시대보다 '상상력과 감수성과 이해도가 넘치시는 현대인들께서' 도대체 무슨 사고를 나중에 치실지 영 찝찝하단 말이지요... 20세기 수준의 사고도 이미 장난 아니었었고요.
20/11/15 21:17
나치 선전 영상 취미로 찾아보던 1인 여기 있습니다. 그런 사상이 멋있었다는 건 아니고, 왜 재즈 듣다 보면 오래된 재즈로 조금씩 넘어가듯이, 정치 선전의 원류에 관심을 가지다보니 그쪽으로 넘어가게 되더라고요. 뭐 종종 그렇듯이 이 취미도 조금 하나보니 별 거 없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만뒀지만요.
20/11/15 22:22
별거 없다는 느낌이 드시는 OrBef님에게 동독을 선물해드리겠습니다!
https://youtu.be/1Z3NFF17hgo 근데 저는 요즘엔 얘네도 별거 없는거 같아서 또 다른 별천지좀 찾아보려고요...
20/11/15 22:27
건프라도 우주세기는 독가스 쓰고 콜로니 떨구는 사람들의 이야기죠 흐흐흐. 더블오의 ELS 같은 희망찬 SF도 멋지지만, 초기 로봇 애니메이션들은 확실히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세계관에 전쟁무기가 가득하던 사람들이 만들었던 이야기였던 특징이 분명히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건전한 취미는 중요합니다! 불건전한 취미에 빠지는 것보다는 세계평화에 도움이 되지요!
20/11/15 22:05
가끔 정말 가볍고 클리셰적인 상상을 하는데, 핵전쟁같은 인류의 잘못으로 인류가 지금까지 멸망하지 않은건, 미래에서 누가 타임머신을 타고 와서 그 이벤트만 막아주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합니다.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근데 본문에 [심지어 게임에서도 배울 수 있습니다.] 부분 위의 게임 스샷은 어떤 게임인가요?
20/11/15 22:31
저도 가끔 비슷한 상상을 합니다. 우주에 생명체가 살만한 행성이 많아도 사실 인류보다 이른 시점에 끔찍한 결말을 맺고 돌덩어리가 되어버리거나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하는 상황에 처해버린 땅들이 얼마나 많을까요, 흐흐흐. 아니면 우리가 어떤 역사에 기반을 둔 시뮬레이션 우주에 있는 것일 수도 있고요.
저 귀여운 도마뱀 친구들은 "스텔라리스"에서 나옵니다. 역시 패러독스 게임 중에서 하나이지요! 그리고 인간이 대상이 아니여서 그런지, 가장 인종청소가 잘 구현된 게임입니다, 행성을 점령했는데 이상한 종족(?)만 가득하면 식량으로 가공하고, 행성째로 먼지로 만들고, 노예로 삼고, DNA 개조를 하고, 세뇌 빔을 쏘는 인공위성을 지어주고 등등... 진짜 '몹쓸 상상'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20/11/16 00:26
지적인 외계인의 수를 계산하는 드레이크 방정식에는 말씀하신 변수가 들어가있죠. '스스로를 파괴할 수 있는 힘을 지니게된 문명이, 스스로를 파괴하지 않고 존속할 수 있는 기간'
20/11/16 14:23
아하 드레이크 방정식의 '우리와 계속해서 교신할 수 있는 시간'에 그런 무시무시한 내용이 담겨있었군요... 그렇게 보니 진짜 코스믹 호러네요. 하나 배워가는 덧글 감사합니다!
20/11/16 12:46
중2 남학생의 머리속에는 두가지 생각밖에 없다고들 합니다. "세계정복"과 "세계멸망".
뭐, 한때는 저역시 슈퍼로봇을 만들어서 세계를 멸망시키는 상상을 해보기도 했죠. 마징가의 헬박사가 뭐가나빠?!! 개쩔어!! 겁나멋있어!! 나이가 들어가면서, 개인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는건 불가능하다는 걸 깨닫고, 그렇게 현실에 적응해가고, 하바드 정도는 들어가야 인간이지!! 하다가 슬슬 서울대->인서울->아무데나 되겠지.. 로 바뀌기도 하고... 그랬던 중2적 상상력을 게임이나 영화, 소설 같은거로나마 해소(?) 시키는 것도 나쁘진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흐흐...
20/11/16 14:22
흐흐흐 하루를 지나고 다시 글을 읽어보니 중2병하고도 접점이 있는 이야기를 쓰긴했군요. 하지만 저는 오히려 지금 대학원에 갇혀서(?) 연구비 루팡하면서 이런 글을 쓰고 있습니다. 현대 미국문학을 일종의 내지문학 (한국인에게 익숙한 그 '내지' 맞습니다. Metropole -> 식민제국의 본국)으로 보려는 시도가 있고 그 발상의 연장선에서 써진 글입니다. 본문의 도입부가 의도와는 전혀 안 맞는 너무 전공자의 내부 이야기가 될까봐 메리 셸리의 이야기와 코로나 이야기로 대체하고 넘어가버렸지만요. (질병문학도 세계적인 사건을 내부와 외부로 나눠서 다루면서 '본국의 독자들'에게 제공해준다는 점에는 연결고리가 있습니다.)
지금 21세기 미국문학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먼저 작가와 작품을 발굴하는 사람이 임자인 블루오션인 '이민자 문학'의 많은 작품들은 외부의 "세계적인 참극 (Atrocities)"에 대해 미국인 그리고 아직 '현지에 남아있는 동포들'에게 바치는 '생존자 소설'의 구조를 많이 띄고 있습니다. 베트남 전쟁 이후로 미국에 정착한 베트남계 미국인의 이야기, 일본계 미국인이 행정명령 9066호로 강제수용소에 감금되었다가 이차대전 이후로 인종차별을 계속해서 받는다는 이야기, 9/11 이후 쏟아진 중동계 미국인들의 이야기 등등은 전부 이런 시점에서 볼 수 있습니다. 원래 저도 거시적인 중2병 상상력의 제 스스로의 희생양이긴 했습니다만, 덕분에(?) 이런 쪽으로 나름대로 뭔가 주장하는 글들을 쌓아보고, 자료를 만들어보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저 스스로 나름대로의 '해소'에 해당한다고 생각해요 흐흐흐흐. 하지만 워낙 '세계적인 참극을 다른 사람들이 읽어보라고 바치는 이야기' 속에서 살다보니 확실히 중2병의 영역을 걸어다니게 된것 같긴 합니다. 근데 저는 곰곰히 생각해보면 역시 남자답게(?) 철이 들어줄 생각은 한번도 없었던 것 같아요 히히!
20/11/16 15:09
나름 게임업계에 몸을 담고 있다보니, 해외의 게임들에서 느껴지는 중2력이 우리나라 게임에는 너무 부족하지 않나... 하는 느낌이 종종 들거든요.
예를들어 완다와거상 같은 게임을 보면 게임 플레이는 거대괴물을 죽이는 내용이지만, 스토리는 세상이 망하든말든 난 내 여친 구할거야!! 거든요. 그밖에도 뭐.. 많죠. 세상의 운명을 손에 쥔 주인공의 모험... 크... 쩔잖아요?? 그게 약간 디스토피아적으로 흐르면 꿈도 희망도 없엉! 다 죽는거야! 아포칼립스다! 희희희!! 가 되는거고... 암튼 흥미로운 주제의 글을 정말 즐겁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1/17 06:36
문학이 뭘까요? 작품이란 대체 뭘까요? 대체 무엇이 좋은 글일까요?
요즘은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자꾸 드네요. 최근 문학에 무척 관심이 많은데, 문잘알 Farce님께서 관련 글을 자주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시작에는 끝이 있기 마련이라지만, 우리는 모두 starchild고, 죽으면 결국 별로 돌아갈 텐데, 멸망 그까이꺼, 좀 당하면 어떤가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악이란 인간을 인간 이하의 상태로 만드는 것이라 했던가요?(무척 인간적인 정의군요) 개인의 차원이든, 종의 차원이든, 제대로 멸망을 당하지도 못한 채, 생존이 삶의 유일한 목표가 되는 인간 이하의 삶으로, 혹은 생존과 번식이 삶의 유이한 목표가 되는 원시적 삶으로 돌아가는 것은, 뭐랄까... 정말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20/11/17 14:44
문학이 뭐고 좋은 글이 뭔지 궁금하시다면 대학원에 오시면... 아아아아 죄송합니다!!! 흐흐흐 저도 제가 아무것도 모른다는걸 깨달을려고 길을 걷고 있는 걸요.
저에게도 있어서 인간의 발전이 결국 퇴보를 시작하는 우로보로스가 될 수가 있다는 아이러니가 가장 흥미로운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리셋 같은건 대중매체에서나 다룰 흥미위주의 주제라고 생각하고, 오히려 이렇게 많은 폭탄들을 등에 이고 계속해서 "잘 될까봐", 그게 걱정입니다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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