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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4/18 07:51:45
Name 성동구
Subject [일반] 엄마와 나의 가치관 차이
아침부터 혼자 꿍해서 쓰는글이라 그냥 혼자말하듯 반말로 씁니다. 양해 부탁드릴게요.


# 1

전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바로 구직활동을 시작했다. 주변에서 오래동안 일만했는데, 퇴직금도 받았겠다
여행이라도 다녀오고 적어도 한 달 정도는 집에서 푹 쉬는게 좋지 않겠냐고 이야기 했지만 듣질 않고 바로
일 자리를 구했다. 일자리를 구하는 기간 '7일' 본의 아니게 집에서 쉬었는데, 그게 아주 못마땅했던 엄마는
왜 굳이 직장을 옮기냐고, 언제까지 쉴 거냐, 집에서 노는꼴 보기 싫다. 일주일 내내 괴롭혔다.

[내가 느끼기에 우리집은 Home이 아니라 House니까.....] 애초에 오래 놀 생각도 없었다.

# 2

일자리를 구하고 나서, 한시름 놓은 나는 집에서 누나와 술한잔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엄마는 누나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방적인 선자리를 만들었고, 누나는 애초에 '연애결혼'파라서
원치도 않는 선을 봐야 했는데 남자가 그다지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단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엄마가 들어왔다. 당연한듯 엄마가 '그 남자'에 대해 묻고 누나가
그다지 마음에 들어하지 않던 눈치를 보이자 엄마가 막말을 했다. 태어나서 엄마가 그런 막말을 하는건
진짜 처음 봤다. [잘난것도 없으면서 빨리 결혼이나 가] 옆에 앉아 있던 내가 되레 화가 났다. 사실 나야
딱히 자랑할만한 인생을 산 것도 아니고, 직장도 그저 그런곳 다니고 있는데 우리 누나는 다들 가고 싶어하는
대기업에서 대리급 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데..... 그리고 그렇게 선자리 강제로 보내지 않아도 '모태솔로'인
나와는 달리 누나는 항상 연애중이었다. 길게할때도 있고 짧게 할때도 있지만 연애는 꾸준히 해왔는데.....

그리고 화살이 나에게로 돌아왔다. 일자리를 다시 구한걸 아직 모르는 엄마는 나에게 "언제까지 놀거냐" 묻고
이에 외려 누나가 엄마에게 화를 냈다. 얘가 무슨 일하는 기계냐고, 막상 집에서 놀고 먹는 아이는 따로 있는데
왜 얘를 못 잡아 먹어서 안 달이냐고, 우리(누나와 나)는 대학 다닐때도 알바하면서 다녔는데, 쟤는 몇 년째 그냥
집에서 놀고 있지 않냐고,

# 3

누나가 말한 집에서 노는 아이는 우리집 막내동생이다. 올해 23살인 아이는 4수를 실패하고, 지금까지 집에서 놀았다.
사실 옆에서 지켜본바로는 적어도 내가 볼때는 4년동안 열심히 안 했다. 혼자 공부하다가 안 되겠다 싶어서 학원을
다녔는데, 기숙학원은 비싸서 '효자'인 본인은 집에 부담 주기 싫으니 그냥 학원만 다니겠다나.... 그 학원비는 누나
월급통장에서 빠져나갔는데 말이다. 그럼 열심히 하던가....

나는 지나치게 긍정적인 편이라 4수씩이나 해서, 심지어 열심히 안해서 실패했을때도 비난하지 않고 조언을 많이 해줬다.
자신이 있으면 1년 더 공부하던지, 아니면 일단 군대 다녀와서 생각하는것도 좋겠다. 입대전까지 알바하면서 사람도
많나고 여행도 다니고, 잘 놀다가 군대가면 안에서 생각할 시간은 충분하니까, 제대후는 그때 생각하라고

그런데 녀석의 선택은 그냥 집돌이였다. 엄마한테 용돈 받아 생활하면서 아무것도 안했다. 공부도 알바도 하지 않고 온갖
종류의 게임을 섭렵하고 TV스케줄을 외웠다. 녀석이 사용하는 전기세, TV이용료등은 내 통장에서 나가기 때문에 배가 아팠
지만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는 녀석을 자극 하지는 않았다.

어쨋든 저 아이를 엄마는 변호했다. 입대전이니 내버려 두라는둥, 막내라서 그렇다는둥
누나나 나는 이 지겨운 패턴에 대해 항의하지 않고 그냥 그려려니 했다.

# Yesterday

엄마와 누나의 대화소리에 잠이 깻다. 엄마는 누나에게 빨리 결혼갈 것을 또 다시 종용하고 있었고, 결혼해서 애를 낳을것을
명령하고 있었다. 항상 그렇듯 누나는 '결혼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 애 낳아도 그만, 안 낳아도 그만' 이라고 본인의 생각을
역설하였고 엄마는 결혼을 해야 행복해지니부터 시작해서, 결혼을 안 하는게 자식 최대의 불효라는 내 기준에서 아주 이상한
논리를 전파하였다. 누나는 이 지겨운 대화를 그만하고 싶어하는 눈치였고, 휴일이니 그냥 늦잠을 자고 싶어하는 눈치였는데,
엄마는 무언가 계속해서 설득을 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그리고 나는, 요의를 느꼈지만 지금 거실로 나가면 '결혼' '연애'가
각인된 화살이 나에게 돌아올까봐 그냥 계속해서 자는 척 일생일대의 연기를 했다.


독립을 하기에는 지금 당장 수중에 그만한 돈이 없으니, 앞으로 몇 년은 더 연기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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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햄토리
16/04/18 08:58
수정 아이콘
리플은 없지만 추천이 소리없이 올라가는군요..크크
가만히 손을 잡으
16/04/18 09:14
수정 아이콘
어차피 인생을 평생 부모의 가치관대로 살 작정이 아니면 언젠가는 독립을 해야 합니다.
경제적이던, 정신적이던,
동네형
16/04/18 09:16
수정 아이콘
아 글만봐도 혈압이 크크크
yangjyess
16/04/18 09:19
수정 아이콘
아이고... 누나분도 그렇고 글쓴분도 그렇고 고생하십니다 ㅜㅜ 저 상황을 져드린다니 효자시네요 ㅜ
첸 스톰스타우트
16/04/18 09:23
수정 아이콘
억울하면 독립해야죠..ㅠㅠ
[fOr]-FuRy
16/04/18 09:27
수정 아이콘
저도 님 상황만큼 어머니가 저렇게 몰아붙이지 않으시지만 ( 오히려 어머니는 저에게 그냥 독립하지 않고 집에서 출퇴근하는게 돈을 빨리 모으는 거라고 하시네요. ) 나이29에 독립을 못하고 있어서 ... 이래저래 행동하는데 있어 제약이 많네요... 부모님이 뭐 잘못되고 그런 게 아니라. 흐흐. 집에선 그저 져드리는 게 답인 것 같습니다 ㅜ
살려야한다
16/04/18 09:28
수정 아이콘
화이팅입니다. ㅠㅠ
RedDragon
16/04/18 09:34
수정 아이콘
공감이 많이 되서 추천 조용히 눌렀습니다.
11시까지 야근하고 와서 롤 한두판만 하고 자려는데 "집에 와서 자기계발을 해야지 롤이나 하고 앉아있네" 소리 듣는데 울컥한적이 한두번이 아니네요 ㅠㅠ
다행인건, 그래도 매일 그러시진 않는다는 점과 저 또한 서로를 이해해줄 동생이 있다는거 (동생도 시달립니다 크크, 그래서 많이 친해졌죠.. 응?)
그리고 막내가 없다는 점이네요. ㅠㅠ 힘내십시오.
사람의아들
16/04/18 09:36
수정 아이콘
부모님이 지나치게 간섭이 심하시면, 해외로 뜨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전화로 하는 잔소리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실제 주변에 진로 트러블 및 결혼관&가치관 차이로 해외로 뜬 지인 몇 있습니다.
Waldstein
16/04/18 09:51
수정 아이콘
저라면 큰 그림 보고 인내하다가 독립한다음 몇년 안보면서 부모 하는거 봐서 의절을 하든 안하든 할것 같네요. 자식이 결혼 통보하는것

만으로 감사해야지 이래라 저래라 하면서 꼭 그 명분엔 효 이데올로기가 들어가네요. 본인에게 복종하라는 이데올로기를 본인이 설파하는

부모들은 스스로 창피하지도 않나....
사악군
16/04/18 10:45
수정 아이콘
참 그놈의 '자식이 결혼 통보하는것만으로 감사해야지'는 무슨 매크로인지 아무 댓글에나 꼭 들어가는군요.
그냥 남남으로 살면 그만이지 부모가 자식한테 기껏 통보에 감사할 이유는 또 뭐가 있습니까?
Waldstein
16/04/18 11:54
수정 아이콘
통보 하는것으로 만족하라는 의도 였는데 제 글솜씨가 별로네요. 죄송합니다.
Starscape
16/04/18 09:55
수정 아이콘
저희집이랑 비슷하네요.
제 경우도 동생이었어요. 헌데 얘가 몇년 전쯤에 이상한 데 홀려서 탈주해 버리는 바람에(...) 늦게나마 날선 소리는 덜 듣게 되었습니다만, 이거 영 동생에게서 기대할 게 없어지니 마지못해 저에게 잘해준다는 느낌이라 영 마음을 열 수 없더라고요. 연기 앞으로도 힘내시고 좋은 일 있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알팅이
16/04/18 10:17
수정 아이콘
세대별로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 서로 다르다는 건 어쩔수 없는것 같아요. 부모님세대와 우리세대(30대정도??) 그리고 우리보다 아래 세대랑도 다른 가치관에 대해서 서로 부딪히는 경우가 생기겠죠.
나는 맞고 너는 틀렸으니 내가 시키는대로 해!! 이런건 정말 서로간에 불화만 증식시키는 느낌이고 얼마나 서로간의 세대차이를 잘 어우를 수 있는 대화나 행동을 하느냐가 중요한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선 이렇게 이렇게 하는게 정답이다..라는 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얼른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당.
16/04/18 10:25
수정 아이콘
막내분께서 결국 누나와 형의 경제력에 기대서 그렇지
그 부담이 부모님께 전가되면 좋은 소리 나오지 않을걸요..
두분다 취직하셨으니 독립하시고 동생은 부양하지 않으시면 될 듯..
돈 버는 큰딸은 계속 끼고 있어도 부모님께 이득이지 손해날일은 없는데..
16/04/18 10:39
수정 아이콘
이게 정답이죠.
막상 부담이 되면 가만 안놔두실겁니다.
그렇게 분산처리(?)를 하심이 어떨런지...
유리한
16/04/18 10:38
수정 아이콘
열 손가락 깨물어 안아픈 손가락은 없다지만..
덜 아픈 손가락은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ㅠ
마티치
16/04/18 11:23
수정 아이콘
공감 많이 되네요. 허허허 ㅜㅜ
16/04/18 11:39
수정 아이콘
모든것은 경제력의 문제입니다. 어머니는 말로는 독립해서 혼자 나가살아라하고 말씀하시는데
실제로는 나가는 돈이 많으니 지나가는 소리라는걸 자신도 잘 알고 계시지요 크크크

저도 이제 37에 장남인데 결혼안하고 일하고 오면 집에서 책이나 보고 게임이나 하고 놀고만 있으니 뭐라 말씀은 하시는데
10년넘게 제가 잔소리를 해서 그런거에 대해서는 터치를 안하십니다. 잔소리가 길어질것 같으면 슬그머니 도망가심..
그리고, 부모자식간에는 화를 안내는게 가장 중요하고, 그 다음으로는 개인적인것이 아니면 정보는 빨리 공유하는게 좋습니다.
감정적으로 흐르면 진짜 아무것도 안돼고 서로간에 한정적인 정보만 가지고 이야기하면 오해가 생기기 마련이니까요.
그런데말입니다
16/04/18 11:59
수정 아이콘
서른인데 집에서 안내보내줘요.. 내돈으로 내가 집구해서 나가겠다는데..
장가가기전까진 집에서 나갈생각하지말래나 뭐래나..ㅠㅠ
Artificial
16/04/18 12:53
수정 아이콘
격히 공감합니다...
전 요즘 직장 근처에 방하나 얻어서 멀티깔았어요. 시나브로 독립할 생각으로요
Camomile
16/04/18 15:00
수정 아이콘
미드 하우스에 부모들이 40대인 의대 교수에게 결혼하라고 하는 장면이 나오는 걸 보면
여기나 저기나 똑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16/04/18 16:15
수정 아이콘
가치관을 떠나서 어째 누나분이랑 성동구님한테 대하시는 거랑 막내 대하시는게 그렇게 다르신지...ㅠㅠ 제 일도 아니지만 속상하네요. 저도 굳이 남매분들께서 막내에게 경제적 지원을 해줄 필요가 없어 보이네요. 모쪼록 이 상황이 잘 해결되시길 빕니다.
전광렬
16/04/18 16:28
수정 아이콘
32에 오피스텔 원룸에서 사는데 주말에 집에가면 참 좋습니다.
아직 경제력이 결혼은 꿈도 못꾸고, 직장이 집에서 멀어서 어쩔 수 없이 오피스텔에 사는데.
부모님께 월세 드리고 집에서 회사 다니고 싶네요. ㅜㅜ
남에게 돈 가져다 주는게 너무 아까워요. 그렇다고 집에 제 방에 월세 놓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월세와 관리비만 집에 보내줘도 집안 경제에 보탬이 될테고, 매번 사먹는 밥도 지겹고 건강이 안 좋아지네요.
20대 때는 부모님이 잔소리도 하고 그랬는데 비정규직에 가까운 곳에 취업하고 이래저래 아직 자리 못잡으니 불쌍한지 잘해주시네요 크크.
월급에 일정비율로 부모님께 드리는 강제 계약이 되어 있는데, 이것 때문인지 부모님도 딱히 머라 안해요.
결혼은 누나가 안하고 있어서 저는 상대적으로 안전하고요.

예전에는 저도 House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시간이 지나고 그러니 그래도 Home은 홈인거 같네요.
부모님도 갈궈도 안되는구나, 그리고 요즘 청년들이 힘들다는 것을 아셔서 인지 점차 잔소리도 자제하시더라구요.
성동구 님이 나이가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지만 30 넘어가면 부모님도 어느정도 마음을 놓으십니다.
괄하이드
16/04/18 17:52
수정 아이콘
주제넘는 오지랖일수도 있지만 저 정도라면 작은 원룸이라도 얻어서 독립해야하는게 맞는것 같네요.
누님과 글쓴님 두분 다요.
프로토스 너마저
16/04/18 19:49
수정 아이콘
우리 그냥 조언말고 응원을 합시다...
파랑파랑
16/04/18 20:41
수정 아이콘
독립해야겠네요. 돈보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할듯
변하지않는것
16/04/19 22:43
수정 아이콘
공감과 함께 추천 드립니다!
저도 집이 home이 아니라 house라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특히 부모님 덕분에 꽤나 장성한 제 방에 노크도 없이 벌컥 문을 열고 들어오시거나, 조금 대화가 격해질 때 마다 같이 못 살겠다며 나가라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하실 때 마다 그러하네요 허허 몸과 마음을 그냥 다 내려놓고 쉴 곳이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sns에서 봤는데, 부모님과 격한 대화로 인해 화가 날 때 주변 오피스텔 시세를 알아보면 치밀어 오르던 분노가 자연스럽게 누그러든다더군요.....
다시해줘
16/04/22 20:26
수정 아이콘
그냥 문 잠그세요. 처음에는 뭐라 하시다가도 좀 지나시면 익숙해 하시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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