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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10/16 22:41:15
Name 신불해
Subject [일반] 운명을 지배하는 인간, 운명 앞에 쓰러지다 - 워털루 1815 (7) - '모든 일은 소풍 나온 것처럼'


 리니와 카트르 브라에서 격전을 벌이고 있는 나폴레옹과 네이는 똑같은 의문을 머릿 속에 떠올리고 있었다. 나폴레옹은 어째서 네이가 오지 않는지, 네이는 어째서 데를롱이 오지 않는지를 말이다. 이제 네이는 데를롱이 어째서 오지 않는지 - 그리고 영영 오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이에 격분한 나머지 나폴레옹에게 향하던 데를롱을 자신에게 불러들이는 치명적인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전황 자체는 양 전투가 다르게 흐르고 있었다. 카트르 브라 전투에서 점차 웰링턴이 승기를 잡아가고 있었다면, 리니에서는 나폴레옹이 블뤼허를 제압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프로이센군은 포격의 피해로 거의 붕괴되고 있었다. 나폴레옹은 네이가, 그것이 아니라면 데를롱 군단이 오기를 기다렸다. 만일 그들이 오기만 한다면 제국근위대를 출동시켜 적을 완전히 포위 - 섬멸 할 수 있으리라. 그런데 그들은 도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결국 기다리다 못한 나폴레옹은 근위대를 출격 준비시킨 다음, 네이에게 거의 최후 통첩을 날렸다.


 "프랑스의 운명이 바로 귀관의 손에 있다…… 잠시도 지체하지 말고, 즉시 진격해오라."


 그러나 카트르 브라에서 곤혹을 겪고 있는 네이에게는 불가능한 명령이었다. 네이든 데를롱이던 더는 기다릴 수 없게 되자, 나폴레옹은 근위대를 출동시켰다. 이미 붕괴 상태인 프로이센군의 중앙을 근위대만으로 타격하려는 것이었다. 그런데 오후 5시 30분 경, 전선에 갑작스러운 이변이 닥쳐왔다. 프랑스군의 좌익 후방에서 종대 대형의 부대가 도착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들은 대체 누구일까? 네이가 웰링턴을 격파하고 리니에 도착한 것일까? 그들이 데를롱 군단일 리는 없었다. 참모부에서 지시한 데를롱 군단의 도착 지점은 그쪽 방면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웰링턴인가? 웰링턴이 블뤼허를 구원하여 나폴레옹을 포위 섬멸하기 위해서 달려온 것일까? 상황을 도저히 파악하기 힘들었으므로, 나폴레옹은 최후의 일격을 늦추고 추세를 살펴 볼 수 밖에 없었다.


 이윽고 이 군단의 정체가 드러났다. 그들은 다름 아닌 데를롱 군단이었다. 이것은 명령에 어긋나는 것으로, 그들은 이 방면에서 나타나게 되어있지 않았다. 그러나, 데를롱은 엉터리 같은 명령서의 악필을 보고 와뉼레(Wagnele)를 와녜(Wagnee)로 파악하여 전혀 엉뚱한 방면에서 나타난 것이었다. 게다가 데를롱은 그저 군단을 끌고 오기만 했을 뿐, 미리 이 사실을 알리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따라서 프랑스군은 그들의 정체가 파악될 때까지 대혼란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심지어 병사들의 탈주를 막기 위하여 대포를 아군을 향해 조준해야 할 지경이었다.


 마침내 데를롱 군단의 정체가 파악되자, 나폴레옹은 6시 30분 경에서야 근위대를 출격시킬 준비를 다시 시작 할 수 있었다. 프랑스군이 혼란에 빠졌던 사이 블뤼허는 방어선을 상당히 강화할 수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또 믿기 힘든 일이 일어났다. 이제 프랑스군과 프로이센군의 눈 앞에 보일 정도로 다가온 데를롱 군단이 갑자기 방향을 돌려 카트르 브라로 향하고 있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네이가 보낸 소환 명령이 도착했던 것이다.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 속에서도 전투는 이어졌다. 7시 45분, 6천여명의 근위대는 포병의 지원을 받으며 프로이센군을 완전히 짓이겨버렸다. 프로이센군 21연대, 1베스트팔렌 향토방위군 기병 연대 등이 저항하기 위해 몸부림을 쳤지만 전혀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무너지고 있었다. 이제 프로이센군의 패배가 확실시 되자, 70세가 넘는 블뤼허는 1군단 기병대의 선두에서 직접 그들을 이끌고 거의 필사적인 돌격을 감행했다. 그러나 이러한 공격 역시 프랑스군의 방진에 저지되었으며, 붕괴된 기병들은 프랑스군의 흉갑기병들에게 살육되었다.


 돌격에 나선 블뤼허 역시 자신의 말이 총에 맞으면서 전장에 쓰러졌고, 그러는 사이 프랑스군의 기병들은 블뤼허가 쓰러진 지역 주변을 휩쓸고 지나가기도 했다. 날이 저물고 있을 무렵 블뤼허의 보좌관은 이 늙은 사령관을 구출하여 후방으로 이송했다. 블뤼허는 후방에서 술과 마늘을 섭취하여 간신히 기운을 차렸다. 


 그 사이, 총지휘관이 사라진 프로이센군은 완전 붕괴 상태로 무질서하게 도주를 시작했다. 이미 최악의 상황이었지만 그보다 더한 최악을 막으려면 어서 퇴각할 지점을 설정하여 그 장소로 이동하라고 전 부대에 명령을 내리는 수 밖에 없었다. 어느 프로이센 대위는 전투 막바지 부대가 처한 끔찍한 상황에 대해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길고 긴 6월의 햇살이 옅어지기 시작했다…… 전투를 치르고 난 병사들은 지독한 피로에 찌들어 있었다. 엄청난 열기 속에서 초연과 땀, 진흙 따위가 뒤엉킨 두터운 때 때문에 그들의 몰골은 거의 검둥이처럼 보였다. 어느 병사는 입고 있는 군복의 초록색 옷깃과 표장을 거의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모두들 목도리를 벗어던진 채 벌어진 상의 사이로 구질구질한 셔츠나 갈색 털로 뒤덮인 맨가슴을 드러냈고, 가벼운 부상 정도로 전열에서 이탈하기를 꺼린 수많은 부상병들은 제 손으로 감은 붕대를 두르고 있었다. 부상병 대부분의 붕대에는 피가 베어났다. 몇 시간이나 시가전을 치르며 산울타리 사이를 기었던 병사들의 군복은 여기저기가 헤져 맨살이 드러다보였다."


 블뤼허가 행방 불명인 상태에서 그나이제나우와 군단장들은 가랑비가 내리는 도로 변에서 만났고, 리니 북쪽의 와브르가 퇴각 지점으로 설정되었다. 와브르에서 1차적으로 집결한 후 동쪽으로 방향을 돌려 리에주에서 모인다는 작전이었다.


 이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이 시점에서 그나이제나우는 웰링턴과 합류하겠다는 어떤 의도도 없었고, 사실 그는 영국을 대단히 혐오하는 인물이었다. 당시의 그로써는 프랑스군이 몰고 오는 재앙으로부터 달아나야겠다는 생각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이 '역사적 순간' 은 패배한 프로이센군이 브뤼셀 이남에서 웰링턴과 다시 합류할 수 있는 작은 가능성을 열어 두게 되었다. 만일 프로이센군이 영연합군과 연락이 닿지 않고, 재앙을 곱씸으며 프로이센으로 돌아간다면 웰링턴 혼자서는 나폴레옹을 저지할 수 없게 된다. 그렇다면 웰링턴은 가망 없는 전투를 벌이다 패배하던지, 아니면 영국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을 테고 유럽은 다시 한번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군사 지휘관과 끝을 모르는 대전을 벌어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나 '순전히 감에 의한' 그나이제나우의 결정이 프로이센군과 영연합군의 긴밀한 연락을 유지 가능 할 수 있게 했고, 영연합군은 결정적인 순간 그들이 도우러 올 것이라는 심리적인 안정감을 가지고 기꺼이 적과 교전 할 수 있게 되었다. 


 나폴레옹이 이 시점에서 보인 패착은, 적을 추격하는데 별다른 열의를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예정대로 지원군이 도착했다면 프로이센군은 모조리 죽은 목숨이었다. 그러나 그렇지 않더라도 적을 추격하여 섬멸하려는 열의를 보여야 했지만, 그는 이 일에 열의를 보이지 않았다. 예전의 나폴레옹이었다면 그러지 않았으리라. 과거 예나 전투에서 적을 섬멸한 나폴레옹은 프로이센군의 잔당을 찾아 발트해까지 진격했지만, 이 지친 중년 황제는 예전과 같은 열정을 잃어버린 상태였다. 16일 밤, 나폴레옹의 건강 상태는 그리 좋지 못했다.






 황제가 리니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승전을 거두고 있을때, 네이는 카트르 브라에서 곤혹을 겪고 있었다.


 한때는 프랑스군이 거의 승기를 잡아 오는 듯 했다. 프랑스군의 피레가 이끄는 기병들은 영연합군의 중앙을 기습 공격했고, 총지휘관인 웰링턴 조차 자국 병사들의 방진 속으로 들어가 공격을 피해야 할 정도였다. 그러나 영연합군의 보병들은 많은 피해를 입으면서도 방진을 구성하는데 성공했고, 프랑스 기병들을 격퇴하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전투가 근거리 사격전으로 변모하면서, 영국군의 우수한 사격 실력은 점점 그 힘을 더하고 있었다. 프랑스군의 기병들은 계속해서 격퇴되고 있었고 점차 전장의 주도권은 네이의 손을 떠나고 있었다. 더군다나, 영연합군은 병력이 계속해서 충원되고 있었기에 네이가 초기에 가지고 있던 병력의 우세는 사라지고 있었다. 오후 5시 경이 되면, 분명하게 영연합군은 병력으로 네이를 앞서고 있었다.


 네이는 좋지 않은 전황, 그리고 데를롱 군단의 움직임 등으로 신경이 곤두 서 거의 반쯤 미친 상태였다. 이 상태에서 나폴레옹의 최후 통첩이 도착했다. 결국 네이는 분노를 거두지 못하고 완전히 미쳐버리게 된다. 그는 전선을 안정시킬 약간의 시간을 벌기 위해 켈레르만 휘하의 1개 기병여단에게 적 1개군을 모조리 상대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것은 분명히 자살명령이었다. '단지 몇 분을 벌기 위해' 귀중한 기병 여단을 전멸시키려는 행위였던 것이다. 켈레르만은 이에 대해 당연히 반감을 드러냈지만, 네이는 피레의 기병사단(그들은 이미 거의 전멸 상태였다)이 그들을 지원할 것이라 말하면서 다짜고짜 일을 밀어붙혔다.


 "출격하라! 지금 당장 말이다!"


 용납하기 힘든 명령을 수행해야 하는 켈레르만은 어쩔 수 없이 부대를 영국군 보병들의 눈에 최대한 뛰지 않게 산마루 아래 등을 따라 이동시켰다. 전열을 가다듬은 그들은 마침내 영국군의 보병 방진 속으로 돌격했고, 막대한 피해를 입으면서도 적에게 큰 피해를 입히게 된다. 


File
오랑주 공



 프랑스군의 공격에 큰 피해를 입은 것은, 워털루 전역에 있는 3만명의 네덜란드/벨기에 군을 지휘할 권한이 있던 오랑주 공 때문이었다. 병사들이 '젖비린내 나는 개구리' 라고 일컫은 오랑주 공은 자신의 소속인 69연대 2대대가 방진을 구성하고 있는 것을 보고 분개하였다. 이는 프랑스군의 공격이 있을것이라 파악한 다른 지휘관이 내린 조치였으나, 오랑주 공은 이것이 도 넘은 간섭이라고 생각하여 명령을 철회하고 다시 복귀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마침 그 시기에 켈레르만이 공격해왔고, 결국 부대는 붕괴되어 보쉬 숲으로 달아날 수 밖에 없었다.


 켈레르만은 기병을 이끌고 영웅적인 진격을 펼치져 적의 전열을 완전히 붕괴시켰다. 그는 66연대 2대대를 격파한 후, 33연대에게 달려들어 큰 피해를 입혔고, 브라운슈바이크 병사들을 물리쳤다. 이 틈에 네이는 포병대를 잉요해 적에게 포탄 세례를 퍼부었다. 전황의 흐름은 다시 바뀌는 듯 했다.


 그러나 힘이 부족했다. 켈레르만의 기병들을 지원할 보병들은 숫자가 부족했고, 켈레르만 부대도 적의 한 가운데서 점차 지쳐가고 있었다. 곧 그들은 처절한 포위 공격을 당하고 간신히 목숨만 건져 도주해야 했다. 켈레르만 본인도 타고 있던 말이 총에 맞아 부하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이 공격으로 그는 자신의 기병 여단 중 3분의 1을 잃어버리게 된다.


 네이는 이제 더 이상 소모할 수 있는 병력이 없었다. 켈레르만이 퇴각하는 와중에도 영국군은 5,000여명 이상의 병력이 충원되었던 것이다. 저녁 6시 30분 쯤이 되었을때는 이제 오히려 웰링턴이 반격을 감행하고 있었다. 전투는 9시가 되어 너무 어두워진 무렵에야 종결되었다. 네이는 자신이 처음에 출발했던 지점으로 밀려났다.


 전술적인 면에서 보자면 양측의 성과는 거의 무승부라고 할만했다. 프랑스군은 4,300명의 사상자를 내었고, 웰링턴은 그보다는 못하지만 얼추 비슷한 숫자의 사상자를 내었다. 그러나 프랑스군은 리니와 카트르 브라 어느쪽에서든 적을 섬멸시키지 못했다. 그러나 불안한 것은 웰링턴 역시 마찬가지였다. 프로이센군이 물러났다는 사실을 들었기에, 그 역시 힘들게 지킨 카트르 브라를 내놓고 퇴각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다면 리니에서 승리를 거둔 나폴레옹이 이쪽으로 몰려와 네이와 함께 자신을 박살 내었을 것이니 말이다. 


 웰링턴은 투덜거렸다.


 "블뤼허가 개박살이 나서 와브르까지 18마일을 퇴각했군."



 



 나폴레옹이 이전과 다르다는 바로 6월 17일에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 날은 퇴각하는 프로이센군, 그리고 카트르 브라에서 물러나 좋은 지점에 자리 잡으려는 웰링턴군에 대해 이를 막으려는 프랑스군의 노력이 가장 필요한 시기였다. 그러나 전날의 격전에 녹초가 된 나폴레옹은 17일 오전에는 완전히 무기력한 인간이 되어 있었다. 그는 그 귀중한 시간을 참모들과 함께 전장의 참상이나 둘러 보면서 낭비하고 있었다. 그는 그루시가 수차례 추격 명령을 요구하는것을 묵살했고, 네이가 어떤 보고를 보낼지나 기다리고 있었다.


 네이의 보고는 오전 늦게 도착했다. 그제서야 나폴레옹은 자신이 웰링턴의 측면을 포위하여 격파할 기회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나폴레옹은 그루시에게 병력을 주어 프로이센군을 추격하고 하고, 네이에게는 웰링턴을 그 자리에 잡아두라고 명령한 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명령들은 너무 늦었다. 나폴레옹이 시간을 낭비하는 동안 프로이센군은 거의 초인적인 노력으로 병력을 수습하여 봐브르로 퇴각했던 것이다. 추격이 너무 늦은 탓에 그루시는 프로이센군의 주력을 발견하지 못했고, 북쪽의 와브르로 진격하는 대신 적의 미끼 부대에 걸려 북동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루시. 성실하고 유능한 지휘관이었지만 상상력이 부족하고 융통성이 없는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우익이었던 프로이센군을 추격하는 사정이 이렇다면, 좌익은 어떠한가? 네이가 웰링턴의 발목을 잡고 있는 동안 나폴레옹이 이끄는 본대가 웰링턴의 측면을 공격한다면 이 시점에서 황제는 다시 한번 유럽의 패자가 될 가능성이 열렸으리라. 그러나 점심시간이 넘어가도록 좌익에서는 아무런 포성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불길함을 느낀 나폴레옹은 직접 네이의 진지를 방문했고, 전투는 시작도 하지 않았으며 병사들은 점심을 먹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폴레옹은 미친듯이 분노를 퍼부어댔다.


 "자네가 프랑스를 파멸시켰네!"


 이후 나폴레옹은 뒤늦은 추격을 감행했지만, 무기력하기 짝이 없던 프랑스군에 비해 웰링턴은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자신이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웰링턴은 1분도 낭비하지 않고 퇴각하는 쪽을 선택했다. 네이가 머뭇거린 탓에 웰링턴은 가장 시간이 필요한 보급부대와 부상자들의 이동을 완료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옥스브리지 백작은 "서둘러라, 따라 잡히기 전에 말이다!" 라며 소리쳤고, 마침 폭풍우가 내리친 탓에 영연합군은 적의 추격을 피할 수 있었다.


 엄청난 비가 쏟아지면서 영연합군은 추위에 몸을 떨어야 했다. 간신히 날이 밝기 시작할 무렵, 웰링턴은 블뤼허가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병력을 보내 돕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만약 이런 연락이 없었다면 웰링턴은 도주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이제 그는 리니에서 나폴레옹이 시도하려다 실패한 것을 자신이 해볼 상황이 되었다. 전투 중에 나타나는 추가 병력이 적의 측면을 타격하는 일 말이다. 적을 추격하던 나폴레옹은 적이 도망치지 않고 버티고 선 것을 보고 "아, 이제 드디어 저 영국인들을 잡았군." 이라고 말했으나, 웰링턴은 그때의 각오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퇴각할 수 없었던 것이 아니었다. 나는 퇴각할 수도 있었지만, '어디 나를 내쫒으려면 한번 해봐' 라고 도전할 생각이었다."


 마음 속의 배수진을 친 웰링턴의 각오와는 달리, 아침 식사를 하며 전투를 준비하던 나폴레옹은 터무니 없을 정도로 자신감에 넘쳐 있었다. "열에 아홉은 우리에게 유리하며, 나머지 하나도 우리에게 불리하지 않다." 저 20년도 전의 툴롱 공방전 이후 영국군과 싸워 본 적 없는 황제의 자신감에 대하여, 막시밀리앙 푸아 장군은 이렇게 충고했다.


 "늙은 병사라면 폐하에게 이 점을 상기시키는 것이 의무라고 느낄 때가 왔습니다. 폐하는 지금 저 이베리아 전쟁 내내 물러나는 
적이 없던 보병부대 앞에 있습니다."


 역시 웰링턴과 싸워 본적 있던 술트 역시 이 의견을 지원하며, 그루시가 이끌고 간 3만 3천여 병력 중에 일부라도 지체 없이 소환하여 싸움을 돕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폴레옹은 이를 '패배자의 의견' 으로 여기며 코웃음을 쳤다.


 "귀관에게 말해줄 것이 있소. 웰링턴이란 녀석은 별 볼일 없는 장군이고, 영국군이란 형편없는 병사들이며, 이번 전투는 우리가 아침을 먹는 것보다 더 간단하다는 사실이요. 모든 일은 소풍 나온 것처럼 끝나겠지."


 그러나, 24시간이 지난 후, 나폴레옹이 말한 '소풍' 은 역사상 가장 유명한 불멸의 전투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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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 칼괴기
13/10/17 09:25
수정 아이콘
그럴 법도 한게 영국육군 승리 중 웰링턴을 빼면 한차례도 나폴레옹 전쟁(1805년) 이후 전역에서 이긴 적이 없으니 말이죠.

네덜란드에서는 대육군 예비대에게 발리고 웰링턴 전임자 존 무어도 나폴레옹에 쫓겨서 전사까지 했으니...
지금뭐하고있니
13/10/17 17:56
수정 아이콘
잘봤습니다~
예전이나지금이나 인간이하는 일에는 실수가 참 많다는것을 늑키게되네요

나폴레옹은 오만할만 했는데..
오만할만 한 것은 과거의 실력에 대한 평가고 그 대가는 미래니까..
대가를 치룰 일만 남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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