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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7/11 19:09:10
Name Judas Pain
Subject [일반]  다시는 기자들을 기다리지 마라





 표현의 자유를 위해 공연윤리심의위원회와 싸웠던 정태춘의 불법음반인 『92년 장마, 종로에서』는 군정이 종식된 당시에, 서울시청 광장에서 집회하던 옛 풍경을 추억한다. 90년대 대중음악계가 남긴 걸작인 이 노래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다시는… 기자들을 기다리지 마라” 그가 기자들을 싫어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는 노래에서 기자들을 간절히 기다려야만 했던 상황을 추억하고 있다.


 시위현장에서 사회의 소외가 무서웠기 때문일 것이다. 매스미디어가 침묵하면 시위는 고립되고 고립된 시위는 자제하지 않는 공권력에 무차별로 노출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정말 무서운 것은 폭력이 아니나 무관심과 고립과 소외였을 것이다. 그러니 기자는 환영할 수밖에 없었다. 어떤 언론이 시위대를 비난하고 비평한다고 하더라도 취재를 안 하는 것보단 나았다. 그러나 때로는 오지 못하거나 오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예 언급을 하지 않고 고사시키는 게 언론사 각각의 편집목적을 성취하는 더 강력한 길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비평도 비난도 하지 않고 침묵하는 것은 언론이라면 반칙에 가까운 행위다. 모든 싸움엔 그 나름의 룰이 있으며 이런 행위는 펜의 싸움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 모든 사태를 알고 나면 사회가 펜 자체를 불신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과연 언론은 주요한 사실(때로는 진실)을 알고도 표현하지 않을 자유가 있을까?


 IT기반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가 대중사회 소통의 한축을 담당하게 된 오늘날은 반드시 대중매체가 뉴스를 전달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사회의 일을 알 수 있다. 이 말은 더 이상 사회의 신경정보가 대중매체를 타지 않고도 흐를 수 있으며 사회활동이 자율적으로 일어나기 더 쉬워짐을 뜻할 것이다. 물론 정보는 부정확할 수 있다. 그것도 심하게. 그러나 무슨 일이 있는가 하는 큰 윤곽 정도는 누구나 알게 된다.


 2011년 7월 9·10일 부산의 한진중공업으로 떠난 2차 희망버스가 옳고 그른지는 판단하지 않기로 하자. 그러나 전국 각지에서 특별한 연고가 없는 사람들 1만여 명이 모인 사건은 이상한 새소식이자 전국적 단위의 일이며 이들이 김진숙씨를 만나기 위해 봉래로타리에서 한진중공업으로 향하는 길을 정부의 공권력이 물리력으로 제압한 사건은 사회적 이야기 거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한국의 주류 보수신문들인 조선, 중앙, 동아엔 주말동안 2차 희망버스 사건에 대해 한 줄도 쓰이지 않았으며 오늘 11일에야 조선과 동아는 외부매체를 이용해 한 건을 실었다. 정치적 입장이란 게 있으므로 이들 신문은 노사 간의 협상이 형식상 끝난 후에 김진숙씨가 버티는 상황에 대해 부정적으로 반응할 수 있으며, 세상은 무슨 일이든 다 일어날 수 있으니 어쩌면 몰라서(?) 취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을 게다. 문제는 이 사건을 조중동 빼고는 다 알고 있으며 필요하다면 각자의 이해에 따라 논쟁한다는데 있다.


 과거라면 신문같은 매스미디어가 사회의 눈과 귀이므로 어느 한 사람 어느 한 집단을 소외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사회는 IT기술에 접속한다면 만 사람이 사만개의 눈과 귀를 갖는다. 침묵한다면 매스미디어만 침묵할 뿐이다. 한 사람이 모두를 왕따 시킬 때 누가 누가를 왕따시킨다고 말해야 할까? 한 집단이 사회전체를 소외시킬 때 누가 누구를 소외 시킨다고 말해야 할까? 앞으로 올 시대에 소외되는 것은 침묵으로 소외시키려는 자일 것이다.


 그러므로 오늘날의 정태춘은 또 한번 노래 부를 수 있을 있으리라 “다시는 기자들을 기다리지 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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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처럼삽시다
11/07/11 19:14
수정 아이콘
본문과는 약간 떨어졌지만..
정태춘씨의 시인의 마을 참 좋더라고요
가사가 바뀌여서 조금 아쉽지만..
구름을벗어난달
11/07/11 19:26
수정 아이콘
우리 시대의 진정한 음유시인.

이런 분을 추억하지 않는 우리 방송이 한심합니다.
Judas Pain
11/07/11 19:48
수정 아이콘
아직 평가하기엔 이른지도 모르지요.
월산명박
11/07/11 20:16
수정 아이콘
비가 많이 와서, 위 노래가 생각나던 요즘이었습니다. 최고의 가수 중에 반드시 정태춘이 꼽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11/07/11 20:24
수정 아이콘
주말내내 글을 쓸까말까 고민했던 주제가 드디어 나왔네요.

전국 각지에서 자발적으로 1만명이 버스를 타고 부산 도심에 모여 시위를 벌였는데
각종 대중매체는 물론이고 인터넷 포탈, 피지알 게시판까지도 너무나 조용해서 이상했습니다.
마치 30여년전 광주에서의 일을 국민들이 알 수 없었던 것처럼...

트위터에서의 이런 대규모 연대가 일어날 수 있다는 일은,
온라인에서의 자율적인 의견교류와 파급력이 오프라인에서의 직접적인 투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은,
사회현상적으로나 사회운동의 역사에 있어서 기념비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을텐데요.

한진으로 향한 희망버스, 그게 옳든 옳지않든
다시한번 기존 언론매체들의 외면과 은폐에, 그리고 그것을 뒤에서 조종하거나 암묵적으로 압박하였을 권력기관 때문에
마치 과거 7~80년대로 돌아간듯한 느낌을 받았던 주말이었습니다.
아우디 사라비아
11/07/11 21:02
수정 아이콘
무려 1만명....

일당을 챙기기 위해서도 기회를 봐서 이름을 드날리기 위해서도 아니었습니다
.... 궁금하고 그래서 물어보고 남일에라도 '정의'가 이루어 지길 바래서 였죠

이제 만명을 깔아 뭉개는 권력앞에 그러나 단 한명의 어거지에 쩔쩔매는 권력앞에
다만 무사하길 바라는 우리들...
구국강철대오
11/07/11 23:23
수정 아이콘
오랜만에 들어보는 92년 장마로군요. 학생 시절에 나름 18번 중에 하나였는데. 이미 80년의 열기가 사라진 90년대, 자그마치 20년전의 분위기에 배어나오는 저 우수는 뭐랄까요. 90년대 말의 저에게는 참으로 말할 수 없는 무언가로 다가왔었는데.... 이것도 어언 10년이 흘렀네요.
메밀국수밑힌자와사비
11/07/11 23:30
수정 아이콘
사실 이슈화가 크게 되어도 모자랄 사건인데...
아케미
11/07/12 00:50
수정 아이콘
몇 번이나 댓글을 썼다가 지웠습니다.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가지 못하고 집에 앉아서 걱정만 했는데, 역시 갈 걸 그랬습니다.
루크레티아
11/07/12 00:58
수정 아이콘
노사 합의를 했는데 왜 뻐팅기고 있냐는 투의 기사, 방송에서도 많이 나왔습니다...
Judas Pain
11/07/13 23:06
수정 아이콘
저도 좀 더 여기저기서 일어나는 일들을 가서 확인하고 또 기록해야 될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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