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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7/02/23 20:33:40
Name 김연우
Subject 이해가 되기에, 답답한 상황
CJ가 새로이 e-sports에 참가한다 했을때, 이런 생각을 했었다.


...

원래 온게임넷의 비중은 7, MBC게임의 비중은 3쯤 된다. 시청률을 봐도 그렇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바를 봐도 대충 이런거 같다.
7/10. 'E-SPORTS는 온게임넷'이라고 할만한 수치다.

거기서 CJ가 끼어들면 어떨까? MBC게임의 지분도 적정분, 온게임넷의 지분도 적정분 가져가겠지.


그렇다고 생각할때 새로운 구도는
온게임넷 60, MBC게임 25, CJ 15정도가 되리라 생각한다.

60%.  과점 상태이긴 한데, '우리가 전부'라고 말하기는 무리가 있다. 절반에 가까우니.
...



그런데 생각보다 상황은 급변했다.
통합 프로리그 & 협회가 변수였다.

통합 프로리그는 2년차를 거치면서 최고의 리그로 급부상했다. 과정이야 어떻건, 모든 프로게이머들이 목매다는 리그가 통합 프로리그다. 개인리그는 둘째고, 통합 프로리그에서 잘하는게 최고가 되었다.

게다가 협회는 프론트의 지지를 받으며 꽤 큰 영향력을 확보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영향력은 '중계권'이란 이름으로 구체화 되었다.



현재가 이정도의 상황.
그렇게 생각하면
온게임넷 4, MBC게임 2, CJ 1, (협회+프로리그) 3 정도로 보면 되겠지.


온게임넷의 입지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그리고 더 줄어들 것이다. 게다가 줄어드는 속도가 생각보다 굉장히 빠르다.


문득 4년전을 돌이켜 본다.
내 시야에는 온게임넷밖에 없었다. 가끔 하는 ITV도 있었지만, 자정 12시에 하는거 보기에는 너무 힘들었다. 매주 금요일을 기다렸고, 거기에 이기는 선수가 최고였다. 매일 경기를 보고, 그 경기의 플레이를 따라하며, 온게임넷의 모든 경기를 외우고 다녔다.

새롭게 MBC게임이 탄생했다. 원래 다른 형태로 있었던 것은 같지만, 관심이 없었다.

왜? 우리집에 안나왔으니까.
어쨌든 '프로게임계'하면 온게임넷이었다.  온게임넷 2회 우승한 임요환은 최고였고, 대적자 홍진호는 멋졌으며, 홀로 우승한 프로토스 박정석은 영웅이었다.



지금은? 아니다.
온게임넷은 여러 방송국 중 하나일 뿐이다. 온게임넷을 안봐도 스타계를 즐기기에는 충분하다. 커뮤니티는 지나칠 정도로 활성화 되어있고, 아프리카를 보면 비방송 용어가 툭툭 튀어나오는 맞갈스런 스타 방송들이 있다. 가끔 프로게이머가 오기도 하고, 큰 이슈가 터지기도 하는 재미난 방송이다.

'슈퍼 파이트를 이벤트전으로 치부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이 있다. 그렇다. 슈퍼 파이트의 위치도 꽤 크다.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여기서 마재윤을 보자.
신한은행 시즌3을 제외하면, 마재윤은 온게임넷의 여집합이다.

MBC게임 2회 우승, 1회 준우승자.
슈퍼파이트 1회 - 3:0 우승.
슈퍼파이트 3회 - 3:1 우승.
슈퍼파이트 4회 - 전승 우승.
2006 프로리그 승률 1위, 다승 1위

2006년 시즌 저그전 다승 1위, 승률 1위.  테란전 다승 1위, 승률 1위.  토스전 다승 1위, 승률 1위

스갤 & pgr 최고의 선수.

수많은 짤방과 동영상, '성전'의 중심인 선수.



그런데 온게임넷만 보면?
0승 4패 -> 끝

온게임넷만 보고 있다고 가정하자.

'0승 4패였다가 천신만고 끝에 결승에 오른 선수'일 뿐이다. 그리고 만약 준우승을 하면, '신인인데 준우승을 한 선수'이다.

'온게임넷 4회 우승, 2006년 2회 연속우승'에 빛나는 이윤열이 있다. 그런데 고작 준우승밖에 못한 선수가 본좌라?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여기에 고민이 있다.

온게임넷이 'E-Sports의 전부'라면, 만약 내일 패한 마재윤은 본좌로 인정할 수 없다.
하지만 그는 명실 상부 현 스타크래프트계의 지존이다. 모든 팬들 & 선수들이 인정한다. 프로리그 최고의 선수이며, MBC게임 최고의 선수고, 슈퍼파이트 총 4회 중 3회, 75%를 휩쓴 선수이고 각종 커뮤니티의 주역이다.



현실을 인정하면 모든 것이 간단해진다.

SK T1은 선택과 집중을 선언했다. 현실적으로 '모든 프로게임 구단'이 이미 '프로리그 올인'이란 선택과 집중을 발휘하는 상황, '현실적'으로 볼때 SK T1의 선택과 집중은 차라리 개인리그에게 나은 선택일 수도 있다.

하지만 팬들의 입장에서는 호락호락 받아들일 수 없었다. 지금까지 5년이 넘게 즐거움을 준 개인리그를 경시하는 발언, 그것은 차라리 '배신'에 가까웠다. 과거를 잊지못하는 팬들에게, 개인리그 절반의 불참은 충격과 분노다.



마재윤의 경우 또한 마찬가지다. 현실적으로 마재윤은 '2006년 최강의 게이머'이며, 이미 본좌라인의 계승자로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온게임넷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E-SPORTS의 중심, 온게임넷에서 0승 4패를 하다가 간신히 이번 시즌 처음으로 결승에 진출한 게이머다. 온게임넷에서 3회 우승을 하고, 다시 한번 우승을 바라보는 이윤열이 있는데, 마재윤을 본좌로 인정하기는 힘들다. 과거 '온게임넷이 전부'였던 시기, 그리고 자신들이 겪어온 힘든 노고들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처음으로 만들어진 '게임 방송국'이었고, 처음으로 '야외 무대'를 열었으며, 현 프로게임계를 연 주역인 온게임넷인데. 그런 그들에게 내일은 맵과 상관없이 '본좌 결정전'이라 말할 수 밖에 없다.



현실을 인정하면 모든것이 간단해진다.

하지만 인정하기 힘들다는 것, 머리로도 가슴으로도 정말 잘 이해가 된다.

동시에 그 때문에 일어나는 분쟁이 시끄러운 것도 사실이다. 열불나서 토하고 싶은 심정 이해가 된다.



마재윤 선수는 억울할 수 밖에 없다.
엄청난 성적을 남겼음에도, 누구나 인정하는 최강의 게이머 였음에도 '최강'이라 인정받지 못하며, 한번의 MVP도 수상하지 못한 이 선수, 억울할 수 밖에 없다.

이윤열 선수도 억울할 수 밖에 없다.
최강의 실력을 가졌을때 임요환의 위업에 가려 인정받지 못하더니, 아픈 과거를 극복하고 우승을 차지했으며, '우승자 징크스'를 깨고 결승에 도달했음에도.
우승해도, 준우승해도 고달프다.

김택용 선수도 억울할 수 밖에 없다.
신인 프로토스로 결승에 올랐다. 상대는 최강의 상대 마재윤이다. MBC게임 대 프로토스전 90%에 육박하는 승률을 가진 강민 선수를 꺽고 올라간 결승, 하지만 그는 소외받고 있다.

온게임넷의 처사도 이해가 간다. 왜 그러는지 따지고 보면 그럴듯 하다. 동시에 팬들의 성화, 그 다툼도 이해간다. 최강자를 좋아하기에, 본질적으로 이윤열 선수의 팬이면서 마재윤 선수의 팬인 나로써는 머리가 복잡하다.




모든 것이 이해가 되기에, 그래서 더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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信主NISSI
07/02/23 20:40
수정 아이콘
전 온겜의 포장능력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마재윤선수가 준우승을 하더라도, 그것으로 온겜은 최고의 포장을 할 겁니다.

그리고 엠겜의 결승은 아직 시간이 남았습니다. 온겜 결승이 끝나면 주목을 끌 겁니다. 마재윤선수가 이기면 그대로 '전설'을 이어가는 것이 될 것이며, 김택용선수가 이기면 우리는 '최고의 반전'을 보게 될 겁니다.

시기상 엠겜의 결승은 가려 질 것 같기는 합니다. 온겜은 프리마스터즈에 불을 붙일 것이고, 엠겜도 협회대회를 준비해야할 거구요... 슈파도 있겠죠...

그래도 결승은 누가 뭐라고 해도 결승입니다. 주목을 받기 싫어도 그렇게 될 겁니다.
하늘바다
07/02/23 20:41
수정 아이콘
마재윤선수팬들이 아쉬워하는 점은 알지만
온게임넷에는 로얄로드...첫 결승에 진출한 선수이죠
이제까지 많은 찬사와 감탄 충분히 띄워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온게임에서 우승하면 화룡점정이 될 것입니다.
준우승을 한다해도 충분히 띄워주고 담시즌이 또 있으니까요

최연성선수가 이미 그런적이 있거든요
블러디샤인
07/02/23 20:48
수정 아이콘
하늘바다 / 구구절절히 맞는 말이지만 굳이 토를 달자면
아쉬워하는게 아니죠 분노하고 있죠
그리고 생각해보니 내일 마재윤선수가 2경기를 내준다 하더라도 135경기를 따내면서 3:2로 승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듭니다
머랄까.. 마치 최연성 선수처럼 저그의 전성시대 테란 압살의 시대를 마재윤선수가 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지켜보면 알겠죠
패하고 모든걸 내어줄 것인가 스스로의 힘으로 모든걸 움켜쥘것인가
연성,신화가되
07/02/23 21:04
수정 아이콘
Sieg Heil, sAviOr !!!
My name is J
07/02/23 21:06
수정 아이콘
근래 제일 안쓰러운것이 바로 김택용선수입니다.
천신만고 끝에 이긴다해도...
혹은 많은 이들의 예상처럼 진다고 하더라도...주목받지 못할것 같아서 말입니다.

분명 그는 프로토스의 적통의 길을 밟아가고 있음에도..(그것이 온게임넷이 아니라는 것을 제외하고.) 엠겜의 무관심함과 팬들의 외면으로...그가 가진 스타성과 장래성이 너무 쉬이 묻혀버리는게 아닐까 합니다.
여튼 엠겜은 이번 결승을 어떤식으로든 기억에 남기고 싶다면 적어도 지금은 마재윤이 아니라 김택용에게 집중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미 심소명선수-로 충분히 보지 않았습니까...
07/02/23 21:48
수정 아이콘
김택용 선수 충분히 스타성이 있죠. 잘생긴 외모며 동족전의 제왕 강민 선수를 3-0으로 쓰러뜨린 실력이며 결승전 상대가 천하의 마재윤 선수인데도 저그가 상대하기 쉽다고 말하는 배짱이며...... 엠겜이 정말로 집중해야 하는건 김택용 선수라고 봅니다.
Revolution No.8
07/02/23 21:51
수정 아이콘
My name is J님//엠겜이 김택용 선수에 대해 무관심한게 아니고
엠겜에 대한 팬들의 집중이 온겜으로 많이 분산되었죠.
엠겜이 이번 결승에 무관심하다기보다는..
그냥 팬들의 관심이 온겜으로 쏠렸다고 보는게 맞을 듯 합니다.
이윤열 대 마재윤 매치업은 아무래도 스토리가 많으니까요 :)
07/02/23 21:57
수정 아이콘
인정 좀 하면 만사가 해결될 것을 눈 가리고 아웅을 하고 있으니 분란만 커지는 것이지요. 아웅~
Eye of Beholder
07/02/23 22:00
수정 아이콘
온겜을 보면서 어떨때는 로열로드 마케팅을 안하는 것 만도 다행이다..라는 생각도 들 정돕니다. 허허
07/02/23 23:39
수정 아이콘
이윤열 선수가 전체적으로 더 억울한 면이 큽니다. 마재윤 선수는 슈파라던가...적극적으로 밀어주는 대회라도 개최되었지만, 이윤열 선수는 그 당시...인정도 제대로 못 받고, 이 대회 저 대회 휩쓸고 다녔죠. 누가 그 선수의 독주를 밀어준 것도, 판을 깔아준 것도 아니고 말이죠. 그 시대에 인정 받지 못한 억울함을 이제라도 풀 수 있게 될까요?

마재윤 선수는, 지금 결승에서 이기기만 하면...모든 논란을 종식시키겠죠. 복잡하지만, 의외로...마재윤 편에서 모든 게 해결되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역시나...이윤열 선수죠.

이윤열 선수가 우승하게 되면...이제부터 시작이 되는 겁니다.
07/02/23 23:59
수정 아이콘
너무나도 좋은 글입니다.
이윤열선수, 마재윤선수 둘다 너무 억울합니다.

저는 Mars님 의견에 동의하는 입장입니다
마재윤선수는 우승하면 괜찮지만,
이윤열선수는 우승해도 준우승해도 지금보다 더한 가시밭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정정당당
07/02/24 00:16
수정 아이콘
저도 오늘부터 상당히 공격적으로 변하는데요.
나 참 웃기지도 않은것이 오늘 이윤열 선수가 슈파때 저그맵이란 발언가지고 또 까는데 그럼 낼 챔피언 결정전 하는 선수가 자신감을 가질수 있는 발언을 하지, 꼭 저번에는 내가 모자랐다라고 얘기해야 합니까. 마재윤선수가 지옥같은 준결승 치르고 발언할때 그 어느누구도 토달지 않았습니다. 반론할게 없어서 안 했을까요. 그건 선수의 자신감이자 의지이기때문입니다. 이건 도가 점점 지나치네요..
항즐이
07/02/24 00:35
수정 아이콘
아주 좋은 글입니다.

협회, 온겜, 엠겜, 마재윤, 그리고 이윤열 .. (김택용. ㅠ_ㅠ)
모두에게 참 힘든 순간입니다.

pgr에게도.



김택용 선수는 말투를 귀여움에서 좀 탈피하시는게..
생긴 건 멋진데.. 말투가.. 말투가..
XoltCounteR
07/02/24 01:05
수정 아이콘
참..온게임넷입장에선 정말 억울할만도 한게...
프로리그라는 컨텐츠 자체가 원래 온게임넷이 만든건데..
그걸 어느새 협회가 꿀꺽해서 중계권을 파니마니하고 있으니...

이판을 만든건 8할이 선수와 온게임넷(그리고 우리)이라고 저는 생각하는데...
G.s)TimeleSs
07/02/24 02:28
수정 아이콘
딴얘기지만-_-;.. 김연우님 글잘쓰시는건 예전부터 알고있었지만... 정말 읽을떄마다 느끼고 또 느끼네요. 굉장한 명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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