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
2007/02/23 16:29:56 |
Name |
소현 |
Subject |
만만디(慢慢的) |
제목 보고... 뭔가 싶으신 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모르시는 분은 검색 고고싱... [<-퍽]
만만디는 중국말입니다.
만만디, 한자로는 이렇게 씁니다.
慢慢的. 게으를 만이 두 번에 과녁 적 한 번... 여기서 과녁 적자는 물론 '보수적' '진보적'할 때 그 '적'이죠(쉽게 말해서 성향을 나타낼 때 쓰는 한자)
보시다시피 게으르고 게으르다, 행동이 굼뜨고 느리다...는
얼핏 보기에 다소 좋지 않은 뜻이지만,
제가 쓰는 만만디는 이런 뜻이 아닙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바로 만만디 정신이라는 겁니다.
아시는 분이 있으시겠죠.
만만디 정신이란,
대국답게 일을 천천히 느긋하게 합시다, 뭘 그리 서두릅니까.
이런 게 바로 만만디 정신입니다.
난데없이 게임 BBS에 왠 만만디냐.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여러 피지알러분들께서 지적하신 바와 같이
요새 피지알이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저 역시 논쟁에 가담했... 정확히 말하면 제 의견 툭 던지고 지나갔던 일이 한두 번이 아니죠. (혹시나 제 댓글 때문에 상처받으신 분들이 있으시다면 이 자리를 빌어서 사과하고 싶습니다. 물론 사과한다고 해서 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이제 내일이면 온게임넷 스타리그 결승전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주쯤 되어서 3월 3일이면 엠비씨게임 스타리그 결승전.
잠시 중국인의 입장이 되어서 제가 여러분께 묻고 싶은 것은 이것입니다.
뭘 그리 서두르십니까.
"?"이라는 반응을 보이실 분들이 눈에 선한 관계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말하듯이..)
아, 물론 스타리그 하루 남은 건 사실이죠.
뭐 하루가 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그리 짧은 시간은 아닌 건 맞습니다마는,
뭘 그리 서두르시고 뭘 그렇게 빨리 앞날을 예견하고,
뭘 그렇게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이다 그런 예측들을 그렇게 빨리 하십니까.
물론 예측하고 예견하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이죠.
하지만 그걸 그렇게 빨리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습니다.
좀 심하게 말해서 우리 일도 아닌데.
그 정도라면, 경기를 그냥 보고 즐길 준비가 되어 있다면,
누가 이길까, 그 예측은 한 시간 전, 아니 경기 시작 1분 전에 해도 충분하지 않습니까?
...중국인들의 세계관이 이와 비슷합니다(똑같다고 했다가는 비판의 여지가 심히 많을 것 같아서 이렇게 씁니다).
좀 나쁘게 말해서... 내 일이 아니면 상관하지 않는다.
내 일이 아니면 뭐가 어떻게 되든간에, 아무나 이겨라.
다만 뭐 누가 이기든지 하겠지.
개인주의적인 중국의 성향. 하나(一)로 압축해서 나타낼 수 있는 중국인의 성향.
바로 이런 면모입니다. 그런데... 단점이 당장 눈에 엄청나게 띄지만.
장점도 꽤 많죠.
가장 먼저 정신건강에 좋다고나 할까요.
그리고 여유가 있습니다.
성급하고 서두르지 않고, 급하지 않죠.
(혹시나 중국인의 사상이 뭐가 그리 좋냐고 "아무런 근거없이 중국인의 사상에 대한 비판을" 생각하시는 분들은 이 글을 끝까지 읽고 다시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자자... 여기에서 이런 분들이 계실 것 같습니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은 다 스타리그를 위해서입니다. 이렇게 논점, 문제점을 터뜨리고 지나가야 문제점이 수정되고 또 나아가서 스타판이 발전되지 않겠습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역시 빠른 행동이 좋지 않습니까?"
예 물론 백번 맞는 말입니다.
저 역시 그런 생각을 한두번 한 게 아니기도 하거니와(저는 급진적인 성향을 타고났죠)
그러한 지적은 반드시 사회에서 필요한 일입니다.
문제점이 있다고 그걸 수수방관만 할 수는 없는 노릇...
하지만, 제가 내린 두 번째 결론이자, 중국인들의 만만디 정신의 두 번째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느긋하게 기다립시다.
여유를 가지고, 좀더 다른 곳을 바라봅시다.
작게는 스타 뒷담화 엄옹님의 말씀에서부터 크게는 맵 밸런스까지,
지금까지 수많은 논쟁이 있어 왔습니다마는,
혹시나 논쟁을 하신 분들 중에서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신 적은 있는지요...?
혹시나 논쟁을 하신 분들 중에서...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어보고 내 의견에 이런 문제점이 있구나,
아 죄송합니다, 이런 건 제가 잘못했습니다마는, 이런 건 아무래도 이렇게 말씀하시는 게,
이런 건 이렇게 바뀌는 게 좀더 낫지 않았을까요- 하는,
자신의 의견과 다른 사람의 의견을 둘러보는 "여유"를 가지고 계신 분이 있으셨는지요...?
인간세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국회의원이 왜 서로 싸우고 서로를 그렇게 싫어합니까.
다 여유가 없어서 그런 겁니다.
물론 지나친 여유는 독이 됩니다마는,
자신의 의견과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해 주고,
자신의 의견을 급하게 관철시키려하기보다는 상대방의 의견을 듣고 이런 건 이런 문제가 있구나 이런 건 이렇게 하면 더 좋겠구나 하는 그런 여유가 있어야...
길게 보아서는, 그래야 대한민국의 통일도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좀 심하게 이야기해서,
맵 밸런스가 나쁩니다 하고 이야기를 해 봐야
결국 당장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부스걸 논란... 솔직히 저는 모르고 있습니다마는...
당장 논쟁한다고 해서 여러 사람들의 의식 구조가 그리 쉽사리 바뀔 수 있을까요?
해설위원들께 게임보는 눈을 키우라고 하시는 분들...
그 사람들이 게임 보는 눈을 안 키우고 현실에서 만족하리라고 생각하십니까?
김진태님, 조승연님, 변종석님, 김지영님, 송기범님, 그 외 맵퍼 여러분들... (이름이 기억이 안 나는 관계로;; 죄송합니다ㅡㅡ;;;)
김태형님, 엄재경님, 전용준님, 박상현님, 임성춘님, 이승원님, 유병준님, 김정민님, 그 외 여러 해설분들...
또 온게임넷과 엠비씨게임 관계자분들...
그 사람들이...
과연, 그 문제를 모르고 있어서 일일이 우리가 지적해 주어야 할까요...?
혹시, 논쟁하시는 분들 중에서 이 점을 간과하고 계신 분들이 있습니까...?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는 노력, 물론 중요하지만...
너무 자신의 세계에 빠지셔서, 다른 사람을 보지 못하시는 분들이, 혹시 계십니까...?
(쓰면서 제 자신을 철저하게 돌아보게 만드네요...)
물론 당장 바뀌면 좋은 거 많습니다.
당장 롱기누스2도 리그 초반에 바뀌었으면 어쩌면 더 많은 저그가 올라갔을 것이고,
MSL에서 마재윤선수 제외하고 죄다 탈락하는 일은 없었겠지요.
하지만... 현실성이 떨어지지 않습니까.
이상적인 것, 물론 좋습니다.
하지만 너무 이상만 추구하다가 현실을 외면하는 날에는...
과장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혹시 영상 보신 적 있습니까?
독일의 한 학생이 컴퓨터의 상대에게 무지하게 화를 내는 그 영상...
예 아주 소름끼치는 영상입니다.
아주 그냥 컴퓨터가 박살이 안 나는게 신기하다 이런 생각이 들 정도.
하지만...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 바로 그렇게 될 수도 있다, 이런 말입니다.
개혁은 현실성을 필요로 하는 법입니다.
아시겠습니까?
제가 왜 만만디에 관한 두서없는 잡설을 여기에 올리는지 아시겠습니까?
제가 볼 때, 이곳 피지알의 단점을 처방할 수 있는 길 중 하나는 이것이라고 봅니다.
(이 길만이 올바른 길이라는 말은 절대로!! 아닙니다!! 다른 방법도 많이 있겠죠!!)
만만디.
다시 한 번 상기시켜 드리자면,
만만디 정신의 핵심은 느긋하게, 서두르지 말고, 성급히 자신의 의견만 보지 말고,
여유를 가지고 다른 것을 포용할 수 있는.
그런 게 만만디의 핵심입니다.
중국, 면적 960만 제곱킬로미터에 55개의 소수 민족들이 모여사는 나라.
그런 나라가 어째서 공중분해되지 않고 한 나라, 중국이라는 나라로 통일이 되어 있을까요?
이런 소수 민족들이 모여 살게 되면 공중분해되기에 너무나 쉬운 요건을 갖추게 마련인데...
(게다가 개인주의적인 성향이라면 분해되건 말건 나몰라라 할 사람들이 또 많다는 이야기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어떻게 접착제 바르듯...?
저는 그 힘의 핵심을 만만디에서 찾습니다.
다른 민족도 너그럽게 포용성을 가지고...
돌봐준다고 하긴 좀 뭣하고...
어디보자... 적절한 용어가... 그래, 바로 그겁니다. 다른 민족을 자신의 품에 폭 껴안고 다른 민족을 존중해 주는 모습이라고 하면 적절할까요.
그러다 보니 다른 민족도 "굳이 독립하겠다고 해서 깨질 것도 없고 우리 모습에 그렇게 심하게 관여도 하지 않으니 뭐..."
이렇게 되는 것이죠.
바로 그 핵심이 포용성입니다.
아무튼 바로 그게 중국이 지금까지 한 나라를 이어 온 핵심입니다(물론 예외는 있습니다... "대신에 너 독립하는 날에는 박살날 줄 알아...")
여러 종족, 여러 생각.
또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피지알.
그리고 그 여러 사람들에게서 여러 가지로 나타나는 갖가지 생각들.
그런 사고방식을 좀더 좋은 의미의 "피지알스럽게"라는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여유를 가지고, 자신을 보고, 상대방을 보고, 장단점을 서로 파악해 가며,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을 살리는 그런 여론으로 만들어 가야 하지 않을까요.
오래 걸릴 것입니다.
특히나 우리 한국 사회처럼 스피드와 빠른 것을 좋아하고 중시하는 사회에서,
여유를 가진다는 의식을 확산시키기에는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하지만 그 상당한 시간이 걸려서 확산이 된다면,
확산이 되면, 피지알은, 우리 집은, 우리 나라는, 전세계는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겠죠.
그런 점에서 여러분들의 이 글에 대한 자유로운 의견을 바랍니다.
칭찬하셔도 좋고 비판하셔도 좋습니다.
여러분의 의견을 한번 묻고 싶습니다.
여러분들의 자유로운 의견을 보고 싶습니다.
그것이 비관론이건 낙관론이건, 비난이건 칭찬이건...
다만, "주제에 맞게"...
쓰면서 자유게시판으로 가야 하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여기에 올리는 게 좋을 것 같네요.
논쟁의 중심은,
게임의 논쟁의 중심은, 여기에서 벌어지지 않습니까.
여러분이 다 알고 계실 손자병법의 유명한 구절을 하나 소개해 드리고 마치겠습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니라!
(해설 : 상대방의 의견의 장단점을 알고 내 의견의 장단점을 알면, 어디에서나 더 좋은 의견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여러 사람에게 비난받지 않을 수 있습니다.)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