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te |
2007/09/20 04:45:48 |
Name |
항즐이 |
Subject |
[ Pgr Interview ] 삼성 칸 |
비가 시원하게 퍼붓는 날. 인터뷰 예정만 잡으면 예정팀이나 선수가 지곤 하는 Pgr 인터뷰의 저주를 미워하며 가뜩이나 지각까지 한 채로 삼성 칸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원래는 치킨이나 피자를 들고 들어가며 환영 좀 받아볼까 했으나, 인터뷰 직전이 식사시간이라고 하셔서 간단한 음료수만을 준비했습니다. (따로 책 선물을 드리기로 했습니다. 좋아하셔야 할 텐데.. )
삼성칸 팀은 곧 이사를 할 예정이었습니다. 원래는 추석 전에 이사를 하기로 했는데, 여러 사정이 겹쳐 조금 미뤄지고 있다고 하더군요. 많은 식구가 북적거리는 걸 보니, 어서 이사를 하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 좋은 환경, 좋은 일이죠.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바쁜 시간을 쪼개 인터뷰에 응해주신 김가을 감독님과 이창훈, 송병구 선수와 함께 둘러 앉아 편안한 자리에서 인터뷰가 시작되었습니다.
삼성칸 숙소에 도착. 이사 준비가 한창이었다.
Pgr
우선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김가을
네 반갑습니다.
Pgr
제가 아주 예전에 식사를 한 번 얻어먹은 적이 있는데, 기억 못하시죠?
김가을
정말요?
Pgr
그러니까 그게.. 아마 국일관에서 김감독님이 무슨 대회를 하나 드시고(^^;;) 쏘신 거 같은데..
김가을
아니 그건 7,8년전.. 그런 이야기를 어우~
이창훈 선수 웃음. 송병구 선수는 멀뚱멀뚱
Pgr
이창훈 선수는 국일관 알거고.. 송병구 선수는 모르시죠?
송병구
네.
이런저런 잡담 후, 본격적으로 인터뷰에 들어갔습니다.
바닥에 가까이 둘러 앉아 이야기하는 것은 약간은 서먹할 수 있는 분위기에 큰 도움이 되었다.
Pgr
저희가 Pgr은 물론이고 Team Liquid 와 칸갤 질문까지 최대한 구성을 해 봤습니다. 일반적인 질문이고, 팀리퀴드에서도 들어온 질문인데, 후기리그 맵이 저그가 좋다는 인식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이와 관련해, 전기리그에서는 송병구, 이성은의 강력한 원투 펀치에 팀플이라는 버팀목이 잘 조합되었는데, 저그라인의 상대적 약세를 걱정하는 팬들에 대해서 하시고 싶은 말은?
김가을
제가 봤을 땐 그건 맵 파악을 잘못하신거라고 봐요 (웃음) 전체적으로 테란맵이고, 아마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테란 쪽으로 많이 기울어질 거 같아요. 오히려 토스가 할만한 맵이 별로 없구요.
(주 : 인터뷰하는 본인도 저그맵이라는 인식에 물음표를 달고 있었다. 단순히 마재윤의 2패 때문이 아니라, 테란이 딱히 나빠 보이지 않는다는 인상이 강하게 들었다)
김가을
후기리그의 운영에 대한건.. 원래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 있었고, 저그 쪽도 인지를 하고 있었는데 그런 부분은 후기리그 들어서면서 연습시간을 오히려 늘려서 타이트한 일정으로 팀을 꾸려나가고 있기 때문에 잘 될거라고 생각해요. 저그 유저들에게 좀 더 주문을 하고 있구요, 선수들 본인도 연습량을 늘리고 있기 때문에 그 결과는 서서히 드러날 거라고 봐요. 그리고 무엇보다 송병구 선수는 맵을 안 탑니다. (웃음)
여전히 팀플은 강력하고, 잘 해줄 것으로 믿구요. 김동건 선수에게 기대를 걸고 있어요. 장용석 선수도 좀 기대를 하고 있고. 그 외에는 연습생 중에선 차명환 선수 등이 잘 해줄 거라고 생각해요. 결국 후기리그에선 좀 더 다양한 엔트리를 볼 수 있겠죠. 어제 비록 한 경기 지긴 했지만 오히려 도움이 되는 경기라고 생각해요. 용석이가 좋은 경기를 했고, 전체적으로는 큰 교훈을 얻지 않았을까 하고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요.
Pgr
하지만 어제 경기는 너무 아쉽게 졌다는 생각이.. 송병구, 이성은 선수 모두 이길 수 있는 경기였는데 말이죠.
(주: 인터뷰는 9월 19일에 이루어졌으며, 해당 경기는 18일 STX전을 말한다. 2:3으로 삼성전자가 분패했던 경기)
김가을
아 물론 그거야 그렇죠 (웃음) 그런데 하나하나 생각하고 아쉬워하고만 있을 순 없으니까요. 좋은 걸 생각해야죠. 아쉬움이 많이 남긴 하지만, 승부란 건 어쩔 수 없는 거고 선수들도 많은 걸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Pgr
아무래도 여러 인터뷰들이나 기사를 볼 때, 김가을 감독님을 "최초의 여성"감독이라는 점에 주목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오히려 주목해야 할 부분은 "젊은 감독"이라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젊은 감독이라는 점이 자신을 차별화 시키는 게 있다고 보시는지?
김가을
개인적으로는 그런 것들 보다는 게이머 출신 감독이라는 것이 가장 나 자신에게 와닿는 차이가 아닌가 싶어요. 선수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테란이 정말 밉거든요. (웃음) 별로 좋아하질 않아요. 저그 유저 입장에서는 테란이 싫을 수 밖에 없죠. 테란이라는 종족을 많이 안좋아하는 편이에요. (웃음)
Pgr
선수 시절에는 테란이고 뭐고 다 이기셨던 거 같은데 (일동 웃음)
열심히 타이핑을 치고 있는 anistar군. 송병구 선수의 눈길 때문에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앞에 보이는 것은 Excel로 응답자별 질문을 정리한 내용.
Pgr
송병구 선수에게 들어온 질문입니다. 워낙 모든 종족전에 강한 것으로 알려져있고, 실제로도 그렇습니다만 혹시 종족 별로 상대하기 까다로운 선수가 있다면 꼽아주실 수 있나요? 현역 선수에게 드리기 곤란한 질문이라 생각되시면 패스하셔도 됩니다.
(주 : 양준혁 선수의 경우, 어떤 현역 선수에게 약하다, 어떤 현역 투수의 공에 약하다는 말을 굉장히 아낍니다. 자신이 레전드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현역 선수이기 때문이죠)
송병구
아뇨. 그렇진 않구요. 토스는.. 영무. 저그는 재윤이형, 테란은 염보성 선수요.
Pgr
마재윤 선수에게 최근 진 경기들을 보면, 유리한 것 같은데 진 경기들이 많습니다. 팬들 입장에서는 왜 질까 하는 생각도 들구요. 물론 마재윤 선수가 잘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본인이 생각하기에는 어떤가요? 유리한 게임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아니면 팬들의 시선과는 달리 그냥 밀리다가 졌다고 느껴지나요? 그리고 그런 것들 때문에 마재윤 선수를 만나면 껄끄럽다거나 위축되는 점은 있나요?
송병구
게임하면서 유리하다고 느끼게 되는데, 점점 하면서 불리해지는걸 느껴요. 좀.. 말린다고 해야 하나. 그런데 특별히 재윤이 형이라고 신경쓰고 게임하진 않아요.
Pgr
송병구 선수의 플레이를 보고 있으면, 어떤 특별한 하나의 장점을 위해 노력하는 선수라기 보다는 단 하나의 단점도 허용하지 않기 위해 애쓰는 선수처럼 보이는데.. 본인도 정말 그런 마음으로 게임을 해 나가는 건가요?
송병구
연습할때 당연히 이기기 위해 노력하는데, 특별히 단점을 보완하려는 생각을 갖고 하는 것은 아니에요. 단지 이기기 위해서 자꾸 연습을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되는 거 같은데 특별히 뭘 더 해야겠다. 뭘 잘해야 겠다 그런 생각은 없어요. 이기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겠지만.
Pgr
오히려 그 말을 들으니 더 그런 생각이 드는데 (웃음) 올라운드 플레이어 같다는 생각이 든다. 거대한 공룡처럼, 단점을 찾기 힘든 존재.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 본인도 그런 이미지에 스스로를 맞추려고 하는 의도가 있는 건 아닌지?
송병구
절대 없어요. (단호하게)
Pgr
하지만 속설로는 송병구 선수가 자진해서 그 공룡 옷을 입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웃음) 두 번이나 그런 사진이 나갔는데
송병구
전 안그랬는데.. 그냥 입으라고 해서..
김가을
아 그건 제가 그렇게 밝힌 건데, 이미 기사가 나간 상태고, 수습할 순 없으니까 최대한 본인이 긍정적으로 즐겼다고 발표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죠. 사실 거절을 워낙 못하는 성격이어서, 병구 입장에서는 딱히 다른 의도가 있진 않았어요.
Pgr
그렇군요. 약간 아쉽기도 합니다. 워낙 잘 어울리는데 (웃음)
이창훈 선수에게 묻고 싶은 건 아무래도 팀플이겠죠. 후기 팀플맵에 대한 팬들의 의견은 주로 전략형 맵이다 라는 것인데, 어떻게 보고 있는지?
이창훈
맵이 두 가지가 있잖아요. 성안길 같은 경우는 좀 다양한 경기가 많이 나왔어요. 그런데 앞으로 시간이 갈 수록 똑같은 경기가 나올거 같아요. 팀플에서 전략을 쓰기 위해서는 정찰이 좀 늦어질 수 있어야 하고, 그 시간동안 상대를 속여서 전략을 써야 되는데, 성안길 처럼 본진의 공중거리가 가까운 경우는 시작부터 다 보고 하게 되니까 전략 보다는 상대방의 빌드에 잘 대응하는 방법으로 경기를 해야만 해요. 오버로드로 상대를 보자마자 크게 갈렸다는 걸 느낄 수 있는.. 물론 그걸로 게임이 끝난다고까지 할 수야 없지만 흔히 말하는 빌드빨이 큰 맵이 되죠.
선수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렸지만, 후기리그 맵은 오히려 좀 단조로울수도 있다고 봐요. 성안길 같은 경우는 앞서 말한 이유때문에 팀플만의 경기 스타일을 좀 많이 벗어난다는 느낌이 들구요. 정말 빌드만 한 번 잘 맞으면 개인전만 연습한 선수가 나와도 어느 정도 해 줄수 있는 요소가 있기 때문에 저 개인적으로는 반기지 않죠. 이기고 지고를 떠나서, 정말 맘에는 좀 들지 않는..
Pgr
그럼 예전 DMZ 같은 경우는 어땠나요?
이창훈
DMZ는 진짜 극초반에 정찰이 되어버려서 그걸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갈려버린 경우구요. 성안길은 그것보다는 러쉬거리가 멀기 때문에 초반에 끝나진 않지만 빌드 선택에 따라 3분 이내에 분위기가 서로 달라지는 경우가 많죠. 시청자 입장에서는 잘하고 못하고에 따라 경기가 다르게 나타난다고 보실 수 있지만, 선수 입장에서는 시작하자마자 이기고 지는 결과가 보일 수도 있죠. 머리싸움을 하는 것에 따라 좀 달라질 수는 있지만 앞으로 지루한 맵이 될 가능성이 많다고 봐요.
Pgr
잘생긴 선수로 통하는데, 아직도 본인이 삼성칸에서 가장 잘 생긴 선수라고 생각하는지? (웃음)
이창훈
저는 그렇게 생각해 본 적도 없고, 그렇게 이야기한 적이 없는데.. 왜 그런 말이 나오는지.. (꽤나 심각하게)
장난으로라도 전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아요.
Pgr
잘생겼는데..
(웃음)
역시 두 선수 모두 잘 생겼습니다. 음료수를 좀처럼 드시지 않아 미움받는 것인가 긴장하기도 했습니다. ^^;
Pgr
김가을 감독님 혹시 전기리그 우승 후 남자친구분으로부터 특별한 축하의 인사 들으신 게 있다면? 평소에도 경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시는 편인가요?
김가을
그냥 축하한다고 한 마디 하더라구요. (웃음) 평소엔 제가 경기 지면 짜증내고 그러니까 별로.. 사실 저랑 만나기 전에는 저희팀에 누가 있는지도 잘 몰랐고, 그냥 토스를 좋아해서 박정석 강민 좋아했구요. 이제 송병구 좋아하고..
Pgr
여쭙기 다소 어렵습니다만, 지금의 그 분을 좋아하시게 된 이유라면?
김가을
(웃으며) 아, 정말 선수들 앞에서 이런 이야기 하려니 쑥스럽네요. (일동 웃음) 그냥 뭐.. 사실 처음에는 소개팅으로 만났는데, 제가 연락을 안했었어요. 그냥 예의상 나중에 문자 보내고 그랬는데 아마 2005년 그파 끝나고 2006년초에 연락을 드렸어요. 어떻게 하다가 우연히 다시 만나서 보니까 인상이 참 좋더라구요.
Pgr
네. 사실 이런 개인적인 질문이 들어오는 것도 김가을 감독님이 거의 독보적이라고 볼 수 있는데 (웃음) 아무래도 여성 감독님이시니까.. 또 다이어트에 대한 질문도 있고.. 체중을 유지하시는 비결이라면?
김가을
(재빨리) 감독하면 빠집니다.
(일동 웃음)
김가을
살 빼고 싶으신 분들은 감독 하세요. 딱딱딱 빠집니다.
저는 술도 못먹거든요.
다이어트의 비결은 감독!? 많은 스포츠 감독들의 말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 하다. (예외 : 선동열 감독)
Pgr
송병구 선수는 허영무 선수에게 약하다는 이상한 이야기가 있는데, 정말인가요? 최근에는 극복했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극복을 해야할 정도의 상대인가요?
송병구
(아무렇지도 않게) 요즘에는 많이 나아졌어요.
예전에는 더 많이 졌죠. 그리고 원래 제가 연습할 때 영무 뿐만이 아니라 승률이 그다지 좋지 않아요.
Pgr
그건 참 믿기 힘든 이야기네요. 절정의 기량을 뽐내고 있는 송병구 선수가.. (웃음) 네. 전반기에 개인리그 두 대회 모두 상위 입상을 하면서 양대리그 우승까지 바라봤는데, 아쉽게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프로 선수들과 이야기를 해 보면, 진짜 실력이 물이 올랐을 때 자신감이 넘치고 플레이가 잘 되는 이른 바 "우승 할 것 같은 느낌"이라는게 있고 그 타이밍을 놓치면 정말 힘들어진다는게 일반론인데, 어떤가요?
송병구
네, 저도 전기리그에서 그런걸 느꼈는데.. 아직도 그 느낌이 없어지지 않았어요. 우승 못하면서 약간 흐려지기는 했는데, 여전히 그런 느낌을 갖고 있으니까 후기에선 도전해 보고 싶어요.
Pgr
반가운 대답이군요. 꼭 좋은 성적 있기를 기원하겠습니다.
이창훈 선수의 경우, 이제 누가 뭐래도 팀의 중심이 되는 고참 선수입니다. 또 나이가 많다기 보다는 오랫동안 프로게이머로서 활동해 왔는데, 후배 게이머들을 보면서 이런 것 만큼은 깨우쳤으면 한다고 바라는 점이 있을 것 같아요.
이창훈
음.. 하아.. (굉장히 고심하면서) 어떻게 보면 팀 동생들에게 좀 미안한 말이 될 수도 있지만.. 경기가 진 날 있죠. 팀이 진 말 말예요. 그런데 팀이 진 날 이겼던 선수들 있잖아요. 그 선수들은 팀이 졌는데도 자기가 이겼기 때문에 별로 아쉬워하지 않아요. 아쉬움이 좀 덜하죠. 또 진 선수들은 반성하고 자기가 진 경기 내용에 대해서 어떤 점을 반성하고 무슨 문제가 있는지를 찾아내야 하는데 잘 그러지 못하는 거 같아요. 생각을 하더라도 보통 자기가 운이 나빠서 졌다고만 생각하는 식으로 경기 내에서의 사소한 것들에 대해서만 생각이 많고 .. 제가 볼 땐 경기 하나하나는 누구라도 프로게이머 수준에선 질 수도 있고 이길 수도 있는데, 그것보다는 경기 외적인 문제가 중요하거든요. 졌을 때 자기의 연습 상태라던가 준비라던가 평소 생활이라던가 이런 걸 생각해 봐야 하는데 그런 생각을 하기가 힘든 것 같아요.
(주 : 실제로 프로게이머들은 수많은 승리와 패배를 경험한다. 프로게이머들이 흔히 하게 되는 나쁜 자기 위안 습관은 빌드빨, 운이 없어서, 말려서 등이다. 물론 패배를 마음깊이 담아두는 것은 트라우마가 되기도 하지만, 반성없이 머무르는 것이 관성이 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을 수 많은 스포츠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사실이다.)
김가을
이런건 사회생활하는 모든 사람이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선수들한테 요구하지만 저도 못하는게 많거든요. 결국은 본인이 깨달아야겠죠. 그런 부분이 중요하다고 봐요.
Pgr
아무래도.. 어린 게이머들에게는 프로로서 게임을 해야 하는 이유를 이해시키는 것이 쉽지 않다고 봅니다. 실제로 많은 재능있는 게이머들이 동기부여가 제대로 되지 않아 꽃피우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감독님이 선수들에게 동기부여하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김가을
사실 저는 평소에 그런 이야기를 자주 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저 역시 게이머를 해 봐서 아는 거지만, 막상 아무리 얘기를 해도 못 알아듣는 때가 있거든요. 어린 나이에는 그런 때가 있어요. 그 후에 경험을 하면서 깨닫게 되는 나이라는게 또 있고 그러니까, 기존 다른 선수나 저의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를 해주기도 하죠. 그렇지만 역시 본인이 직접 경험을 해 나가는게 가장 좋은 거라고 봐요.
Pgr
김가을 감독님은 스타 플레이어를 보유하지 않은 상황에서 삼성칸 팀을 우승시켰고, 송병구, 이성은, 박성훈 선수 등 유명하지 않던 선수들을 성공시켜왔는데 방금 말한 대로 껍질을 깨고 말 그대로 깨어날 때 큰 보람을 느낄 것 같아요.
김가을
저의 보람이라기 보다는.. 제가 어떻게 해 줬다기 보다는 선수 본인의 노력이 더 컸다고 봐요. 아무리 옆에서 불경을 왼다고 해도 본인이 깨닫지 못하면 소용이 없으니까요. 또, 본인이 깨달아야지만 더 오래가고요.
Pgr
이미 훌륭한 팀을 이끌고 계신 감독님에게 좀 무례한 질문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만약 팀이 약했던 시절, 프런트가 적극적으로 나왔다면 대형선수를 외부로 부터 영입하려는 생각을 하셨을지?
김가을
음.. 그랬어도 영입은 안 했을거 같아요. 사실 팀을 처음 창단할 때, 규정 상 팀원 수가 부족해서 영입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전 기본 전제로 뭘 제시했느냐 하면 자기 자신의 컬러가 강한 선수보다는 삼성팀이 내 팀이다 라고 여길 수 있는 선수, 삼성에 와서 앞으로 함께 삼성의 팀컬러를 만들 수 있는 선수를 초이스했거든요. 아마 그 당시에 여력이 있었더라도 영입은 하지 않았을 거 같아요.
팀에 대한 생각을 밝힐 때 거침이 없고 분명한 김가을 감독.
팀에 대한 신념이 없는 우승팀 감독이란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Pgr
이건 좀 재미있는 질문인데, 삼성칸 갤러리 분들이 칸갤이 생긴건 알고 있느냐는 질문을 해 오셨어요. 혹시 알고 계신가요?
김가을/송병구/이창훈
알죠.
김가을
사실은 제가 선수들에게 자제하라고 시킨 거에요. 갤러리 생겼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 봤더니 이미 선수들이 몇몇 인증을 했더라구요. "이것들이 연습도 안하고!" (웃음) 이라고 하면서 좀 자제를 시켰죠.
Pgr
삼성칸 팀은 유명 선수 없이 내부에서 선수들이 성장해서 우승까지 한 팀이고, 더욱이 어떤 한 개인의 선수 보다는 전체적인 성장이 눈에 띄는 팀입니다. 다소 독특한 스타일이라고 보여지고, 그래서 그런지 외부에 좀 알려지는 모습이 부족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김가을
그런부분은 사실 크게 걱정은 안 해요. 제 자랑같지만 저희 선수들에게 다른 팀이나 방송국, 기자 분들도 착하고 순수하다는 얘기를 많이 하세요. 기본적으로 선수들이 인성이 훌륭하게 완성된 선수들이고, 생활부분에서도 크게 문제 일으킨 적이 없어요. 아직 저희 선수들이 외부에 자신들의 모습을 많이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재밌는 캐릭터의 선수들이 많아요. 그래서 리얼 스토리도 제가 오케이 했는데 저희팀의 재밌는 컬러를 보여주고자 한 거거든요. 저희 팀을 계속 보시면 재밌는 선수들을 비롯해서 많은 걸 보실수 있을 거에요.
Pgr
그렇지 않아도 리얼스토리에 송병구 선수의 많은 출연을 부탁한다는 글이 올라왔는데. (웃음)
김가을
송병구 선수는 평소에 말도 적고 게임을 많이 하는 선수라....
송병구
저를 많이 안 찍어줘요. (다들 웃음) 자꾸 다른 사람들한테 가려져요.
(주 : 이미 끝났을 지도 모르지만 리얼스토리 PD님, 숨어있는 송병구 선수를 찾아주십시오 ^^)
조용하고 침착한 송병구 선수. 걱정과 달리 인터뷰에 잘 응해 주셨습니다.
Pgr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이창훈 선수는 팀내의 고참 선수인데 팀 생활 가운데 여러가지 것들에 대해서 동생인 게이머들에게 솔직하게 직언을 하는 편인가요? 팀 고참들이 다들 각 팀에서 팀 선수들을 독려하고 이끄는 캐릭터라는게 다른 법인데요.
이창훈
저는 직언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제 성격이 뭐랄까.. 제 맘에 안들면 좀 많이 그러거든요. 음.. (주 : 말이 오해를 부를까봐 상당히 신중한 편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판단했을 때 이건 아니다 싶으면 좀 심하게 이야기하는 편이에요. 어느 선수에게든 그래요. 스스로도 좀 심했나? 할 때도 많긴 한데, 못 볼거는 못 보는 스타일이에요. 이렇게 이야기를 해서 조금 멀어진 선수도 있는데.. 이야기를 하다보면 나이 어린 선수들은 피해요. 저에게 말도 안 걸고 그러는데, 또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느끼나봐요. 시간이 지나면 다시 사이가 좋아지거든요. (웃음) 아 나이가 들어야 철이 드는구나.. 그런 생각을 해요. 저도 그랬으니까요.
Pgr
친한 사이로 알려진 김정민 해설과 비슷한 면이 있는것 같네요.
김가을
정민이는 해설되고나서 사람이 훨씬 부드러워졌죠 (웃음)
Pgr
팀플마스터 인데, 후기리그에서도 그 자존심을 지킬 자신이 있는지? 또 개인전에 출전할 계획은 없는지?
이창훈
팀플은.. 제가 시간이 지날수록 승률이 올라가고 있거든요. 또 제 가장 큰 자존심이자 스스로 제 가치를 증명한다고 생각하는 점이, 데뷔 이후로 승패를 따져 보았을 때 매년 항상 승이 패보다는 많았거든요. 그게 제 스스로에겐 가장 큰 재산이에요.
리그가 시작되면 맵 파악부터 시작하고, 승을 어떻게든 많이 쌓자고 생각해요. 리그 초반에 좀 집중하는 편이고, 나중에는 팀 성적에 맞춰가려고 생각해요.
개인전에 있어선.. 저는 프로이고 팀에서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팀에 속해 있다는 사실이 제게 중요하죠. 제 몸값은 물론이고 팀을 위한 제 몫을 해 줘야 하니까요. 팀 자체도 프로리그 중심 체제이기 때문에 팀이 필요로 하는 곳에 가야 하는게 옳다고 봐요. 팀이 원하는 곳이 제가 가장 잘하는 팀플이라면 그걸 하는게 옳겠죠.
물론, 지난 리그에 아쉽게 못나갔지만, 감독님이 허락해 주시면 나갈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사실 팀내에서 랭킹전 하면 반 이상은 이기고 있거든요. 사람들이 감탄할 만한 경기는 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하니까 선뜻 하겠다고 하긴 어렵지만, 언제든지 자신은 있고 또 욕심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제 욕심은 개인전에 관한 것 보다는 팀의 우승이 우선이에요. 거기에 맞추기 위해서는 제 몫부터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Pgr
송병구 선수가 식탐이 있다고 하던데, 정말 먹는 걸 굉장히 좋아하는 편인가요? 본인은 좋아하지 않는 것 같은데 어쩐지 이런 것도 다 공룡과 어울리네요. (웃음) 죄송합니다.
송병구
예전에 대회날 저녁 경기면 아침 안 먹고 나간 적이 몇 번 있었는데, 왜 아침밥 안 먹으면 머리 안돌아간다고 하잖아요. 정말 머리가 어지럽더라구요. 그래서 잘 챙겨먹다보니 그렇게 된 거 같은데, 요즘은 결승전 이후로는 조절하면서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딱히 많이 먹는다고 생각은 안하는데..
김가을
송병구 선수는 먹을 때 많이 먹어요. 간식 같은 건 별로 안먹고, 먹는 거에 비해서는 살은 잘 안찌는 편이죠.
Pgr
한때 체중관리가 화제가 되었었는데, 요즘도 운동 열심히 하고 있나요?
송병구
요즘은 시간 날 때마다 운동을 다녀요. 한 번 가면 1시간 넘게 운동하구요.
노트북을 흘끗~ 보는 송병구 선수. 음성녹음도 했기 때문에 절대 조작하지 않았답니다~^^
Pgr
팀리퀴드에서 온 질문인데요. 프로리그 등에서 멋진 저그전을 보여주었었고, 최근 천하제일스타대회에서 저그전을 승승장구하다가 이제동 선수에게 패배하고 말았는데, 아쉬운 1:2 패배에 대해 무슨 사연이라도 있나요? 팬들이 궁금해 하는 군요. 분위기가 좋았다가 떨어져서 그런 것 같은데..
송병구
상대전적은 제가 좋아요. 아마 그 경기가 프로리그 결승 후 며칠 뒤라서 연습 안하고 두 게임인가 하고 대회를 나왔어요.
김가을
그건 제동이도 똑같지. 그렇게 얘기하면.. (일동 웃음)
사실 제가 그때 경기를 봤는데요. 토스 종족 특성 상 어쩔 수 없다고 봐요. 저그가 최대한 정찰을 허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올인을 쓰는건 그거까지 다 대비하면서 운영할 수가 없거든요. 제가 봤을 때는 토너먼트라기 보다는 종족 특성 같아요.
아 이런거 다 핑계야 핑계! (웃음)
(주 : 어쩌다 보니 이야기가 핑계처럼 되는 듯 해서 송병구 선수와 김가을 감독님이 매우 걱정하셨습니다. 당연히 승패는 실력의 결과물이고 아무도 그것을 부정하는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다만, 좋은 분위기에서 승리를 이어가지 못한 요인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고자 한 것이므로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고 하셨습니다.)
김가을
실력으로 졌어요!!!! (일동 웃음)
송병구
전 제가 저그전 못한다고 생각 안해요. 방송 경기에서 테란전 성적이 좋게 나와서 그렇지 연습때는 저그전을 더 많이 이기거든요. 연습할 때는 테란한테 거의 못이기는데 대회에선 반대로 나와서..
Pgr
현실적으로 봤을 때, 개인타이틀은 아직 갖추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2연패를 달성한 김택용 선수에게 견주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라이벌이라고 불릴 때도 있는데, 김택용 선수와 비교당하거나 라이벌 구도가 되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송병구
비교당하는게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음, 비교하시니까 저도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제 생각에 저는 택용이가 하는 건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제가 할 수 있는 어떤 것들을 택용이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Pgr
그렇군요. 계속 이야기를 이어가자면, 스타일이 좀 다르죠. 김택용 선수보다 화려하지는 않아도 좀 안정적이라는 평가도 있는데, 본인의 스타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김가을
굉장히 유연한 프로토스죠. 상대의 전략이나 플레이에 대한 대응이 모든 선수 중에 가장 유연한 것 같아요.
송병구
연습을 많이 하다보면 이런 상황이 나왔을 때 안 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나가는데, 대회 때 그런 상황이 나오게 되면 연습했을 때의 상황을 다시 생각해 배는 거죠. 준비가 잘 된 경기에서는 항상 그런게 잘 생각이 났어요. 그래서 바로바로 대응할 수 있었던 거 같고 많이 이기게 된 거 같아요.
연습벌레인 송병구 선수. 다른 질문 보다는 확실히 게임에 관한 것들에 시원시원하게 대답합니다. ^^
Pgr
네, 그야말로 Practice makes perfect로군요. 많은 게이머지망생들에게 귀감이 될 만한 대답입니다.
이제 좀 쉬어가는 의미로 색다른 질문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김가을 감독님께 어떤 분이 자신을 기억하냐는 질문을 하셨네요. 고양이혀라는 분인데, 치어풀 이벤트 당첨으로 받기로 되어있던 최인규 선수 싸인을 받지 못했다고.. 연락을 주고 받았었다고 하시네요.
김가을
아, 네 기억하고 있어요. 지금이라도 연락주시면 제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