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에 이어
3. 미국
뉴욕은 역시 고층빌딩의 도시입니다. 무수히 많은 고층빌딩이 숲을 이루고 있는 장관은 오직 이곳 뉴욕, 정확히 말하면 맨해튼에서밖에 볼 수 없는 풍경입니다. 브루클린 브릿지에서 바라보는 야경은 정말 아름답기 때문에, 이곳은 언제든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입니다. 모두 이곳에서 맨해튼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죠. 거리를 메우는 노란택시도 뉴욕이란 도시의 독특한 풍경입니다. 한편 바닥에 고여있는 지저분한 물, 불쾌한 냄새, 그리고 정말 지금까지 아시아와 유럽에서 타봤던 모든 지하철 중 최악의 지하철... 모두 뉴욕의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과거 9.11테러로 무너진 세계무역센터가 있던 자리에는 새로운 무역센터가 들어섰는데, 21세기 감성의 유리건물입니다. 이곳의 전망대가 유명한데, 엘리베이터를 타면 VR마냥 엘리베이터 4면이 영상화되서 1600년대부터 오늘날까지의 뉴욕역사를 재미있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영상의 클라이막스는 꼭대기에서 바라보는 뉴욕의 시내전경인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영상에서 보았던 바로 그 풍경이 실제로 그대로 드러납니다. 연출이 꽤 센스있습니다 (역시 할리우드 갬성). 이 건물 옆에는 9.11 당시 희생된 사람들을 기리는 거대한 추모관이 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와서 묵념하거나 헌화를 합니다.
뉴욕이 또 한가지 유명한 게 있다면 역시 브로드웨이입니다. 수많은 연극/뮤지컬 배우들이 브로드웨이에서 성공하는 걸 목표로 하죠. 그런데 그 명성에 비해서는 소박한 거리입니다. 극장시설이나 크기도 막 휘황찬란하거나 웅장한 걸로 기대했지만, 약간 과장하자면 대학로와 비슷했습니다. 이곳에서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감상했습니다. 이미 휴잭맨이 주연한 영화 레미제라블을 본 적이 있었는데, 실제 뮤지컬 공연을 보니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제 옆에도 혼자 온 분이 On my own 곡이 나올 때 아주 오열을.... 크크. 여하튼 지금까지 봤던 뮤지컬 중 최고봉이었습니다. 이게 브로드웨이다아아~~!를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한편 거리에서 의외로 스페인어가 주구장창 들리는데, 뭐 서부나 텍사스라면 모를까 뉴욕도 이럴줄은 몰랐습니다. 그만큼 히스패닉이 미국사회에 깊숙히 스며들어있다는 것이겠죠.
또 한가지 인상적이었던 미국식 국뽕. 다른 게 아니고 여기저기 성조기가 안꽃혀있는 곳이 없습니다. 월스트리트 쪽에 가면 더욱 더. "디스 이즈 아메뤼카~~~!"를 시전하는 듯 했습니다.
워싱턴에서 인상깊었던 것은 당연 국회의사당이었습니다. 이곳은 워싱턴 DC에 있는 미국의 관공서 중 가장 크고 화려한 건물입니다. 이곳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은 어쩔 수 없이 그 크기와 화려함에 압도당할 수밖에 없는데, 그만큼 미국에서는 의회가 국가의 최고주권기관이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하겠습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바로 미국 정치이념을 몸소 보여주는 컨텐츠에 있습니다.
무료 가이드투어를 신청했었는데, 30분 정도 줄을 서고 나니 가이드가 IMAX 규모의 상영관으로 저희를 안내해주었습니다. 그곳에서 보았던 20분 남짓의 영상물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영상은 먼저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시작합니다.
"무엇이 이들을 하나로 묶는가?"
수많은 인종, 다양한 문화, 각기 다른 사고와 생활양식을 가진 개인들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면서 살까? 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미국에 사는 다양한 인종들, 미국을 구성하는 다양한 주(STATE)들을 보여줍니다.
영상은 그에 대한 답으로 "DEMOCRACY"를 제시합니다. 그리고 영상은 미국이 그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한 여정을 짧지만 강렬하게 보여줍니다. 미국의 독립전쟁, 그리고 미국의 남북전쟁, 1차 세계대전, 2차 세계대전....그리고 가장 60년대의 흑백차별폐지까지...."자유의 증진과 확산"을 위해 미국이 걸어온 길에 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개인들의 자유를 지키면서 부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일에 중심에는 늘 의회가 있었다는 점을 보여주면서 의회, 즉 상원과 하원의원들이 무슨 일하고 각 위원회가 어떻게 일하는지 짤막하게 보여줍니다.
또한 미국 의회가 독립 이래 지금까지 통과시킨 주요 법안들을 각 시대에 맞는 빼어난 영상과 함께 보여줍니다. 대략 1700년대 말부터 2014년까지 미의회가 통과시킨 법안들을 쭉 나열하는 걸 보니 미국이 정말 오래된 나라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솔직히 우리는 역사가 불과 60년밖에 되지 않는 신생국가죠.... 미국은 단일정부주체가 1700년대부터 지금까지 쭈욱 내려온 국가이니....)그리고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그 영상의 말미를 장식하는 말이었습니다.
이 모든 훌륭한 업적 중심에는 바로 "당신이 있었다."
당신이 행사하는 한 표가 이 나라의 민주주의, 나아가 이 부강함에 기여한다는 것입니다. 영상이 끝나고 나서 가이드는 저희를 구석구석 구경시켜줬는데 또 인상 깊었던 것은 국회의사당의 돔 내부였습니다. 이 장소는 "자유의 신전(Temple of Liberty)"라 불리는 곳인데, 이곳에는 미국 역대 대통령의 흉상이 비치되어 있고 그 가운데에는 돔으로부터 자연광이 내려오는 원형의 넓은 공간이 있습니다. 이곳은 주로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 사용된다고 하는데, 특히 국장(State Funeral)이 있을 때 사용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국가수반뿐만 아니라 무공은 세운 장군, 과학자 등 나라에 큰 기여를 했다고 판단되는 개인들도 이곳에 모셔질 자격을 갖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국장을 치르고 난 후 관은 이곳에 모셔지고 사람들이 참배할 수 있게끔 한다는군요. 해당 대상자에게는 정말 엄청난 영광이 아닐 수 없습니다.이렇게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을 지탱하는 이념에는 '자유와 명예'의 의식이 깊이 박혀 있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미국의 민주주의와 자유이념이 실제 행위와 얼마나 일치되는가와는 별개로...) 어쨌든 미국은 오래되었으며 부강한 나라고, 그 중심에는 의회, 그리고 시민이 있었음을 알게 해준 좋은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4. 영국
런던은 분명 유럽입니다. 그런데 묘하게 유럽 같지 않은 도시입니다. 분명 도버해협만 건너면 프랑스가 있는데, 런던과 파리는 아주 다른 도시입니다. 사실 뭐랄까 미국스러운 분위기가 있다고 해야 할까요. 사실 어떻게보면 미국이 영국스럽다고 해야겠지만. 말로 뭐라고 설명해야될지 잘 떠오르지 않지만, 하여간 대륙(유럽)과는 다른 묘한 분위기가 있습니다.
아무튼 런던에서 좋았던 것은 공원이었습니다.
한 때 스모그 때문에 고생했다는 도시라고 하는데,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아주 맑고 깨끗한 공기를 자랑합니다.
드넓은 공원과 자전거 타고 다니는 사람들, 잔디에 돗자리를 깔고 여유롭게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
웨스트민스터는 영화와 책에서 보았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웅장한 고딕양식의 건물. 그리고 높은 시계탑. 처음 런던에 도착해서 저녁에 빅밴을 봤을 때 "아 드디어 내가 이곳에 왔구나" 하는 묘한 쾌감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이곳이 민주주의의 발상지라고 하는데, 그렇다고 하기에는 다소 어색한 모습이었습니다. "고전주의" 양식에 익숙해져있어서 그런지 "고딕양식"의 건물이 민주주의의 장소로 이용되는 게 왠지 깨림칙한 느낌?
웨스트민스터 사원은 Cathedral(대성당)이 아니라 Abbey(사원)라는 게 놀라웠습니다. 규모로 보면 분명 대성당으로 봐야할텐데...아무튼 이곳은 노트르담대성당과 같은 건축양식으로 성공회의 상징인 장소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예식의 거의 모든 면이 가톨릭과 유사했습니다. 성공회가 개신교로 분류되는 유일한 이유는 교황에 종속되어 있지 않다는 점밖에 없다고 느낄만큼. 성가대가 부르는 성가는 파리 노트르담에서 들었던 것과 거의 유사했습니다.
대영박물관은 도대체 뭐가 그리 대단한지 잘 와닿지 않았습니다. 세계3대 박물관 어쩌고 저쩌고 하던데, 루브르에 비하면 소박하고 아담한 규모. 그리고 대영박물관이 아니라 그냥 "이집트박물관"이라고 하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잠시 해봤습니다.
피쉬 앤 칩스는... 뭐 나쁘지 않지만, 이걸 이 돈 주고 한국에서 사먹을래?라고 하면..... (....)
어차피 현지사람들도 대부분 인도요리, 그리스요리, 중국요리를 즐긴다고 하네요. 저도 대부분의 끼니는 차이나타운에서 해결했습니다. 그리고 어쩌다 런던정경대 다니는 선배가 그리스식을 사줬었죠.
런던은 뉴욕과 마찬가지로 뮤지컬이 유명하며 브로드웨이에서 하는 대부분의 공연을 볼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도 레미제라블을 봤는데...브로드웨이보다 연출이 좀 더 화려했지만 가창력은 브로드웨이가 나았던 거 같습니다.
트라팔가 광장에 가면서 대영제국의 위용을 잠시나마 체험할 수 있습니다. 나폴레옹을 이겼다는 자부심이 곳곳에 석상, 기념비, 건물 등을 통해 볼 수 있고, 한 대로를 쭉 가다보면 2차세계대전 관련 자부심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왕실이 위치한 윈저궁에 가면 사람들이 근위병 교대식을 구경하기 위해 모여드는데, 뭐랄까 테마파크 퍼레이드(...) 구경하러 온 느낌? 왕실은 과연 관광수입원인가 아니면 쓸데없는 비용인가... 잠시 여러 생각을 하게 하는 곳이었습니다.
한 때 세계의 4분의 1을 지배했다던 대제국. 그런데 사실 도시경관이나 건물 등을 보면 파리보다 못하다는 게 개인적 생각입니다.
영국의 진짜 강점은 이런 외적인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라고 하는데, 옥스포드나 캠브릿지 학생들은 어떤 교육을 받는지, 교내문화는 어떤지 무척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