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이들을 싫어한다. 이유없이 무조건 혐오하는건 아니고 특유의 소리지르고 떼쓰고 우는 모습이 싫다. 아이가 내는 소리가 유전적으로 주변 모든 소리를 뚫고 귀에 쏙쏙 박힌다던데 그게 연관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정말 신경이 곤두서게 되니까 말이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이 있는 곳을 피한다. 식당에 아이들이 있으면 안 가고, 먹는 도중에 들어오면 빨리 먹고 나간다. PC방도 애들 오는 곳 보다는 담배 냄새 쩔어있는 아조씨들 다니는 곳이 낫다.
내가 사는 건물 1층에는 중국집이 있는데 한 번도 먹어본적은 없다. 그 이유는 주인이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통의 위치를 임의로 옮긴다던가, 건물 입구에서 담배를 피운다던가, 복도에 입간판을 세워 놓는다던가 등 대놓고 항의할건 아닌데 묘하게 기분 나쁜 행동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끔 7-8살쯤 되어 보이는 아들이 있는데 내가 쓰레기를 버리는 저녁 9시~10시 사이에 배달용 오토바이를 구경하고 있는 모습을 종종 봤었다. 아이는 아무 잘못이 없지만 나는 그의 아버지가 싫고, 게다가 원래 애들도 싫어하니 당연히 좋은 감정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러던 어젯밤 양손에 종류별로 쓰레기를 들고 건물 밖으로 나가려는데 중국집 아들이 달려와서는 내 쪽으로 문을 열어재꼈다. 부딪히지는 않았지만 순간적으로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으며 아이를 쳐다보고 한 마디 하려는 순간,
"들어드릴까요?"
라고 아이가 말했다. 그랬다... 내가 양손 가득 들고 나오니까 문을 열어준 것이었다. 다만, 문 여는 방향이 내 쪽이었을 뿐. 순간적으로 오해한게 부끄러워서 고맙다는 말도 못 하고 '아니' 라고 짧게 답하고 쓰레기를 버린 후 건물로 다시 들어가려는데 세로로 써진 조그마한 글씨가 보였다.
[미시오]
원래 안쪽으로 여는게 맞는거였다.
p.s. 이사온지 3년 됐는데 진짜로 어제 처음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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