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시판
:: 이전 게시판
|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9/11/12 07:28
성경의 제비뽑기를 합리적으로 보려는 것이 얼마나 유효할까요? 사무엘상에 나오는 사울의 제비뽑기가 있습니다. 이 글에서처럼 백성들이 모두 사울의 맹세를 어기고 음식을 먹었기에 사울이 일벌백계를 꾀한 것이라고 하기에는 사울이 무리를 자기와 요나단 무리와 나머지 백성 무리로 나눠서 제비뽑기를 한 것이 너무나 수상합니다.
19/11/12 09:35
뭐 모든 제비뽑기가 성경에서 단일목적으로 사용되었지는 않겠죠...
사울과 요나단을 분리한건 이스라엘에서 3대 기름부음받는 계층인 선지자 제사장 왕 중 하나라 따로 떼놨다면야 뭐... 결국 특권층이 생겨있다는거지만...
19/11/12 08:00
아간 재판이 뭔가 하다가 글을 읽으면서 아 시리즈로 올려주시는 구약 이야기구나 알았습니다.
저는 성경, 특히 구약 성경이 그 시대, 그 지역이 낳은 위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삶의 근본적인 의문과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하는가에 대한 수많은 사람들의 고민이 담긴 정수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구약 성경도 그 지역과 그 시기의 사람들에 의해서 쓰여졌기 때문에 그 나름의 한계 또한 뚜렷하다고 생각합니다. 아간의 이야기는 당시로서는 어떤 면으로서 현명한 판단이었지만, 한편으로 고대에서나 쓰였을 방법이지 현재에서는 도저히 쓸 수 없는 방법이죠. 우리가 야만적으로 볼 수 있는 당시의 모습이 알고 보면 그 시대에는 나름대로 합리적인 판단이었다는 것은, 사실은 구약 뿐 아니라 현대 들어서 재조명되는 전세계 많은 신화와 전설의 해석에서 볼 수 있을 겁니다. 개인적으로 구약 성경은 창세기의 놀라운 은유와 여러 직설적인 역사적 교훈에도 불구하고 아무래도 중동 지역의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중동을 세계 어느 지역보다 종교적인 지역이라고 생각하는데, 현재 주요 종교의 발상지가 거의 일치한다는 점에서 저는 제 생각이 맞지 않나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유교, 불교는 기독교, 이슬람교에 비하면 종교가 아니라 철학이나 윤리라고 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이유가 중동 사람들이 특별히 신성이 높아서라기 보다는 그 지역인들은 다른 지역에서 법, 윤리, 철학으로 사회의 기틀을 잡을 때 종교가 아니면 안되었거나 하는 민족성(?)이 있었던 거 아닐까 생각하곤 합니다. (이런 저의 정치적으로 공정하지 않은 생각에 대한 비난은 얼마든지 감수합니다.) 그래서 저는 시간이 갈수록 구약 성경이 전세계 사람들이 공통으로 찾을 수 있는 무언가를 계속 제공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곤 합니다. 신약은 그보다는 훨씬 나아서 생명력이 구약 보다는 길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쓰다보니 뭔가 딴지를 건 거 같은데 올려주시는 이야기 재미있게 보고 있으니 계속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19/11/12 09:23
저는 예수가 진짜 신의 아들인지는 모르겠지만, 본인 업적을 생각하면 신의 할아버지가 되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진짜 대단한 사상가에요. 본인이 나타나서 한방에 민족 종교가 세계화 된거니까...
19/11/12 14:38
말씀해 주신 바에 다 동의합니다.
중동 사람들의 민족성이 특히 극악(?)스러워서 종교의 기능이 더 필요했다는 말씀이 와닿네요. 종교와 민족성, 그리고 지리의 혹독함은 같이 가는 것 같기도 합니다. 구약과 신약에 관하여는, 저는 구약도 신약만큼 계속해서 호소력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신약이 '영혼'과 '내세'의 문제를 깊이 다룬다면, 구약은 인류의 현실적인 관심사인 땅, 상속, 섹스, 권력, 전쟁 등등의 문제에 대한 이야기들을 정면으로 다룬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결론에 있어서는 구약에 담긴 함의를 받아들일 수 없더라도, 구약에 담긴 그 문제의식만큼은 신약 못지 않게 현대인들과 공명하고 있지 않은가 싶기도 합니다. 좋은 말씀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제시해주신 시각이 글에 큰 보탬이 되고 많은 응원이 됩니다.
19/11/12 17:48
아 극악까지는... 그냥 열혈민족들이라고 하겠습니다....
저는 사실 신학이나 종교를 공부한 사람도 아니고 그냥 지나가다 평소 생각을 갑자기 필 받아서 적었을 뿐입니다. 너무 신경쓰지 마시고 생각하시던 대로 글을 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9/11/12 09:26
뭐 정확히하면 아간 일가를 날렸을겁...(뭐 이 시대 관점이면 아간 날리거나 일가를 날린거나 동치겠...)
뭐 당시 행정력으로 남성인구 대충 호왈 백만 신명기즈음에 마지막점고시 60만 3천인가 1천인가 언저리였는데...가물가물하다 그걸 전부 털고 들어간다는건 말이 안되긴하죠...
19/11/12 09:50
구약 스토리 풀어주시는것 너무 재밌습니다! 혹시 구약 관련해서 서적 추천해 주실 수 있나요~? 기독교적 관점 , 무신론적 종교역사학 관점 둘다 좋습니다만..
19/11/12 14:44
제가 신학, 종교학, 성서해석학 등에는 읽은 바도 아는 바도 현저히 부족해서, 문외한이 제가 쓰는 글들이 전공자 분들께 불편함을 야기할까 걱정이 큽니다. 제가 읽고 많이 영향받은 인상 깊었던 관점을 담은 글들로 생각나는 것으로는, 신과 히브리 민족의 관계를 계약 개념으로 풀어 버리는 [리바이어던]에서 홉스의 관점이라던지, [관용론]에서 볼테르의 성경 해석이 신선했습니다. [안티크리스트] 등에서 니체의 관점 도 인상 깊었구요. 개인적으로는 [신의 정치 인간의 정치]를 쓴 자크 엘룰의 열왕기 해석이 정말 훌륭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들은 다 신, 종교, 성서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본격 신학, 종교학, 성서해석학 책이라고 할 수는 없는 책들이지요. ㅜㅜㅜ
19/11/12 10:42
애초에 신은 합리주의자는 아니었습니다.
신의 섭리라는 것은 지아비의 죄를 아내와 자식에게 묻고 주인의 복을 종들에게 내려주시는 불가해하고 변덕스런 결과요 신의 의지는 가끔씩 권선징악 따위는 개나 줘버리는 방향으로 많은 사람을 시험에 들게 하였습니다. 그러니 오히려 순수한 제비뽑기야 말로 어쩌면 신의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재판에서 가장 합당한 방식이 아니었을까 하네요. 거기에다가 본래 이데아에 속한 로고스를 삼위일체이자 신성의 요소로 붙여 숭배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기독교는 합리주의와 인본주의의 영역으로 점차 나아갔으니 구약과 신약에서의 신에 대한 관점은 정말로 완전히 틀립니다.
19/11/12 11:06
뭐...기독교가 세계 종교로 거듭난 건 예수라는 위대한 존재가 있었으니까... 그 전엔 다른 종족 입장에서는 편협한 수많은 신 중 하나였죠. 뿌리때문에 구약을 버릴수는 없겠지만요. 개인적으로는 구약의 신과 신약의 신은 아예 다른존재로 느껴질 정도에요. 당장 여리고의 전투만 봐도 아이 여자까지 몰살시키는데 신약의 예수(삼위일체만 봐도 신과 동일시하니)가 이런 명령을 내릴 존재로는 안보이죠. 국가 민족 구별없이 약자를 보호하라는 말을 하면 했지.
흥미로운 문제긴 해요. 이 부분에서의 신도 신약에서 나오는 초월적인 신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데, 신약과는 딴판이니...
19/11/12 14:45
그 시대 사람들이 제가 생각한 바를 못 생각했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더 잘 깊이 이해하고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욥기, 시편, 집회서, 예레미야, 하박국 등의 책 곳곳에서 그런 고민들을 깊이 담고 있기도 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