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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11 01:50
저야 애들 가르치는 입장은 아니지만 조교하면서 애들 시험지 채점해보면 그런 애들이 대충 보이더군요.
공부 잘하는 애들은 그냥 간결하게 쓰고, 그냥 포기한 애들은 설렁설렁 쓰고, 성실한데 잘 안 되는 애들은 열심히 수식 쓰고 설명도 잘 썼는데 틀렸어... 어떻게든 추가 점수 주고 싶어도 형평성 때문에 그러지도 못하고. 그제는 그런 애들 중 한 명이 저한테 따로 찾아와서 물어보더군요. 시간당 5~60불 줄테니까 개인교습 해 줄 생각 없냐고. 문제될 수도 있고 애초에 당연히 해야할 일에 돈 받고 싶지도 거절했습니다만, 그냥 궁금한 게 있으면 주말에라도 Office Hour 따로 잡아줄테니 언제라도 연락하란 말밖에 해줄수가 없었습니다...
19/11/11 02:06
개인적인 궁금함인데, 정말 열심히 하는데 안 되는 경우가 흔한가요? 잘해서 튈 정도면 재능은 확실히 비례하는 것 같은데, 또 아주 열심히 하는 애들은 못해도 중간은 간다고 느꼈습니다. 또 열심히 하는데 공부 머리가 없는 경우를 잘 못 봐서...
19/11/11 02:25
학부에서도 '학점이 유전자에 찍혀있다'고 칭해지는 이과계열 몇몇 과목은 충분히 가능한 듯 합니다. CS라면 자료구조 알고리즘이라든가...
19/11/11 02:11
결국 경쟁은 상대적인 거고, 최상위권 학교의 커리큘럼은 또 그 수준에 맞춰서 나오기 때문에, 어느 학교든 '열심히 하는데 도저히 못 따라가는 학생' 은 항상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많지는 않지요. 대략 하위 10% 학생 중 느낌상 1/2 정도는 열심히 하는데도 성적이 안 나오는 학생들이라고 판단합니다. 전체 학생 대비로는 5% 정도 되겠네요. 그렇다고 그 학생 수준으로 낮춰서 가르치면 나머지 학생들이 피해를 보지요. 어려운 문제입니다.
19/11/11 02:22
우음 개인적으로 어떻게 답안지를 썼는지 궁금해질 지경이네요. 공식이나 예시에 매여서 비슷한 케이스 엮어보려고 시간 써서 계산하고 역주를 달았나? 싶기도 하고... 아마 본인도 억지로 이은 거 알고 있지 않을까요?
어쨌든 열심히 공부해서 성과를 보고 그 학교를 간 걸 텐데 또 성적 안 나와서 서너시간 잘 까 봐 걱정입니다. 안 좋은 말하면 거기서 노력을 더 할 것 같기도 하고요. 그리고 이런 내용이시면, 개인적으로는 수업 수준을 낮춰도 그 분들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나하나 가르쳐줘서 이해하는 건 미적분이 끝 아닐까요? 그런 방식으로도 미적분 못 배우는 사람이 분명히 있는데, 더 상위 과목 쪽에 다른 낙오자가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죠.
19/11/11 02:26
아 제가 지금 최상위권 학교에서 가르친다는 뜻은 아니었습니다. 공부는 좋은 학교에서 했지만 지금은 자그마한 학교에서 평범한 학생들 가르치고 있어요. 근데 공부하던 시절에도 비슷한 경험은 했었습니다. 나름대로 다들 치열한 경쟁 뚫고 들어온 학생들인데, 그 학생들이 다시 확 갈리더라고요. 해서 1/3 정도는 (대학원이라) 자격 시험 통과 못하고 중간에 쫓겨났지요.
19/11/11 02:30
요지는 다음 문단입니다! 좋은 클래스를 운영 중이셔서 다행입니다.
하나하나 분해해서 가르쳐줘도, 분명히 모르면서 수업을 들으러 오는 학생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분명히 선생님께서도 같은 클래스에서 그런 학생을 보셨을 것 같은데, 그 때 어떤 느낌이 드셨나요? 문제가 없다면 그 감정을 따라 수업 방향을 정하셔도 좋으실 것 같습니다만...
19/11/11 02:53
아, 더미 데이터는 집단에서 제외입니다. 중고등학교 다닐 때 배운 모집단 집계죠.
똘똘한데 아예 수업 재끼는 애들도 치고요. 그럼 레포트 성적에서 b를 받기 힘든가요...?
19/11/11 07:29
전 학교 같은데서 아이들을 가르친 적은 없고 개인적으로 아는 동생들의 공부를 봐 준 적은 있는데, 거기서도 스타일은 확 차이가 나더군요.
정말 성실한데 성적이 안나오는 애들이 있습니다. 공부시간이 효율적이지 못한 부분은 있기는 한데, 그런 비효율조차 딱히 개선이 안돼요. 그런 거 개선할 수 있었다면 성적이 좀 더 나왔겠죠.
19/11/11 07:39
그릇된 공부법이라기보다, 공부는 많이 하는데 성적이 안나오니까요.
제가 공부를 봐 준 애들 중에 딱 두사람은 제가 본 모든 사람들 중에 열손가락안에 들 정도로 공부를 열심히하는데 성적은 중하위권이었어요. 전 중학교에 올라온 후로 한 번도 반에서 1등을 해 본 적이 없는데요. 그 애들 공부하는 걸 보면서 '내가 저렇게 공부했으면 반에서 1등 정도는 몇 번 충분히 했을텐데' 싶었거든요. 둘 다 매우 성실한 모범생이고 여학생이었습니다. 둘 뿐이라 일반화하긴 힘들겠지만 저한테는 그래서 그런 선입견이 좀 있어요. 그 애들만큼은 아니더라도 얼추 비슷한 느낌의 여자애들도 있었고. 고등학교 동기들 중에도 있었고요. 그리고 학업은 더미데이터가 있으니 그나마 드문데, 예체능은 정말 절실히 느낄 수 있죠. 전 예전에 학교 합창대회에서 반의 지휘를 맡은 적도 있고, 밴드부에서 후배들 악기를 봐 준 적도 있고, 교회에서 성가대 지휘를 한 적도 있는데요. 진짜 열심히 하는데 안되는 애들 많거든요.
19/11/11 02:13
마음같아서는 그러고 싶습니다. 다만 그걸 오해의 여지 없이 잘 전달하는 것이 정말 어렵지 싶어요. 자칫 잘못하면 '나는 너를 바보라고 생각해' 라고 들릴 테니까요.
19/11/11 02:20
서두에 언급하신 "학생 유형에 따라 학생을 대하는 방식에 차이를 둔다."는 사실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게 해당 학생에게도 가장 도움이 될 수 있는 맞춤 방식이자 효율적인 교수법 및 지도법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그러한 방식이 국내에서는 대체적으로 차별한다, 편애한다 등으로 이야기 되며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게 일반적이지 않나 싶습니다. 이게 대학이라서 그나마 나은 거지 만약 고등학교나 중학교였으면 몰아주기 한다는 얘기가 나올지도 모르는 일이에요.
19/11/11 02:23
그렇게 볼 여지가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누구에게나 재능은 평등하고 누구에게나 성공의 기회는 동등하다' 라는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서 (긴 하루의 끝에서님이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학생들을 잘못된 길로 인도하는 것은 교육자가 할 일이 아니라고 보는 편이라서요. 정치적 레토릭하고 실제 삶은 다른 거니까요.
19/11/11 02:23
제가 office hours에 대한 시각을 바꾸게 된 계기가..
전공 수업 중 한 교수님이 계셨는데 수업이 어렵기로 좀 악명이 높으신 분이였습니다. (대신 사람은 진짜 좋음) 그 교수님이 항상 과제, 시험, 퀴즈 점수중 최고점과 최저점, 그리고 평균을 공지하셨는데, 항상 최고점에 말이 안되는 점수가 공지가 되는 겁니다. 구조적으로 저런 점수가 가능한가 싶어서 한 번 교수님 office hour에 찾아뵈었는데, 진짜 족보 수준으로 상세하게 설명해주시더군요. 그 후 이해 조금만 안되면 무조건 교수님 찬스 쓰는 1인입니다.
19/11/11 02:30
피쟐 유게에서 이런 글의 스샷을 봤었죠.
수업 시간에 옆 친구한테 물어보니까 교수님께서 여러분 친구들은 아직 고졸이고 난 박사졸이고 이 수업 가르치니까 제에발 나한테 물어보라고 박사는 대애충해서 졸업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죠. 수학 쪽엔 테렌스 타오라는 매우 유명한 천재가 있는데 그 분도 방심했다지만 자격 시험이 약간 위험했었다니...
19/11/11 02:29
저도 사교육계에 있는 입장에서 공감이 많이 되는데 딱 느끼기에도 어차피 안될거 같은 학생에게 뭐라고 하기가 참 애매합니다.
대충이라도 하면 버리면 되는데 되게 또 열심히 해요. 안타깝게... 열심히가 아니라 환골탈태를 해야 그나마 따라갈수 있을까 말까인데 주어진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까요. 다만..... 저도 중학교 1학년 때 기본적 항등식을 이해 못하는 저를 보고 '너는 절대 수학에 재능이 없으니 빨리 다른길을 알아봐라' 라고 했던 학원 선생이 있었습니다. 전 지금 그 뒤로 수학 단 하나 만으로 1%도 안되는 대학문을 뚫고 그걸로 밥벌어 먹고 살고 있으니... 결국 사람일은 모른다는거지요. 제가 내린 결론은 '이 학생을 단정짓지 말자. 가끔은 늦게 피는 꽃도 있다.' 라는 거였습니다. 어차피 이 학생을 다른길로 인도해도 그 길을 제가 보장해 줄 수는 없으니 말이죠. 다만 저랑 공부하는 동안만이라도 짧게나마 이 분야에 소소한 재미라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오늘도 수업에 나가고 있습니다.
19/11/11 02:34
"늦게 피는 꽃도 있다" 이 말씀은 정말로 200% 공감합니다. 그런 경우가 분명히 있긴 있어요. (다만 내가 바로 그 케이스가 아닐까? 하면서 살기에는 그 확률이 좀 심하게 낮긴 하지 싶습니다)
19/11/11 02:40
솔직히 말하면, 이런 건 보통 술이나 도박, 마약 혹은 애인에 미쳐있다가 각종 환경(...)의 여파로 귀환한 케이스가 많은데 기본적인 학습 능력이 증대하는 케이스는 거의 못 봤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중학교 1학년과 학부는 분명 다르니까요.
19/11/11 02:57
솔직히 선생님 고교 쌤인 줄 알고 학생들이 열심히 하는 법을 제대로 모르나보다 팁을 주고 싶다 누른 글에 학부생들이 나와서 놀랐습니다(...)
19/11/11 02:46
사실 전공 학점이 낮았음에도, 심지어는 박사 졸업도 늦었음에도 학계의 거물이 되는 케이스가 없는 것은 아니라... 그 중 몇명은 OrBef님 사례에 해당하지 않을까요?
19/11/11 03:00
사실 매우 희박하죠. 애초에 저게 특별하게 언급된다는 것 자체가 나머지 케이스는 대부분 흔히 아는 태어날때부터 죽을때까지 잘했음을 의미하니까요. 제 케이스는 스티븐 스메일이라고, 필즈메달 리스트입니다.
19/11/11 03:54
저도 비슷하게 공부 재능은 평생에 걸쳐서 들여다 보고 어렸을 때부터의 투자 시간과 특히 본인에 맞는 적절한 공부법의 사용 여부를 보아야 그나마 알 수 있다고 보는 편입니다. 뭐 현실적으로 좌절과 다른 욕구들로 인하여 도전이 오랜 시간 지속될 수 없을 가능성이 높으니 이른 나이에 재능과 연관 지어서 걱정하는 게 이해는 됩니다만.. 저도 고등학교 막바지 때까지 나눗셈 풀이도 제대로 할 줄 몰라서 벼락치기로 외워서 요행스럽게 문제 풀던 학생이었기도 하고요. (막바지라는 게 고2말.. 고3 때는 공부해서 급상승하긴 했습니다.)
19/11/11 04:44
개인적으로 제일 존경하는 초도위 선생 같은 케이스가 없진 않은데, 그런 경우가 흔하면 왜 초도위 선생이 아직까지 학원가 사람들 입을 오가겠습니까. 15년 더 된 케이스인데.
19/11/11 02:45
조선시대 김득신이 생각나네요. 우둔했지만 성실함의 끝을 보여준 사람이죠.
전에 봤던 지식채널 영상입니다. 다시봐도 인상깊네요. https://youtu.be/tpk3QiK85j0
19/11/11 06:55
머리 좋고 게으른 자 : 지휘관으로 좋다. 지휘관이 부지런하면 부하들이 힘들다.
머리 좋고 부지런한 자 : 모든 세부 사항들까지 파악하므로 참모로 좋다. 머리 나쁘고 게으른 자 : 하라는 일은 잘 하므로 전방에서 굴리기 좋다. [머리 나쁘고 부지런한 자] : 작전을 망치고 동료를 위험에 처하게하니 하루빨리 총살시켜야 한다. 세상은 언제나 불공정하고 모순덩어리죠...
19/11/11 07:32
개인적인 경험으로 가장 못쓸 사람은 머리나쁘고 게으른 자 였습니다. 이 부류는 일도 못하는데 하지도 않아 태도는 엉망이야. 문제 생겨서 허구헌날 땜빵해야해 이렇게 되서 정말 별로였습니다.
예전에 학부수업을 했을 때 느낀건데 orbef님 말씀하신것 처럼 안타까운 학생들이 있습니다. 근데 딱 하나의 문제로 해결이 안되더군요. [소심]이라는 것 때문에 그들의 성실함을 낭비하고 있는게 가장 큰 것 같습니다. 이 사람들의 경우 성실함이라는 탈렌트를 제대로 쓸수 있게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해주는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았습니다. 문제는 학부 수업 때 개개인에게 이야기를 한다는건 편애 위험성이 있다는거죠
19/11/11 07:40
저도 미국에서 학생들 가르치는 입장인데 한편으로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 다행인건가 싶은 생각이 드네요. 탑스쿨과는 거리가 좀 있어서 지적 능력이 뛰어나고 성실한 학생이 있기는 한데 상당히 소수입니다. 사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지적 능력이 뛰어나지도 성실하지도 않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학생들이 착한 편이라 큰 문제는 없다는 거하고 학교가 작은 사립이고 LAC 라서 어려운 전공을 억지로 정할 필요가 없어서 그런지 학생들이 어려운 이과 전공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점이 있겠는데 이게 좋은 건지...
뛰어나지도 성실하지도 않은 학생들이 제가 있는 과가 아니라 대부분 미래가 불투명한 심리학이나 사회학 (당연히 그 분야를 폄훼하거나 하는 것이 아니고 현실적으로 최상위권 대학이 아닌 한 그쪽의 취업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 )을 전공하는 걸 보면서 한편으로는 그 학생들의 미래가 걱정이 들기도 하는데 제 문제가 아니기도 하고 그렇다고 좋은 해결책을 가지고 있은 것도 아니라서... 아무튼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 재능은 없는데 성실한 학생을 보기마저 쉽지가 않네요. 심지어 소심해서 조용한 학생들도 잘 없습니다. 아시안들이 많이 않은 학교라 그런지... (이것도 인종 스테레오 타입이긴 합니다만... )
19/11/11 07:50
우와, 동양인이 LAC 에서 가르치는 경우가 참 드문데, 언어쪽으로 아주 강하신가봅니다. 제가 오히려 부럽습니다.
아무래도 LAC 는 취직 걱정 별로 없는 학생들이 다니는 곳이라는 분위기가 좀 있다보니 전공 선택 패턴이 일반 종합대와는 다르지요. 어떻게 보면 복받은 친구들이지만, 다르게 보면 미래에 닥칠 위험을 아직 모르는 학생들이라고 보아야할 것 같아요...
19/11/11 11:27
어휴... 전혀 입니다. 우연히 자리는 잡고 있는데 언어가 항상 큰 문제이죠. 단순히 가르치는 것이면 그나마 어떻게 커버를 해 보겠는데 교수들 사이의 관계 형성이 참...
19/11/11 09:34
저는 반대로 대학원에서 조교할때 정말 재능 있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정말 간단하게 증명해놓은 시험 답안을 채점하면서. 좀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던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잘못은 그 따위 문제를 낸 교수님과 그것도 못 푸는 다른 학생들이지만요;;
19/11/11 09:49
그런 경우는 누구의 잘못이라기보다는 그 학생이 더 좋은 학교에 갔어야 하는 걸로.... 거기가 최고 수준의 대학이었다면 천재가 나타난 거고요.
19/11/11 11:57
본인이 하고 싶은 분야 대비 수학적 재능이 과다한건데. (개인적으로 천재에 대해서는 좀 더 높은 기준을 가지고 있어서;;;)
비록 조교였지만 안타까운 친구들은 몇번 봤지만 이렇게 미안해지는 친구는 처음 봐서 인상 깊었는데.. 역시 교수님이신 OrBef 께서는 더 좋은곳으로 가는걸 추천하시는군요..
19/11/11 09:45
그런 아이가 있군요...
저같이 잔정 많은 경우엔 진짜 힘들겠네요 내내 아픈손가락일텐데ㅜ 보통 저런 경우가 사회 나가면 어떻게 될까요? 주변에 그런 타입을 못 본 거 같은데 ...주변을 둘러보고 없으면 나라던데...
19/11/11 10:00
그런 사람들이 직장에도 가끔 있습니다. 일을 못하는 것 혹은 안하는 것과는 다른 종류의 열심히해도 결과가 전혀 안나오거나 아에 일의 방향이 틀린.... 주위에 그런사람이 있었는데 회사에서 많이 고통받다가 전직을 해서 행복하게 살더군요. (나름 국낸 탑티어 전자과 대학->대학원 태크트리였는데... )
19/11/11 09:48
이과계 석사, 나아가 박사 과정생들을 보면 그럴 때가 있습니다. 같은 걸 읽어도 숙지하는 게 다르고 생각을 발전시키는 게 다른데 공부가 재미있다, 고 생각해서 조금 모자라지만 열심히는 하는 친구들...근데...이런 친구들이 연구비는 정말 많이 쓰는데 뭐가 안 나오거든요 ㅠ 노는 게 아니라서 뭐라 할 수도 없고(혼자 늦게까지 열심히 합니다 열심히....)...
19/11/11 09:49
아, 딱하니가 딱히라는 의미였군요.
읽으면서 생소한 단어라 잠시 갸웃했습니다. 별개로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성실한 친구들은 결국 뭘해도 해내는 경우를 꽤 봤습니다. 성실함이 생각보다 어마어마한 무기다보니 딱 하나의 통찰만 생기면 성실함 바탕으로 쭉쭉 치고 나가더군요.
19/11/11 09:50
지적능력은 괜찮은데 maturity가 떨어지는 경우도 있죠.
어떤 교수가 말하길 대학에는 18-22세에 철들지 않은 학생이 많고 어찌보면 그게 당연한거라고.. 철들고 왔으면 좋았을 학생도 많이 본다고 하더라구요.
19/11/11 09:51
이과라서 저런 경향이 더 심한거겠지만
사실 문과쪽이라고 해서 아주 다르진 않은거 같습니다. 엉덩이로 치는 시험이라는 법공부만 해도 열심히 하는데 뭔가 안되거나 핀트를 잘못 맞추거나 하는 경우도 많더군요.
19/11/11 10:14
지능이란 주제에 대해 관심이 많고, 그리고 제가 직접 경험한 것을 놓고 봤을 때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지능은 상당 부분이 후천적으로 설치되는 것이고, 그런데 이러한 설치 과정에서 인격( 인성, 성격, 성품, 태도, 동기 등 )이 중요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요. 특히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쫄지 않는 것이라 생각하고요. 즉 소심하면 지능을 설치하는데 장애가 될 수 있다는 거죠. 저는 발달심리학자 장 피아제, 이 분 이론이 훌륭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지능은 구조적인 것이고, 그 구조는 구성되는 것이란 관점에 있는 이론이죠. 그분은 사회적 압력에 의해서 지능이 새롭게 구성되며 발달해나가는 부분을 연구하신 걸로 아는데요. 저는 그 구성 과정에서 인격이 영향을 준다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인격에 따라, 많은 시간을 써도 지적 도구가 설치가 안 된 상태로 있는 부분들이 생기는 거죠. 이걸 변증법적으로 단순부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데, 정이 이미 있는 것들이라 하면, 반이 출현해야 하는 과제가 있어요. 그리고 그 반이 에너지량이 충분해야 하죠. 그러면 정과 반으로부터 합이 나오고, 그 합에 에너지량이 잔뜩 늘면서, 정과 반을 압도하고, 지능이 발달하는 거죠. 그런데 반이 출현하는가? 반의 에너지량은 어떠한가? 합이 출현했을 때 그 에너지량은 어떠한가? 이것에 인격이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거라 생각해요. 그렇게 마련된 정과 반으로부터 합이 잘 나올 수 있는지는 유전적인게 상당하다고 생각하지만요. 소심하면 다른 방식을 해보지 않고 그냥 늘 하던 관성대로 할 가능성이 크고, 또한 시야가 좁아져서 아무리 시간을 써도 전체를 보지 못할 가능성이 크고, 무슨 일 생기면 자신을 도덕적으로 비난하느라 그 일로부터 학습은 잘 되지 않고 되더라도 얇고 옅은 것에 불과하게 되고, 잘 되면 어려운 것에 도전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게 되고, 앞에 것이 이해가 안 되면 뒤에 것에 시간을 쓸 생각을 하지 말고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이해하려하고 그게 안 되면 더 앞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그것 자체가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서 소심하면 못하게 되고 뭐 이런 식의 패턴이 있는 거라 생각해요. 아무튼 그래서 제가 만약 성실하고 소심한데 지능이 떨어져 보이는 학생을 만났는데 특별히 시간을 써줄 수는 없는 상황이라면, 학생들 전체를 상대로 니체의 책 중에 가장 쉬운 책을 소개해줄 것 같아요. 우리나라에 번역된 책으로는 <초역 니체의 말>이 있고요. 그리고 제 생각에 미래에 인공지능이 크게 발달한다면, 그런 학생들의 지능발달에 상당히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왜냐하면 맞춤형으로 밀착해서 도움을 줄 수 있을 테니까요.
19/11/11 10:36
니체가 쓴 책은 다 어렵고 고되지만, 저 책은 대중을 상대로 어느 일본인 저자가 짤막하게 니체의 말들을 묶어낸 책이라 이해하기 쉬울 겁니다. 소심한 분들이 읽으시면 뭔가 감정적으로 어필되는 부분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요.
왜냐하면 니체는 힘의 철학자거든요. 소심함은 수치심과 관련이 크죠. 스스로를 향한 도덕적 비난 등으로 인해, 인격적인 힘이 약해진 분들에게 자극되는 부분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19/11/11 10:56
대부분의 현대인에게 해당되는 고언이겠네요. 성취의 장벽이 너무 높아져서 무언가 작은 성취를 이루어내도 누군가가 당연히 했던 것들이고 곧 다음 벽이 다가올 뿐인 세상에서, 저희는 스스로를 꾸짖기 너무 쉬운 것 같습니다. 니체가 어려워 보인다는 이유로, 그것보다도 뭔가 표현이 추상적이고 모호하다는 이유로 피해 왔었는데 한 번 파헤쳐볼 때가 된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19/11/11 11:23
네, 저는 도덕이란 것도
도덕주의와 비도덕주의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대립과 균형 위에서 자신의 가치관을 세우는 것이 성숙해지는 길이라 생각하고요. 그렇지 않고 도덕주의에 매몰되어 있으면, 사회가 개인을 통제하기 위해 만든 도덕 및 그에 대한 신앙심에 의해, 개인의 인격적 힘이 약화되고, 나아가 그 도덕이 자기 자신을 찔러대면서 인격 구조의 왜곡이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로인해 생길 수 있는 것 중 두 가지를 꼽자면, 우울증과 분노조절장애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둘 다 인격적인 힘이 약화되어서 생기는 정신적인 질병이라 생각합니다. 그게 감기 같은 사소한 것에 그치고 다시 회복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현대인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니체는 비도덕주의자죠. 변증법을 다시 가져오자면, 니체도 흠이 있으니, 정신 모두를 니체로 채울 것이 아니라, 정신의 일부를 니체로 채우고, 정반합으로 자신의 인격을 발달시켜나가면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 생각에 니체 영향을 받은 학자 중에 근래에 대중과 친밀한 분으로 외국에는 조던 피터슨이 있고, 우리나라에는 최진석 교수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에 두 분 다 힘이 강조된 사상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적인 것 같고요. 저는 모든 사람은 자기 자신의 CEO라 생각하는데요. CEO의 관점에서 저분들을 직원이라 생각하고 말을 들어보는건 유익한 일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19/11/11 11:49
저도 비전공자입니다만, 제가 읽은 책은 그 순서가 이렇습니다.
<판단과 추리의 심리학>을 가장 먼저 읽고 감동받았습니다. 이건 구체적으로 어떻게 아동이 형식논리 능력을 갖게 되는지를 설명한 책입니다. 아동의 눈에 보이기에 친구의 손이 오른손인 것 같은데, 친구는 자꾸 왼손이라 주장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충돌이 있어서 이걸 극복하면서 형식논리를 갖추게 되는 이런 것들을 연구한 책이죠. 오른손 : 정, 왼손 : 반 => 그 다음 논리체계 속 합이 등장하는 변증법적인 거죠. 성인이 쓰는 오른손, 왼손이란 개념은 바로 이 합에 해당하는 것이겠고요. 그 다음에는 <지능의 심리학>을 읽었습니다. 피아제의 책을 한 권만 읽는다면, 이 책을 추천합니다. 지능 전반의 발달심리 과정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피아제가 아동전문가로 교육학쪽에서 유명한 걸로 알고 있고, 그러나 저는 인간 전문가라 생각합니다. 인간의 지능이란게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거죠. 철학자로는 데이비드 흄과 칸트의 대립이 있는데, 장 피아제 이 분은 데이비드 흄의 계보 쪽에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칸트는 그전까지는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가 데이비드 흄의 책을 읽고 충격 받아서 형이상학과 흄의 이론을 정과 반으로 삼아 자신만의 합을 만들어낸 위대한 철학자라 알고 있습니다. 선험적이니 순수하니 이런 말을 하는 것은 흄에 반대하는 부분을 강조하는 언어들이죠. 니체도 사상적으로 흄과 가깝다고 생각하는데요. 장 피아제, 그분이 따로 말씀을 하진 않은 걸로 알고 있지만, '칸트! 선험적이라고? 그거 경험에 의해 만들어진 건데?' 이런 쪽으로 주장이 실리게 되는 부분이라, 장 피아제로 칸트를 두들겨 부수고 재건축할 수 있는 부분이 상당하다 생각합니다. 아무튼 그리고 시간이 꽤 흐른 뒤에, 그동안 다른 책들을 보고 영향받은 상태에서 <사고의 심리학>을 읽었습니다. 지능의 심리학보다는 좀 더 추상적인 레벨에서 여러 이야기를 한 책으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구조주의의 이론>을 읽었습니다. 제가 읽은 순서는 구체적인 것에서 추상적인 것으로 읽게 된 듯합니다. 따라서 추상적인 능력이 강하시면 제가 읽은 역순으로 읽으시는 것도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19/11/11 11:16
초치는 글같지만
안타깝게도 사회생활 회사라는 조직체에서 다수가 공동체를 형성해 일을 해나갈시 아랫사람으로서 정말 최악중 최악은 일은 잘못하고 능력도 별로 좋지않은데 무지하게 부지런하고 성실한 상사입니다...... 이런스타일의 상사나 선배가 조직에 속해있으면 밑에 사람은 무척 힘들어지고 특히 일좀 잘하는 경우 모든일이 그에게 다쏠려 버려 말그대로 고통속에 허우적 대기 쉬워지죠
19/11/11 11:38
이런 친구들이 정말 안타까울 때가 그 '소심함' 때문인것 같습니다.
제가 아는 친구중 하나는 재능은 특출나지 않고 유달리 성실한데, 그럼에도 소심함이 없어서 잘 풀리는 케이스가 있더라고요. 자기가 어느 쪽에 강점이 있을지 잘 알고 미리미리 준비하고 찾아다니던데, 이러면 재능이 뛰어나지 않아도 괜찮더라고요. 문제는 대부분 저런 유형의 학생들이 내향적이라는 것 같아요.
19/11/11 12:00
같은경험을 계속 하는 중인데, 조금이라도 더 친철하게 대하는게(웃어라도 주자) 나중에 덜 죄책감이 드는것 같습니다.
이름을 꼭 불러주고, 중간고사 평균이 60점 인데, 70정도 받았길래, "아무개야, 너 이번에 시험 잘봤드라. 잘했다"고 해주는 정도... 1등은 100점 만점에 102점. 그 학생이 이번학기에는 꼭 B를 받길 바랍니다. 저한테 제일 문제는 게으른데, (머리가 좋고 나쁘고는 상관없이) 주장이 많은 학생들이네요. 이들이 평판과 강의평가서의 문제가 되는 대부분을 결정하죠.
19/11/11 12:58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저 성실하기만 한 사람이 오히려 롤러코스터 안타고 인생도 그럭저럭 바닥 찍지 않고 무난무탈하게 살아가더군요.
빛나지 않아서 그렇지.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위에서도 몇분들이 말씀하셨지만 멍부 스타일은 상사로도 부하로도 최악이라고 생각합니다. 거기다 착하기까지 하면 정말 미칩니다. 차라리 게으르면 성질이 더러우면 욕이라도 하겠는데, 이건 욕하면 나만 나쁜 놈 되는 것 같고. 조직원들에게 일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짐만 되는 스타일이에요.
19/11/11 15:23
어렸을때 이미 생각의 틀과 어느정도 조각을 맞추었을때 바로 실행으로 가는지 그것이 선천적 기질과 후천적 환경 주위에 가용가능한 자원 가장 큰 서포터인 부모의 도움으로 형성이 되어버리면 나머지 인생에 있어서 어느 정도의 행로가 보이는거 같아요
19/11/11 15:26
예체능보다 오히려 재능빨(?)이 더 심한게 학문이죠. 예체능은 인간이라는 육체의 한계 때문에 최대치가 어느정도 한정되어 있는데, 지능의 영역은 아직도 그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알 수가 없을 정도니까요. 그만큼 편차도 큽니다.
본문에서도 언급하셨지만, 성실한 학생들의 특징 중 하나가 소심함인데, 이게 어찌보면 아싸기질이거든요. 대인관계를 힘들어하는건데, 이 부분은 주변의 조언 및 본인의 노력으로 해결이 가능하기도 합니다. 머리나쁜것 보다는 극복하기 쉬운 편이죠. 사실 뻔뻔함만 장착하면 되긴 하거든요. 그런 면에서 안타까운 학생이나 직장 후배들을 만날때마다 그렇게 얘길 해요. "뻔뻔해져라. 너 혼자 못하겠으면 서슴없이 선배들을 붙들고 늘어져라. 그건 널 위해서 그러는게 아니라 니가 그래야 조직에 이익이 되기 때문이고, 서로 잘 되는 방향인거다." 라고요. 소심한 학생들이 이 점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네요. 교수를 괴롭히는게 미안하고 이기적인것 같아 주저하는 학생들에게 꼭 그렇게 전해주고 싶어요.
19/11/11 18:52
개인적으로 성실함 그 자체로 큰 장점으로 봐서.. 당장 성실함에 대한 사자성어나 고서만 찾아봐도 그게 큰 재능이라는건 예로부터 이어져오던 관점이라봅니다.
다만 소심한 부분 때문에 그 성실함이 빛을 잃는다면 그건 참 안타까운 일이죠. 본문엔 편애라고 하셨지만 학생 한명 한명이 가진 재능, 노력, 가정환경등이 다 각기 다른 개성적인 존재들인데 교수방법에 조금 차이를 두는게 그리 나쁜 일인가도 싶네요. 물론 그렇다고 차별을 둬선 안되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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