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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11/19 22:52:00
Name 당근매니아
Subject [일반] 맥스무비 사람 공짜로 쓴 썰

0

중딩 고딩 때 '봉사활동'이라는 게 있었더랬습니다.
뭐 연간 18시간인가 해야 내신에 페널티가 없었는데, 쉽게 채우는 방법은 동사무소에서 잡일을 하는 거였습니다.
그걸 두고 친구들하고 종종 농담을 했습니다.
이거 종이 한장으로 노동력 착취하는 거 아니냐고.

작금의 상황을 보자면 그러한 의혹을 사회 전체로 확대 시켜도 별 무리가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1

일단 제 얘기는 아니고, 어느 네이버 블로거의 이야기입니다.
자세한 사실 관계는 포스팅을 직접 보시는 게 나을 겁니다.


http://sega32x.blog.me/220047146949 맥스무비를 그만두다
http://sega32x.blog.me/220052366487 맥스무비 문제로 고용노동부에 출석하다
http://sega32x.blog.me/220058647867 맥스무비로 인한 열흘의 시간. 반 실성해서 내려가다.


사실 최근에 터진 일은 아니고 지난 7월 즈음에 있었던 일입니다.
전 며칠 전에 아는 이가 링크를 쎄워줘서 비로소 알게 되었네요.

전말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1. 맥스무비에서 객원기자 1기를 모집함.
2. 객원기자 활동은 1년. 1개월은 고료 없이 '트레이닝'.
3. '트레이닝' 용 단신기사를 하루에 2~3개씩 맥스무비에 업로드.(통과된 것이 2~3개.)
4. 고료는 해당 '트레이닝'이 끝난 뒤에야 고지되었으며 그 또한 매우 '탄력적'.
5. 첫날은 어디까지나 '트레이닝'이고 '교육을 받았으며', '경력이 될 것'이기 때문에 돈 줄 수 없음.


뭐 어디서 되게 자주 들은 논리더군요.
최근 문제가 되었던 디자이너 이상봉 사건에서도 똑같은 이유로 말도 안되는 급료를 제공했으니까요.




2

사실 위 포스팅을 가져온 이유 중 결정적인 것은 그 회사의 양태가 아니라 주변의 발언들이 재밌어서 입니다.


고용노동부 담당관: 객원기자는 직원이 아니라 프리랜서고, 노동법의 지원과 보호를 받지 못한다. 애초에 계약을 철저히 했어야 한다. 공고는 원래 허위가 있을 수 있고 상호 승낙이 있었으니 알아서 처리해라.

영화평론가(혹은 영화기자): 회사에 따라서는 경력을 제공했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고 원칙은 현실과 다르다. 세상 일은 이해관계 속에 있다.

맥스무비 사수기자: 기자의 문장엔 책임이 따른다. 나는 단신기사가 지금도 어렵고 내 미천한 문장력이 영화에 누가 될까 걱정이다. 영화 기자가 되려면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써야 한다.


재밌지 않나요.





3

사실 최근 궁금해지는 건 요새 터져나오는 이러한 '착취' 문제가 어느 시점부터 시작된 걸까 하는 겁니다.
당장 유머게시판에 올라왔던 채용공고(https://ppt21.com/pb/pb.php?id=humor&no=225060)에서도 채용하는 대상은 '인턴'이고, 정직원도 아닌 인턴을 뽑으면서 스펙을 안 본다는 게 포인트가 될 정도의 삶을 우린 살아가고 있습니다.
넷마블 인턴이 어느 정도 급료를 받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무급 인턴에 대외협력단에 뭐에 참 경력을 빌미로 노동력을 쓰는 방법은 다양하기도 하더군요.

이러한 무료노동력 활용은 이전부터 뿌리 깊었는데 이제야 문제가 되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최근 들어서 새로 떠오르는 방식의 흐름일까요. 전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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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1/19 22:54
수정 아이콘
소소한 태클인데.. 3번에 링크는 넷마블인데.. 넥슨 인턴이라고 글에서 적으셔서......

덧붙이자면 넥슨 인턴은 기본적인 급여 정도는 챙겨 줍니다... 인턴 끝나고 고용 보장이 안되서 그렇지
당근매니아
14/11/19 22:55
수정 아이콘
헙 수정했습니다. 넥센이라고 썼다가 넥슨으로 바꾸면서 '후후 지적 댓글 하나 피했군' 했는데........
레이드
14/11/19 22:59
수정 아이콘
우리나라의 장점인 인적자원은 곧 사람을 싼 값에 마구 부려먹을 수 있다는 말과 같다.. 는 말을 듣고 나선 이런 이야기가 나올 때 마다 참 한숨이 납니다. 이런 나라에서 뭘 할 수 있을지.. 참 천박합니다. 정말.
14/11/19 23:11
수정 아이콘
좋은제도의 안좋은점만 가져다쓰는 열정의나라
레지엔
14/11/19 23:22
수정 아이콘
저 사건 처음 불거질 때 라이브로 보고 있었는데 제일 처음 든 생각은 '흔하디 흔한 노동 착취구만 매번 뻔하지 뭐'였습니다. 그러면서 저런 심각할 정도로 부도덕한 일에 너무 자주 노출되다보니 탈감작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학습된 무력감'을 먼저 떠올리게 돼서 저 포스팅 주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소독용 에탄올
14/11/20 01:59
수정 아이콘
노동관련해서 열정페이를 비판하는 '보고서'가 열정페이를 지급받는 연구자에 의해 쓰여지는 나라라...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옵티머스프라임
14/11/19 23:24
수정 아이콘
토탈리콜이라는 영화의 스포가 되는 부분인데... 그 영화의 주 스토리를 보면


화성에 산소가 없는데 돔 형식으로 건물을 만들어서 그 속에서 사람들이 살아갑니다.
그 돔안에는 기득권을 가진자들이 산소를 가지고 사람들을 지배하고 있죠.
말 안듣거나 반항하고 그러면 돔 안에서 못살게 하는 뭐 그런 상황이었던거 같네요.

그런데 화성에는 외계인들이 산소가 자동으로 공급되는 장치를 설치해놨습니다.
그걸 아놀드가 찾아서 작동시키려고 하는데 화성의 기득권을 가진자들이 그걸 못하게 막죠.
그 장치만 작동되면 화성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돔 안에서만 지낸 필요 없이 어디를 가든 깨끗한 산소를 마시면서 평화롭게 살 수 있는데
화성의 기득권자들은 그걸 못하게 막죠.

왜냐? 그 산소를 자신들이 컨트롤 하면서 그걸 가지지 못한 사람들을 노예처럼 부려먹을 수 있거든요.
그 산소가 돈이죠. 돈.
상상력사전
14/11/19 23:26
수정 아이콘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노동의 배신' 사놓고 읽다가 너무 확인사살 당하는 느낌이라 절망적이어서 책을 덮었던 기억이 나네요
아무리 노동해도 가난을 벗어날 수 없는 현실.
닭이아니라독수리
14/11/19 23:59
수정 아이콘
이 나라는 노동력 착취를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거 같습니다
학창시절의 사실상 반강제적인 자원봉사부터가 그런 풍조를 주입하는 것 같기도 하네요

그나저나 '쎄운다'라는 표현이 뭔가 추억돋네요
14/11/20 00:46
수정 아이콘
영화평론가(혹은 영화기자): 회사에 따라서는 경력을 제공했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고 [원칙은 현실과 다르다. 세상 일은 이해관계 속에 있다.]

맥스무비 사수기자: 기자의 문장엔 책임이 따른다. 나는 단신기사가 지금도 어렵고 [내 미천한 문장력이 영화에 누가 될까 걱정이다.] [영화 기자가 되려면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써야 한다.]


놀고들 있네요.
낙타의 되새김질
14/11/20 02:58
수정 아이콘
미국 IT 기업에서는 대학생 인턴이 월 5천불을 받는데 말이죠.. 참 씁쓸합니다.
14/11/20 03:13
수정 아이콘
병특할 때 몹쓸 IT 업체에서 월 30만원줬던게 생각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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