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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9/24 03:36:28
Name 당근매니아
Subject [일반] 늦은 신시티2 감상. 스포 있음.


기본적으로 영화가 후지다. 시나리오, 연출, 편집, 화면 다 좀 나사가 빠져있다. B급 느낌 물씬 주는 화면 자체는 뭐 신시티1에서도 잡았던 컨셉이고, 로드리게스 자체가 그런 방식에 특화되어 있는 양반이니 넘어간다 치자. 문제는 영화 전체가 옴니버스이면서도 그 특성을 전혀 살리지 못하고, 마초한 분위기를 연출하려다가 금세 우스꽝스러워져 버렸다는 데에 있다.

인트로를 포함하여 총 4개 에피소드가 하나의 영화를 이루고 있는데, 그 에피소드 간의 연계는 매우 느슨하다. 마브라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적 존재만 이리저리 분주히 움직이는 것인데, 그조차 서로 어떤 서사적 연관을 가지고 있진 않다. 마브는 그저 모든 것을 해결해줄 수 있는 힘과 폭력의 화신일 뿐이다.
문제는 이렇게 연계되지 않는 이야기들이 그다지 설득력을 주지 못하는 방식으로 나열되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엔 어떠한 시너지도, 어떤 장치적 의미도 없다. 앞뒤로 잘린 래빗의 에피소드는 그 자체로는 이 영화에 삽입된 에피소드 중 가장 훌륭하지만, 사실 앞뒤로 잘려 들어갈 이유는 별로 없어 보인다. 관객에게 시간적 거리감을 느끼게 하려는 의도였을까. 차라리 킬빌 등의 영화에서 시도했듯이, 장과 막을 갈라 에피소드들을 규정 짓고 구분하는 것이 나았을지도 모른다.

영화는 1개의 에피소드를 원작에서 가져오고, 나머지 셋은 오리지널을 만들어 넣었다. 그 중 위에서 언급한 하나는 훌륭했고 나머지는 과잉하거나 모자랐다. 에바 그린이 열연한 원작 에피소드에서 인물들은 지나치게 단순하고 직선적이어서 우스웠다. 현실의 인간 중 그런 식으로 사고하는 사람을 본 기억은 그다지 많지 않다.
영화가 저변에 깔고 있는 오리엔탈리즘과 300에서 그다지 달라질 것도 아니었지만, 영화가 택한 애니메이션적 기법과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이 글을 쓰는 와중에 문득 생각나는 것은 두 편으로 나누어 개봉했던 다크나이트 리턴즈다. 프랭크밀러의 거친 그림과 단순한 연출, 과장된 화면은 차라리 애니메이션에 훨씬 어울렸었다.

배우들의 연기를 탓하고 싶은 마음은 그다지 들지 않는다. 영화에서 인물들은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움직이는 인간들보다는 꼭두각시에 훨씬 가까운 존재들이었고 적어도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이들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다. 에바 그린은 개 중 가장 돋보였고, 제시카 알바는 여전히 조금 부족했다.

원작에서 가져온 에피소드는 호흡이 너무 좋지 않았고, 상기한 바와 같이 인물들도 죽어있었다. 인트로는 그다지 언급할 필요성이 없을 정도로 짧은 소품이었고, 알바가 주역을 맡은 에피소드는 개연성도 인물의 일관성도 재미도 없었다. 단순한 이야기 구조라는 건 양날의 검이 되는 법이다.
래빗의 오리지널 에피소드는 매우 훌륭했지만, 전체 러닝타임에 비해 그 길이는 너무 짧았다. 정말 솔직히 말해서, 이 에피소드를 보고는 프랭크 밀러가 아직 죽지 않았다고 생각했고 나머지 에피소드들을 보면서는 이 영감쟁이가 빨리 죽어버렸으면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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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9/24 05:36
수정 아이콘
전 사실 이 영화가 300 나오기 전이나 직후에만 나왔어도 좋은 평가를 받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신시티 원작은 혁명적이었지만 관객들은 너무 오래 기다렸고
그 사이에 300을 위시로 그래픽 노블들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스타일리쉬한 작품들이 나왔죠.
영화의 미장셴이 더 이상 셀링 포인트가 아니게 되었을 때 신시티에 남은 것은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반대로 신시티 원작이 지금 개봉한다고 하더라도 엄청난 호평을 기대하기는 힘들었을 겁니다.
내려올
14/09/24 07:33
수정 아이콘
그래픽 노블 원작의 다른 영화는 또 어떤게 있을까요? 300하고 씬시티는 알겠는데요.

댓글 달고 한번 검색해보니 기사도 있었네요.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mid=sec&sid1=106&oid=003&aid=0005633743
14/09/24 09:10
수정 아이콘
사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거기 끼기는 좀 그런 것 같고.
망작인 '스피릿'도 있고 '킥애스'도 있고
'스캇 필그림 vs. 더 월드'가 좋은 예시겠네요.
오히려 확장해서 오리지널 스토리지만 잭 스나이더의 '써커 펀치'같은 작품들도 거기에 묶을 수 있다고 봅니다.
14/09/24 06:21
수정 아이콘
마지막 대사가 인상적이네요
하늘의 궤적
14/09/24 09:26
수정 아이콘
북미서 폭망한 이유가 있나보군요...
토끼떄문이라도 꼭 보려고 하는데 눈이 고문이겠네요
세종대왕
14/09/24 11:16
수정 아이콘
개봉날 봤는데 좀 실소가 나오더군요.
아무리 만화적인 설정이라지만 총알들 막 날아오는데 그냥 뚜벅뚜벅 걸어가서 다 죽여버리는 말도 안되는 설정이...
전체적인 이야기 진행도 1편만 못했습니다.
1편은 진짜 남자냄새 물씬 풍기는 내용이라면 2편은 약골들이 센척하는 느낌?
싸우지마세요
14/09/24 11:35
수정 아이콘
리뷰 잘 봤습니다. 덕분에 극장에서 보지 않아도 될 것 같네효 흐흐
참고로 제가 알기로는 4개의 에피소드 중 2개는 원작에서 가져왔고 2개가 오리지널이라고 하네요~

원작 : [Just Another Saturday Night] , [A Dame to Kill For]
오리지널 : [The Long Bad Night], [Nancy's Last Dance]
당근매니아
14/09/24 11:51
수정 아이콘
인트로 에피소드가 원작에 있었군요. 읽은 지가 너무 오래된 모양입니다.
영원한초보
14/09/24 12:10
수정 아이콘
래빗이 주인공인줄 알고 영화 봤는데 너무 허무해서 황당했습니다.
반면에 기대하지도 않은 에바그린만으로 표값은 건졌다는 느낌은 들더군요.(여성분들은 아닐꺼에요)
스토리가 평면적도 아니고 직선적이라 혹평 받을만 합니다.
전작의 마브는 분량이 이번 만큼 많지 않지만 훌륭한 도구였는데
이번편은 비중이 절대적이라서 오히려 매력이 줄어드는군요.
이 영화는 이야기 평가는 낙제점이고 연출력도 최상급은 줄 수가 없습니다.
다만 다른 영화와의 차별점은 신시티내의 세계관인데
보통의 영화는 선한 쪽이 주인공으로 나와서 감정이입하고 거기에 맞춰서 흘러가는데 이 영화는 그럴 만한 인물이 없습니다.
조니(조셉 고든 래빗) 정도가 그런 가능성이 있었는데 쩌리로 만들어 버렸죠.
영화 구성이 엉망이긴 하지만 시간 배분도 그렇고 이야기 집중도도 그렇고
매인 이야기는 드와이트와 에바의 이야기인데 누구도 선하다고 볼 수가 없습니다.
일반적 통념에서 엉뚱한 살인도 많이 합니다.
이 살인에 대해서 공감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을 테고 그래서 이 영화가 더욱 버림 받는 영화가 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러니하게 인간은 원래 악하다라는 이야기가 많은 요즘 이 영화에 공감하기 힘든 사람들을 보면서
그래도 사람들이 선한걸 좋아한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4/09/24 12:30
수정 아이콘
1편에 비해서 2편은 너무 실망스러웠습니다.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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