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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10/30 22:57:32
Name 당근매니아
Subject [일반] 긴급조치 위헌이어도 수사, 재판은 불법 아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www&artid=201410301749491&code=940301


긴급조치가 위헌·무효라고 해도 당시 이뤄진 수사나 재판 자체를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긴급조치로 인해 유죄를 받거나 옥살이를 했다고 바로 국가의 손배배상 책임이 성립한다고 보지 않았다. 향후 긴급조치 피해자들이 재심으로 무죄를 선고받더라도 국가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으려면 고문 같은 가혹행위, 수사기관의 증거조작 등 불법행위가 입증되야 한다. 대법원이 긴급조치에 위헌·무효라고 판결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판결로 오히려 피해자 구제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뭐 이런 판례가 나온 모양이군요.

간략히 하자면 긴급조치는 위헌 무효지만 그에 따라 이루어진 수사 재판이 무조건 불법은 아니며, 과정에서 고문 등의 가혹행위와 증거조작 등이 이루어진 것이 입증되지 않은 이상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은 지급할 수 없다. 형사보상만 가능하다.

국가법령센터에서 제시하는 형사보상은 대강 이런 내용입니다.

'형사사법 당국의 과오(過誤)로 죄인의 누명을 쓰고 구속되었거나 형의 집행을 받은 사람에 대해 국가가 그 손해를 보상해주는 제도; 형사보상은 구금일수에 따라 지급됩니다. 보상금은 구금일수 1일당 보상청구의 원인이 발생한 연도의 「최저임금법」에 따른 최저임금액 이상, 구금 당시의 최저임금액의 5배 이하의비율에 의한 금액입니다.'

다시 말해 구금했던 날짜 비례로 지급되는 보상금 형태입니다. 그 기준은 최저임금에 맞춰져 있군요.

긴급조치에 대한 설명은 엔하위키 링크로 일단 대체합니다. 이게 더 자세할 거 같네요. https://mirror.enha.kr/wiki/%EA%B8%B4%EA%B8%89%EC%A1%B0%EC%B9%98

뭐 링크 내용에도 있듯이 긴급조치가 발동된 것은 74년. 처음으로 위헌 판결이 내려진 게 36년이 흐른 뒤인 2010년입니다. 뭐 그래요. 법리적으로 손해배상을 엄격한 입증 하에 지급하는 게 옳은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인 간의 일이라면 오히려 그게 당연할런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건 국가 시스템 단위로 일어났던 일이고,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집단이 보호대상인 국민을 상대로 말도 안되는 짓을 했던 거잖아요. 애초에 아무 죄가 없는 사람을 잡아다 넣었다가 그게 위헌이었으니 징역 산 만큼만 일종의 급여 상당 보상으로 떼우고 넘어간다? 이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되어버립니다. 그 정신적 피해 등을 저런 식으로 넘어가 버리는 게 옳은 일인가요.
수십년이 지난 일에서 고문여부와 증거조작을 피해자에게 입증하라고 하는 게 합당한 일인가요.

예전에도 비슷한 글을 몇번 썼던 기억이 있습니다. 십수년을 간첩조작사건으로 독방살이하고 가정은 연좌제에 휘말려 전부 파탄이 났는데 다 합쳐서 십수억원으로 퉁치고 끝났던 판례도 있었고, 북파공작원 아버지는 가족 통지도 없이 처형해버리고 여섯살 짜리 아들은 수년 동안 잡아다가 군사훈련 시켜놓고 고작 수억원으로 보상했던 판례도 있었죠. 국가가 국민을 상대로 불법을 자행해놓고 그 손해를 제대로 감당하지 않으려고 하는 자욱들이었습니다.

제가 재밌게 수업 들었던 민법 교수님이 즐겨하시는 말 중에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어떤 행동을 했을 때 법리적으로, 원칙적으로 부당이득에 의한 것이든 불법행위에 의한 것이든 국가의 책임에 의한 것이든 거래에 의한 것이든 간에 권리와 의무가 동시에 발생함을 이야기한 것이었죠. 예컨대 제대로 미래를 타진해 보지 못하고 막 지은 공군 비행장이 연간 지불하는 2~3천억의 소음 보상금 같은 거 말입니다.

뭐 이러한 결정과 판례가 국고에는 도움이 될런지 모르겠습니다. 피해자는 어차피 국민 전체에 비하면 소수일 수 밖에 없고, 세금은 아껴지겠죠. 그래서, 거기서 우리는 뭘 배울 수 있을까요. 어차피 뒷탈 날 거 별로 없고 한 짓보다 손해 더 볼 일은 없으니 하던대로 하면 된다?

징벌적 손해 배상제 얘기가 드문드문 나오는데, 이건 어느 정도 입법이 아닌 법원 재량의 문제가 있었다고 보기에 더 아쉽습니다. 미쓰비시 중공업 판례에서의 그 모습(https://ppt21.com/?b=8&n=49098)은 왜 외국이 아닌 국내 과거 정권을 향하지는 못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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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난고기
14/10/30 23:07
수정 아이콘
결론적으로 악법도 법이다란 뉘앙스가 짙은 판결이네요.
긴급조치 자체가 문제있는 법인데 말이죠.
14/10/30 23:08
수정 아이콘
이렇게까지 돈에 정직하고 성실한 사회가 유사 이래 얼마나 있었는지 궁금한 지경입니다.
참으로 선명해서 헛웃음이 다 나오네요.
맹독은 내핏속을 구르고
14/10/30 23:08
수정 아이콘
대법관들의 임명자가 누구인데요. 판결의 보수화 현상은 이미 확고한 트렌드입니다.

저는 당연히 전합은 가야할 내용인데 대법원의 일개 부에서 끝났다는데 더 참혹함을 느낍니다. 이미 사건 배정 당시에 전원일치 의견이 나올 부를 예단하고 보낸 것이 아닐까 의심합니다. 반대의견이 판결문에 등장하는 것도 미리 막겠다는 의사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실현된 것이 아닐까 의심합니다
azurespace
14/10/30 23:11
수정 아이콘
전 그냥 이 나라의 입법 및 사법체계를 신뢰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는 건 하나도 없지만요.
네버스탑
14/10/30 23:11
수정 아이콘
정부가 이 판결을 토대로 긴급조치에 따른 피해자를 상대할 때 확실히 유리해지겠네요
돈없으니까 봐주려는건지..
차라리 일괄적으로 그 당시 모든 피해자들을 모아서 한꺼번에 배상판결한 후 이 판결을 적용해야 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렇듯 정부가 독재적으로 만든 법을 가지고 현 사이버명예훼손 같은 부류의 자의적인 수사를 했을 경우 그것마저도 면죄부를 주려함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냥 국민을 말 잘 듣는 개로 만들기 위한 명분을 만든 느낌이에요
이런 상황에서 국회선진화법의 무력화를 시도하려는 여당을 현 야당들은 목숨걸고 막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국민의 눈치를 보는 여당과 정권이 아닙니다
치킨과맥너겟
14/10/30 23:21
수정 아이콘
사법부 수준...당사자의 딸인 그분이 대통령이니 왠지 지극적인 정치적판결을 선고한것 같은 생각이 드는군요...한자리 먹고 싶어서 저러나..
뭐 애초에 원세훈 판결때부터 그냥 답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향후 긴급조치 피해자들이 재심으로 무죄를 선고받더라도 국가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으려면 고문 같은 가혹행위, 수사기관의 증거조작 등 불법행위가 입증되야 한다]도대체 어떻게 입증을 해야되지...?...시간이 상당히 흘렀는데
14/10/30 23:21
수정 아이콘
이제 긴급조치 선포됐을 때 저항했다가는 뼈도 못 추리고 보상도 못 받겠군요 크크
가만히 손을 잡으
14/10/30 23:27
수정 아이콘
사법부도 정치싸움에 진영싸움 하는거죠.
법에 대한 신뢰는 글쎄요? 신영철이 대법관하는 나라라..
14/10/30 23:31
수정 아이콘
이게 대체 뭔소리여...세상이 예상보다도 훨씬 재밌게 돌아가네요.껄껄껄
원달라
14/10/30 23:35
수정 아이콘
제가 볼 땐 사법부 조직의 자기완결성, 자기논리 문제같습니다. 뭐 기계적인 법 해석이 하루이틀얘긴 아니긴한데.. 사법부 과실 인정여부 문제에는 유난히 더 그러죠.
좋아요
14/10/30 23:38
수정 아이콘
지금까지도 지금까지인데 앞으로 길이길이 골치아픈 판례로 남겠네요. 최소한 정치관련해선 사법부 전체가 중립을 잃었다고 봐도 될정도인거 같은데ㅡㅡa
솔로10년차
14/10/30 23:51
수정 아이콘
악법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긴급조치는 초법이었기 때문에 국가가 배상해야한다고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어떤 선례를 남기느니 차라리 소송을 미루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은 정도의 판결입니다.
100년이든 얼마든 간에 이 사안을 어느정도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시간이 됐을때 과연 저 재판부처럼 '공적인 판결'이 가능할지요.
개인이야 저게 맞다고 생각할 수 있어도 말이죠.
endogeneity
14/10/30 23:57
수정 아이콘
국가배상책임이란 공무원의 직무집행 상 불법행위에 대한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것인데

1) 집행 당시엔 적법, 합헌인 행위였던 것이 행정소송 등에 의해 사후적으로 취소되거나
2) 대법원이 사후적으로 완전히 다른 해석론을 판시하는 바람에 위법한 것으로 되버리거나
3) 위헌법률심판에 의해 근거법령 자체가 위헌으로 되는 경우

직무집행상 불법행위가 인정되는지에 관하여 판례는 1), 2)의 경우 원칙적으로 이를 부정한다는 것을 확고히 했고
행정법학계에서도 통상 이런 태도에 찬동하면서 3)의 경우에도 원칙적으론 직무집행 상 불법행위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 유력합니다
특히 3)의 경우 3권분립 원칙상 공무원은 법령 심사권을 갖는다고 볼 수 없는 점이 아주 중요한 이유로 작용합니다.(국회가 법을 제정했는데 행정부에서 '내가 가만히 보건대 이건 위헌법률인듯!'이라면서 집행을 안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합헌적 법률해석'(대법원이 헌재와의 맞짱을 위해 이 점을 아주 강조하죠!)을 하여야 한다는 판사의 경우는 어떤가...싶기는 한데
우리 법원은 팔이 안으로 굽기 때문인가 판사의 재판상 위법에 따른 국가배상은 극히 제한적으로만 인정을 하는 편이고요.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법원의 입장은 일단 일관성은 있는 것이고
거기에 덤으로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나름 타당한 이유가 없는 것만도 아니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덤으로 이런 법리는 결국 '악법도 법'이라는 멘탈리티가 구체화된 것이라는 점을 굳이 부인할 것도 없고요.
굳이 따지면 사안이 한국 법질서 최대 수치라는 유신헌법 관련 사안인데 전원합의체에서 한번 저울질을 해볼 수는 있었겠죠.
그러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솔직히 나이든 판사들의 자기방어심리 같은게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법대로
14/10/31 00:16
수정 아이콘
음.. 그리고 법리는 차치하더라도 당해사안만 놓고보자면 현저히 불합리한것도 아닌것 같네요. 기사만 놓고보자면 사법부가 집행유예 선고유예만 했고 이후 실효됐다는 얘기도 없는것 같은데.. 그럼 위헌으로 아마 무죄로 바뀌었다면 양심상 정신상의 피해만 존재하는 셈인데.. 국배법을 엄격히 적용한다는것이 불법이라도 배상을 안해준다는게 아닌데 오해하는 여론이 또 생길까봐 걱정이네요.. 물론 국배법상 배상책임을 면하려는것 자체에는 비판이 갈수있다는것은 공감하지만요..
cadenza79
14/10/31 09:31
수정 아이콘
당연하다 싶어서 설명 달까 싶었는데 이미 좋은 설명이 붙어 있네요. 결국 요지는, 사후에 위헌으로 밝혀진 법령이 있는데 위헌으로 결정나기 전에 개별 공무원이 "이거 위헌임 나 못함"이 등장하면 아예 시스템이 마비되는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죠.

댓글 추천드리고 갑니다.
스웨이드
14/10/31 00:07
수정 아이콘
그러니까 내가 널 때렸다는 증거있어? <<< 요걸 국가단위로 한다는거죠?
swordfish-72만세
14/10/31 00:26
수정 아이콘
사실 변한게 아니라 일관된 태도로 기억하는데요
14/10/31 10:41
수정 아이콘
사법부도 참 애쓰네요.
애패는 엄마
14/10/31 13:43
수정 아이콘
이러면 국민들은 어쩌란 말인지..
14/10/31 17:58
수정 아이콘
아무리 생각해도 이 나라의 법이라는 것은 정의를 바탕으로 세워진 게 아니라 그냥 정의와 약간의 교집합이 있는, 별개의 범주인 듯 합니다.
삐쭈기
14/10/31 20:36
수정 아이콘
우리도 월급쟁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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