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4/08/06 13:33:47
Name Eternity
Subject [일반] [리뷰] 복수는 나의 것(2002) - 살갗을 꿰뚫고 들어오는 칼날의 서늘함 (스포있음)
*반말체인 점 양해바랍니다.*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 있습니다.*





[리뷰] 복수는 나의 것(2002) - 살갗을 꿰뚫고 들어오는 칼날의 서늘함



평론가들이 걸작이라며 입을 모아 찬탄하고 칭송하는 이 작품, 박찬욱의 복수 삼부작 중 첫 번째 작품에 해당하는 [복수는 나의 것]을 나는 십년이 넘도록 보지 않았다. 이유는 그냥 예감이 좋지 않아서. 포스터에서부터 풍겨져오는 냉혹하고 서늘한 기운만 봐도 뭔가 기분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포스터만으로도 영화의 차가운 기에 눌리는 기분이랄까. 하드보일드라는 장르도 별로 끌리지 않았고. 그렇게 10년이 훌쩍 넘은 후 뒤늦게 감상하게 된 이 작품에 대한 소감을 짤막하게 말하면, [복수는 나의 것]은 박찬욱이 천재라는 사실을 아주 간단명료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더불어 [올드보이]와 함께 박찬욱 감독의 최고작으로 꼽아도 손색이 없겠다는 생각이다.

사실 살면서 칼에 찔려본 경험은 없다. 그것은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찬가지일 것. 그런 경험은 없으나 [복수는 나의 것]을 감상하는 기분 자체가 그러했다. 마치 차가운 칼날이 내 뱃속 깊숙이 들어와 박혀있는듯한 서늘한 느낌. 그 칼날이 뽑힌 후의 피분수, 피바다의 격정이 [올드보이]라면, [복수는 나의 것]은 차가운 칼날이 뱃속에 들어온 순간 아무런 미동도 못한 채 차갑게 얼어버리는 그러한 한기를 지니고 있는 작품이다. 단 한 순간의 느낌이 아니라 내내 이런 기분으로 영화를 감상했으니 돌이켜보면 이 작품은 내가 만나본 영화 중 가장 차갑고 서늘한 영화일 것이다.

차가운 얼음장과 뜨거운 용광로


본격적인 리뷰에 앞서, [복수는 나의 것][올드보이]의 비교는 필연적인데, 전자가 날카롭게 벼려진 서늘한 푸른빛의 비수라면 후자는 뜨거운 담금질 속에서 갓 꺼낸 불타는 화룡도이다. 세상에서 가장 차가운 얼음장과 가장 뜨거운 용광로의 대비. 이것이 두 작품의 색깔과 본질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우선 [올드보이]는 몰입의 영화이다. 관객을 영화 속 한복판으로 내던지는 충격적인 오프닝씬부터 오대수(최민식)의 시각으로 출발하는 이 영화에서 관객들은 오대수가 느끼는 억울함과 답답함, 그리고 처절한 고통과 의구심을 동반한 복수의 감정을 함께 공유한다. "누구냐, 넌." 이라는 명대사는 우진(유지태)을 향한 오대수의 분노의 일성임과 동시에 관객들의 질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복수는 나의 것]은 다르다. 이 작품은 철저하게 등장인물과 관객이 거리를 두게 만들고 관객의 감정이입과 캐릭터에 대한 동화를 허락지 않는다. 마치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지켜보듯 그렇게 관객들은 스크린 너머의 류와 영미 그리고 동진의 이야기를 지켜봐야한다. 이러한 연출 스타일은 마치 황석영의 [삼포 가는 길]과 김승옥의 [서울, 1964년 겨울] 혹은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차이와도 맞닿아있다. 마치 이런 식이다. 우선 주인공 영달과 정씨, 그리고 백화의 귀향길에 독자를 서슴없이 '동행'시키는 [삼포 가는 길]의 화법과는 다르게 [서울, 1964년 겨울], 그리고 [난쏘공]은 무미건조한 작가의 시선을 통한 캐릭터와 독자의 거리두기를 유지한다. 여기에 곁들여진 [난쏘공]의 계급투쟁까지 생각해보면, [복수는 나의 것]의 그것과 묘하게 닮아있다.

​류(신하균)는 청각장애인이자 비정규직 공장 노동자이다. 그에게는 사랑하는 누나가 있고 누나는 신장이식수술을 해야만 살 수 있는 중환자다. 직장에서 해고된 류는 퇴직금으로 누나의 신장을 구하려고 하지만 오히려 장기밀매단에게 속아 퇴직금과 함께 자신의 신장마자 적출 당한 채 버려진다. 결국 병원에 신장 기증자가 나타났음에도 정작 돈이 없어 수술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류에게 애인 영미(배두나)는 '좋은 유괴'를 제안한다. 그렇게 이 둘은 유괴를 계획하게 되고 애초 예정과는 다르게 일면식도 없는 중소기업 사장 동진(송강호)의 딸을 유괴하게 된다. 하지만 돈만 받고 무사히 아이를 돌려주려던 애초의 의도와는 다르게 아이가 실수로 죽게 되자 상황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결국 이 모든 일의 전모를 알고 죄책감에 자살을 택한 류의 누나. 누나의 죽음으로 깊은 절망과 비관에 빠진 류는 장기밀매단을 향한 지독한 복수를 계획하고, 또 한편에서 딸을 잃은 동진은 류와 영미를 향한 차가운 복수를 시작한다.

카타르시스 따윈 없다


​박찬욱 감독은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들었다."라는 한마디 말로 [복수는 나의 것]의 제작 의도를 짧게 설명한다. 이 얘기는 바꿔 말하면 그동안의 한국영화계에서 [복수는 나의 것]과 같은 정통 하드보일드 장르의 작품이 없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차갑고 무미건조한 색채로 냉혹하고 비정한 시선을 유지하는 장르적 특성도 물론 그렇지만 '박찬욱 본인이 보고 싶었던 영화'의 가장 핵심은 바로 '카타르시스 없는 복수극'일 것이다. 사실 이 세상에 동기 없는 복수란 없다. 이 말은 바꿔 얘기하면 모든 복수에는 크든 작든 그 나름의 카타르시스가 동반되기 마련이라는 점. 이러한 (복수극을 통한) 관객의 정서적 쾌감과 감정적 카타르시스의 분출을 보여주는 대표적 작품이 아마 [아저씨]일 것이다. [아저씨]의 관객들은 주인공 태식(원빈)의 시점에서 함께 공분하며 영화 내내 끓어오르는 분노를 태식과 함께 공유하다가 마지막 복수씬과 함께 시원하게 배설해낸다. 이것이 일반적인 복수극의 양태이다.

하지만 [복수는 나의 것]은 다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작품이 특유의 카메라 기법을 통해 관객에게 강제하는 시점은 '거리두기'와 '관조'이다. 관객들은 류나 동진, 어느 한쪽에 동화되거나 감정이입됨 없이 류와 영미의 유괴, 그리고 동진의 복수를 차분하게 바라보게 된다. 이러한 카메라의 시점이 가장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씬이 바로 영화의 마지막, 동진이 류를 살해하는 씬일텐데 이 장면에서 카메라는 마치 신이 하늘에서 내려다보는듯한 시각으로 이 둘의 모습을 지켜본다. 영화의 클라이맥스 가운데 하나인 자극적인 살해씬에서조차 카메라는 그 어떤 감정적 동요나 이입을 허락지 않고 이 순간 관객은 오히려 정서적으로 차분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른바 복수의 쾌감이나 카타르시스 따위는 배제된 박찬욱식의 차디찬 선물. 이것이 이 영화를 통해 관객이 느끼는 불편함과 찝찝함의 근원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복수는 나의 것]이 위대한 작품인 이유이기도 하다.

혓바닥이 짧다


[복수는 나의 것]의 또 다른 특징은 바로 설명이 적다는 점이다. 박찬욱 감독은 [복수는 나의 것]을 언급하며 "말이 많다고해서 무조건 좋은 작품이라곤 생각지 않는다." 라는 식으로 말했다. 그만큼 이 작품은 어떠한 부차적인 설명이나 캐릭터들의 대사가 아닌 그들의 행동과 극의 분위기 그 자체로 관객에게 의미를 전달하는 영화이다. 그렇다보니 열린 구석도 많고 생각할 거리도 많아진다. 이와 대조될만한 작품이 바로 (같은 하드보일드 장르인) 장준환 감독의 [화이 : 괴물을 삼킨 아이]인데, [화이]는 비슷한 장르이지만 [복수는 나의 것]과는 정반대의 색깔을 지니고 있다. 간단하게 말해 [화이]는 혓바닥이 길다. 겉으론 차가운 척하지만 그 속은 한없이 뜨겁고 순수하다. 그렇다보니 이래저래 대사와 플래시백을 통한 설명이 많고 화이(여진구)를 비롯한 석태(김윤석) 등 등장인물들에 대한 실드와 변명 또한 차고 넘친다. 이것이 결국 박찬욱과 장준환의 차이이기도 하다. 어쩌면 하드보일드 장르를 찍기엔 장준환이 지나치게 착한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청각장애인인 류, 장기밀매단, 동진 등 이 작품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이 말수가 적고 과묵하다. 유일하게 말을 많이 하는 캐릭터가 바로 류의 애인인 영미이다. 영미가 이른바 '좋은 유괴론'을 내세우며 류에게 유괴의 정당성을 설파하는 장면을 살펴보면 특히나 수다스럽고 대사가 많은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이러한 번잡한 설명과 긴 대사는 결국 유괴의 정당성을 오히려 떨어뜨리는 효과를 가져오는데 이것은 분명 박찬욱이 의도한 바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연출적 의도와는 별개로 이 장면-아래의 영상-에서의 배두나의 연기는 이 작품에서 가장 일품이다.)



더불어, 누나의 진료를 담당한 외과의사가 류에게 "B잖어~ B~!"라며 손짓으로 B자를 그리며 혈액형을 얘기하는 장면과 장기밀매단의 여자가 류에게 같은 손짓으로 크게 B자를 그리며 혈액형을 확인하는 장면에서 이 둘이 그리는 B자의 모양이 정확히 정반대를 이룬다. 외과의사는 류의 입장에서 보기 편하게 반대로 B를 그리고, 장기밀매단의 여자는 자신의 입장에서 B를 그린다. 이러한 장면을 그냥 삽입했을 리 없는 박찬욱 감독인 바, 이것은 말이 아닌 단순한 손짓에서 류에 대한 동정과 배려의 감정을 지닌 담당의사와 아무런 동정과 배려의 감정을 지니지 않은 장기밀매단의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결국 이것 또한 [복수는 나의 것]이 보여주는 짧은 혓바닥의 일부인 것이다.

한편 [복수는 나의 것]에서는 등장인물들을 통한 계급투쟁적 시각을 명확하게 읽어낼 수 있다. 열약한 환경에서 일하다가 해고당한 비정규직 노동자인 류, 그의 애인 영미는 재벌 해체와 미군 축출을 외치고, 경영 악화로 어쩔 수 없이 정리해고를 단행한 중소기업 사장 동진, 그리고 그 앞에 나타나서 1인 시위를 벌이며 자해하는 해고 노동자, 산동네에서 노동자 일가족이 함께 자살을 맞이한 모습까지. 이 작품은 결국 이렇게 모두의 비극으로 끝나버린 주인공들의 복수극의 원인이 사실상 피폐한 자본주의 사회의 어두운 그늘과도 맞닿아 있음을 말해준다. 하지만 이러한 시각만으로 이 작품을 읽어내는 것은 협소하다. 그것은 마치 [괴물]에서 미국에 대한 비판적 의식을 읽어내고 그것만을 바탕으로 영화 전체를 해석하는 시각과 다를 바 없다.

살갗을 꿰뚫고 들어오는 칼날의 서늘함


결국 박찬욱 감독이 가장 말하고 싶었던 것은 계급투쟁적 시각을 통해 바라보는 자본주의 사회의 폐해와 맨얼굴이라기보다는, 인간들에게 던져진 복수의 아이러니 그 자체일 것이다. 누구에게도 기쁨이나 카타르시스를 안겨주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복수의 맨얼굴. ([올드보이]와 마찬가지로)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며 선악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채 한데 엉켜 뒹구는 우리네 삶 말이다. 애인을 잃은 류와 딸아이를 잃은 동진이 각자 서로에게 복수를 하겠다며 서로의 집 안과 집 주변에서 동시에 기다리는 씬은 이러한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대표적 장면이다. 더불어 물에 빠져 죽은 딸아이의 고통을 똑같이 느끼게 하려는 듯 류의 아킬레스건을 잘라내고 익사시키는 동진의 복수에는 그 어떤 쾌감도, 통쾌함도 없다. 선악과 피아가 명료하게 구분되며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통쾌한 복수를 하는 일 따위는 영화에서나 가능한 것이다. 우리네 삶은 [킬빌]도, [아저씨]도 아니다. 결국 이러한 삶의 현실을 파고들며, 이른바 현실의 살갗을 꿰뚫고 들어오는 칼날의 서늘함을 느끼는 것은 관객들의 몫이다.

더불어 이처럼 비정하고 냉혹한 복수의 아이러니 속에서 박찬욱은 그 나름의 쾌감과 재미를 느끼는 듯하다. 영화의 중간 중간 심어져있는 블랙 코미디적 요소에서도 박찬욱 특유의 천진난만함을 느낄 수 있다. 어쩌면 [복수는 나의 것]은 생각만큼 박찬욱에게 무거운 작품이 아닌 듯 하다. 분명 그는 이 작품을 찍으며 일면 짜릿하고 즐거웠을 것이다. 그것은 그의 취향이 변태적이어서라기 보다는 주변의 기대와 정반대로 배치되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거침없이 내뱉는 데에서 오는 카타르시스, 이른바 배설의 쾌감일 것이다. 감독 본인에겐 카타르시스를, 영화 속 주인공들에겐 냉혹한 고통을, 관객들에겐 서늘한 한기를 선사해주는 작품, [복수는 나의 것]이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감모여재
14/08/06 13:35
수정 아이콘
아니 맨데이트는 어쩌시고 복수는 나의 것입니까...
Eternity
14/08/06 13:38
수정 아이콘
잠시.. 명작으로 머리 식히는 의미에서..;;
고, 곧 감상하고 리뷰할 예정입니다..-_-;;
14/08/06 13:39
수정 아이콘
영원님 건강을 유지해야 좋은 리뷰 계속 보지 않겠셉습
기계새
14/08/06 13:39
수정 아이콘
벌써 12년전 영화네요. 딸이 물에 빠져 죽을때 소리가 들리지 않는 신하균 입장의 시점이 감탄스러웠는데..
Eternity
14/08/06 14:06
수정 아이콘
그것 뿐만 아니라 류의 누나가 고통으로 신음소리를 지르며 뒹굴 때 청각장애인인 류가 듣지 못한 채 라면을 먹는다거나
옆방 남자들이 그 소리를 섹스 중 교성으로 알고 자위행위를 하는 씬들은 정말, 박찬욱 아니면 보여줄 수 없는 장면들이죠.
이젠다지나버린일
14/08/06 13:41
수정 아이콘
음. 졸작 - 명작 - 졸작 이면 다음은 명작인가요 크크

개인적으로 이터니티 님의 리뷰 올라올 때마다 깊게 읽고 정말 좋아하는데요,
혹시 살인의 추억이나 올드보이는 리뷰하실 생각 없으신가요?
이미 너무 고전, 명작의 반열에 들어간 영화라서 좀 그럴까요..
Eternity
14/08/06 14:08
수정 아이콘
네, 뭐랄까요..
말씀하신 대로 이미 걸작에 반열에 올라선 영화들이고
흥행에 실패한 [복수는 나의 것]과는 달리, 흥행에도 크게 성공해서 이미 헤집힐 대로 헤집힌(?) 영화들이다보니
딱히 제가 더할 말도 없고 동어반복이 될 것 같아서 따로 리뷰할 계획은 없습니다.
(사실 그동안의 '영화공간' 글들을 통해서도 수없이 많이 두 작품의 명장면, 명대사들을 언급하기도 했구요 흐흐)
드랍쉽도 잡는 질럿
14/08/06 13:42
수정 아이콘
정말 명작이죠.
내용도 내용이고 배우 조합도 신기하리만큼 잘 맞았던 것 같아요.
14/08/06 13:45
수정 아이콘
이영화 백미는 송강호 태도의 변화지요.
처음에는 시체를 보면 덜덜 떨던 사람이 나중에는 지루하다는듯이 하품을...
14/08/06 13:47
수정 아이콘
클레멘타인 - 복수는 나의 것 - 맨데이트....이 패턴대로라면 맨데이트 다음은 초명작을 리뷰하시는거군요...
마스터충달
14/08/06 13:48
수정 아이콘
정말 좋은 리뷰네요.
제 마음을 읽힌 것 같이 공감가는 표현들도 그렇고
미처 알지 못했던 부분을 알아가기도 하고
정말 글에 감탄했습니다.

다만 하나만 동의할 수가 없군요
전 <복수는 나의 것>을 보면 박찬욱이 변태라고 느껴지더라구요.
대중이 끔찍하게 느낄 감성을, 그들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 만족감에 젖어서, 내뱉은 작품이거든요
마치... 바바리맨 같다고나 할까요...

그래서인지 하드코어 포르노를 처음 접했을때 같은
욕정과 죄의식 그리고 불쾌함이 뒤섞인 묘한 감정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Eternity
14/08/06 14:17
수정 아이콘
글쎄요.. 저도 박찬욱 감독이 변태라는 생각을 안해 본 건 아닌데, [박쥐]에 대한 그의 인터뷰를 읽고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박쥐]를 두고 순수한 멜로드라마로 생각하고 만들었다는 그의 말을 듣고, 이건 '변태' 즉 취향의 문제라기 보다는
일반인들과 다른 차원의 생각을 하는, 말 그대로 차원의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막상 박찬욱의 시각으로 [박쥐]를 다시금 되새겨보니 정말 뜨겁고 순수한 멜로드라마처럼 느껴지기도 했구요.
그래서 '변태'라는 단어는 너무 그의 작품 세계를 폄하하는 단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 후로는 그냥 대중들이 보지 못하는 부분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의 감독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스터충달
14/08/06 14:25
수정 아이콘
그런 스타일 측면에선 '전위적'이라는 고급스런 표현이 있긴 합니다 흐흐
전 그런 전위적인 스타일을 관객에게 보여주는데서 박찬욱이 쾌감을 느끼는 것으로 생각하거든요. 장선우가 그런 스타일을 소신있게 이야기하는 감독이었다면 박찬욱은 화려하게 이야기해서 변태를 넘어 스타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Eternity
14/08/06 14:30
수정 아이콘
갑자기 또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 생각나네요..크크
이 영화도 전위적인 작품이었죠?
마스터충달
14/08/06 14:42
수정 아이콘
그쵸 크크
보통 이런 전위적 작품을 만들경우 아예 대중을 배재하고 예술영화로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대중영화로 나오면 폭주를 절제하기 위한 노력들을 하는 게 대부분인데
박찬욱은 형식에선 대중성을 견지하면서 스타일에선 거침없이 내지르는 느낌이어서요. 변태짓을 화려하게 하고 그게 호응을 얻으면 스타가 되는거죠.
켈로그김
14/08/06 13:56
수정 아이콘
다들 자신의 복수를 하는데서 저는 카타르시스를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게 2절 3절로 넘어가지 않아서 뒷 맛도 깔끔했지요.
loveyoureal
14/08/06 13:57
수정 아이콘
좋은 리뷰 잘 보고 갑니다.
14/08/06 13:59
수정 아이콘
박찬욱은 항상 자기중심적인 경향이 강한 감독이었습니다. 사실 상업영화판에서 이렇게까지 관객 위주가 아닌 자기중심적인 작품을 찍는 감독도 드물죠. 대체로 이러한 부류의 감독 대다수가 초기에는 인정받다가도 자신만의 생각에 붙잡혀 막장행로를 걷기 마련인데, 가장 대표적인 예가 장선우겠지요. 성냥 팔기 전까지는 전위적인 예술성 있는 감독이었지 않습니까. 그러다 폭발하고 말았죠. 펑펑펑~

하지만 박찬욱이 복수삼부작이나 박쥐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폭주하면서도 버틸 수 있는 건, 그런 폭주를 버텨낼 수 있는 스킬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독창적인 영상미든 빼어난 연출력이든, 아니면 배우의 능력을 뿌리까지 끌어내는 능력이든 간에요. 그 분야에서 최고봉이 스탠리 큐브릭이며, 박찬욱 역시 그런 스킬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그 무수한 자기중심적 감독들이 펑펑 자폭해대는 와중에서도 터지지 않고 버텨낼 수 있는게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rEbirth_eNigmA
14/08/06 14:03
수정 아이콘
개봉 때 심야로 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 감독의 성향과 취향이 약간의 나이브하고 코믹하게 드러났던 내러티브보다는, 영화의 속도가 기가 막히다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 천천히 아주 천천히...도대체 언제 클라이막스로 달리나, 언제 끝나나 마음을 졸이다가 막판에 한없이 빠른 속도로 휘몰아쳐서 황망한 결론까지 밀고나가는 솜씨에 충격. 이 영화를 호흡이나 속도 측면에서 보면 정말 잘만들었다고 생각했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영화를 보고 밤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오면서 약간 흥분상태였던 것 같습니다.
참고로 3부작의 마지막인 금자씨의 경우는 초반에 몰아치다가 후반에 랜딩하듯 천천히 마무리하는 것을 보고 3부작이 이렇게 완결되는구나라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다시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리뷰, 감사합니다.
Eternity
14/08/06 14:34
수정 아이콘
[친절한 금자씨]의 경우 후반에 랜딩하듯 천천히 마무리됐다는 표현에 공감이 가네요. 정말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리뷰를 할 때 가장 첫번째 목표가,
읽는 분들이 제 리뷰를 읽고나서 '영화를 한 번(혹은 다시금) 보고싶다.'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인데
어느 정도 목표가 충족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네요. 감사합니다.
자전거도둑
14/08/06 14:12
수정 아이콘
박찬욱감독이 불편하게 만드는 영화를 계속 만들고싶다고 했는데... 이 영화가 박찬욱감독의 뜻대로?만든 영화죠. 박찬욱감독팬이면 이 영화를 1순위로 많이 꼽더라고요. 저도 이 영화 잼게봤는데.. 하아.. 그 불편함...
양파왕
14/08/06 14:22
수정 아이콘
박찬욱감독 영화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Leeroy_Jenkins
14/08/06 14:27
수정 아이콘
벌써 나온지 12년이나 됐나요 덜덜...

극장에서 보면서 문자그대로 오줌쌀뻔 했습니다. 너무 좋아서요-.- 세상에 이런 영화가 국내에서 나올 수 있다니.. 싶어서 영화 끝나고도 한참 멍했었죠.
개인적으론 살인의 추억과 함께 2000년대 한국영화 투탑으로 생각합니다.

여담이지만 송강호가 배두나 전기 고문하는 씬을 원래는 배두나씨 귓볼이 아닌 유두로 하려고 했다가 배두나씨가 완강하게 저항해서 어쩔 수 없이 귓볼로 했다고 하죠.
Eternity
14/08/06 14:31
수정 아이콘
마지막 줄 뒷얘기는..역시 박찬욱 답네요.;;
마스터충달
14/08/06 14:43
수정 아이콘
변태 맞네요 크크크
커피보다홍차
14/08/06 14:50
수정 아이콘
처음 봤을때는 무서워서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다시 한번 봐야겠습니다. 복수삼부작 다요.
감사합니다.
14/08/06 15:01
수정 아이콘
카메오로 나오는 류승완 감독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죠.

동진이 류를 죽일 때 하는 말 "나 너 착한 놈인 거 안다. 그러니 내가 이러는 거 이해하지?"(아마 비슷할거에요. 오래전에 봐서 기억이 가물..)을 들을 때 온몸이 소름이...

그리고 마지막에 동진의 죽음에서 다시 한번 소름이...

장면 하나 하나 다 버릴 것 없어요.(심지어 류와 영미와의 섹스신까지...)

박찬욱 영화 뿐만 아니라 2000년 이후 한국 영화 중 '와이키키 브라더스'와 함께 최고로 꼽을 만한 영화입니다.
김연아
14/08/06 15:34
수정 아이콘
뭐... 뭔가...실망스럽고 허탈하다.....
꼬라박
14/08/06 15:49
수정 아이콘
이마무라 쇼헤이의 복수는 나의 것을 나중에 봤는데 박찬욱 감독의 그것과는 또 다르더군요. 다르다기보다는 더 나아갔다 할까요. 생 날의 진수를 보는 듯 했습니다.
14/08/06 15:50
수정 아이콘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에서 익숙한 장면이 좀 몇번 나왔어요.

한국영화에서 아마도 오마쥬 한 것이겠죠?
꼬라박
14/08/06 16:21
수정 아이콘
박찬욱 감독이 하드보일드한 연출에 있어 우리 나라서 손가락 안에 들지만 이마무라 쇼헤이의 '그것'을 보니 새삼 이분이 연출 하면서도 내재적 한계에 부딪히진 않으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런 생각을 한 적이 박쥐가 나오기 전이었으니..
14/08/06 16:30
수정 아이콘
박찬욱 감독이 복수는 나의 것을 뛰어넘는 영화를 만들기를 기대합니다^^
14/08/06 15:58
수정 아이콘
멘데이트 기대했었는데...ㅠㅠ (주글래 살래 라도...하하;;)
리뷰 잘 봤습니다~~ ^^
Eternity
14/08/06 19:16
수정 아이콘
조만간 리뷰할게요 흐흐
근데 뭔가 두렵습니다..
14/08/06 16:22
수정 아이콘
박찬욱 감독의 영화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고 최고의 영화라고 생각하는데
희안하게 한국영화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말하라고 하면 올드보이가 되게 만드는 희한한 영화입니다 크크
분명히 자기가 보고싶고 자기가 좋아하는 영화를 만드는데 이게 취향이 맞아버리면 한도 끝도 없이 좋아하게 만드는 감독이에요
확실히 변태는 변태입니다. 취향의 변태.
박찬욱 감독 본인도 즐길 것 같아요 변태란 이야기는...
bellhorn
14/08/06 18:31
수정 아이콘
이거 제가 중학생땐가 고등학생때 사촌형과 같이봤다가...(어..왜 검사 안하지..)
아킬래스건 절단씬보고 한동안 트라우마가 생겼습니다 ㅠㅠ

법은 지킵시다 흙흙
14/08/06 22:40
수정 아이콘
Eternity님의 리뷰를 다 찾아본건 아니지만 제겐 최고의 리뷰네요. 잘 봤습니다. 본문에도 나왔지만, 저는 이 영화를 곱씹어 볼수록 배두나씨가 연기를 진짜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14/08/07 11:38
수정 아이콘
저번 망작 리뷰 정말 재밌었습니다.
3부작으로는 약한 거 같고 망작 리뷰 한 10부작 정도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너무 가혹한 요청인가요? ^^;;
Eternity
14/08/07 15:20
수정 아이콘
10부작이라..-_-;; 아마 폐인이 되지 않을까 싶..;;
일단 3부작까지만 마무리 해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3부작 완결도 쉽지 않은 험난함이 예상됩니다..)
틀림과 다름
14/08/07 13:09
수정 아이콘
영화 마지막에 청부업자들이 송강호의 가슴에 ~를 ~고 한장의 종이를 올려놓던데
그 종이에 적힌 글자가 대충 뭔지 아시는분 계세요?
14/08/07 14:39
수정 아이콘
판결문 - 차양미 피살사건의 어쩌고 저쩌고 재판부 전원 합의에 의해 ~의 이름으로 사형을 인도한다.. 뭐 이런 내용이네요.

구글링해서 본거라 잘 안보여서 보이는데로 적어봤습니다.

아... 그리고 청부업자들 아니고 배두나가 속해 있던 단체 조직원입니다.

배두나가 고문당할때 자기 죽이면 조직원들이 가만히 안있을거라고 하는 장면이 나오고

나중에 경찰들이 1인조직이라고 이야기하는게 나오는데 사실은 진짜 존재하는 조직이었던거죠.
틀림과 다름
14/08/07 15:04
수정 아이콘
아 고맙습니다, 10여년의 맘속에 품어왔던 의문이 풀렸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악군
14/08/07 15:51
수정 아이콘
재미있게, 무섭게 봤었습니다. 확실히 명작이죠.

그리고 감독은 변태인 것도 맞는 듯..,흐흐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2003 [일반] [축구] 내 생애 절대불변 최고의 스포츠 경기, 2002 월드컵 한국 vs 폴란드 [14] 김연아10864 21/06/08 10864 17
75550 [일반] 2002년~2017년 국내자동차 판매량 [15] G707785 18/01/23 7785 1
75536 [일반] FIFA 2002 월드컵 - 스포츠의 망신 [234] 삭제됨21247 18/01/22 21247 3
70415 [일반] 국내 자동차 판매량 점유율 (2002년~2016년) [49] G709629 17/02/06 9629 0
65122 [일반] 라이터를 켜라 (2002) _ 어느 예비군의 편지 [24] 리니시아6138 16/05/12 6138 3
53703 [일반] [스포츠] [고전] 2002 부산 아시안 게임 농구 결승 [19] 2막3장5279 14/09/09 5279 0
53085 [일반] [리뷰] 복수는 나의 것(2002) - 살갗을 꿰뚫고 들어오는 칼날의 서늘함 (스포있음) [43] Eternity12442 14/08/06 12442 5
52506 [일반] (스포)<그녀에게(2002)> - 사랑의 본질에 대한 도발적 질문 [6] 마스터충달10043 14/07/02 10043 3
52190 [일반] [프로야구] 2002년 홈런왕 이야기. [11] Rorschach5971 14/06/11 5971 0
50934 [일반] 2002년 12월 18일, 대선 날 분위기, [11] 가는세월5220 14/04/07 5220 6
50891 [일반] 2002년 12월 18일, 대선 전날 분위기 [16] 마빠이5948 14/04/05 5948 2
47662 [일반] 응답하라 2002 [32] Duvet7040 13/11/12 7040 0
44251 [일반] 2002년 영화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40] 순두부8887 13/06/03 8887 0
44211 [일반] BoA 2002년 활동 영상 모음 [12] style4048 13/06/02 4048 2
41659 [일반] 요즘 어린 친구들은 2002월드컵을 잘 모르는거 같습니다. [78] 은하수군단9445 13/01/13 9445 0
38009 [일반] 2012 K리그 올스타전 : 2012 K리그 올스타 VS 2002 월드컵 대표팀 [11] 김치찌개4179 12/07/04 4179 1
37956 [일반] [k리그] 2002 팀 vs 2012 팀의 올스타전이 열린다고 합니다. [16] The_Blues3482 12/07/02 3482 0
36680 [일반] 선관위 노조위원장이 2002년부터 선거 조작이 있었다고 폭로했다고 합니다. [252] ArcanumToss8362 12/04/13 8362 0
36495 [일반] [선택2012] 영상으로 보는 MBC 개표방송의 역사 2002 ~ 2010 [8] Alan_Baxter4131 12/04/06 4131 1
33512 [일반] 2002. 6. 29 [15] 김치찌개4524 11/11/30 4524 2
33114 [일반]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농구> 이상민의 버져비터와 금메달.. [17] k`4903 11/11/15 4903 0
31215 [일반] 2002년의 김성근 감독 인터뷰 [10] Neo6526 11/08/20 6526 0
23777 [일반] *오래된 나의 유럽여행기[2002년]HORY 후기 [5] HORY3544 10/07/27 3544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