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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08/13 00:07:03
Name greek yogurt
Subject [일반] 로스쿨 제도에 대한 단상 (수정됨)
제목은 거창하게 지었습니다만 제가 현재 다니고 있는 로스쿨이란 것에 대한 짧은 생각들입니다.

1. 로스쿨 제도 개관
로스쿨은 사법시험을 폐지하고 나온 변호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기관입니다. 3년의 90학점 교육과정을 마치면 변호사시험을 볼 자격이 주어지고 합격률 50% 남짓한 변호사시험을 보게됩니다. 일견 고년차들이 더 붙기 쉽다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통계적으로 초시의 경우 합격률이 70%, 재시는 50%, 그 밑은 처참하게 점점 떨어지고 5시까지 이어지다가 속칭 오탈자(5번 탈락하여 더 이상 변호사시험 응시 불가한 자)가 됩니다. 즉, 초시생들이 가장 합격을 많이 합니다.
사법시험보다는 경쟁률 상 쉽겠으나 변호사시험도 경쟁이 심화되고 꽤나 어려워졌습니다. 순수 난이도로는 사법시험 합격자(사법연수원생)들이 연수원에서 공부하던 기록형도 시험범위에 포함되기에 분량 자체로는 사법시험보다 많다고 합니다. 사실 현재 로스쿨에 입학해서 다니는 세대는 대부분 남자도 17학번 이후, 여자의 경우 20학번 근방이라 사시 치는 선배들을 물리적으로 본 기억도 없는 세대라 비교의 의미는 없습니다만..

2. 로스쿨 제도의 장점
가. 저비용
심플하게 가난한 사람, 낮은 분위의 학생들도 시험에 합격할 수 있습니다. 사시의 경우 신림동 자취방 비용부터 시작해서 생활비, 학원비 등 모든 것들이 다 개인부담이겠으나 로스쿨은 분위별 장학금 나옵니다. 8분위까지도 일정액씩 장학금 나오는 학교들이 꽤 많고, 저분위의 경우 생활비 지원까지 나오는 학교들도 꽤 많습니다. 학자금 대출도 되고, 생활비 대출도 장학재단에서 저리로 해줍니다. 집에서 장학금 생활비 다 해주는 학생들도 이자가 낮아 그냥 빌리고 즐거운 생활하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장학금의 수혜대상이 아닌 애매한 10분위의 경우 로스쿨이 더 고비용일 순 있겠으나 모두에게 다 좋은 시스템일 수도 없는 일이라....
로스쿨 입시에서도 같습니다. 법학적성시험(리트)의 경우 접수비가 25만원이나 저분위 학생의 경우 감면해줍니다. 언론에선 로스쿨 입시 비용이 3천만원이라고 하나 3천만원은 고사하고 100만원 쓴 사람도 찾기 어렵습니다. 리트의 경우 적성시험이라 자연빵으로 치든 인강듣고 치든 점수 비슷하게 나오는 사람이 90%인지라 정말 정보가 없는 학교 출신 아니고야 인강에 돈 쓰는 사람 없습니다.

법학 인강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로스쿨 선행학습용 민법강의는 정말 헉하는 가격입니다만 그 후로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위법한 방법도 있고 해서....

나. 끼리끼리 문화 혁파
사시출신, 사법연수원생들의 경우 끼리끼리 마인드가 좀 있어서 예전부터 어딜가나 뭐 계엄을 한다던가 사고를 자주 쳤다고 알고 있습니다. 당장 최근 의대생들 중 육군 입대한 인원들도 후반기 교육에서 다같이 말 안듣고 까불다 사고친 일이 있었다고도 하고요. 로스쿨생들은 학부도 다르고 소속 로스쿨도 다르고 소속 로스쿨에 대한 애정도(학부가 보통 더 높은 서열의 대학이니) 별로 없어 다 남입니다. 우리가 남이가? 하면 다 남남입니다. 대형학교의 경우 같은 로스쿨 동기 중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태반입니다. 로스쿨 세대가 점점 법조계 다수를 차지할수록 인맥이니 학연 지연이니 하는 악습들이 점차 사라지지 않을까 희망찬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3. 로스쿨 제도의 단점
가. 학벌주의 심화
로스쿨에는 얼리컨펌 제도가 있습니다. 서울대 로스쿨 100명 가량, 연고대 로스쿨 각 40~50명 가량, 성대 로스쿨 10~20명 정도, 한양대, 이대 5~10명정도를 로스쿨 재학중 1,2학년때 미리 로펌에 합격시켜주는 제도입니다. (로스쿨은 정원 문제로 흔히 외우는 서연고 서성한과 같은 일반 학부 학벌 순서와는 다르게 서연고성한이~순서로 갑니다.) 대형로펌들만 운영하는 제도로 로스쿨생이면 질리게 들을 김광태세율화, 김장 광장 태평양 세종 율촌 화우와 같은 대형 로펌에서만 운영하는 채용 방식입니다. 민간과 공직 소득 격차때문에 재판연구원, 검찰과 같은 기성 법조계 선호진로는 이미 얼리컨펌되지 못한 사람들의 경쟁이 되어버렸습니다.(얼리컨펌 후 로클럭, 검찰 준비를 시작하기에 그러는 것도 있습니다.) 문제는 대형로펌에서 보는 것이 실력보다는 학벌이라는 점입니다. 로스쿨에서 공부해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보다 좋은 로스쿨에 입학하는 것이 압도적으로 중요합니다. 당신이, 당신의 아들이 입학한 곳이 서울대 로스쿨이라면 100등 가량만 하고 변시만 붙는다면 창창한 미래가 보장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만 지방 로스쿨이라면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가져도 대형로펌에선 불러주지 않습니다. 인턴도 불가능합니다.
1년에 대형로펌 전체에서 한두명 정도는 지방로스쿨 학생을 뽑습니다만.........실력으로 뽑는건진 알 수 없습니다.

나. 정신병
로스쿨 입학한 친구들 학점 높고 리트 높은 똘똘한 친구들이 많습니다. 그걸 합격률 50%로 걸러버리니 다들 경쟁에 너무 힘겨워 정신병을 호소하는 친구들이 너무 많아집니다. 특히 학교 학점으로 컨펌이 결정되는 ky나 아에 변시 합격률이 낮은 학교들은 꽤나 많은 학생들이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공직 임용시 정신과 기록을 본다는 얘기가  많아서 로스쿨 학생들은 정신과 도움을 받지 못하거나 아예 비보험으로 처방받는 등 문제가 심각합니다. 자살하는 사람들도 알음알음 있습니다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다. 입시 문제
다들 블라인드를 철저히 지킨다고 하지만 로스쿨 재학생, 교수, 법무부, 로스쿨 준비생 그 누구도 그 말을 믿지는 않습니다. 서울대 로스쿨은 서울대 학부 출신을 한계치까지 뽑고, 연고대도 일정 쿼터 이상 자교를 뽑습니다. 성대의 경우 지방로스쿨 갈 학점과 리트의 자교생들을 건져올립니다. 교육부에서 입시 체계 점검 한 이후로는 판사이신 아버지~ 법원장이셨던 할아버지 운운은 없으나 학부에 따른 유불리는 실존합니다. 물론 사시 시절 고졸로 합격하신분들보단 독학사 학위로 좋은 로스쿨에 가신 분들이 많긴 합니다만....다만 출신 학부별 안배 제외하고는 비리가 있다던가 하는 느낌은 없습니다. 당장 주변 치전원생, 의대생들 얘기는 로열이다 날로 들어왔다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로스쿨은 장관 아들도 정량 안되면 1차 탈락시킵니다.

4. 개선점
저야 이미 내부자에 가까워서 제가 원하는 개선방향과 외부에서의 시선은 다를겁니다. 다만 저는 위 3.다.의 학벌주의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이에 대해서 부동의하실 분은 없으실듯합니다. 꼴랑 학부 좀 좋은데 나왔다고&자교 나왔다고 합격시켜주는 짓은 그만해야 합니다. 변시합격률이야 첨예한 대립이나 세대간 반목이 있는 문제라 쉽지 않겠습니다만....적어도 로스쿨 입시에 대해서만큼은 개선해야합니다.

드는 생각을 두서없이 정리한 것이라서 글의 논지는 없습니다. 로스쿨 학생들은 이렇게 사는구나&이렇게 생각하는구나 정도로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보론. 로스쿨 제도의 비판자들
저희 학교 교수님 중 몇명도 그렇고 타 로스쿨 교수들도 그렇고 로스쿨 제도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하시며 로스쿨 제도는 망가졌고 법학 교육이 제대로 안되고 있다 애들이 이것도 모른다~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다만 밖에 나가서 그렇게 떠드시는 분중 다수는 본인들이 로스쿨을 망가뜨리고 계십니다. 본인들이 실력 없어서 수업도 제대로 못하고 판례 업데이트도 안되고 철지난 독일, 일본 학설만 번역해서 성과라고 하시는 분들이 대다수입니다. 언론들은 그런 안에서 새는 바가지들 조회수가 잘 나오니 그런 사람들만 불러다가 인터뷰시키는게 참 씁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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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뚱땡좌
25/08/13 00:13
수정 아이콘
친구말로는 법학쪽이 제일 돌대가리 교수가 많다고. 생각보다 매우 폐쇄적이고 정체돼 있는 곳이래나. 의대같은 그들만의 리그긴 하죠.
파고들어라
25/08/13 00:30
수정 아이콘
초시 합격률 70%, 재시 50% 그 이후로 처참한 합격률이라면 15% 정도의 합격하지 못한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5회를 넘으면 아예 로스쿨 다닌게 쓸모 없어지는 거죠? 로스쿨이 되면서 고시 낭인은 없어졌다고 들은거 같은데 남은 사람들은 새 직장 구해서 제 갈길을 가는 것인지...
25/08/13 00:39
수정 아이콘
그렇긴 합니다만, '로스쿨 졸업생'이라 법무팀 혹은 그와 유사한 쪽에 취업이 되는 경우도 종종 보는지라, '아예 쓸모 없어지는'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습니다.
건강하세요
25/08/13 01:28
수정 아이콘
법무부나 법제처 6급 공무원 자리, 각종 공기업 법무 자리 등에 가더라구요. 그래도 아예 무용지물이 되는건 아닌듯합니다.
나무위키
25/08/13 00:54
수정 아이콘
요즘은 로스쿨로 유입되는 법조계 인력들이 많이 늘어나 어떤 면에서는 레드오션이 되었다, 예전같은 수익과 안정성은 더이상 없다는 말들이 간혹 들려오는데, 실제 해당 계열에 종사 내지 지원하시는 분들의 의견과 체감은 어떨른지 궁금합니다.
25/08/13 01:03
수정 아이콘
정확히는 로스쿨로 유입되는 법조계 인력들이 늘어났다기보다, 법조인 배출 경로는 로스쿨로 단일화 되었는데 변호사 배출 수가 예전보다 늘어나서 먹고 살기 힘들다..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체감상 개업시장이 점점 치열해져 왔고, 앞으로 더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이기는 합니다.
실제로 중위소득이 3000만원, 평균소득은 7000만원이라는 뉴스도 있었습니다.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1912246642202704&mediaCodeNo=257
건강하세요
25/08/13 01:27
수정 아이콘
변호사 배출 수가 국내 법조 시장에서 감당 가능한 수를 넘어서고 있어서 전망은 좋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전반적으로 펌들의 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그에 따라 신규 어쏘 채용 수도 많이 줄었죠. 변호사 연봉이 저렴해짐에 따라 회사에서 법무팀을 사내변호사로 채용하기 시작했는데 이 자리도 이미 포화 상태입니다.
솔직히 로스쿨와서 변호사가 되도 더이상 안정적이지 않다고 생각해 말리고싶지만 요즘 문과에서 자격증 하나 없이 취업하는건 더더욱 힘든 상황이라 그나마 변호사 자격증이라도 따는게 낫지 않나 싶기도하고 그렇네요
내일은주식왕
25/08/13 01:19
수정 아이콘
내부자가 말아주는 로스쿨 이야기 맛있네요 잘봤습니다.
아이군
+ 25/08/13 02:36
수정 아이콘
저비용... 이건 상당히 놀랍네요.

로스쿨 비판의 대표적인 논리가 고비용이거든요..
https://namu.wiki/w/%EB%B2%95%ED%95%99%EC%A0%84%EB%AC%B8%EB%8C%80%ED%95%99%EC%9B%90/%EB%B9%84%ED%8C%90#s-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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