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나>는 <존 윅 시리즈>의 외전입니다. 그러니까, 걱정과 기대가 동시에 되는 영화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존 윅 시리즈>는 영화 자체가 되게 아슬아슬한 지점에 놓여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설명은 간단하게, 액션은 명확하게. 라는 지점은 다르게 말하면, 설정은 앙상하고, 액션은 상대적으로 호흡이 길 수 밖에 없단 얘기일 수도 있거든요.
<발레리나>는, <존 윅>의 세계관을 적극적으로 끌어오면서도, 약간의 방향성은 다릅니다. 일단, 1편을 제외하고선, 일종의 '룰'에 의해 끌려들어온 존 윅의 세계관에 비해, <발레리나>의 이브는 조금 더 개인적인 이유, '복수'를 위해 달려나가는 인물이기도 하구요, 액션씬의 방향도, 근접 총격액션에 가까웠던 원류에 비해, 근접 무기를 사용한 육박전에 가까운 흐름이 이어집니다.
조금 '애매한' 부분은, 이 시리즈에서 근접 전투는 그닥 호평받은 점이 없다는 점입니다. 팬들이 오마주는 인정하지만 너무 길었다고 불평하는 3편의 후반부 같은 장면들이 있기에, 이러한 변화점은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 그 호불호의 지점을 '과격한 묘사'로 돌파하려는 시도는 반쯤 성공한 것 같아요. 액션씬의 퀄리티가 나쁘지는 않으나, 팬들이, 혹은 '존 윅 유니버스'의 이름에 끌려들어온 관객이 보기에는 아쉽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
2편에서부터 묘사된 '전 도시가 한 사람을 노리는 상황'을 후반부, '전 마을이 한 사람을 노리는 상황'으로 변주하는 것도 개별 퀄리티는 나쁘지 않은데, 시리즈를 놓고 봤을 땐 아쉬움이 따릅니다. 그러니까, 룰과 상황에 따라 흘러가는 '존 윅' 세계관에서 영화 상의 묘사나 전반적인 흐름 등이 살짝씩 어긋나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이 들어요. 반대로, 어떤 동기나 설명을 위한 부분은 지나치게 '개인적'이기도 하구요.
예를 들면, '컨티넨탈 호텔에서 누군가를 죽이느냐'가 중요한 이유는, 시리즈나 같은 영화 상에서, 룰이 존재하고, 그 룰을 주인공도 따르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그로 인해, 어떤 여파가 주어지는 지 이해하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는데, 이 영화에서 룰과 개인적 감정은 충돌하되, 룰이 그닥 '임팩트 있게' 주어지는 상황이라고는 생각이 잘 안들더라구요. 영화 자체의 퀄리티와는 별개로요.
어찌보면 다른 사람들이 만든, 외전이기에 가능한 이야기이면서도, 캐릭터는 존중했지만, 그 세계관 전체에 대해서는 약간 룰을 가로질러 가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재밌긴 했습니다만, 본 <존 윅> 시리즈가 저는 조금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점은 어쩔 수 없지 않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