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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08/07 23:56:06
Name 깃털달린뱀
Subject [정치] 도시재생의 실패, DDP에 대한 비판


0. 서론

DDP는 명실상부한 랜드마크입니다.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찾아오는 관광의 성지이죠.

그런데 대학 다닐 때 도시계획이나 도시재생 관련 교수들은 DDP를 극혐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왜 그런지 항상 궁금했습니다. 마침 그 이유를 설명하는 영상을 보게 돼서 내용 공유 겸 의견 나눠보고 싶어 가져왔습니다.

아래는 구글 제미나이를 통해 영상을 일부 요약한 것을 제가 편집한 내용입니다.


1. DDP는 왜 실패한 도시재생 사례인가?

DDP는 건축물 자체의 미학적 가치나 방문객 수만으로는 성공을 논할 수 없으며, 도시재생의 본질적인 목표 달성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이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 주변 지역 경제 활성화 실패: 상권의 몰락을 초래한 고립된 섬]

도시재생의 가장 중요한 성공 척도는 ['주변 지역과의 상생'과 '경제적 파급 효과']이다. 성공적인 랜드마크는 방문객을 끌어모으는 자석 역할을 한 뒤, 그 유동 인구를 주변 상권으로 자연스럽게 흘려보내 지역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그러나 DDP는 이러한 역할을 전혀 수행하지 못했다.

(1) 처참한 상권 붕괴:  교수는 DDP 주변 동대문 상권이 "처절하게 망했다"는 강력한 표현을 사용하며, DDP가 지역 경제에 기여하기는커녕 오히려 쇠퇴를 가속화했다고 지적한다.

(2) 높은 공실률: DDP 바로 맞은편 쇼핑몰 '맥스타일'의 공실률은 85%에 육박하고, 인근 다른 쇼핑몰들 역시 70%가 넘는 공실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DDP의 방문객들이 주변 상점에서 전혀 소비를 하지 않는다는 명백한 증거이다.

(3) 고립된 섬 효과: DDP는 그 자체로 완결된 하나의 섬처럼 존재한다. 방문객들은 DDP 안에서만 머물다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뿐, 동대문이라는 지역 자체를 탐방하거나 소비하지 않는다. DDP가 주변 상권과의 유기적인 연결고리를 만드는 데 완전히 실패한 것이다.


[2) 콘텐츠의 부재: '볼거리'는 있지만 '즐길 거리'는 없는 공간]

관광객이나 시민들이 한 장소에 오래 머물고 돈을 쓰게 하려면 단순히 보기 좋은 것('볼거리')을 넘어, 직접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활동('즐길 거리', 즉 콘텐츠)이 있어야 한다.

DDP는 이 지점에서 결정적인 한계를 보인다.

(1) 사진만 찍고 떠나는 곳: DDP의 독특하고 미래적인 디자인은 분명 인상적인 '볼거리'이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이 인증샷을 찍기 위해 방문한다. 하지만 사진을 찍고 나면 그곳에 더 머물러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2) 경험 소비의 부재: 방문객들은 DDP에서 특별한 '경험'을 하지 못한다. 이는 곧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의미이며,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목표와는 거리가 멀어진다. DDP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아 둘 강력한 콘텐츠가 부족하다.


[3) 막대한 비용과 비효율적 운영: '5천억짜리 장난감']

DDP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된 프로젝트였지만, 그 가치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1) 천문학적인 사업비: 초기 예상 건축비는 800억 원이었으나, 최종적으로는 5,000억 원이 투입되었다. 교수는 부지 가치까지 고려하면 약 3조 원 규모의 자산이라고 평가한다.

(2) 만성적인 운영 적자: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DDP의 연간 자체 수입은 200억 원에도 미치지 못하며, 매년 300억 원에 달하는 서울시의 출연금(세금)으로 적자를 메우고 있다. 이는 경제적 자립이 불가능한 구조임을 의미한다.

(3) 비효율적인 내부 공간: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비정형적 디자인은 외관은 화려하지만, 내부 공간의 활용도를 크게 떨어뜨린다. 복잡한 동선과 비효율적인 공간 구성 때문에 전시나 패션쇼 같은 본래의 목적을 수행하기에도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 때문에 교수는 DDP를 "기능적으로 쓸모없는 5천억짜리 장난감"이라고 강하게 비판한다.


[4) 역사성과 장소성의 훼손: 과거를 지우고 세운 건축물]

DDP 건립의 명분 중 하나는 '역사성 회복'이었지만, 실제 과정은 정반대였다.

(1) 발굴 유적의 무시: DDP 부지는 과거 동대문운동장이 있던 곳으로, 공사 중 조선시대 서울 성곽과 이간수문(二間水門) 등 매우 중요한 역사 유적이 대규모로 발굴되었다.

(2) 졸속 처리: 그러나 이러한 역사적 자산을 온전히 보존하고 이를 중심으로 공간을 재설계하기보다, 기존의 건축 설계를 유지하기 위해 유적을 급하게 처리하고 공사를 강행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발굴된 유적의 일부가 전시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 장소가 가진 본래의 역사적 맥락과 가치는 크게 훼손되었다.

(3) 억지스러운 역사성 부여: 건물의 곡선이 '한국의 처마를 닮았다'고 설명하는 것은, 실제 역사와의 깊이 있는 연결이 아니라 표면적인 이미지를 차용한 것에 불과하다고 교수는 지적한다. 이는 진정한 의미의 역사성 계승이 아니다.


이처럼 DDP는 도시재생의 핵심 가치인 지역 경제 활성화, 매력적인 콘텐츠 제공, 효율적인 운영, 역사성 존중이라는 네 가지 측면 모두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기에 성공 사례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김경민 교수의 핵심 주장이다.


2. 감상

영상을 보고 왜 DDP가 비판받는지 이해가 됐습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동대문 근처에 오래 살기도 했고 회사도 근처라 DDP와 그 인근을 자주 갔습니다. 그래서 비판이 와닿더라고요.

DDP 자체는 하나의 거대한 섬입니다. 그 주변과는 거의 단절된 느낌입니다. 그래서 주변 상권과의 연계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내부에서 많은 소비가 이뤄지느냐? 한다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저도 내부 많이 돌아다녀봤는데 뭔가를 체계적으로 할만한 곳이 아닙니다. 크기나 동선이나. 돈 쓸 것도 몇몇 전시회 정도 빼면 마땅치 않고요.

결국 [서울 중심가 2.6만평짜리 알짜 부지를 막대한 돈을 들여놓고 달랑 사진만 찍고 넘어가는 건물로 낭비하는 게 맞느냐?]가 비판의 핵심인 것 같습니다.


주변 동대문 상권의 몰락을 DDP 때문이라고 보는 건 옳지 않지만, 딱히 DDP가 상권에 도움을 주는 것도 아니긴 합니다. 주변을 활성화시킨다는 측면에서의 도시재생은 실패한 거죠.


물론 외국인들이 많이 방문해서 사진을 찍고, 도시의 랜드마크가 된만큼 '아예 무쓸모하다'라고 하기엔 너무 과하겠지만, 저 위치, 부지가 가진 잠재력을 생각하면 다르게 개발했으면 훨씬 더 나은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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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마노코시
25/08/08 00:00
수정 아이콘
지을 때부터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죠.
솔직히 지금은 막대한 자금 쏟아부어서 서울 도심에 만든 고인돌같아요.
25/08/08 00:18
수정 아이콘
(수정됨) 동대문 상권 자체가 메인이 의류도소매라서 뭐 다른 거 넣는다고 부활했을거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네요. 지금보다 연착륙은 시킬 수 있었겠죠. 근데 지금와서 DDP 까고 다른식으로 개발하자? 밑빠진 독에 물붓기 같고 있는 내에서 활용을 어떻게 해볼까 고민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런식으로 주변 상권과의 연계 같은 거 생각하면 한강변에 있는 수많은 공원들도 상권과 물리적으로 접근성이 애매해서 숫자만으로 계산기 두드리면 다 망한 개발사업일걸요.
덴드로븀
25/08/08 00:22
수정 아이콘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56/0011982566?sid=102
[‘배 타고 출·퇴근’ 한강버스, 9월 운항 가능할까?] 2025.07.04.
한강버스 정식 운항 연기 : 2024년10월 -> 2025년3월 -> 2025년6월 -> 2025년9월
잠실 선착장에서 가장 가까운 잠실새내역까지 도보로 15분
[한강버스 사업비 : 초기 542억원 -> 현재 1,500억 원]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86/0002097830?sid=102
[세빛둥둥섬 사업비 28배 늘었다] 2012.03.06.
서울시 고무줄 산정 … 50억 예상이 1390억으로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15183607?sid=102
[다시 속도내는 상암동 '서울링'…연내 제3자 공고·내년 착공] 2025.01.30.
사업비도 4천억원 규모에서 1조800억원으로 늘었다. 민간투자 방식이다.

도시에서 뭔가 새로운걸 하는게 도움이 될때도 있지만 안되는 경우도 많긴 하죠.
25/08/08 00:22
수정 아이콘
고립된 섬, 정확하네요.

저기는 가끔 행사 있거나, 안에 전시회 같은걸 하기때문에 그 목적으로 방문하지 나와서 할 게 1도 없음.
안철수
25/08/08 00:22
수정 아이콘
돈 퍼부어서 이쁜거 원툴 건물 설계는 학부생도 할수 있는 거라는 비판에 공감
+ 25/08/08 01:28
수정 아이콘
실패한 건축물이죠. 이쁜데 끝. 한번 볼땐 좋지만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다시 갈 이유가 전혀 없죠.
Jedi Woon
+ 25/08/08 01:39
수정 아이콘
예전에 읽은 책에서는 상업시설을 배제한게 문제라고 한것이 기억나네요. 관에서 주도하는 사업이라 공무원들이 상업성에 대한 거부감 같은게 컸다고 했는데 상업성이 사람들을 모으고 그 사람들로 건축물과 주변이 활성화 되는건데 결국은 사람들의 눈요깃거리만 된 거죠.
안군시대
+ 25/08/08 02:05
수정 아이콘
오세훈시장의 "디자인서울"프로젝트 전반적인 문제점들이 다 비슷합니다. 한강 르네상스, 새빛둥둥섬, 추진하다가 멈춘 오페라하우스 등등 말이죠. 주변과의 조화, 도시공헉적 배려 등등이 거의 없고 치적 위주라는 점에서요.
그나마 높게 평가할만한 건 간판 교체사업이었습니다. 서울 도심의 분위기를 세련되게 만드는 데 큰 공을 새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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