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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3/20 16:25:22
Name sylent
Subject [박종화의 B급칼럼] 투신, 하드보일드 저그 그리고 천재의 트라이앵글
[박종화의 B급칼럼]은 월드컵보다 스타리그를 좋아하며, 지루하기 짝이 없는 물량전 보다는 깜짝 아이디어가 녹아있는 ‘올인’ 전략에 환호하는 박종화(sylent)와 그에 못지않게 스타리그를 사랑하지만, 안정적인 그리고 정석적인 플레이 스타일이 정착되는 그날을 꿈꾸며 맵과 종족의 밸런스에 대한 엄격함을 강조하는 김현준(왕일)이 나눈 스타리그에 대한 솔직담백한 대화를 가공해 포장한 B급 담론이다.


[박종화의 B급 칼럼] 투신, 하드보일드 저그 그리고 천재의 트라이앵글

구약성서 창세기에 보면 하느님은 세상을 6일동안 창조한 후 7일째는 안식일로 쉬었는데, 제 8요일은 안식일을 지나 새롭게 시작되는 창조의 날이다. 말하자면 8요일은 썩은 세상이 사라지고 하느님의 신성한 통치가 시작되는 날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시종일관 펄펄 끓는 '하드보일드Hard-Boiled 저그' 박태민 선수가 [당신은골프왕 MBC게임 스타리그]의 왕좌를 거머쥐었을 때 대부분의 게임 팬들은 저그의 하늘이 열렸다고 생각했고, 싸움광 '투신' 박성준 선수가 [IOPS 스타리그]의 결승에 안착 했을 때 스타리그의 제8요일은 그들의 신성한 통치로 시작될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스타 크래프트에 미친 '천재' 이윤열 선수의 짧지만 굵은 운영에 박성준 선수가 넉아웃 되면서 이 지긋지긋한 테란 천하에 종지부를 찍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다시금 곱씹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저그의 첫 번째 우승과 두 번째 우승이라는 대업을 달성한 박성준 선수와 박태민 선수 그리고 '그들만의 리그'의 불청객, 이윤열 선수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기운은 달콤한 스토브 리그의 여유를 앗아가고 있다.


투신 vs 하드보일드 저그

'유한한 자원'을 가지고 '무한한 전략' 중 하나를 구현하려면 '선택'이라는 것을 해야 한다. 변성철 - 홍진호 - 박성준으로 이어지는, 전투적이고 빠른 운영으로 팬들의 호흡을 빼앗아버리는 공격형 저그들은 컨트롤과 타이밍에 집중해서, 그리고 전술적이고 여유 있는 운영을 고집해온 최진우/강도경 - 조용호 - 박태민 라인업은 자원의 장악과 맵을 뒤덮는 유닛을 선택해 테란에 저항해왔다.

정교한 마이크로 컨트롤을 숙지하지 못했던 1세대 테란 플레이어들은 최진우 선수와 강도경 선수가 퍼붓는 '사우론 저그'식 물량 홍수를 당해낼 수 없었지만, 물량 집중형 저그들은 '황제' 임요환 선수로 대표되는 2세대 테란 플레이어들의 마우스 놀림에 줄줄이 무너지고 말았다. 해처리를 펴고 유닛을 쏟아내는 것만으로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윤열 선수의 등장과 함께 시작된 테란의 3세대, 아니 전성시대에 등장한 저그의 구세주가 바로 박성준 선수와 박태민 선수이다.

박태민 선수는 [MBC 당신은골프왕 스타리그]에서 이윤열 선수를 제압한데다, 비록 아깝게 패하기는 했지만, [IOPS 스타리그] 4강에서 다시 한 번 맞붙어 매우 훌륭한 내용의 경기를 보여주었다. 이에 반해 비교적 대 저그 전에 약한 이병민 선수를 아슬아슬하게 제치고 [IOPS 스타리그] 결승에서 이윤열 선수를 상대한 박성준 선수는 단 한 경기도 승리하지 못하고 준우승에 머물고 말았다. 동시대 최고의 저그 플레이어들인 박태민 선수의 우승과 박성준 선수의 준우승은 3세대에 이르러 다시 한 번 유연한 운영이 대 테란 전을 풀어가는 주류 문법이 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윤열 코드

유연한 운영이 다시 한 번 요구되는 것은 이윤열 선수의 변화된 스타일과 무관하지 않다. 빠른 앞마당 멀티와 적절한 방어에 이은 토네이도 러시로 스타리그를 평정한 이윤열 선수의 스타일은 수많은 동료 선수들에 의해 해부되었고 끝내 효력을 잃었다. 그리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테란 최고수의 자리를 차지한 것은 예상치 못한(!) 빠른 멀티 혹은 동시에 두 개의 멀티를 가져가는 운영으로 물량의 극을 보여준 ‘괴물’ 최연성 선수이다. 끝날 것 같지 않았던 최연성 선수가 요즘 들어 주춤하는 것 역시 그를 잡아먹기 위해 피땀 흘려 노력한 경쟁자들의 헌신이 그의 패턴을 독해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물론, 임요환 선수가 정상에서 몇 계단을 내려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마찬가지 이다.

알고도 막지 못하는 운영은 분명 존재하지 않는다. 이윤열 선수가 다시 한 번 비상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을 정상으로 끌어 올려주었지만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그동안의 스타일을 버리고 ‘유연함’을 체화했기 때문이다. 모두의 머릿속에 새겨져있는 ‘이윤열=물량’이라는 등식의 허점을 이용해 자신의 전문영역을 일정한 수준까지 해체함으로서 다시 한 번 스타리그 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룰 수 있었다. 비록 지독하게 거세긴 하지만, 이미 공개된 박성준 선수의 패가 진화한 이윤열 선수에게 통하지 않은 이유는 바로 그것이다. 형태가 모호한 테란의 운영에는 마찬가지 방법으로 상대해야 한다, 박태민 선수처럼.


열쇠는 맵

박성준 선수의 호전적인 운영은 맵의 특징에 의존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맵을 아우르는 전장의 특징들이 잦은 교전을 유도한다면 ‘투신’의 공격성은 여전히 날카로울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선수들과 게임 팬들은 매 시즌 사용되는 맵이 맞춤복이 아니라 기성복이며, 다음 시즌 때까지는 좋든 싫든 주체측이 선택한 맵을 입어야만 한다는 불행한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포르테>, <라이드 오브 발키리스>, <네오 레퀴엠> 그리고 <네오 알케미스트>가 과연 박성준 선수와 박태민 선수 중 누구를 선택할 것인지는 엄재경 해설위원의 말처럼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 sylent, e-sports 저널리즘.


@[OSL 관전일기]와 함께 연재할 [박종화의 B급 칼럼]입니다. (30분 후면 복귀하지만요, 끄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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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용
05/03/20 16:51
수정 아이콘
강추!!
獨孤求敗
05/03/20 16:58
수정 아이콘
좋은글입니다..^^ 앞으로도 자주 올려주셨으면 하네요~
카이레스
05/03/20 17:35
수정 아이콘
전혀 B급이 아니군요^^; 특A급 칼럼입니다! S급은 나중에 더 멋진 칼럼을 쓰실 때를 위해서^^
05/03/20 18:10
수정 아이콘
이병민선수의 저그전이 약하다니요...ㅡ_ㅡ;; 박성준선수와 경기전까지 저그전 온게임넷 전승이었는데...;;
김대선
05/03/20 18:21
수정 아이콘
박성준 선수의 대 태란전 승률이 박태민 선수보다 떨어지나요?
박성준 선수가 3:0 으로 셧아웃 당한데에는 컨디션 차이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공격저그는 스타일 을 파악당하기 쉽다는게 조금 어려움이 있죠.
05/03/20 18:29
수정 아이콘
박태민이 테란전 최고에 올인!
InTheDarkness
05/03/20 19:34
수정 아이콘
글쎄요.....컨디션때문에 결승에서 졌다는 건 핑계에 불과하죠 그렇게 따진다면 지금까지 결승에서 졌던 모든 선수들은 '제기량'을 발휘못했기 때문이라고 할수도 있겠군요 그렇다면 '그런' 선수들에게 이기고 우승한 선수들은 뭐가 될까요?
ELMT-NTING
05/03/20 19:48
수정 아이콘
FLUXUS// 이병민 선수 당골왕배 MSL에서 저그에게만 4연패 해서 마이너로 내려갔습니다.
Jeff_Hardy
05/03/20 20:04
수정 아이콘
하드보일드 저그... 뜻은 좋지만 유행은 안될거 같네요.. 물론 유행때문에 만드신건 아니겠지만.. 팀민이 참 좋은데말이죠.. 빨리 박태민선수도 투신같은 방송용호칭도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진리탐구자
05/03/20 20:27
수정 아이콘
이병민 선수도 대저그전이나 테테전만큼은 이윤열 선수에게 뒤지지 않는다고 봅니다. 기본기도 튼튼하고, 전술적 플레이도 뛰어난 선수죠. 통산 대저그전 전적도 37승 20패고, 작년 한해의 대저그전 전적은 19승 12패입니다.
05/03/20 21:00
수정 아이콘
Best라서 B급칼럼~^^;;; 이병민 선수가 저그전에 약하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데요.(다만 저걸 어떻게 이겨~!라는 포스를 풍길 정도로 강하다는 생각도......) 그리고 전 박태민 선수 별명 중 운영의 마술사란게 맘에 들더군요. 얀 더 매지션 같은 느낌이 들어서죠.(팀민 더 매지션?)
05/03/20 22:18
수정 아이콘
3세대의 대표를 이윤열 선수로 함축시키는 것은 약간의 무리한 설정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실제로 최근 테란 진영을 이윤열 선수와 함께 이끈 최연성 선수는 박성준 선수에게 다소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봤을때... 약간 억울한 느낌이 드는 내용이라고도 생각되네요. 거기다 프리미어 리그에서는 박성준 선수가 이윤열 선수를 이기기도 했죠.
05/03/20 23:31
수정 아이콘
InTheDarkness//4강때도 배탈나셨다고 들었습니다.
몸이좀 안좋으셨죠.
김재현
05/03/21 06:45
수정 아이콘
아주 좋은 글이네요. sylent 님의 글은 기대가 되고 또 그 기대에 부응해줍니다.
근데 다들 리플들에 좀 딴소리들만 하시는것 같네요. 글의 흐름에는 별 영향이 없는 사소한 부분들만 걸고 넘어지시는데 자제부탁요.
05/03/21 09:40
수정 아이콘
하하~ 이런글 넘 좋습니다.
도중에 지치지 않고 계속 연재해주셨으면 합니다.
저도 sylent님 글에 지치지 않고 계속 리플달아드리겠습니다^^
05/03/21 09:47
수정 아이콘
박태민 선수는 운영의 마술사라는 닉네임이 정말 잘 어울려요 >_<
[S&F]-Lions71
05/03/21 13:03
수정 아이콘
sylent 님 글 오랜만에 보는 군요.
군대가신 지 얼마 안된거 같은데 벌써 전역하셨나요?
최근들어 간간히 글이 올라오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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