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스타크래프트를 위한 마우스를 다시 잡은것은 2002년 1월달...
소위말하는 스타붐이 끝나가는 시절이었다.
피시방을 찾아가도 리니지와 포트리스만이 보일뿐... 더이상 스타크래프트는 설곳이 없는듯했다.
이사와 특별히 할일도 없이... 나른한 오후를 보내며 TV를 이리저리 돌리는중...
온게임넷 이라는 채널을 보게 되었다.
"네! 임요환 선수... 아아...아!! 벙커 깨졌습니다아..."
누군진 잘 모르겠지만, 굉장히 시원하고, 또 재미있게 해설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 게임은 본진까지 거의 밀릴뻔 했던 임요환선수의 역전승이었다.
임요환이 1위라는 소리를 많이 듣긴 했지만, 관심이 없었기에 '아 그렇냐' 정도로 넘어갔던 나에게
그것은 새로운 도전이자 충격이었다.
컴퓨터를 키고, 옛 상자를 뒤적거려보았다.
'스타크래프트'
약간의 먼지가 쌓인 스타크래프트 시디케이스를 보고.. 잠시 그때를 떠올려보았다.
'야! 3시 지원좀 해봐!'
'야 빈집털이 들어왔어 으쓰'
'nuclear luncher detected'
'앗싸 이겼다!!'
철없던 중학교 시절.
친구들과 함께 학교를 마친후 근처 피시방으로 달려가 3:3 4:4로 플레이를 하며 즐겼던
그때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짜식들... 요즘 잘지낼려나'
난 한번 쓴웃음을 지어주곤 시디를 꺼내 설치를 시작했다.
몇일전에 구입한 새 컴퓨터.
딱히 할일도 없이, 그저 장식용으로 사용되던 컴퓨터가 처음으로 나에게 있어 필요한 존재가 된듯했다.
Brood war 까지 인스톨 하고 난후, 패치를 시작했다.
"1.08 이라... 많이 나왔네'
적응되지 않는 마우스 컨트롤.
컴퓨터와 약 2판정도 플레이한후, 게임을 접기 전 주종족이었던 프로토스의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래... 배틀넷이나 한판해보자"
결심을 한 난 여러 프리배넷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참고로 백업시디다-_-;
nzeo, ygclan, gamepds...
약 3개정도의 프리배틀넷 서버를 찾아낸 나는 nzeo 라는곳에 들어가보았다.
108명이 플레이중...
사람이 적은 서버군.
그다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타자로 채팅창에 글을 올려보았다.
"초보.. 1:1 모집합니다. 고수님들도 한수 가르쳐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
"님... 저랑 하죠?"
아이디 Mutal. 107승 2패.
"예...살살해주세요^^;;"
결과는 나의 참패.
질럿 몇마리로 놀고 있을때즘, 날듯 달려온 벌쳐모두에게 잡히고... 게임을 나와버리고 말았다.
배운다고 생각했는데, 왜 화가 나는것인지.
아직 난 인간이 되려면 멀었나보다.
그후 약 2-3달간 친구들과 연습게임을 하며, 실력을 늘렸다.
친구들중에선 그럭저럭 잘한다는 소리를 들었기에 자만심에 빠졌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접하게 된것이 gamei 서버...
아이디를 만들고 들어가, 내리 6판을 졌다.
900점대의 점수.
그때 알았다.
이곳은 전쟁터구나.
그후론 무슨방에 들어가든, 초보방이라는곳에 들어가도...
난 강퇴를 당할뿐이었다.
화가 나고, 신경질이 났다.
"제길... 뭐 이런데가 다 있어"
실력을 늘리기 위해 이리저리 전략을 찾기 위해 돌아다니던 중... ygclan 이라는곳을 알게 되었고,
그곳에서 친분을 쌓아 여러 고수들과 연습을 할수 있었다.
다시 재도전한 게임아이.
새로운 아이디로 새로운마음으로 시작한 게임아이에서
난 1600점대를 만들었다.
가만히 있어도 한판 붙자며... 말을 걸어오는 사람도 있고,
게임에 들어가면 huk 이라는 등의 타자를 쳐 나에게 쓴웃음을 짓게 한 사람도 있었다.
지금은 리셋되어버리고 없는 아이디지만, 나에게 있어 그것은 매우 불쾌한 추억이다.
고작 점수 하나에 있어, 사람을 모시고, 쫓아내고...
어차피 멀티플레이라는것 자체가.
두명의 user 가 한곳에 만나 플레이하는, 게임.
게임이다.
하지만 그들은 gamei 에서의 스타크래프트를 게임으로 보는것 같지 않다.
아마 난 한동안 gamei 서버에 접속하지 않을듯 하다.
또다시 900점대의 기억이 떠오를지도 모르기 때문일까.
덤벼라 세상아 라는 문구따윈, 다른 누구에게 줘버리라고 하지뭐...
내가 프로게이머를 할것도 아니고 말이야.(웃음)
피시방에서, 저금통을 꺼내들어 찾아온 100원짜리 10개로 친구들과
1시간동안 외쳐가며 플레이했던 스타크래프트가 오늘따라 갑자기 그리워진다.
그땐 최소한... 지더라도 화는 나지 않았던거 같은데.
역시 난 인간이 되려면 멀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