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는 80년대 미국 아칸소 주로 건너간 한국인 가족을 배경으로 한 영화입니다. 그런 지점에서 이 영화의 상당 부분은 아메리칸 드림에 관련되어 있습니다. 정착과 생존에 뿌리를 둔 이 영화는 병아리 감별사를 넘어서 농장주가 되기 위해 몸부림 치는 '제이콥'의 모습으로 이러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시도는 감정적으로 저항받고 물리적으로 고통받습니다. 영화 상에서는 원래 있었던 캘리포니아 주를 떠나서 이 도시로 옮겨옴에 따라서 또 다시 갈등하고 충돌하는 장면으로, 떨어진 물로 인해 작물이 말라가는 것으로, 그리고 결국 불로써 잿더미가 되면서 나타납니다.
그 상황 속에서 아이들의 삶도 쉽지 않습니다. 직접적으로 묘사되진 않지만 교회에서 또래 아이들과의 만남에서 몇 가지의 덜컹거림이 존재합니다. 교회 장면의 또 다른 재밌는 점은 영화가 역설적인 지점을 몇 군데 찌른다는 점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칸소 주에 한인 커뮤니티가 작게 나마 존재하지만 교회가 생기지 않은 이유는 그들이 교회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떠나왔기 때문이고, 모든 것이 구원 받았나, 서로가 끝끝내 서로를 구원했는가 싶은 지점에서 갈등이 폭발하며, 결국 화재로 인해 모든 것이 무너져내릴때 다시 서로를 구원해내는 결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제목의 미나리는 어떤 측면에서는 휩쓸려 갈것 같은 무력한 상황 속에서 결국은 끝끝내 살아나가는 것을 의미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의 전반적인 관점은 관조에 가깝습니다. 한국어와 영어의 비율이 대충 7:3 정도 되는 느낌인데, 한국인 관객에게는 중간 중간 끼어드는 영어 대사가, 그 반대의 경우에는 대다수를 차지하는 한국어 대사가 이런 느낌을 심화시키지 않나 싶습니다. 결국 영화는 어느 순간에도 가까이 오는 것을 막습니다.감정적으로 친숙하거나 가까운 영화는 아닌 것 같다고 말씀 드릴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점에서 할머니의 인물상은 독특합니다. 영화 상에서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쓰는(부모 세대는 한국어가 유창하지만, 상대적으로 한국어보다 영어가 편리한 자식 세대의 차이를 차지하고도) 가족들 중에서 대다수의 말이 한국어인데다 - 그래서 역설적으로 '외국'관객인 한국인에게 익숙하지만- 중반 넘어서는 쓰러지면서 대화 자체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할머니는 일반적인 할머니상과는 전혀 다릅니다. 특히나 '진짜 할머니가 아닌거 같다'며 오해하는 장면에서는 더더욱요. 그 할머니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가족의 생활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합니다. 가지 말라는 곳에서 물을 떠오고, (의도하진 않았지만) 결국 서로가 서로를 구원하게 되는 엔딩으로 까지 연결해주니까요.
각종 영화제에서 윤여정 배우의 노미네이트나 수상이 많이 점쳐지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한예리 배우의 연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단단하고, 어느 순간 폭발해버릴듯 하지만 안으로 삼켜지는 연기라고 해야할까요.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물론 윤여정 배우의 연기도 좋았습니다만.
정이삭 감독은 미나리는 '가족간의 사랑'을 의미한다고 말했습니다. 어느 정도는 자전적인 이야기임을 여러번 밝히기도 했구요. 어디서든 잘 자라는 풀뿌리같은 가족의 정착기를 다룬 영화, <미나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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