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 다녀온 와이프가 식탁 위로 아이보리색 봉지를 우수수 쏟아 놓는다. 이거 뭔데 물으며 바스락 거리는 봉지를 들고 보니 떡뻥이었다. 유기농 아기 간식 떡뻥.
이야, 꼬물거리는 놈 6개월이나 키웠네 생각하며 벌써 군것질을 할때가 되었다 싶었다. 그런데 와이프가 가정 예산안의 관항목대로 적정하게 지출을 집행하였구나라고 보기엔 떡뻥의 양이 너무 많았다. 이건 적정 지출처럼 보여도 지도점검을 해보아야 한다.
-와이래 많이 샀는데. 인자 분유 안주고 떡뻥으로 끼니 떼우나.
첫째가 좋아하는 스트링 치즈를 냉장고에 넣으며 나를 보지도 않고 와이프는 대답한다.
= 할인행사.
와이프가 과한 소비를 합리화하는 마법의 단어 몇 개가 있다. 핫딜, 행사, 플리마켓 등등. 근데 플리마켓은 나도 못 참는다.
어느 때인가 지역 쥐띠 맘 카톡방에 들어갔다고 말한 뒤 부쩍 물건을 싸게 파는 곳을 잘 알아온다. 근데 가끔 양을 과하게 사올 때가 있다. 이럴 때마다 와이프가 자꾸 박리다매라고 하기에 두어번 헷깔렸나 보다 하고 넘기다 언젠가 한번 또 그러기에 니가 물건 파나? 사오면서 와 자꾸 박리다매고? 했더니 자꾸 따져 물으면 옷을 ‘벗기고 많은 매’를 때려준다는 경고의 의미라고 하였다. 그 말을 들을 때 첫째와 둘째 모두 곤히 자고 있는 것을 확인한 나는 행여나 발생할 수 있는 끈적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붙박이 장에서 대장급 패딩을 꺼내 입고 지퍼를 목 끝까지 올린 적이 있다. 힘 없는 잔기침을 해가며.
둘째가 6개월에 접어들자 범보의자는 물론이고 탁자가 결합되는 플라스틱 식탁 의자에도 제법 잘앉게 되었다. 볕이 잘 드는 곳 매트에 설치된 점프롤을 5~6분째 미친 듯이 타고 있는 둘째를 데려와 의자에 앉히고 떡뻥을 주었다.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며 떡뻥에 관심을 보이기에 입에 하나 물려 주었더니 쩝쩝대기 시작했다. 떡뻥 하나를 먹여 준 뒤 혼자 먹어보라고 손에 하나 쥐여 주었다. 요즘 손을 잘 빨기에 쉬이 먹을 줄 알았는데 왠걸 입에 잘 갖다 넣질 못한다. 몇 번 더 손을 잡고 입에다 가져다 주었더니 이제는 이마에 한번, 코에 한번, 눈에 한번, 또 이마에 한번 가져다 댄 후 입에 떡뻥을 넣기 시작했다. 그려, 하다 보면 는단다, 짜슥.
흐뭇하게 바라보다 나도 하나 먹어볼까 하고 눈을 잠깐 돌렸다가 다시 보니 손에 쥐고 있던 떡뻥이 없었다. 그 큰걸 한입에 다 넣었나 싶어서 보니 바닥에 떨어져 있다. 와이프가 몇 개 줬으면 그만 주라기에 이제 그만 먹자 했더니 갑자기 입술이 시옷자가 된다.
- 아 우는데 몇 개 더 주까?
= 그래, 몇 개 더 줘도 된다.
그래서 둘째와 나는 떡뻥의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입 빼고 얼굴의 모든 곳을 방문한 떡뻥이 입으로 간다. 입술을 다물고 입을 오물거리기 시작하니 떡뻥을 먹지는 못하고 입술 밖으로 흘러나온 침에 녹기만 한다. 다시 그걸 온 얼굴에 문지르고 있다. 광고 카피가 아니라 정말로 안 먹고 피부에 양보를 하고 있다.
그렇게 둘째와 떡뻥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태권도에 갔던 첫째를 와이프가 데리고 왔다. 근데 태권도 관장님이 너무 인심이 후하다. 다닌지 서너달 된 거 같은데 벌써 승급을 다섯번 쯤 한거 같다. 아빠가 보면 부끄럽다고 엄마랑 자기 방에서 문 걸어 잠그고 포인트를 받기 위해 관장님에게 찍어 보내는 동영상을 종종 보면 우리 아들의 실력이 승급할 정도라니 대한민국 국기의 미래가 걱정이 될 따름이다.
여튼 복귀한 첫째에게 나는 괜히 정권 찌르기를 하는 척을 했고 첫째는 나에게 정말로 정권을 찔렀다. 아직 적당한 걸을 잘 모를 나이라 뱃살이 없었다면 코어에 큰 타격을 입을 뻔했다. 첫째에게도 떡뻥을 하나 주었더니 한입 먹고 질색팔색을 한다. 그런 뒤 초코 해바라기씨를 까먹기에 몇 개 뺏어 먹는 중 와이프가 갑자기 깜빡 했다며 첫째 신학기 준비물이 많다며 문구점엘 가자 한다.
모든 것을 그대로 두고 둘째의 옷만 입히고 차를 탄 뒤 지역에서 현금 할인 폭이 큰 문구점으로 갔다. 도착하니 유명 문구점 답게 근처에 주차 할 곳이 없었고, 둘째는 잠들었기에 내가 둘째와 차 있기로 하고 와이프와 첫째는 문구점으로 갔다.
곤히 잠든 둘째를 앉고 있자니 차창으로 들어오는 오후의 따스한 햇살 때문이었을까, 둘째 얼굴 전체에 허옇게 말라 붙은 떡뻥의 고소한 냄새가 섞인 아기냄새 때문이었을까. 둘째가 눈을 감고 눈썹을 치켜 올리며 아랫입술을 위로 올리는 표정을 짓고 몸을 뒤척여 편안한 자세를 잡으니 갑자기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이 일기 시작했다.
나는 고개를 숙여 나직히 색색거리는 숨소리를 들으며 둘째의 머리카락 냄새를 맡았다.
그때 와이프가 전화를 했고 받아보니 첫째였다.
-아빠, 내 아빠 지갑에 돈 다 써 버릴꺼야.
그러기에 다 쓰라고 했다. 첫째놈이 히히 그러더니 전화를 끊는다.
짜슥, 아빠를 뭘로 보고. 아마 엄마가 더 보태야 준비물 다 살수 있을 걸?
과소비를 예고하는 첫째의 전화소리에 둘째가 잠이 깬 모양이다. 내 품에 안겨 헤실거리며 웃고 있다.
나는 그 모습이 너무나 귀엽고 예뻐서 둘째의 머리 냄새를 맡고, 이마와, 양쪽 눈, 양쪽 볼, 코와 양손에 뽀뽀를 했다.
마지막으로 우주복 지퍼를 내리고 둘째를 한번 번쩍 들어 준 뒤 내려서 가슴팍에 코를 묻으며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아, 똥 싼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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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식이 빡치는건, 기껏 열심히 만들어도 안처먹어서입니다. (....)
열심히 만든건 안먹고, 하도 안먹어서 산 시판이유식을 주면 잘먹고 이러는거 보다보면 속이 터지죠..... (...)
일단 이유식 열심히 만들고, 아이가 안먹으면 그대로 버리는 것에 대해서 마음을 비우시면 좀 괜찮으실거에요...
이유식 거부기때 잠 두시간 자며 만든 이유식 3종세트를 두숟갈씩 먹고 거부를 하는데 뚜껑이 열리다 못해 폭발을... 왜 이유식 안 먹고 맨밥을 먹는 건데! 오열과 분노의 9개월을 지나 37개월인 지금은 채소를 안 먹습니다...어린이집에서는 밥을 두번째로 잘 먹는다는데 왜때문에 집에서는 국밥쟁이가 되는 건지. 안나일런...
애기 코 잘 때 달달한 냄새가 나면 정신이 혼비해지죠. 아주 오래전 우리 아들래미 애기때는 출근하려고
들여다 보다가 옆에 누워서 한참있다간 경우가 부지기수였어요. 어찌나 달콤한지...
그때 우리 애기 냄새 그대로 향수를 만들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게 우리 부부 공통된 의견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