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0/12/27 19:42:26
Name 피알엘
Subject [일반] 해군의 대구함 고장 이야기입니다 (수정됨)

고장 수리를 못하고 있는 대구급 프리깃의 이야기입니다.

대구급 프리깃은 울산급과 포항급을 대체한다는 차가 프리깃의 두번째 함급으로 인천급의 뒤를 이어 8척이 건조될 예정으로 현재 1번함인 대구함이 취역해 있습니다.

img.png
[우리 해군의 대구급 호위함 1번함 대구함]



대구급의 추진 시스템은 우리 해군 최초의 "CODLOG (디젤-전기 모터, 가스 터빈 추진)" 방식입니다.

방사청이나 해군에서는 하이브리드 추진 쳬게 라고도 부릅니다.

img.png



CODLOG (COmbined Diesel-eLectric Or Gas Turbine) 추진 방식은 말 그대로, 저속 항행이나 순항시에는 디젤 발전기를 돌려 전동 모터에 전력을 공급해 스크류를 회전시켜 추진하고, 고속 항행시는 가스 터빈 엔진만을 가동해 추진하는 방식입니다.

아래 그림은 고속 항행시 예입니다. (가스 터빈 엔진만 구동해 스크류에 직결시켜 추진합니다)

img.png
[CODLOG 고속 추진 방식 예]




아래 그림은 저속 항행, 순항시 디젤 엔진만을 가동해 전기 모터에 전력을 공급해 모터가 스크류를 추진하는 빙식 예입니다.
※ 추진 전동기 (전기 모터 구동)를 눈여겨 봐 주세요.

img.png
[CODLOG 디젤 발전기 + 전기 모터 (추진 전동기) 추친예]




대구함의 고장 이야기로 돌아갑니다.


대구함은 2018년 8월 해군에 인도돼 해상 시험을 하게 됩니다.

2019년 1월 25일 진해 항내에서 다른 부두로 이동하다가 수심이 얕은 곳을 지나게 되었고, 스크류가 해저면에 닿은 것으로 추정되는 사고를 내며 전기 모터가 고장나 버려서 멈춰 버립니다.
※ 윗 그림에서 초록색으로 표시된 "추진 전동기 (전기모터)" 입니다.

사고 후 국방기술품질원 주관으로 고장난 DRS 테크놀로지스사 (현 레오나르도 DRS사)의 영구 자석 (PM) 모터를 라이센스 생산 납품한 효성 중공업 기술진들과 유관 기관의 인력들이 조사해 프로펠러에서 흠집을 찾아냅니다.

이를 근거로 기품원 조사팀은 대구함이 부두로 접근하던 중 프로펠러가 해저면에 충돌했고, 이 충격으로 PM 모터와 스크류축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해주던 판 베어링이 파손된 것이라는 결론을 내립니다.
※ 이와 관련해 이론이 많지만 생략하겠습니다.



이 사고 후 제적되어 대구함은 283일 동안 수리와 테스트를 받게 됩니다.

수리를 마치고 복귀했지만, 2019년 9월 23일 이후 PM 모터의 오작동이 계속 발생해 292일간 다시 검사와 수리를 받게 됩니다.

수리 후 다시 복귀했지만 2020년 5월 이후 추진 전동기의 오작동으로 인한 긴급 정지 20회, 출력 이상 저하가 50회 발행해 다시 제적됩니다.

기품원과 효성 중공업은 고장의 원인이 신호 수집 장치 (DAU)와 전원 변환 장치 (PEM) 때문이라는 것을 찾아냈지만, 이 두 부품은 레오나르도 DRS사의 지적 재산 보호 품목으로 마음대로 개봉할 수 없었고, Covid-19 때문에 고장난 장비를 보내는 것도 여의치 않고 직원을 보내 달라는 요청에도 아직 응하지 않아 아직까지 수리를 못 하고 있습니다.

img.jpg
[문제의 레오나르도 DSR 사의 PM 모터입니다.]



대구급이 채택한 이 레오나르도 DRS사의 영구 자석 모터는 우리나라와 미국 해안 경비대가 발주한 것을 빼면 사용하는 배가 없습니다. 진해에서의 사고 충격 때문에 고장이 나기 시작한 건지 아니면 설계, 제작 과정에서의 구조적인 문제 인지를 밝혀내는 것 부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류지나
20/12/27 19:45
수정 아이콘
고장이야 날 수 있는 거지만, 고장이 났을때 대처방안이 없다는게 참 심란하네요...
피알엘
20/12/27 20:27
수정 아이콘
(수정됨) 더 심한 경우도 있습니다.
잠수함을 타국 국영 조선소에서 수입해 사왔는데, (사후 지원을 잘 해 주겠다고 약속도 했고요)
그 조선소가 민영화 되어서 돈 더 내야 된다고 해서 지적 재산 보호 품목 문제때문에 소송 직전까지 벌이는 경우도 있었거든요
20/12/27 19:54
수정 아이콘
???: 지적 재산 뭐? 뜯어
피알엘
20/12/27 20:42
수정 아이콘
이러시면 안 됩니다...
상식적인 국가 사이라면 잠시 사이가 서먹하거나 제재로 갑니다...
20/12/27 20:43
수정 아이콘
bgm : 소비에트 마치
가라한
20/12/27 20:09
수정 아이콘
이 사태의 근원적 원인은 본문에 나온 것 처럼 선박에 사용 된 적이 없는 영구 자석형 PM 모터를 도입한 때문이죠.

천안함 사태로 해군이 울산급 배치2, 즉 대구급에 대잠전 대비 초고도 정숙성을 요구하게 되는데 업체에서 이 요구 사항을 달성하려면 전기 추진체계 밖에는 답이 없어서 급히 전기 추진체계(하이브리드) 형 추진체를 도입하게 됩니다.
문제는 전기 추진체계가 복잡해서 많은 공간을 차지 한다는 거죠.

울산급 배치1 대비 배치2는 법적으로 20% 이상 배수량을 늘릴 수 없는데 그 정도로는 전기 추진 체계를 우겨 넣는 것이 불가능하자 업체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선택한 것이 PM 모터입니다. 이는 기존 선박에 사용되고 신뢰성이 입증된 AIM 모터 보다 차지하는 부피가 절반 이하라는 결정적인 장점이 있었지만 선박에 사용 된 적이 없었기에 이런 문제가 충분히 예상 가능했었죠.

근원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울산급 배치2를 울산급이 아닌 별도 사업으로 가거나 법을 개정해서 예외 조항을 만들었어야 하는데 이것도 간단한 일은 아니었기에 방사청이나 국방부에서 나서지는 못했고 개발 업체만 압박하다 벌어진 일로 보입니다. 방산 비리 같은 건 아닌 거 같구요.

참고로 위에 언급한 법적 문제란 같은 계열 사업에서 내에서 배치1, 2 등으로 개량 사업을 할 때 성능을 20%이상 늘릴 수 없다는 부분입니다. 이는 같은 무기 체계가 너무 급격하게 달라져서 보급이나 정비가 중구 난방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항이죠.
피알엘
20/12/27 20:25
수정 아이콘
말씀은 공강하지만 조함 계획상 호위함의 후계함이니 호위함이어야죠.
방사법이나 군수품 관리법상의 조항을 지키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초도함이니 테스드 베드가 되어야 하는 점도 이해하고요, 그나마 난이도가 좀 나아서 CODLOG로 간걸로 아는데, 영구 자석 모터 자체의 설계 결함은 아니었으면 좋겠네요.
동굴곰
20/12/27 20:34
수정 아이콘
1번함은 원래 고장나는게 일이긴 하지만...
피알엘
20/12/27 20:41
수정 아이콘
네, 군함만 그런게 아니라 원래 공산품들은 다 그래요...
특히 군장비들은요.
단비아빠
20/12/27 21:53
수정 아이콘
근데 에바 초호기는...
피알엘
20/12/27 21:54
수정 아이콘
레이...
handrake
20/12/28 08:06
수정 아이콘
네임쉽의 숙명이죠.
베타테스트용도로 건조하는거긴 한데, 전투기개발시의 시험기와는 달리 너무 비싸서 그냥 고쳐서 쓰는수밖에요....
20/12/27 21:57
수정 아이콘
유사 업계에서 일하는데요...주관적인 생각으로는 PM을 택한거 자체가 문제는 아닐겁니다.
PM모터 자체가 어떤 미완의 최신기술이 아니라 산업/방산계 전반적으로 굉장히 많이 사용하는, 이미 안정되었다고 봐도 무방한 기술이거든요.
정확히 고장의 원인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PM이건 인덕션이건, 본문에 쓰여있는 DAU나 PEM에서 하는건 뻔하거든요...(똑같습니다.)
아마 PM이었어도 고장났을거고 인덕션이었어도 고장났을겁니다.
물론 제품 자체는 다른 제품일태니 기계적 내구성이나 AS등은 다를 수 있겠지만요...
한 마디로 정리하면 제가 저 자리에 앉아 있었어도 용적이 절반이면 PM하자고 했을거 같습니다.
피알엘
20/12/27 22:03
수정 아이콘
감사함니다.
제 전공은 항공쪽이라 저쪽는 개념 정도만 이해하고 있어요.
체계 검증때 문제 없었고, 아마 진해항 사고 때문이라고들 듣고 있었는데요, 말씀 들으니까 조금 더 심증이 드네요.
피알엘
20/12/27 22:13
수정 아이콘
CODLAG이니 CODLOG 같은 추진 체계가 군함에 적용된게 20년 정도 됐는데 영국 애들 23형 듀크급 빼고는 다들 시행 착오중이라 불신이 강한 편이에요. 원래 보수적이고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9657 [일반] 한국 로또의 불편한 진실 [41] 말할수없는비밀12756 20/12/28 12756 19
89656 [일반] [나눔] 스타벅스 크리스마스 e프리퀀시 스티커 나눔합니다. (종료) [20] 키비쳐5688 20/12/28 5688 1
89655 [일반] . [72] 삭제됨10569 20/12/28 10569 0
89653 [일반] 앞으로의 불교(佛敎)와 도교(道敎)의 전망 [11] 성상우6822 20/12/28 6822 3
89652 [일반] 90년대 애니메이션 한국판, 일본판 주제가 모음 [13] 라쇼11321 20/12/28 11321 2
89651 [일반] [팝송] AC/DC 새 앨범 "POWER UP" [11] 김치찌개7117 20/12/28 7117 3
89650 [일반] 교회는 어떻게 돌아가는가 : 목회자 [49] SAS Tony Parker 10724 20/12/28 10724 2
89649 [일반] 아스트라제네카 CEO 자사 백신 효과 자신... [91] 우주전쟁15175 20/12/27 15175 8
89648 [일반] [성경 교리]성경의 핵심 메시지는 하나님의 차별적인 사랑이다 [112] BK_Zju14736 20/12/27 14736 30
89647 [일반] 2021년 가보시길 추천하는 맛집리스트(2부, 데이터주의) [24] 판을흔들어라11754 20/12/27 11754 14
89646 [일반] COVID-19의 검사방법 정리 [10] 고등어자반7825 20/12/27 7825 1
89645 [일반] 해군의 대구함 고장 이야기입니다 [15] 피알엘9849 20/12/27 9849 2
89644 [일반] 정부 통계 기준. 올해 집값이 가장 오른 지역들은? [36] Leeka10265 20/12/27 10265 2
89643 [일반] 신속항원검사를 활용한 코로나19 선별검사에 대한 한국역학회의 입장 [47] 여왕의심복14139 20/12/27 14139 54
89642 [일반] 대학 붙었습니다! [71] 피잘모모10166 20/12/27 10166 45
89641 [일반] 국가별 코로나19 초과사망 현황 [36] 데브레첸11140 20/12/27 11140 5
89640 [일반] ‘카이(甲斐)의 다케다 신겐(武田信玄)에 대하여' (=명실상부의 중요성) [8] 성상우6313 20/12/27 6313 6
89639 [정치] 거리두기 3단계 격상 안한다…"이미 더 강한 방역조치 중" [159] 피쟐러15443 20/12/27 15443 0
89638 [일반] 오늘 재래시장의 미래를 실감하다. 온라인이 더 싸다. [46] 이스칸다르10446 20/12/27 10446 12
89637 [정치] 선출권력이라는 허상 [59] Respublica8677 20/12/27 8677 0
89636 [정치] 검찰은 노무현재단의 계좌를 조회했을까? [85] Sardaukar13553 20/12/27 13553 0
89635 [일반]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의 경제적 여파 [56] 찬공기11266 20/12/27 11266 3
89634 [일반] [도서] 동남중국해, 힘과 힘이 맞서다 aurelius7435 20/12/27 7435 15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