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볼 생각은 없지만
내용은 궁금한 책을 대신 전해드리는
별빛서가의 킹치만클럽입니다.
트렌드 코리아는 매년 그 해의 키워드들의 앞글자를 따서 하나의 단어를 만들어냅니다. 2015년에는 Count Sheep, 2016년은 Monkey Bars, 2017년은 치킨런, 2018년은 웩더독.. 네. 매년 그 해의 동물에 맞춰서 키워드를 만드는데요. 내년은 쥐띠이기 때문에 올해의 키워드는 MIGHTY MICE입니다.
M – Me and Myselves 멀티 페르소나
I – Immediate Satisfaction: the ‘Last Fit Economy’ 라스트핏 이코노미
G – Goodness and Fairness 페어 플레이어
H – Here and Now: the ‘Streaming Life’ 스트리밍 라이프
T – Technology of Hyper-personalization 초개인화 기술
Y – You’re with Us, ‘Fansumer’ 팬슈머
M – Make or Break, Specialize or Die 특화생존
I – Iridescent OPAL: the New 5060 Generation 오팔세대
C- Convenience as a Premium 편리미엄
E – Elevate Yourself 업글인간
보시다시피 얼마든지 끼워맞출 수 있는 구조로 선정하고 있는데요. 제 주위 서울대생들이 아재개그를 좋아하는 걸 보며 저는 ‘머리 좋은 사람들은 이런 거 맞추는 걸 좋아하나봐...’라는 주관적 결론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각각의 내용들은 현대인의 삶을 재점검하기에 좋은 소재들입니다. 비록 저자가 개인의 에세이로 어마어마한 욕을 얻어먹었습니다만, 본업에 대해서는 전문가의 냄새가 풍겨요. 아직 채 일 년도 지나지 않은 트렌드들이 책 속에 가득하다는 건, 그만큼 어딘가에서 누군가 갈리고 있다는 증거겠지요. 대학원생분들... 고맙습니다..
<이 책을 읽는 방법>
일단은 나무위키를 훑어보듯 휘리릭 넘어가면서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어? 이런 분야가 뜨고 있었어?’라는 걸 건지면 이 책의 역할은 다 한 겁니다.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거나 내 관심사인 주제 밖에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안내해주는 용도로 사용하시면 돼요.
한편으로는 내 주위에 자연스럽게 들어와 있어서 이게 떴다는 걸 잘 인식하지 못하는 물건들에 대해 다시 보게 되는 책이기도 합니다. 에어프라이어 열풍, 흑당버블티와 마라탕, 청소대행 등등..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뭔가 새롭게 들어와요.
책의 전반부는 작년에 제시한 트렌드들을 돌아보며 실생활에 어떻게 반영됐는지 살펴보고, 후반부는 2020년의 키워드와 함께 앞으로의 트렌드를 전망해 보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요약>
1. 멀티 페르소나
나는 단수가 아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넘나들며 넷카마에 심취한.. 아니지, 여튼 SNS와 커뮤니티를 넘나들며 ‘부계정’ 내지는 ‘뒷계정’을 만들어 서로 다른 인격체로 살아가는 모습이 일상화된 시대라고 합니다. 확실히 피지알만 봐도, 이분이 밖에서도 이렇게 사시나 싶은 읍읍...
이 책이 소비자학과의 결과물인만큼 이런 멀티 페르소나가 어떻게 소비에 영향을 주는지 전망하는데요. 아예 비싸거나 아예 싸거나 한 쪽으로 소비가 넘어가고 있다는 것, 그리고 큐레이션이 오히려 내 관심사를 방해하고 있어서 (유튜브 이어지는 영상 등) 불편함이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책을 찾게 될 것이라는 쪽에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2. 라스트핏 이코노미
배송의 마지막 단계에서의 ‘매우만족’을 뜻하는 라스트핏. 책장을 넘기기도 전에 마켓컬리가 생각나네요. 죽는다 죽는다 하지만 배달시장은 활성화되고 있고 아침에 회도 배송해주는 세상.. 과연 우리는 불경기일까 가끔 생각해 봅니다. 다 포기해서 못느끼는건가 싶긴 하네요ㅠㅠ
라스트핏은 배송뿐만이 아니라 행동동선에도 영향을 줍니다. 슬리퍼만 신고 다니는 ‘슬세권’이라든가 킥보드로 통근가능한 ‘킥세권’이라든가 하는 신조어는 제 주변에서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만, 언젠가 자연스럽게 생활에 스며들지도 모르겠어요. 참, 라스트핏 하니 생각나는 ‘타다’도 있군요.
3. 페어 플레이어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페어하지 못한 상황에 대한 분노가 빠르게 상승함을 느끼는 사회죠. 조국과 검찰 사이의 다양한 시선과 의견은 물론, 당장 피지알을 불태우고 있는 것도 씨맥-카나비-그리핀 사태(이거 이름을 뭘로해야하나;;)이고, 프로듀스101사태 또한 아직 해결되지 않았죠. 사회가 공정해야 한다는 개념을 흩트리는 것에 대해 소비자는 행동에 나서고, 결국 ‘선한 영향력’을 가진 기업에게 득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을까 예측한다고 해요. 제발 그렇게 되길 바라며... 이 혼돈의 시대에 페어플레이 정신이 제대로 섰으면 좋겠네요. 좋아지기 위한 과정이겠죠?ㅠㅠ
4. 스트리밍 라이프
무료기간이 끝났지만 유튜브 프리미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스트리밍은 이제 생활입니다. 가질 수 없으면 부수어버리는 세상이 아니라 다행인 것 같네요. 물론 페어하지 못했다간 박살납니다. ‘디지털 노마드’라는 말은 시대를 너무 앞서가서 구식으로 느껴지는 단어이긴 한데, 지금이야말로 디지털 노마드에 딱 걸맞는 시대 같아요.
5. 초개인화 기술
한동안 ‘빅데이터’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죠. 이제는 그 빅데이터도 일상화되어 개인에 맞춤 서비스와 상품을 제공하는 기술로 발전했습니다. 이걸 초개인화 기술이라고 한대요. 조금 지난 것 중에서는 구글 광고가, 최근 경험할 수 있는 것으로는 유튜브 추천 채널과 넷플릭스 등이 있겠네요. 어쩐지 앞에서와 많이 겹치는군요.
과연 빅데이터는 우리의 삶을 ‘분석’하는 것을 넘어 ‘예상’할 수 있을까요? 거기에 우리는 ‘흥! 흥흥! 아닌데!!’라고 반응하고 싶지 않을까요?(...)
6. 팬슈머
내가 키웠다! 내가 샀으니까 좋은거야! 시중에서 살 수 있는 물건이라도 내가 가졌으면 이게 더 좋은거여야만 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덕분에 저는 최근에 민원을 하나 먹었네요. 자기가 아는 가게만 유아독존인줄 알았는데 제가 같은 컨셉으로 입점했다고...
크라우드 펀딩 등의 새로운 소비문화가 정착하는 등의 긍정적인 영향도 있지만, 때로는 신뢰할 수 없는 인플루엔서만 믿고 위험한 식품이나 화장품을 사용하게 되는 경우도 있어서 당분간 잡음은 끊이지 않을 것 같습니다.
7. 특화생존
특화해야 살아남는다. 앞선 것들과 겹치는 개념이 많은데요. 결국 사람들은 ‘나만 가질 수 있는 것’. ‘나만 아는 것’에 소비를 더 해야 내 ‘페르소나’를 유지할 수 있고, 기업은 그런 사람들을 위해 ‘이건 너만을 위한 거야~’ 내지는 ‘너니까 내가 이렇게 하지~’하면서 라포 형성을 시도하거나 유지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쯤 되니까 겹쳐서 짜증나기는 한데 대강 트렌드가 어느 방향인지 잡히는 묘한 상황에 다다랐습니다.
8. 오팔세대
58년 개띠 세대를 Old People with Active Lives로 풀어낸 세대인데요. 딱 저희 아버지 세대군요. 주말 농장을 운영하고 유튜브로 송가인 노래를 찾아보며 아직 현업에 종사하시는 저희 아버지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카카오톡으로 남의 손주 사진 그만 받아보고 우리 손주도... 하지만 미안해요. 아빠. 난이미틀렸어
9. 편리미엄
편리한 것이 프리미엄이다! 배달시장이 뜨게 된 이유 중 하나죠. 결혼한 친구 중에 지독히도 청소와 빨래를 싫어하는 친구가 작년인가 한 말이 있습니다. “일주일에 2만원이면 가정의 평화를 살 수 있다고!!” 청소도우미 이야기였는데요. 지금은 청소연구소가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고 남에게 집 청소를 맡기는 걸 이상하게 보는 시선도 많이 사라진 것 같습니다. 반면 어떤 쪽을 보면 불안에서 과연 남한테 어떻게 맡기나 싶기도 한데... 세상은 과연 어느 쪽의 말에 가까울까요...?
10. 업글인간
‘자기관리’는 이제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스펙쌓기는 물론 운동의 필요성도 뼈저리게 느끼고, 워라밸이 조금씩 사회에 자리잡으면 자기 자신을 업그레이드 하려는 욕망도 더 절실해지겠죠(여기까지 적고 고개를 숙여 배를 봅니다).
이전까지의 자기관리와 자기계발이 ‘성공’에 목표점을 뒀다면, 지금은 ‘성장’자체에 관심을 더 갖는 시대라고 합니다. 런스타그램, 러닝크루 등 운동에 대한 관심도 뜨거워지고 있고, 저 개인적으로는 ‘첼린저스’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매일 감사 세 가지 적기’와 ‘내일 할 일 미리 적어두기’를 매일매일 습관화하고 있어요.
자 여기까지 두루뭉술 휘리릭 <트렌드 코리아 2020>의 내용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평가>
매년 읽으면 좋겠지만 매년 귀찮아서 잘 읽지 않는 책인데요. 그럼에도 가성비가 꽤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신문을 꾸준히 읽으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네이버가 보여 주는, 랭킹에서 순위가 높은, 그런 뉴스들을 먼저 접하다 보니 정작 세상을 보여 줄 만한 뉴스에는 눈길이 가지 않는 게 사실이거든요. 18,000원이라는 금액의 압박은 꽤 강력하나.. 저는 그냥 누군가 저를 위해 일 년 간의 트렌드를 요약 보고해 준다는 느낌으로 읽으면 아깝지 않은 돈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목에서 밝혔다시피 여기 나오는 소재들은 ‘이쪽으로 갈테니 이쪽으로 투자해라’용도로도 사용될 가능성이 있음을 항상 예의주시해야겠죠. 아무래도 소스를 먼저 던져 주는 회사 이야기를 책으로 펴내기 더 쉬울테니 말입니다.(의심병)
<뱀발>
킹치만클럽에 들긴 아까운 책인데 여기 든 이유는 역시 저자 때문인데요.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어마어마하게 욕을 먹고 금수저와 꼰대의 아이콘이 된 느낌은 있지만 정작 저는 그 책이 그렇게 망작은 아니라고 봐요. 대신.. 수작도 아닌데 너무 잘 된 게 문제랄까요? 처음에 책이 나왔을 때 훑어봤던 제 소감은 ‘와... 열심히 하란 소리를 이렇게 듣기 좋게 하면 팔리는구나’였습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결국 다독이면서 잘해봐라까지고, 저자를 ‘란도쌤’으로 부르던 제자들에게는 충분히 괜찮은 책이었다고 봐요. 설마 그렇게까지 잘 팔릴 거라고 출판사도 저자도 처음부터 알았겠습니까...
하지만 금수저메타로 돌아서고 대중의 공격이 시작됐을 때, <웅크린 시간도 내 삶이니까> 등의 후속작이 나온 건 아무래도 무리수였다고 봅니다. 여튼, 저자의 개인사와 금수저론을 떠나 소비자학과의 교수로서 전공을 살려 낸 이 책은 다른 시선으로 봐도 된다고 생각해요.
<킹치만클럽 다음 책>
[R=VD. 생생히 꿈꾸면 아내가 차유람! 이번엔 인공지능을 말합니다.] 이지성의 <에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