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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12/13 10:22:41
Name aurelius
Subject [일반] [역사] 히틀러 이후의 유럽

1부


2부


지금까지 봤던 유럽 관련 다큐 중에서 최고의 다큐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1945년 5월부터 냉전이 본격화되는 베를린 봉쇄까지의 기간을 다룬 다큐인데, 그 이전에 보지 못했던 생생한 그 당시의 영상과 끝난 줄 알았던 전쟁이 곳곳에 계속 지속되는 복잡한 양상을 모두 담아내고 있습니다. 


1945년 5월 독일이 항복하자 파리와 런던 뉴욕과 모스크바는 축제 분위기였습니다. 거리에는 시민들이 쏟아져나왔고, 모르는 사람들끼리 서로 포옹하고 키스하며 또 밤 내내 불꽃축제를 계속하며 승리, 아니 6년 간 계속되었던 살육의 종식을 축하했습니다. 가장 큰 희생을 치렀던 소련의 모스크바도 이 순간만큼은 모두 기뻐했고 공산주의의 심장부에서 영국, 프랑스, 미국 등 연합국의 깃발들을 높이 들어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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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드디어 끝난 것입니다...이제 평화가 오는 것일까요?


다큐멘터리는 이렇게 운을 때고, 사실 평화는 오지 않았고 오히려 폭력은 곳곳에서 계속되었다고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단 전쟁이 끝났지만 유럽의 대도시들은 이미 완전히 폐허가 되어버린 상태였습니다. 폴란드의 바르샤바의 경우 도시의 90%가 완전히 사라졌고, 멀쩡한 건물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프라하, 부다페스트도 크게 파괴된 상태였고 유럽의 가장 거대하고 역동적인 도시였던 베를린 또한 완전히 초토화된 상태였습니다. 


1945 베를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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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 부다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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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 프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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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 바르샤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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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된 유럽에는 당장 필요한 식량, 식수, 의약품 등이 부족했고 상대적으로 본토가 멀쩡했던 프랑스나 영국 또한 식량에 대한 배급제를 한동안 계속 유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독일은 말할 것도 없었습니다. 완전히 파괴된 나라에서 젊은 남자는 매우 희귀했고 대부분의 도시들이 파괴된 이상 주택도 난방도 식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할머니 여자 아이들 할 것 없이 모두 총동원되어 폐허가 된 도시를 다시 깨끗하게 청소하는 작업에 투입되었고, 또 무너진 건물들을 재건하는 데 투입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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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도 낭비되어선 안되었습니다. 폐허가 된 건물의 벽돌을 재활용하고, 철모와 같은 군수품을 재활용하여 생필품을 만들고 또 군용 타이어로 구두 밑창을 만들었습니다.  


독일이 베를린을 폐허와 잔해를 치우고 재건하기까지는 무려 10년 이상 걸렸습니다. 


패전 이후 독일과 독일인은 유럽의 공적이 되었습니다. 소련이 독일을 약탈하고 강간한 것은 오히려 정당해보이기까지 했습니다. 한편 미국은 독일에 주둔해있는 병사들에게 독일인들에게 호의를 배풀지 말고, 그들은 여전히 우리에게 적대적인 적임을 명심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독일이 점령했던 나라들에서는 독일인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과 린치가 가해졌습니다. 

수백년간 그곳에 살았던 독일인들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체코의 경우 독일인들이 유대인들에게 강요했던 것처럼 팔에 나치문양의 표식을 차도록 강제했고

독일인은 공원이나 식당 등에 출입할 수 없다고 팻말을 붙였습니다. 

대다수는 거주지로부터 축출되기도 했고, 폴란드에서는 유대인을 수용하던 시설에 도리어 독일인들이 갇히게 되었습니다.

한편 길거리에 독일인 수백명을 일렬로 줄세운 다음 일방적으로 총살하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동유럽에 수백년 동안 살던 독일인들은 대거 난민으로 독일본토로 향하게 되었고, 그 수는 무려 1,100만명에 달했습니다. 


한편 포로로 잡힌 독일군 병사는 종전 후에도 수년 간 소련에서 그리고 프랑스에서 무너진 인프라를 재건하기 위한 사실상의 강제노동에 시달려야했습니다. 


1945년~1947년은 진정 난민의 시대였습니다. 


독일본토에서 포로로 잡힌 사람들, 강제노동을 하던 수십만명의 폴란드인, 러시아인, 체코인, 헝가리인, 루마니아인, 등은 고향을 찾아 동유럽으로 향했고 프랑스인, 이탈리아인 , 스페인인은 서쪽으로 향했습니다. 도로와 철도가 모두 파괴되고 중앙정부가 완전히 붕괴된 독일땅을 그저 두 발로 경유하며 이들은 종종 독일 현지인들에 린치를 가하기도 했고 약탈을 일삼기도 했습니다. 


수용소에서 막 해방된 유대인들도 이제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집에 돌아왔을 때 이미 그  집은 다른 이의 차지가 되어버린 경우가 많았고, 반유대주의 감정이 심했던 동유럽에서는 여전히 멸시와 탄압의 대상이었습니다. 나치가 패망했음에도, 일부 유대인에 대한 학살이 끊이지 않았고 폴란드의 한 마을에서는 어렵게 돌아온 유대인 70여명을 학살했습니다. 

이에 살아남은 유대인 다수는 서유럽으로 망명을 하고, 유럽의 반유대주의에 진절머리가 난 다수는 신생 국가 이스라엘로 향했습니다. 


독일에서는 부모를 잃은 수십만명의 고아가 떠돌이 생활을 했고 당시 독일 당국은 이들의 부모를 찾아주기 위해 전국적인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도 다수는 부모를 찾지 못했으며 미처 독일본토로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은 소비에트 러시아나 리투아니아 가족에 입양되었습니다. 


아울러 독일땅에 발목이 잡힌 전쟁포로와 난민 수십만명을 고향으로 보내기 위해 연합국은 수백기의 수송기를 동원하여 대규모 수송작전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1945년~1947년은 복수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프랑스와 같은 유럽 선진국에서도 복수 린치는 만연했으며, 특히 여성들에게 가해진 폭력이 심했습니다. 독일 부역자로 알려진 여성들은 구타당하거나 삭발을 했고 이마나 입술에 립스틱으로 나치문양을 그렸습니다. 또 민족반역자로 알려진 이들에 대한 재판 없는 즉결처분도 만연했고 당국은 이를 묵인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복수의 강도는 역시 동유럽에서 가장 심했습니다. 나치 부역자로 알려진 동포들에 대한 살육은 수백이 아니라 수만 단위로 가해졌고, 유고슬라비아에서는 나치에 부역한 우스타샤 멤버 7만명을 처형했습니다. 


한편 소련의 후원으로 각국의 공산당은 무장봉기나 정치적 테러를 일삼았고, 사실상 소련의 군대가 해방시킨 동유럽 대다수 국가에서는 공산당이 정권을 획득하게 됩니다. 나치에 부역한 기존 정부는 신뢰를 잃었고, 자유주의자들은 우유부단하고 해외의 지원을 받을 수도 없었기 때문에 가장 조직화되어 있고 해외의 지원도 받았던 공산당이 주도권을 쥐게 된 것이죠. 


폐허가 된 유럽 위에 소련은 공세적으로 자국의 영향력을 확산시켰고, 이는 거의 멈출 수 없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한 기자가 베를린에 도착한 스탈린에게 물었습니다. 


"베를린에 입성한 소감이 어떻습니까?"

그러자 스탈린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차르 알렉산드르는 파리에 입성했었소"


1945년만 해도 서로 악수하며 포옹하던 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은 이제 각자 서로의 진면목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런 혼란기에 태동한 것이 미국의 마셜 플랜과 트루먼 독트린입니다. 미국은 공산주의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 전례가 없는 규모,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규모의 지원을 실시했고 아직 공산당이 승리하지 못한 지역에는 친미/친서방 세력들에게 자금과 무기를 지원해주면서 스탈린의 팽창을 막았습니다. 그 대표적 수혜자가 그리스와 터키였습니다. 


인류사상 최대규모의 전쟁이 끝난 직후, 불과 몇년 후 다시 전운이 감돌기 시작했고 

급기야 1948년,  스탈린은 소련 구역 안에 있던 베를린을 봉쇄하기에 이릅니다. 


미국과 영국은 베를린 시민 수백만명에 대한 필수품을 공급하기 위해 인류 사상 최대의 보급작전을 펼쳤으며 믿기 힘든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게 됩니다. 11개월동안 베를린 시민들이 먹고 살 수 있는 식품과 물자를 전혀 문제 없이 단지 공중 수송만으로 지원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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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인들이 서방을 확실한 우방으로 생각하게 된 계기가 이때라고 하며, 연합국 또한 독일을 소련에 대항하는 요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스탈린은 미국의 보급능력과 생산력에 경악을 금치 못하였으나 1949년 그 또한 비장의 무기를 손에 넣게 됩니다.

소련도 핵실험에 성공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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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인류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냉전이 시작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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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ya Yaschenko
18/12/13 10:32
수정 아이콘
히틀러가 안슐루스에서 멈췄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니면 슐리펜 계획처럼 이미 멈출 수 없는 독일의 총의였을까요.
18/12/13 11:00
수정 아이콘
한번 시작된이상 멈출수가 없죠..내부의 적이 무서워서라도 더 끝까지 가게되니까요

일본도 그랬고.. 이탈리아도 내부에서 무솔리니를 갈아냈으니 멈출수 있었으니까요
18/12/13 10:45
수정 아이콘
ZDF에서 제작한 2차대전 관련 다큐들도 평이 아주 좋던데, 독일어를 못해서 아쉽네요..
밴가드
18/12/13 12:33
수정 아이콘
EU의 미래에 대해 비관적인 관측 하나가 눈에 띄었던게 1,2차대전 기간 당시 유럽 각국들이 자국내 소수민족들을 purge하고 사회적 유대성이 강한 민족국가를 이뤘기 때문에 EU가 탄생될수 있었던 거라고 하는군요.
18/12/13 12:47
수정 아이콘
바르샤바는 진짜 도시가 다 갈렸네요
aurelius
18/12/13 12:56
수정 아이콘
네 도시의 90%가 파괴되었다고 합니다. 정말 철저하게 파괴되었는데 이를 다시 재건한 폴란드인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네요
18/12/13 15:42
수정 아이콘
제가아는 전후상황은 베를린 봉쇄전까지의 지식은 없었네요 있다면 밴드오브브라더스 마지막화정도?? 재미있는 글이었습니다 고마워용
인간흑인대머리남캐
18/12/13 17:44
수정 아이콘
중간에 유대인 얘기는 만화 쥐에서도 다루어졌었죠. 지옥이나 다름없던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은 한 유대인이 폴란드 고향집으로 돌아왔는데 현지인이 점유해서 반환을 요구하니 히틀러가 너네들 다 죽여버렸어야 했다면서 죽였다죠.
Jedi Woon
18/12/13 18:51
수정 아이콘
이안 부르마의"0년" 이란 책이 종전 후의 역사를 다루고 있죠.
각종 범죄, 사람들의 생활, 사회시스템 재건. 난민 유입....
유럽만이 아니라 간간히 일본과 동아시아의 상황도 설명하고 있어서 매우 유익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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