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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11/30 22:22:16
Name 절름발이이리
Subject [일반] 그냥 생각
정도가 왕도라는 낙관을 믿지 않는다.
변칙이 판을 치는 세상에서, 정도란 어리석은 것일지 모른다.
그러나 정도는 단지 정도라는 것으로 의미가 있다.
당위를 위한 당위는 필요 없다.
수단으로써의 정도는 정도가 아니다.

그래서
정치공학을 혐오한다.
승리로 이르는 길의 탐색한 끝에 나온 온갖 책략들을 혐오한다.
정치가 존재하는 이유는 승리하기 위함도 아니오, 적을 무찌르기 위함도 아니라고 믿는다.
이루고자 하는 바른 뜻이 있고, 그저 뜻을 주장하고 실천하는 것을 원한다.

그러다 보면 실패하기도 한다.
하지만 올바른 실패를 소중하게 생각한다.
올바른 실패란, 부정한 승리의 반댓말이다.
부정한 승리는 잘못된 교훈을 남기고, 감당할 비용이 된다.
올바른 실패는 자산이 된다.
비용을 줄이고 자산을 늘리는 것이 수익을 내는 길이다.

해서
정도가 성공하지 않더라도 정도를 걷고
손익을 튕기지 전에 단지 뜻을 펼치는 정치를 원한다.
그 결과가 올바른 실패라면 소중한 자산이다. 부정한 승리에 축배를 들고 숙취를 겪고 싶지 않다.

따라서
나는 사실 박근혜에게 고맙다.
부정한 승리로 인해 발생한 큰 비용을 드디어 청산하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생각 때문에, 정말이지 나는 근래들어 단 한번도 박근혜로 인해 화가 났던 적이 없다.
그만큼 박근혜의 실패는 이 사회에 값진 실패다.
어정쩡하게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대통령으로 끝나는 것은, 박근혜를 당선시킨 비틀린 욕망이 맞이할 올바른 결말이 아니다.

하지만
비용도, 자산도 잠정적인 것이다. 길은 끝없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자산이 더 큰 비용의 담보가 되기도 하고, 비용이 자산을 만들어내기도 하듯이,
수 많은 예외와 각자의 사정으로, 정과 부는 물결 치듯이 뒤집히곤 한다.
올바른 실패의 다음이 다시 부정한 승리인 것을 많이 보아왔다.
부정한 승리가 오래동안 올바름으로 포장한 경우도 많이 보아왔다.
올바른 실패도 부정한 성공도 사실은 잠정적인 것이다.
여기에 대해 절망해야 하는가?

케네디의, "진실의 적은 거짓이 아닌 신화이다"를 떠올리며 글자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 다시 떠오른 말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말이다.
수단으로써 정도를 대하지 않을 때, 그 길은 그저 그 위를 걷는 것만으로도 의미를 갖는다.
그런 이들을 사랑하고, 그런 이가 되고자 한다.
그냥 그런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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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군-
16/11/30 22:29
수정 아이콘
누군가는,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고 말하지만,
누군가는, 승리한 자가 정의라고 말합니다.

역사는 승리한 자의 것이고, 승리한 자가 자신을 정의라고 포장하는 것이 역사라고도 하지요.
그렇게 보면, '불의한 승리'라는 것은 어쩌면 존재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고,
절대적이고 보편타당한 정의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역사를 살펴봤을 때, 결국 승리하게 된 쪽의 행위들은, 대중들이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정의'에 꽤 부합하고,
보편적으로 정의롭지 못하다고 여겨지는 권력은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뭐, 그냥 그렇다고요.
16/11/30 22:38
수정 아이콘
고 노무현 대통령의 말 중에 미시적으로 역사는 후퇴 할 수 있지만, 거시적으로 보면 역사는 진보한다 라는 논지의 말이 기억납니다. 지금 현재 우리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모르지만, 신화일지 모르는 그 말을 믿고 주어진, 그리고 할 제가 할 수 있는 일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집중하고 싶네요.
포도씨
16/11/30 22:48
수정 아이콘
어? 이거 어디서 많이 듣던 논리인데....생각해보니 주식하는 사람들이 입에 달고사는 얘기군요...크크
큰 틀에서 보면 경제는 성장하는데 나는 왜 거지인가...
16/11/30 23:00
수정 아이콘
주식 투자한 나의 통장 잔고는 꾸준히 줄고 있죠. 하지만, 코스피 지수는 등락하면서 꾸준히 오르고 있는...
아점화한틱
16/11/30 22:50
수정 아이콘
오타가...
16/11/30 22:59
수정 아이콘
헐....
16/11/30 23:00
수정 아이콘
부정의 청산 -> 그렇기에 어는 2일 탄핵을 찬성하면서도 - 이대로 부디 민주당과 정의당이 밀고나가길 바라지만
역풍의 트라우마를 깨고 계속 해서 나갈지...
사실 저또한 역풍 그리고 새누리당의 약진이라는 시나리오가 눈에 보여서. 살떨리는 하루하루네요..
roastedbaby
16/11/30 23:00
수정 아이콘
나는 사실 박근혜에게 고맙다.
부정한 승리로 인해 발생한 큰 비용을 드디어 청산하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생각 때문에, 정말이지 나는 근래들어 단 한번도 박근혜로 인해 화가 났던 적이 없다.
그만큼 박근혜의 실패는 이 사회에 값진 실패다.
어정쩡하게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대통령으로 끝나는 것은, 박근혜를 당선시킨 비틀린 욕망이 맞이할 올바른 결말이 아니다.
--
이부분 정말 공감합니다. 촛불 들고 구호를 외치다가 문득 비슷한 생각이 들더라고요. 2020년이 다 돼가지만 여전히 이 사회를 좀먹고 있는 박정희 시대의 구태들이, 무척이나 상징적인 박근혜를 통해 저물어가려 한다는게 느껴졌습니다. 아버지와 딸이 만드는 수미쌍관? 이랄까요. 참 드라마틱해요.
16/11/30 23:04
수정 아이콘
정말로 값진 박근혜 정부의 실패가 이루어지길을 정말로 바라는 마음입니다.
현재 판이 하루하루 살떨리고 저같은 경우 사실 알게모르게 그들의 전횡이 이겨왔던 것을 제가 정치에 관심을 가진 후부터 줄곧 보았기에..
사실 어제 3차 담화의 수가 최고이자 최악의 장애물로 등장하였고 그것에 이미 알게모르게 패배감에 빠진 것은 사실입니다.
부디 이번주 - 성공적인 박근혜정부의 실패가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후..
자루스
16/11/30 23:06
수정 아이콘
상당부분 생각이 비슷합니다.
이제 해결과제가 남았을뿐이라고 봅니다.
기적소리
16/11/30 23:15
수정 아이콘
한달 전 테블릿 피시 특종을 터틀릴때도 그렇게 화가 나진않았는데요, 뭐 그럴 것 같은 사람일 것 같아서요 그게 무당이라 당황했긴 했지만요. 그런데 오늘은 뉴스보면서 정말 화가 나네요. 시계추가 한달 전으로 돌아 간 것도 화나고 여당때문이 아나라 야당때문에 탄핵이 안 될수도 있다는 생각에 정말 부글부글 끓네요. 내일까지 기다려 봐야겠지만 잘 되겠죠. 잘 나아겠죠. 그래도 그 아버지의 신화가 그 딸에의해 뭍혀져 간다는거에 위안을 삼고 있어요.
프레일레
16/11/30 23:21
수정 아이콘
최악보다 차악을! 에 현혹되지 않고 최선을 선택해야한다, 패배가 불보듯 뻔하더라도 의미있는 실패는 실력을 낳고, 그건 힘이 되니까 다시 도전할 수 있지 않을까..
덜 나쁜놈은 그냥 나쁜놈일 뿐. 승리라는 뽕에 취했든 욕망에 휘둘렸든 차악과 놀아나느라 최선을 포기한 나약함이란..
요즘 드는 생각입니다
영원한초보
16/11/30 23:25
수정 아이콘
머리보다는 마음으로 동의합니다.
박정희의 딸만이 새누리당을 파괴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문제가 희망이 보입니다.
준비를 해놓으면 한번은 기회가 온다고 생각합니다.
16/11/30 23:30
수정 아이콘
아직 다 드러난게 아니긴 하지만 국민들 화난거에 비해선 그렇게 엄청나게 망쳐논건 아닌게 다행이랄까;

사실 망쳐논 걸로 따지면 이 전 대통령이 더 심한거 같은데..
새강이
16/11/30 23:57
수정 아이콘
이번 전투로 구세력을 청산하고 승리한다면 앞으로 촛불세대가 이끌어나갈 대한민국 정말 기대됩니다 솔직히 저는 헬조선에 적극 공감하는 일개 청년이었지만 이번 사태에 대한 국민들의 모습에서 희망을 봅니다 자부심을 갖습니다 우리는 할 수 있을거라 굳게 믿습니다
저그의모든것
16/12/01 00:05
수정 아이콘
아름다운 이야기네요.
새누리의 해체나 소선거구제의중대선거구로의 개편 이후엔 동의하겠습니다.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은 그대로인걸요.졌잘싸만 해대는 야권을 보느니 정치공학이든 뭐든 해서라도 이기는게 낫습니다.전 최선이 아니라 차악을 뽑는다에 여전히 동의합니다.

이번 총선에서 야권승리가 아니라 올바른패배를 했을시 지금의 박근혜의실패로 인한 이사회의 값진 실패가 가능했을거라 보십니까.
답이머얌
16/12/01 00:33
수정 아이콘
사필귀정을 믿습니다.

흔히 얘기하는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정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사전에 반드시 정을 방해하는 악이 있어야 하죠.

악이 있어야 정으로 돌아갑니다.

만약 악의 입장에서 본다면 사필귀악 입니다.

악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이 필요하지요.

이제 정으로 돌아갈 시간인가 봅니다.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차후에 자라날 악을 위해서라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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